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7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74화(474/524)
Episode 474
“하아…”
호텔에서의 잊을 수 없는 몇주일이 지나고, 슬슬 모든게 익숙해질 무렵의 아침.
“걱정이에요.”
히로인들과 함께 식당에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앞에서 세레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걱정은 무슨 걱정?”
“저 요새 살이 좀 찐것 같지 않나요?”
무슨 소린가 싶어 질문을 던져보니, 내게 돌아온 여전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말.
세레나가 살이 찌다니?
지금 이 모습이 살이 찐 거라면, 세상에 좌절에 빠질 여자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최근들어 샐러드만 잔뜩 먹어대면서, 살이 찌긴 뭐가 살이 쪘다는거야?”
심지어 그녀가 임신을 하며 자주 찾게 된 음식은, 다름 아닌 샐러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살이 찌는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가.
“그치만… 산뜻한 드레싱 소스를 듬뿍 뿌리는걸요.”
“……….”
“그리고 신 과일도 잔뜩 넣고요.”
“그래서 요점이 뭔가요.”
꼭꼭 숨어있을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옆에서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니아가 툭 질문을 던진다.
하여간 이럴때는 카니아가 최고라니까.
“원래 얼마전까지는 식욕이 떨어졌었는데, 최근에 다시 돋은걸 보니…”
하지만, 그런 카니아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세레나.
“아마, 정말로 머지 않았나 봐요.”
“…….!”
그 말을 듣자 노곤한 아침 햇살에 잔뜩 풀어져있던 나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임신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지.
게다가 담당의사의 말로는, 출산이 머지 않았다는데.
그럼, 조만간 나는 정말로 아빠가 되는 걸까.
“그냥 식욕이 왕성해지신게 아닙니까?”
“아뇨, 최근에 두통도 좀 있고 빈혈기도 도는걸 보니… 아마 맞는것 같아요.”
“어라, 그러고보니 요즘에 나도 그렇다만.”
조용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으니, 카니아의 딴지에 조곤조곤히 반박을 하고 있는 세레나의 말에 루비가 끼어든다.
“식욕도 다시 돌고, 머리도 가끔씩 아픈데다가 빈혈기 까지… 몸이 약해진다는 기분을 몸소 체험중이다.”
“아, 역시 당신도 그렇군요.”
“………”
그렇게, 둘이 서로를 마주보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조용히 입을 다무는 카니아.
“”……….””
그리고 마찬가지로, 조용히 입을 다문채 둘을 빤히 쳐다보는 히로인들.
“우리도 임신 했는데…”
“저, 저도 몇주전에… 했어요? 아마?”
뾰루퉁한 카니아의 중얼거림과 눈치없는 로즈윈의 목소리가 섞여, 평화로운 아침의 식당에 잔잔히 흐른다.
‘…다들 피곤해보이네.’
몇주 전과는 달리 최근 호텔의 분위기가 잔잔해진 이유는, 밤에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어서겠지.
슬슬 임신 초기인 그녀들의 식욕이 늘 때지만, 어쩐지 식욕이 아닌 다른게 늘어난 것 같을 정도니 말이다.
그녀들의 말에 따르면, 조금 있으면 당분간은 못하게 되니 미리미리 해두는 거라는데.
그렇다면, 모두가 출산을 한 이후에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프레이, 왜 몸을 떨고 있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쓸데없는 잡생각 때문에 온 몸에 오한이 들어 몸을 벌벌 떨고 있으니, 세레나가 내 손을 맞잡으며 질문을 던져온다.
“어디 아픈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으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희 산책이나 좀 하면서 건강이나 챙길까요?”
몸이 너무 허하긴 하지만 그것 빼고는 딱히 아픈곳은 없기에 그렇게 답하니,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짓는 세레나.
“가볍게 한바퀴만 돌고 싶은데, 손좀 잡아주시겠어요?”
감히 누구 말이라고 거역할까.
“저기, 프레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루비가 볼을 발그스레 물들이며 손을 내민다.
“나, 나도 잡아다오.”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 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자고 달려들었던 마왕이 맞나 싶다.
“나도 산책에 나가고 싶다.”
과연 과거의 내가 이 수줍은 소녀를 봤다면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기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 스륵…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히로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일어나는데, 갑자기 내 팔에 휘감겨지는 개목걸이 줄.
“…오, 오랜만에 산책 시켜주세요.”
루루가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에 줄을 칭칭 감고 있었다.
“……….”
왠지 모르게 험난한 산책이 될 것 같다.
.
“슬슬 여름이라 그런지 벌레가 많네요…”
“으, 난 벌레가 싫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던 산책이지만, 그래도 이왕 나와보니 꽤나 기분이 좋았다.
마침 호텔 근처에 산책을 하기 좋은 공원이 있기도 했고, 호텔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단 역시 바깥 공기를 쐬는 편이 더 좋으니 말이다.
“………”
그런데 산책을 따라나온 루루는 뭔가 불만스러운 눈빛이다.
설마 목줄을 안 채워줬다고 저러는건 아니겠지?
아무리 내가 지금 세계를 구한 용사로서 대우받는다고 해도, 루루같은 연약해보이는 아이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다니면 무슨 취급을 받을지 눈에 선히 보인다.
“저, 저기… 프레이 아니야?”
“헐, 대박.”
특히 남녀노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내 얼굴을 알게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더욱.
존재감을 옅게 만드는 마법을 썼는데도, 몇몇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채고 있으니 말이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응?”
임신 말기인 둘을 위해서라도 마법을 더 강화해야 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한가로운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거닐던 세레나가 태연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방금 말한 저 둘은, 사실 저희 집안의 자객… 아니, 심복이랍니다.”
“…뭐?”
하지만 그런 태연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당혹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던지니, 돌아오는 기막힌 답변.
“만약 근처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던 사람이 저 말을 들으면, 존재감 제거 마법이 전개되고 있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확률이 높겠죠?”
“…그렇지?”
“그렇다면 저희에게 시선을 보내거나 접근해올 가능성이 높아질테고… 그때 조용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목에 손을 그어보이던 세레나가,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배를 문지르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맺는다.
“혼쭐을 내주는 거죠. 후후…”
역시 세레나라고 말해주고 싶긴 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킁킁…”
“설마, 냄새를 맡으면서 경계중인거야? 루루?”
“아뇨, 냄새를 눈으로 보고 있어요.”
“……”
나와 세레나는 제외하더라도, 내 뒤에 있는 애완견을 자처하는 소녀의 말 한마디면 상황이 종료될텐데.
“…흐아암.”
아니, 루루까지 가지 않더라도 방금 내 옆에서 하품을 한 루비가 손가락을 한번 깜빡이기만 하면 습격자는 뼈와 살이 분리되지 않을까.
새삼스럽지만, 우리 진짜로 강하구나.
“그래도, 안전 불감증에 빠지는 것 보단 과잉 보호가 더 나은걸요.”
“그렇긴 하지.”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이잖아요.”
그렇지만 세레나의 말을 들어보니, 그게 또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떻게 얻어낸 해피엔딩인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죠.”
확실히 해이해지는 것보단, 과잉 보호가 백배 나으니 말이다.
“그럼, 최대한 안전한 쪽으로 가자.”
“좋아요, 마침 왼쪽으로 꺾으면 제가 애용하는 산책로가 나오네요.”
“…무작정 따라나오긴 했는데, 역시 난 산책이 뭐가 재밌는지 하나도 모르겠구나.”
“우리 아이한테 좋은거니까요.”
그렇게, 주변을 적당히 경계하며 나무가 우거진 공원을 나닐던 우리.
“하아… 하아…”
“……?”
한동안 지속될 것 같던 한가로우면서도 무료한 우리의 평화는.
“이, 이상하네요… 갑자기 왜 이러지…”
“세레나?”
식은땀을 흘리며 길가의 벤치에 주저앉은 세레나의 이상반응 덕분에,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어, 어디 아파? 왜 그래?”
“배, 배가…..”
다급히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맞잡는데, 세레나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배가 아파요…..”
“뭐?”
그 순간, 내 뇌리를 스치는 단어 하나.
“설마…..”
“사, 산통 아니느냐?”
너무나 당황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나 대신, 마찬가지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비가 답을 해 주었고.
“아, 아으악…..”
그 순간, 세레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내 소매를 붙잡은채 비명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 당장 병원에 가야겠어.”
그동안 작은 산통이 여러번 왔었지만, 이렇게나 강력하게 온 것은 처음이다.
심지어, 주치의의 진단에 의하면 언제든지 출산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라 했으니…
“으, 으으…”
“빠, 빨리! 엎혀, 세레나!”
새파랗게 질린채 머리를 굴리던 나는, 살짝 젖은 세레나의 아랫도리를 보고는 생각을 포기하고 그녀를 등에 들쳐 엎었다.
“루비, 루루! 너희는…”
그런 다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으, 으하?”
“언니?”
바로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믿을 수 없는 광경.
“이, 이상하다. 프레이…”
“언니, 왜그래!?”
마찬가지로 바닥에 주저앉은 루비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너무 아파…..”
“루, 루비.”
“이, 이몸이 고통을 느끼다니. 어, 어째서지…?”
유난히 햇살이 따듯하던 여름의 어느날 아침.
“으윽…”
“언니!!”
다급히 우리의 곁으로 달려오는, 세레나가 미리 대기시켜둔 심복들과 주치의와 함께.
“빠, 빨리 병원으로 가야됩니다. 순간이동 스크롤을 사용할까요?”
“아, 안돼요! 태아한테 안좋아요!”
“저, 그건 세레나님이 저번에 미신이라고…”
“아무튼 안돼!!”
두 아내의 출산을 맞이하게 된 나는, 양 팔을 꽉 붙들린채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부축하세요!! 당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