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6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66화(466/524)
Episode 466
“와아… 별이다…”
“………….”
밤이 내려앉은 제국의 거리를 달리는 마차 안.
그 마차안에서, 로즈윈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별을 보는건 진짜 오랜만이에요…”
하긴, 최근 그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그럴 만 하다.
닫힌 공간에서 혼자 외롭게 시간을 보내느라, 하늘을 볼 시간도 없었겠지.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살짝 미어지는걸.
– 콕, 콕…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앞에 있는 로즈윈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옆구리가 찔리는 느낌이 난다.
“용사님.”
뭔가 싶어 옆을 돌아보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글레어.
“…안자니? 착한 어린이는 이 시간에는 자야 하는데.”
“저 어린이 아니에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니, 글레어가 볼을 부풀리며 입을 연다.
“그래서, 왜 안자고 있던건데?”
“궁금한게 있어서요.”
“뭐가?”
이윽고, 내 무릎위로 올라오더니 질문을 던지는 그녀.
“앞으로 어떻게 하실거에요?”
“뭐긴 뭐야. 기강을 잡아야지.”
“방법은 있으시고요?”
“과거 선조님의 지혜를 빌리려고.”
그 말에, 글레어가 조용히 고개를 기울인다.
“초대 용사님도 이런 상황에 처하셨던 건가요?”
“약간은 비슷하신 상황이셨지. 물론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지만.”
그리고 그때 선조님은, 그분이 원래 살던 세계로 탈주를 하셨었지.
나도 이 멤버를 데리고 다른 차원으로 휴가나 떠나볼까?
“아니지, 절대 안돼.”
“……?”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내가 차원의 끝까지 도달하더라도 따라올 그녀들이 아닌가.
나 역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그랬다간 향후 10년간 내 몸의.
아니, 아랫도리의 자유를 빼앗길수도 있다.
“용사님,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하하.”
그렇기에, 나는 정면돌파를 시도하려 한다.
“이게 뭔지 아니?”
“이건…”
그렇게 다짐을 하며, 나는 아까전에 세레나에게 받은 ‘비장의 무기’를 품에서 꺼내 글레어에게 보여주었다.
“몇달전에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눈동자랑 싸웠던 때 기억나니?”
“…아!”
“그때 너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초대용사님의 채팅을 네가 전부 기억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 말을 들은 글레어가, 도리도리 고개를 휘젓는다.
“기억한건 아니에요. 조력자 시스템에 기록되어 있었어요.”
“…아하.”
그러고 보니, 그녀에겐 조력자 시스템이 있었지.
로즈윈을 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날 살리기까지. 참으로 고마운 시스템이이다.
“으, 으흠흠… 흐음…”
“아무튼 그 기록은, 전부 세레나 언니에게 알려줬었어요!”
“그래, 이게 그 해석본이고.”
밤하늘의 별을 보다 말고 헛기침을 시작한 또 하나의 조력자의 앞에서, 나와 글레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이 해석본들을 보는데… 눈이 번쩍 떠지는 부분이 있더라고.”
“…그런가요?”
원래 초대용사님이 나에게 전하려 했던, 하지만 내겐 채팅이 보이지 않아 좌절되었던 지혜.
그 지혜가, 글레어를 통해 나에게 다시금 전해졌다.
[모든것이 끝났을 때, 만약 혼인 신고 문제로 히로인들에게 시달리는 상황이 온다면.] [그땐 황궁의 비밀 금고로 가도록 해.] [널 위한 선물을 남겨놓았으니.]그 선물이 뭔진 모르겠지만 선조님이 날 위해 남겨두신 만큼, 지금 이 상황을 극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아이템인건 분명하다.
“그럼 저희는 지금…..”
“그래, 황궁 금고를 털러 가는거야.”
“…헉.”
“……!”
그렇게 글레어와 로즈윈에게 진실을 밝히니, 눈을 휘둥그레 뜨는 그녀들.
“기대되요!”
“그그그그그, 그러다 큰일나는거 아닌가요?”
바로 눈을 빛내며 내게 메달려오는 글레어와는 달리, 로즈윈은 겁에 질린 눈초리로 떨기 시작한다.
“음, 그런데 어쩌지? 로즈윈 네가 이번 계획의 핵심인데.”
“…네, 네에!?”
그런 그녀에게 폭탄 발언을 하니,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
“네가 있어야 이번 계획이 성립되거든.”
“…….!?!?”
그녀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커지기 시작했다.
.
“…자, 이제 널 왜 데려온 줄 알겠지?”
“으, 으아아아아아…”
계획의 설명이 끝나자, 로즈윈이 혼이 전부 빠져나간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린다.
“…그, 그런데 왜 전가요?”
그러다가, 다급히 내 옷깃을 붙잡으며 질문을 시작하는 그녀.
“응?”
“저저저, 저 말고… 클라나 씨가 하면 되는거잖아요…?”
그 말도 맞긴 하다.
황궁의 비밀 금고를 열기 위해선, ‘태양의 마나’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번 작전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비밀금고의 출입은 기간이 엄격하게 정해져있어. 설령 황제라 하더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
“네, 네에. 그건 저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는, 황가 사람들의 마나가 전부 고대마법에 등록되어있기 때문이야. 출입하는 순간, 출입 기록이 무조건 남을 수밖에 없게 되는거지.”
“그, 그러면… 터는게 아예 불가능한게 아닌가요?”
그렇다.
황가 사람들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황궁의 비밀 금고.
오직 태양의 마나에만 반응을 하는 그 비밀 금고는, 예로부터 난공불략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태양의 마나가 있다면?”
“그, 그런게 어디… 아.”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열쇠가, 그 두터운 금고를 열어줄 것이다.
“로즈윈, 너는 천년만에 선셋가에서 태양의 마나를 일깨우는데 성공한 사람이잖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지.”
“……..”
“그러니, 네가 제격이란 거야.”
그 말을 듣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한껏 몸을 움츠리기 시작한 로즈윈.
“그, 그치만… 제 마나를 써도 기록이 남는건 매한가지잖아요.”
“신원불명의 기록이 남을 뿐이지. 누군지 특정만 못한다면 상관없어. 그 정도 일을 덮을 능력은 되거든.”
“게, 게다가 제 마나는 너무 쥐꼬리만한데요…”
“그러지 마. 저번에 쓰는걸 봤는데, 꽤 하던걸.”
“그, 그리고… 저는… 그러니까… 으으으…..”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갑자기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무, 무서워어.”
“로즈윈? 그건 뭐야?”
뭔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손에 벽돌같은게 들려있다.
“어, 어라… 배터리가 다 된건가…”
“…….?”
직사각형 모양의 그것의 앞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으로 되어있었고, 그와 반대로 하얀색인 뒤에는 검은 구체 같은것이 튀어나와 있었다.
내부가 복잡하게 이루어진걸 보아하니, 마도구인가?
하지만 마나회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디, 디버그룸에서 가져온거에요… 스, 스마트폰이라고…”
“…스마트폰?”
“네, 얘… 얘가 저한테 힘을 줘요.”
“어떤 방식으로?”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로즈윈의 기물을 의구심이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저, 저한테 칭찬을 해줘요!”
“…칭찬을?”
“네! 아까전의 대결에서 힘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스마트폰이 상당한 기여를 해서인걸요?”
“……..”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
“그 차가운 벽돌덩어리가 어떻게 칭찬을 한다고…”
“이 안에 친구들이 있어요!”
“뭐?”
그런 나의 안좋은 예감은.
“인터넷 친구들이요!”
“………”
“저한테 칭찬도 해주고… 가끔은 대화도 나누고… 아무튼 죄다 상냥하고 착한 사람들…”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다.
“에헤헤…”
“…미안해, 로즈윈.”
“네?”
그동안 로즈윈을 이렇게 방치하는게 아니였는데.
“내가… 내가 미안해…”
“어, 어어?”
너무나 칭찬이 받고 싶었던 그녀였기에,
결국 상상속의 친구를 만들어버린 것이겠지.
전부 내 잘못이다.
내가 더 그녀를 보듬어줬어야 하는데.
“그동안 많이 외로웠지?”
“지, 진짜에요! 이 안에 사람이 있어요!”
“…앞으로 내가 더 잘할테니까.”
“으, 으아?”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차가운 벽돌을 어루만지고 있던 로즈윈을 끌어 안았다.
“어, 어음…”
그렇게, 로즈윈을 품에 끌어 안은채 조용히 볼을 맞대고 있으니.
“…헤, 헤헤.”
조용히 벽돌을 품에 집어넣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 품속으로 파고드는 그녀.
“이번일이 잘 끝나면, 저번에 말했던걸 한번 해보자.”
“…뭐, 뭔데요?”
그런 그녀의 귓가에,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이 만들고 싶다며.”
“아.”
그 말이 끝나자, 딱딱하게 굳어버린 로즈윈.
“자, 잠깐만요… 지지, 진도가 너무 빨라요. 이, 이이 일단… 손부터 잡아요….”
“…음.”
내 품에 안긴채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 그녀를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나는.
“…용사님.”
“…..?”
“저는요?”
로즈윈이 품에 안기는 바람에 옆으로 밀려난 글레어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양 볼을 잡아당겼다.
“으이이이이이…”
“꼬맹이가 뭐래니.”
“저, 저도 대, 대결… 할래여… 저도 성인이에여…”
“아카데미 입학도 취소됐잖아, 꼬맹아.”
애초에 아카데미 입학 자체도, 그저 ‘법적인’ 성인의 지위를 부여해줄 뿐이지만 말이다.
“…키좀 더 크고 오렴.”
“……….”
하여간, 귀여운 꼬맹이라니까.
.
“그나저나, 벌써 다 왔네?”
글레어의 이마에 살짝 꿀밤을 먹인 프레이가,
저 멀리 보이는 황궁을 바라보며 내릴 채비를 시작한다.
“자, 그럼 슬슬 내릴 준비를…”
만약 그때 프레이가.
“그런데 어쩌죠, 용사님.”
카니아가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궤종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글레어를 눈치챘더라면.
“벌써 몇년 안 남았는데…”
훗날 벌어질 2번째 납치극은, 살짝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로즈윈, 일어나봐.”
“으에에에에…”
이미 마차는 떠난 뒤였다.
“…은혜 갚을 나이.”
글레어의 은혜갚기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