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6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60화(460/524)
Episode 460
히로인들의 합의하에 열리게 된, 요리 대결.
“으음…”
그 요리 대결의 결과물들을 맞이한 나는, 지금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이거, 입을 잘못 놀렸다간 큰일나겠는걸.’
정말로 솔직하게 평가했다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모든 음식들을 똑같이 평가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아니, 생각해보니 그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있다.
이 상황 자체를 회피해버리면 되는것이 아닌가.
“이렇게 음식을 준비해준건 고마운데… 내가 지금 체기가 있거든?”
그런 생각에 도달한 나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히로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무리일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도피성 해결책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서, 해결책을 생각해내야…
“그렇습니까? 그럼 이걸로 입가심을 좀 하시죠.”
자리에 앉은채 대응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와인잔을 내민다.
“이게 뭔데?”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료입니다.”
“고맙긴 한데, 체기가 있다니까…?”
“소화는 물론이고 체기를 씻은듯이 가라앉히는 효능 또한 있습니다.”
보아하니, 정말 작정하고 준비한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면 어떻게 될까.
슬슬 부담감에 진짜로 속이 더부룩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 그러시면 다음 라운드로 가시겠습니까? 준비되있는 건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렇게 말한 카니아와 히로인들의 눈빛을 본 나는, 생각을 바꾸고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를 들이켰다.
“…다 난것 같아.”
저 짐승들에게 지금부터 무슨짓을 당할지 모르니, 일단 영양 보충이라도 착실히 해놔야겠지.
‘이게 최후의 만찬은 아니겠지?’
그렇게 뇌리에 깊게 박힌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을 애써 털어내며, 나는 첫번째 요리의 뚜껑을 열었다.
“”………..””
그러자 순식간에 조용해진 히로인들의 사이에 있던 나의 시야에 들어온 음식은.
“커흠.”
순간적으로 헛기침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노골적인 구성이였다.
“에피타이저로 준비된 장어와 굴, 그리고 전복을 곁들인 무화과 샐러드랍니다.”
“……..”
대체 누가 준비한 요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도는 여실히 보이는 듯 하다.
“드시고 맛을 솔직하게 평가해 주세요.”
한숨을 내쉬며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드니 들려오는, 카니아의 평온한 목소리.
‘그럴순 없지.’
하지만, 나는 이미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맛이 어떻든간에, 무조건 칭찬이다.’
그렇게, 몇번이고 그러한 다짐을 되뇌이며 샐러드를 입에 밀어넣은 나는.
“와.”
이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이거 진짜 맛없네.”
어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입맛은 까다로운 편이다.
호밀빵과 야채스프, 그리고 샌드위치 같은 것을 좋아하는 주제에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들은 내 영혼에 추억으로 깃들어버린 음식이라 그렇고.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교하면, 공작가의 자제로서 귀족 교육을 받고 항상 최고급 식단만을 먹어온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급 입맛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맹세컨데 나는 독설가가 아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음식투정을 부려본적이 없고, 심지어 세레나가 만들어준 음식들도 전부 먹은 경력이 있단 말이다.
“완전히 모래를 씹는 기분인걸.”
그런데 지금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으븝.”
뒤늦게 입을 틀어막아 봤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네, 도련님. 평가는 잘 기록했습니다.”
“프레이, 어서 음료로 입을 행궈요.”
“그러길래 자신 없으면 그냥 빠지시라니까.”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걸까.
물론 진짜로 맛없긴 했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정도는 아니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으, 으으…”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당장에라도 터질것 같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던 이솔렛이 갑자기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누, 누나…?”
“그렇게… 그렇게나 맛이 없었느냐? 프레이?”
그러더니, 울먹거리며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누나.
“응, 진짜 맛없었어.”
“크윽.”
다급히 변명을 하려 했지만, 여전히 까끌까끌한 기운이 남아있는 내 입에서 튀어나온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진실이였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도련님.”
때문에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침착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카니아.
“그저 조금 솔직해지셨을 뿐이니까요.”
그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서야, 내 뇌리에 의심이 가는 것이 조용히 떠올랐다.
“설마, 너… 방금 내가 마신 음료에 뭔가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백 효과가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만… 그것 말고는 그저 평범한 음료입니다.”
“뭐, 뭐라고?”
자백제라니 말도 안된다.
겨우 그런 걸로 내 정신을 흔들 수는 없…
“저와 이리나씨, 세레나 씨와 루비씨가 온 힘을 쏟아부어 공동 제작한 겁니다. 아무리 정신력이 높은 도련님이라도 대결이 끝날때까진 솔직해 지시겠죠.”
“아.”
세계 최강자들이 작정하고 만든 자백제라.
그렇다면 이렇게나 효과가 좋은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말 자백효과만 있는게 맞나?
왜 이리 몸이 나른하고 뜨거워지는거지?
“아, 소량의 정력 증진 효과도 넣었습니다.”
“소량…?”
“겨우 용액의 반밖에 차지하지 않으니까요.”
“…….”
“그밖에 구속 효과와 탈진 효과, 술에 취한 효과와 민감해지는 효과도…”
지금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전부 빠져버려 그럴 기운조차 나질 않는다.
“프, 프레이.”
그렇기에 힘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올리는데, 앞에서 들려온 겁에 질린 목소리.
“내, 내가… 싫어진게냐?”
계속해서 안절부절 못하던 이솔렛 누나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조용히 움츠러든다.
“아니.”
그러자, 미처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좋아해, 누나.”
“…….!”
그 말을 들은 이솔렛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저, 정말로?”
잠시후,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질문을 던지는 누나.
“진짜진짜 좋아해, 누나.”
나 역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채, 고개를 푹 숙이고 가감없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자 순간적으로 식당에 맴돌기 시작한 침묵.
“…저는요? 도련님?”
“나한테도 좋아한다고 말해줘, 프레이.”
“그냥 이대로 덮치면 안되는 건가요?”
“귀여워…..”
이윽고, 주변에 서있던 히로인들이 순식간에 이성을 놓은채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 나 주거…”
사람 살려요.
.
프레이에게 달라붙은채 물고 빨고를 반복하던 히로인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감으로서, 한바탕 소란이 끝났다.
“하아, 하아…”
하지만, 그 여파로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몸을 빨갛게 달구고 있던 프레이.
“다, 다음엔 살살 해줘어…”
그러던 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겨우 이성을 되찾았던 히로인들이 다시 눈을 희번덕거리며 중얼거린다.
“생각해보니, 굳이 대결을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사이좋게 나누어먹으면 안되는걸까요?”
“아이, 씨팔. 개 꼴리게 만드네, 진짜.”
“페를로체 씨?”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로즈윈 씨.”
그러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시 시작된 시식.
“으, 으음…”
전 대륙에서 온 가지각색의, ‘정력’을 증진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진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프레이의 뱃속으로 향한다.
“이건 너무 과다한데…”
“고기는 맛있는데, 우유가 살짝 비려. 왜 이런 우유를 쓴거지?”
“……..”
클라나의 값비싼 재료들을 무지성하게 쏟아부은 전골.
어째서인지 음식 전반에 우유맛이 배어있는,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리나의 고기구이.
그리고 프레이가 완전히 할말을 잃게 만든 루루의 그 무언가가 사라지고.
“오오.”
자신들의 요리실력에 좌절한 히로인들의 표정에 연신 식은땀을 흘리던 프레이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맛있네.”
장어 샌드위치와 동대륙에서 공수한 복분자 잎을 넣은 커피를 마시던 프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역시 카니아야.”
“도, 도련님. 이번 요리들은 전부 익명입니다…”
“내 입맛이 네게 길들여져서, 어쩔 수 없으려나.”
“크흠, 큼.”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해보지만, 결국 입꼬리를 씰룩거리기 시작한 카니아.
“이건 뭐랄까… 자극적이네. 그래도 맛있는 것 같아.”
“후후…”
“이상하다, 아깐 분명히 탄 냄새가 났었… 으븝.”
매운 감자 스프를 먹는 프레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루루의 입을 재빨리 틀어막는 루비.
“이건 평범하게 맛있네?”
“말도 안돼. 당신이 어떻게…”
“무, 무슨 수를 쓴거야?”
“후후…”
프레이가 그럴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의 미소를 지은 세레나까지.
“그럼, 대충 후보는 정해진건가…?”
대충 3명의 우승후보가 정해지자,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들이 이내 서로를 서늘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설마 정말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들 줄이야… 그렇게나 이기고 싶었을까요. 도둑 고양이 씨.”
“다 탄 음식을 마법으로 때운 사람… 아니, 마족도 있는데, 그정도야 허용범위겠지요.”
“마법도 실력이도다. 그리고, 세레나. 네가 요리를 성공했다고? 뭔가 이상한데.”
이윽고 3명의 사이에서 오가기 시작한 피튀기는 대화.
“왜 그러시나요. 늘 여유로우신게 아니였는지?”
“다 좋은데, 영악한 고양이와 잘난체 많은 친구가 눈에 거슬려서 말이다.”
“도련님의 정령도 고양인데, 그럼 역시나 제가 도련님과 제일 어울리겠군요.”
절대 끝나지 않을것 같던 1라운드 우승 후보들의 신경전은.
“이, 이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접시에 담긴, 투박한 푸딩과 과자를 입에 넣은 프레이의 말로 단박에 종료되고야 말았다.
“진짜 맛있는데?”
“네?”
“달콤하고 보드랍고 촉촉한게… 마치 꿀에 절여놓은 구름을 먹는 느낌이야.”
“”………””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녹아내리는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입에 밀어넣는 모습을,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세 우승 후보들.
“…이게 오늘 먹은 것들중에 최곤데?”
그러던 그녀들이 프레이의 입에서 우승자가 선언된 순간, 일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으, 으…”
그 시선이 모인 곳에는.
“으헤헤…”
온몸이 홍당무처럼 물들은채, 어쩔줄을 몰라하며 몸을 베베 꼬고 있는 로즈윈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칭찬… 칭찬 받았다… 흐헤…”
“”어?””
세 소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