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6화(46/524)
Episode 46
[패널티 발생!]눈을 뜨자마자 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건,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패널티 창이었다.
[영구적 디버프: 위악자의 숙명] [사용자의 수명과 생명력이 대폭 깎였습니다]그 창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창의 맨 아래를 본 순간 소리를 지를 기력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스택:2] [특수 스택: 1]“특수 스택은 또 뭐야?”
아무래도,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버린 것 같다.
“저, 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스템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리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내 옆에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내 방에서 꺼져.”
그런 이리나에게 신경질을 내며 말했더니,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후다닥 내 방에서 뛰어나갔다.
“프레이!!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꾸우?”
“…너도 나가있어, 세레나. 의사는 나중에 부르고.”
이윽고 어깨에 올빼미를 올린채 다급하게 나에게 질문을 던져오는 세레나에게도 명령을 내려서 방에서 내보낸 나는, 그녀의 어깨에서 흰 올빼미가 날아와 내 머리에 앉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꾸우우!!”
“…이 녀석은, 여전하네.”
어느새 내 머리에서 내려와 창틀에 앉아있던 올빼미를 만지던 나는, 차마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카니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누구누구한테 들킨거야?”
그러자, 카니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누구누구라니요?”
“그게, 방금 보인 패널티 창에 따르면 아무래도 2명에게 들킨 것 같아서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들은 카니아는 할말을 잃은 채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괜찮아… 예언서에 따르면 스택 5까지는 게임을 어떻게든 클리어 할 확률이 존재하긴 해.”
“그렇지만…”
“그래, 물론 난이도는 극악이 되겠지. 사실상 가능만 한거지 클리어를 한 사람이 없다고 나왔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 그러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카니아를 안심시키려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상황을 포장해 봤지만, 그녀는 침대에 걸터 앉더니 내 손을 잡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지금 도련님이 얼마나 기절해 있으셨는지 아십니까?”
“음… 한달?”
“세달입니다.”
“오, 이런.”
카니아의 말을 들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기 시작했다.
“…기말시험이 언제야?”
“내일입니다.”
“미쳐버리겠네.”
물론 기말 시험뿐만아니라 해결해야 할 것이 산더미기 때문에 잠시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리던 나는,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 탓에 생각하는걸 포기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서, 누가 눈치챈건지는 파악하고 있어?”
“그것이…”
그러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카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니?”
그 말에 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카니아가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련님이 첫번째로 피를 토하신건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그렇구나.”
“그때 도련님은 얼굴의 구멍에서 전부 피를 쏟아내셨었고, 그런 심각한 상황이 고려되어 제국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내 기억에 전혀 있지도 않은 일을 다른사람에게 들으니 왠지 그 이상한 꿈에서 경험했던 일이 생각나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련님이 입원하신지 1달이 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한번?”
“네, 점점 안정화되던 도련님이 또다시 피를 토하신 겁니다. 그때는 그저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진 줄 알았지만…”
“…사실 그때 누군가가 눈치를 챘던거군.”
내가 담담히 대답하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아무튼, 깨어나셨으니 즉시 의사를…”
“아니, 됐어. 괜찮아.”
“하지만…”
“샌드위치랑 커피나 만들어 줘. 나 배고파.”
이윽고 다시 입을 연 카니아에게 음식을 부탁하니, 그녀는 여전히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조용히 방을 나섰다.
“…후우.”
그녀가 나가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금 전에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 클리어!] [용사의 무구의 각성도가 증가했습니다!]“…그나마 다행이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일은, 논외의 존재인 마왕과 유일하게 대등하게 겨룰수 있는 용사의 무구의 각성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용사의 무구에 담겨져 있는 힘도 어느정도 돌아왔을 것이다. 그 중에는 생명력 증진 효과도 포함되어 있지만, 계속 소지하고 다니다간 들킬 염려가 있으니 가지고 다니는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시스템 업데이트 완료!]그렇게 생각하며 클리어 창을 넘겼더니, 이번에는 시스템 업데이트 완료창이 떠올랐다.
[다음과 같은 기능들이 새로 해방되었습니다.]– 누적 위악 포인트 시스템
– 도움말 기능
[다음과 같은 변경 사항이 있습니다.]– 누적 위악포인트 시스템으로 인하여, 포인트 정산이 일주일에 한번 일괄 지급으로 변경.
[누적 pt: 5000pt]“…뭐가 이리 많아?”
잠시 눈 앞에 들이닥친 정보의 폭포를 들여다 보던 나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조용히 손을 뻗어 시스템 창의 구석에 있던 물음표 아이콘을 눌렀다.
– 위악자의 길 시스템 도우미입니다. 궁금하신 점을 물어봐주세요.
그러자, 내 머릿속에 청량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나 묻자, 특수 스택이 뭐야?”
그런 목소리에게, 나는 ‘특수 스택’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기능들은 전부 알고 있었지만 ‘특수 스택’에 대한건 아는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특수 스택은, 특수한 대상에게 정체를 발각되었을때 쌓이는 스택입니다.
그러자, 머릿속에 다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특수 스택은, 그 특이점 덕분에 전체 시나리오중 단 한번만 쌓이게 되며, 기존 스택과는 다르게 오직 생명력만을 대폭 깎습니다.
“…그것 참 눈물나게 고맙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남은 수명을 확인하기 위해, 침대 옆에 있던 가방의 비밀공간을 뒤지기 시작했다.
“…응?”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수명측정기가 보이질 않는다. 뭘까?
‘…카니아가 가지고 있는건가?’
카니아에게는 내 가방의 비밀공간에 대해 말해두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나는, 도우미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떤 대상에게 들켜서 ‘특수 스택’이 적립된건데?”
– 조건이 부족합니다. 조건을 충족시켜주십시오.
“뭐?”
그런데, 도우미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 ‘특수 스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특정한 조건이 성립되었을때 [특수 기능]과 함께 해금됩니다.
“…그 조건이 뭔데?”
– 힌트는, [정체 파악]입니다. 그 외의 대답은 제 권한을 넘는 일입니다.
그런 도우미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특수 퀘스트: 정체파악]– 내용: ???
[보상: ???]“…엠병.”
뭔지도 모를 이상한 퀘스트를 쳐다보던 나는, 신경질 적으로 창을 치우고 잠시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예언서도, 시스템도 전부 빗나가고 있어. 역시 뭔가가 이상해.’
몇달전인지 며칠전인지 하루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꾼 꿈에 의하면 이리나와 나의 추억 역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예언서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이다. 5명의 메인 히로인의 기억을 되돌린 것도 모잘라서, 이제는 예언서에 나와있지도 않던 ‘특수 스택’ 이니, ‘특수 퀘스트’니, ‘특수 기능’이니 뭔가가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슬슬 다음엔 뭐가 튀어나올까 두려워질 정도인데 말이지.’
두려움은 언제나 무지에서 샘솟는다고 했던가, 지금 내 상황에 그것보다 더 적절한 말도 없을 것이다.
모든걸 예상하고, 계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알수 없는 게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알 수 없는 존재가 시스템과 예언서에 개입을 하는 것 같은데…’
덕분에 내 머릿속은 대체 세계를 구하려는 내 계획에 자꾸 개입을 하려는게 누구인지, 시스템과 예언서를 믿을 수 없으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건지의 문제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 내 수명이나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시스템에 존재해?”
그렇게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나는, 문득 살짝 희망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보았다.
– 그러한 아이템이나 스킬은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내 마지막 기대마저 배반하고 말았다.
“도련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도우미를 끄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카니아가 식사를 들고 내 방에 들어왔다.
“…그래, 샌드위치랑 커피 정도면 생명력 늘리기에는 최고지.”
그런 카니아에게 감사 인사를 한 나는, 쓴웃음을 짓고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카니아, 밀린 보고를 부탁해.”
“하오나, 지금은 안정을…”
“…어차피 다 알게 될텐데 뭐.”
그러자 카니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품에서 수첩을 꺼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의 결말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카니아가 설명한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의 결말은, 다행히도 예상했던 대로였다.
빈사 상태에 빠진 나와 함께 평민 기숙사를 빠져나온 히로인들은, 그 즉시 조사단과 황실에 모든 사실을 보고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황실과 태양신 교단은 이번 사건을 최대한 은폐하려는 시도를 가했다.
왜냐면, 아직 용사를 찾지도 못했는데 마왕이 1000년만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는걸 인정할 시 세상에 혼란에 빠질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클라나가 사전에 모아두었던 세작들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전국에 퍼트렸고, 결국 황실과 태양신 교단은 마왕의 재림을 세간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있던 나는 수세에 몰렸었으나, 세레나가 발을 벗고 나섬으로서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마왕의 수하에게 정신조종을 당했다 변호를 하는 동시에 카니아와 함께 비밀리에 여러가지 정치 공작들을 가하였고, 덕분에 나의 처벌에 대한 갑론을박은 장기전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꽤 오랜시간동안 이어지던 논의는, 황실과 태양신 교단이 용사가문의 후예인 내가 용사로 선택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기에 처벌을 내리긴 시기상조라 최종 결정을 내림으로서 일단락 되었다.
물론, 그 덕분에 나 대신 모든걸 뒤집어 쓴 이사벨은 그녀의 가문과 함께 완전히 몰락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 제국과 태양신 교단은 조만간 ‘용사’가 나타날것이라 선전하는 동시에, ‘용사’의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소용 없는데 말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렇게 기나긴 보고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던 카니아는,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가 사건의 공식적인 결말입니다.”
“…그럼, 비공식적인 결말이 있다는 소리야?”
“네, 그렇습니다.”
내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카니아는, 수첩을 뒤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이번사건으로… ‘클라나’씨의 입지가 꽤 강해졌습니다.”
“어째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려 발벗고 뛰는 모습을 본 대중들과 황실의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이 클라나 씨에게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진상이 밝혀짐으로서 지지율이 배로 뛰었고요.”
“…황비가 애간장이 타겠군.”
“네, 그렇기에 황실이 도련님을 변호하는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황비의 입김이 매우 컸다고 사료됩니다. 현시점에서 클라나 씨를 가장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맹약을 사용한 도련님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렇게 될걸 다 예상하고 벌인 일이지만… 실제로 벌어지니 어이가 없네. 마왕과 내통자일수도 있는 사람을 그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변호하다니.”
그러자 카니아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빙글빙글 돌리며 내 말을 받았다.
“황비는 현재 도련님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이번 사건을 빌미로 압박을 걸어올 것 같습니다.”
“…이미 감수하고 있던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카니아 역시 한숨을 내쉬고는 수첩을 한장 넘기며 말했다.
“현재 도련님의 평판은… 최악입니다.”
“평판이?”
“네, 클라나씨가 도련님이 마왕군의 일원이라는 소문을 퍼트려서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잘 됐네. 덕분에 누적 위악포인트 시스템의 혜택을 많이 받겠어.”
“…정말 잘된게 맞습니까?”
싱글벙글 웃던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카니아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 시스템과 예언서를 맹신하면 안돼.’
앞으로는 이렇게 매사에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물론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면 마왕을 이길 방법이 없기에 어쩔수 없이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지만… 최소한 경계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앞으로는 시스템을 어느정도 경계하는 동시에 최대한으로 이용하며, 그와 동시에 예언서와 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카니아, 방학이 언제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이 세계에 예언서와 시스템과 관련된 장소는 선조님이 남기신 유적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카니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몇주 뒤에 방학이 찾아옵니다만… 워낙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시기에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없으실겁니다.”
“…쳇.”
하지만 카니아의 답변에 따르면 서대륙으로 떠나는 힐링겸 진실을 찾는 여행은 잠시 미룰 수밖에 없을것 같다.
“…음?”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먹어치우고 있는데, 갑자기 문 밖에서 은은한 달의 마나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세레나? 뭐해?”
살짝 이상함을 감지한 내가 복도에 대기시켜두었던 세레나에게 말을 걸어보았으나, 어째서인지 답변은 들려오지 않았다.
“…들어와.”
결국 나는 달의 마나에 취약한 카니아를 뒤로 물리고 세레나를 방으로 다시 불렀다.
“프, 프레이…”
“…..!”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다.
“죄, 죄송… 으윽!”
“…세레나 씨? 괜찮으신지요?”
“저, 전 괜찮…!”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가, 갑자기 부채를 펼치더니 달의 마나를 실은 바람을 날리기 시작했다.
“…흐앗!”
당황한 카니아가 잔뜩 흑마력을 일으켜 날 감쌌고, 그 덕에 나에게 쇄도하던 바람은 흑마력과 뒤엉켜 사방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세레나, 그만해!!”
“…네.”
당황한 내가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녀는 시무룩하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 파지직…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에는 붉은색 마법진이 빛나고 있었다.
“…망할 문라이트 가문 녀석들.”
그제야 나는 세레나가 왜 저런 행동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문라이트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져오는 ‘가문의 종속’이라는 저주가 있다.
가문이 창시 될때부터 내려져온 그 저주는, 문라이트 가문이 공작가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하는 동시에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하였다.
그 막중한 임무는 제국의 밤을 수호하는 암살 가문으로서의 숙명으로, 가문의 원로들과 비밀 당주가 결정하는 제거 대상을 숙청하는 숭고하면서도 더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공식적으로는 현재 문라이트 가의 당주이자 실권자인 세레나는, 비공식적으로는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회와 비밀 당주에게 명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카니아 씨도 옆에 있었기에…”
물론 웬만해서는 세레나를 뒤에서 움직이긴 커녕 휘둘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회는 ‘종속의 저주’로 세레나를 옥죄이고 있기에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날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원로회와 비밀 당주 닥분에, 그녀는 날 진심으로 죽이려 하지 않을 때마다 저주에 의한 고통이 누적되고 만다.
지금 그녀의 상황을 보면, 아마 3개월 내내 날 죽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는걸까.’
하지만 이런 일도 한두번 정도만 먹힐것이다.
결국 그녀가 날 진심으로 죽이려들지 않으면, 저주에 의한 고통은 더욱 쎄질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문의 종속’ 저주를 해제하는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아쉽게도 그걸 해제할 방법은 나에게는 없다.
상당히 못미더워졌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은 ‘예언서’에 조차도, ‘종속의 저주’의 위험성과 잔인성에 대해서만 설명되어 있을 뿐 해주 방법은 나와있지 않으니 말이다.
문라이트 가문의 창설과 함께 내려온 고대의 저주라, 아직까지 아무도 해주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나 뭐라나.
참고로 내 선조님은 ‘분명히 해제되는 코드는 구현되어 있는데, 그 누구도 해주에 성공한 적이 없다. 역시 개좆망겜답다.’ 라며 이 부분에 첨언을 달아두었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이해가 안되지만, 아무튼 선조님에게도 이 저주는 해결하지 못한 과제였던 것 같다.
“프레이… 전 괜찮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사실대로 말해봐.”
“…안 괜찮습니다.”
역시나 세레나는 상당한 고통에 떨고 있다. 그러니, 역시나 내가 미리 생각해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시나리오 대로라면, 문라이트가의 원로회는 나중에 무력화 될테니 말이다.
“세레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세레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에게 ‘절대복종마법’을 걸었어.”
“…..!”
그러자,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세레나가 입을 떡 벌리더니 충격이 서린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꾸우우!!
“그, 그게 무슨 말이죠?”
그리고 나는 그때까지 내 손길을 가만히 받다가 갑작스럽게 창밖으로 날아오르더니 푸르른 하늘을 비행하기 시작한 올빼미를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야. 난 널 이용했어.”
세레나를, 저 올빼미처럼 풀어줄 때가 찾아왔다.
.
“으음…”
그 시각, 임시 평민 기숙사.
“…이 날짜는, 대체 뭘 의미하는거지?”
이리나는, 그녀의 방에서 방금 얻은 자그마한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착한일을 할때 쓰는 마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