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6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68화(468/524)
Episode 468
“에윽… 에으윽…”
“………”
협상은 늘 그렇듯이 쉽게 끝났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덤볐던 전 여신은, 지금 배를 부여잡고 금고 바닥에 엎어진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그, 그만해… 그만해줘…”
“…먼저 덤볐으면서, 이제 와서?”
처음 이클립스가 덤벼올때는, 그녀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만전의 태세를 갖췄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미약한 흑마법을 쓰긴 했지만, 별의 마나를 쓸것도 없이 내 손에 들려있는 협상 테이블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내게 덤볐던 걸까?
“으, 으… 아, 아파…”
“음…”
생각해보면 의문점은 더 있다.
분명히 내가 듣기로는, 그녀는 황궁의 지하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왜 갑자기 지하의 비밀금고에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역시 협상을 속행해봐야 할 것 같다.
– 철컥…
“으, 으익…”
차가운 눈빛으로 이클립스를 내려다보며 손에 들고 있던 테이블을 접으니, 그녀가 공포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더 맞을래? 아니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답할래?”
“사, 사실대로 말할게요… 그, 그러니 제발 그만해 주세요…”
그런 그녀에게 상당히 합리적인 제안을 해보니, 앞으로 기어온 이클립스가 내 발등에 고개를 얹고는 바들바들 떨며 말해온다.
“시, 시키는건 다 할게요. 바, 발 핥아 드릴까요?”
“아니.”
“아, 아무튼 원하는건 전부 해드릴게요…!”
눈을 찌푸리며 발을 빼려는데, 이클립스가 다급히 내 다리를 잡는다.
“누, 눈 한쪽도 안보이고 배는 이미 엉망진창이 됐어요… 다리 한쪽은 완벽히 박살난것 같아요…”
“………”
“이, 이대로 가면 망가져버려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전 여신의 모습이, 꽤나 불쌍해보이긴 한다.
하필 생김새도 태양신이랑 거의 똑같이 생겨서 더더욱.
하지만.
“…그래서 뭐?”
“흐, 흐이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건, 그 눈동자 녀석과 버금가는 만악의 근원.
그리고 애초에 눈동자를 이 차원에 끌어들인게 이 녀석 아닌가.
동정심 같은걸 품을 상대도, 용서나 관용을 베풀만한 상대도 아니다.
나 하나가 아닌, 이 차원 전체를 고통받게 한 녀석이니까.
– 스륵…
“잔말 말고, 묻는 거에나 대답해.”
“……..!!”
그렇기에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테이블을 그녀의 목에 받치니, 이클립스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후에는 누가 있지?”
“네? 그게 무슨 소리…”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질문을 던지자마자 모른척을 하려는 그녀.
“…케흑!”
“두번째는 없어.”
“흑, 흐극…”
있는 힘껏 그녀의 뺨을 후려친 뒤에 다시 질문을 던지니, 이클립스가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부여잡은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누가 널 고문실에서 탈출시키고, 여분의 흑마력을 제공한거냐고.”
“…그, 그분.”
“응?”
“아, 아니… 그 녀석이요.”
그러더니, 울음이 뒤섞인 목소리로 내게 속삭여오는 그녀.
“그 눈깔귀신… 있잖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얼마전에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더니… 절 풀어줬어요.”
그녀가 말하는 ‘눈깔귀신’이, 내가 생각하는 그녀석이 맞나?
“그, 그리고… 여분의 힘도 주고…”
“…헛소리.”
“지, 진짜에요!”
최선을 다해 설명을 이어나가는 이클립스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당신도 알거 아니에요! 그분의 힘을…”
“녀석은 이미 나한테 패배했어.”
“…네?”
“이미 최종결전은 끝났다고. 내가 이기고 녀석이 졌어.”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힌채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그녀.
“벌써 몇달 전의 이야기야.”
“아…..”
“지하에 갇혀있던 너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그렇게 말한 내가 그녀의 턱을 쥐고 눈을 맞추자, 얼이 빠져있던 이클립스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대, 대단하세요… 용사님…”
그러더니, 갑자기 애절한 눈빛을 띤채 혼신을 다해 아부를 떨기 시작한 그녀.
“저, 저도 항복이에요. 당신같은 우월한 존재에게 거스를 수는 없으니…”
“…..”
“요, 용사님은 착하니까… 항복한 사람을 어떻게 하진 않겠죠?”
“……….”
“저, 저 굉장히 쓸만 하답니다? 이래보여도 전 여신이라 아는것도 많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데요?”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한다.
“애, 애초에 그 눈깔 녀석은 저도 마음에 안들었어요… 이제부턴 그딴 녀석보다 몇배나 더 우월한 당신을 주인으로 섬길테니까…”
– 짜아아악!!
“…케윽.”
뻔뻔하게도 입을 놀리는 그녀의 뺨을 다시 한번 후려 갈겼는데, 그 충격으로 바닥에 엎어진 그녀가 내게 엉금엉금 기어온다.
“그, 그래요. 원하신다면 평생 화풀이용 샌드백으로 살게요…”
그러더니,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배의 양 끝자락을 두손으로 붙잡는 그녀.
“배, 배 때리는거 좋아하시죠? 마, 마음껏 치세요. 최근에 고문을 자주 당해서 얻어맞는건 자신이 있어요.”
“…원하는게 뭐야?”
그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수가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으니.
“모, 목숨만 살려주세요.”
다급히 그렇게 말해오는 그녀.
“아, 알아서 수납도 되고… 회복도 알아서 할테니까… 제발 목숨만…”
“음…”
처음에는 그냥 이 자리에서 눈동자의 곁으로 보내줄까 생각했지만.
방금전에 더 좋은 활용법이 생각났다.
“…수납, 된다고 했지?”
“네! 네에!! 시켜만 주신다면 최고의 장난감이 되어드릴…”
“여기로 들어와.”
“네?”
.
그로부터 몇분 뒤.
– 덜컹, 덜컹…!
“프, 프레이 씨?”
“용사님, 그건 뭐에요?”
잠시 뒤쪽으로 물려났던 글레어와 로즈윈이, 내가 들고있던 유리병 안에서 덜컹거리는 검은 구슬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별거 아냐.”
“아, 아까 그 녀석은요?”
“적당히 처리했어.”
이 세계의 만악의 근원중 한명을 옆에서 주운 유리병 안에 가둬뒀다고 설명하기에는 눈앞에 있는 두 소녀가 너무 여렸기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으음…”
그나저나, 고민을 해봐야 할게 몇가지 있다.
‘거짓말은 아닌것 같은데 말이지.’
일단 이클립스의 증언 자체는, 거짓말이 아닌것 같다.
자세한건 나중에 히로인들을 대동해 다시한번 확인해야겠지만, 일단 내게는 거짓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 눈동자 녀석이 그녀를 도와줬단 말인가?
이클립스에게 소량이지만 힘을 주고, ‘선조님이 남기신 보물’을 가로채라고 명령을 내린게 정말 그녀석이라고?
말도 안된다.
녀석은 지금쯤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을 터인데.
‘그렇다면, 사칭인가.’
어쩌면 눈동자의 위세를 빌린 누군가의 연극일수도 있다.
꽤나 그럴듯 한게, 진짜로 녀석이 살아있었다면 이클립스가 그렇게 초라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리가 없었다.
저번의 아카데미 공방전 때문에 녀석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도 많으니, 사칭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조만간 지옥에 한번 방문해봐야겠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옥에 한번 방문해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혹시 정말로 녀석일지도 모르니,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도 할 겸 겸사겸사.
“하나를 해결하니 또다른 신경써야 할게 생겼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투덜투덜 거리며 눈앞에 있던 선조님의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과연 이 안에는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을까.
– 끼이익…
그렇게, 잔뜩 기대를 품은 나의 앞에 나타난 물건은.
“어?”
다름 아닌, 고무로 된 무언가.
[첫번째, 무조건 피해라.]“…얼레.”
순간, 온 몸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에반데.”
이걸 쓰기엔, 이미 너무 늦었단 말이다.
아니, 늦었단 말입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선조님.
“…용사님, 이거 3단으로 되어있는데요?”
“어? 어어?”
엄청난 공포에 휩싸여 벌벌 떨던 나는, 어느새 옆에 다가온 글레어의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렇네?”
그녀의 말대로, 상자의 아래에 2칸이 더 있었다.
– 철커덕…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다급하게 다음 칸을 여니, 내 앞에 나타난 문구.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2번째 칸에는, 크리스탈로 된 병이 들어있었다.
“음, 이건…”
병 앞에 있는 사용설명서를 보아하니, 그나마 아까보다는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부탁입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채로 크리스탈 병을 품에 넣고 마지막 칸을 열은 나는.
[즐길수도 없다면.]의미심장한 문구와 함께 나온, 퀘퀘한 문서 하나를 보고는 눈을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그냥 받아들여라.]“…이거지.”
선조님 만만세.
.
마치 값비싼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조심 문서를 접어서 품에 넣는 프레이.
“좋아, 이것만 있으면…”
“프, 프레이씨? 그건 뭔가요?”
그 행동을 보던 로즈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해결책.”
“네?”
“선조님과 선셋 가문의 초대 당주가 만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내게 필요한 거야.”
“서, 선셋 가문이요?”
이윽고 프레이의 입에서 가문의 이름이 언급되자, 눈을 빛내며 입을 여는 그녀.
“흐, 흐흥. 그렇죠. 역시 선셋 가문이에요. 우리 가문이 없었다면 애, 애로사항이 많았을걸요?”
프레이가 품에 집어넣은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어느새 되찾은 자존감으로 인해 점짓 잘난척을 해보이는 그녀였다.
“호호… 호호호…”
“………”
그렇게, 어깨를 씰룩이며 입을 손으로 가린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로즈윈을 가만히 쳐다보던 프레이가.
“…그럼, 슬슬 조용한 곳을 찾아볼까?”
“오호호… 네?”
조용히 로즈윈에게 다가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한테 했던 약속을 이행해야지.”
“………!!!”
그 덕분에 상상도 못했다는 듯이 잠시 맹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귀를 빨갛게 물들이며 소심하게 중얼거리는 로즈윈이였다.
“사, 상냥하게 부탁… 아, 아니.”
“……?”
“…최대한 거칠게 부탁드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