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7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75화(475/524)
Episode 475
“까득… 까드득…”
“저, 저기… 남편분?”
출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다해 달려온 제국 병원.
“까드드득…”
그 병원의 복도에서, 현재 나는 하염없이 서성이며 손톱을 물어뜯는 중이다.
“소, 손에서 피가 나시는데요…”
“……….”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나의 팔을 붙잡는 간호사의 말대로 입 안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세레나와 루비가 앞에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간 이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이 안될 정도인데.
어째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인걸까.
혹시 출산이 늦어지고 있는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인가 문제라도?
“으으…”
속이 매스껍다. 온 몸에서 오한이 돌고, 머릿속이 너무나도 차가운 느낌이다.
당장에라도 저 문을 열고 뛰쳐들어가고 싶은 마음과, 이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상황.
그런 상황이 지속되니,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저, 정신차리세요! 남편분!”
그렇게, 계속해서 몰아치는 생각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옆에서 내 팔을 잡고 있던 간호사가 언성을 높여 소리쳐온다.
“이럴때일수록 남편분이 버팀목이 되어주셔야죠!”
“…아, 네.”
맞는 말이다.
내가 이러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든든한 모습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이런 험한 꼴을 보여줄 수는 없지.
“죄송합니다…”
그렇게,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두분은 현재 저희 제국 병원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돼요.”
“그건 저도 압니다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원래 초산모의 경우 9시간에서 19시간은 걸린답니다.”
이윽고, 친절하게 이어지는 간호사의 답변.
“만약 그 시간을 넘기게 되면 저희가 따로 조치를 취할거에요. 그러니 걱정은 이제 살짝 내려놓으시죠.”
“하아…”
그녀의 상냥한 답변덕분에 쿵쿵 뛰던 심장이 거의 가라앉았지만, 이번에는 심각한 수준의 피로감과 탈진감이 몸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많이 긴장하셨나봐요?”
“네… 상황이 상황인지라.”
“물이라도 마시면서 조금 쉬시죠. 앞으로 몇시간은 더 기다리셔야 하니.”
덕분에 꺼질듯한 눈빛을 띤채 소파에 축 늘어져 있으니, 내 손에 물컵을 들려주며 등을 토닥여주는 간호사.
“…혹시, 동대륙 여우 일족 출신이십니까?”
그런 그녀의 손에 나있는 잔털과 머리에 삐죽 솟아있던 귀를 그제야 발견한 나는, 한층 진정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 네. 몇개월 전에 취직했어요.”
“아하…”
“아무래도 저희 일족은 의학에 해박하다 보니, 할 일도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러자, 내 옆에 앉으며 감추어두었던 꼬리를 꺼내는 그녀.
“들킨 김에 잠시만 꺼내놓고 있어도 되려나요? 평소에 숨기고 있는건 너무 답답해서…”
“괜찮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죠.”
내 허락을 받자 신난 표정으로 꼬리를 꺼내들고 살랑이기 시작한 간호사를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긴장도 풀겸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궁금한게 있는데 말입니다.”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혹시… 미호라는 아이의 행방을 아십니까?”
그 말을 들은 간호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족장님의 막내딸을 말하시는 걸까요?”
“네, 저희 저택의 메이드로 있겠다고 난리를 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서 말입니다.”
“아아…”
그러다가 자초지종을 짓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
“족장님이 잡아가셨어요.”
“아하.”
“잡혀온 부족의 뒤를 이을 딸이 갑자기 인간이랑 결혼을 한다고 선언하니, 마을이 난리가 났었죠.”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뭐, 그곳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제가 마을을 나오기 전까지, 매일매일 탈출 소동이 있었답니다.”
“네?”
“아마 지금쯤이면 탈출에 성공했을지도.”
“………”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아버리는 바람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녀가 품에서 기록지를 꺼내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저, 그래서… 두분 중에 어떤분이죠?”
“네?”
“두 분중에 아내분이 누구신가요?”
이윽고, 살짝 흐르기 시작한 정적.
“……..둘 다인데요.”
“어머.”
살짝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니, 간호사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미소를 흘린다.
“벌써 긴장이 다 풀리신 건가요? 농담도 다 하시고.”
“아니, 그게… 진짜인데…”
그렇다.
아직 나와 히로인들의 혼인 관계는 대중들에게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하게도 그녀들 모두가 임신중이라는 사실 또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고 말이다.
“자, 이제 농담은 그만 하시고…”
“으, 으음.”
일반적인 반응이 이렇다면, 발표 당일 내게 쏟아지는 시선은 과연 어떨까.
“저저저 저기, 나, 남편분?”
그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의 끝쪽에서 울려퍼지는 또다른 목소리.
“추추추,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유난히 키가 작아보이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일순간 얼어붙어 있으니,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든다.
“지, 지금 분만실로 오시겠나요?”
지금 이 상태에서?
물론 이곳에 오기전에 소독 마법으로 살균을 한 상태니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상황인지라,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는다.
“가보세요.”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며 멍을 때리고 있으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남편이 옆에 있어주면, 산모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답니다.”
여우 일족 간호사의 말을 들은 나는,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조용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이럴때 남편 노릇을 해야지,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네, 네네 네에… 그럼 이, 이쪽으로…”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은채 분만실로 향하던 나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한가지 의문.
“흐, 흐익.”
방금 분만실에서 나온 이 의사는, 왜 날 보자마자 이리도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걸까?
.
“아, 아으으으…!”
“윽, 으극…..”
의사와 함께 들어온 분만실에는, 세레나와 루비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 아악…..”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는, 나의 비명 소리 또한 섞여 있다.
– 꽈드드드득…
세레나와 루비가, 내 머리채를 양 옆으로 쥐여잡은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으득.”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지만, 이를 악물며 꾹 참았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고통은 지금 이 것보다 몇배는 더 할테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게 맞겠지.
“…그런데, 대부분의 남편들이 이런 자세를 취한다는게 정말입니까?”
“………”
그런 생각을 하며 나에게 이 자세를 추천해준 담당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아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저기…..”
“심호흡 하시고, 집중하세요. 조금만 더…”
덕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미덥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데, 갑자기 아까의 떨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상당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의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 우드득…
“…으헉.”
찰나의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머리에서 다시 느껴진 고통 때문에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머리숱이 많은 체질이라 다행이다.
“흐아아…..”
“…으, 으으.”
그렇게 나의 은색 머리칼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세레나와 루비의 지친 신음소리가 분만실에 낮게 깔릴 무렵.
“자, 마지막으로 힘을…”
그렇게 말한 키작은 의사가, 손을 아래로 뻗었고.
“아으으윽…….”
“하으으으으…”
그녀의 말대로 눈을 질끈 감은 세레나와 루비가, 마지막으로 내 머리채를 거세게 비틀며 비명을 지른 순간.
“축하드립니다!”
“어머, 쌍둥이네요.”
“와… 진짜 귀엽다…..”
주변에 있던 간호사들이, 일제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여전히 남아 있는 머리의 고통 덕분에 눈물을 찔끔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프레이.””
마찬가지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세레나와 루비의 품에 안겨있던.
“으, 으앵… 으아앙…”
“응애… 응애…”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축복들을 발견했다.
“아들은 제 머리칼에 당신의 눈동자, 딸은 당신의 머리칼에 제 눈동자를 가졌네요.”
그 경이로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니, 자신의 품에 안긴 쌍둥이 자식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세레나.
“내 자식들은 그 반대로구나.”
루비 역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품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쌍둥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아기가 너무 귀엽네요, 후후.”
“어라? 설마 정말로… 두분다 남편이……”
아마 지금 이 순간은, 내 생애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날로 남게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