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7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76화(476/524)
Episode 476
“어머, 다들 오셨나요?”
세레나와 루비가 출산을 한지 며칠 뒤.
“어디… 다들 선물은 사왔겠죠?”
두 소녀가 지내고 있는 회복실에, 익숙한 얼굴들이 방문을 해 왔다.
“제국 3대 부자중 한명이면서 선물은 무슨.”
“도련님께 급료를 받지 않은지 오래인지라.”
“전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겨우 방문했어요!”
“페를로체, 그럴땐 시간을 쪼갠다고 하는거에요.”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듯한 이리나와 무덤덤한 눈빛을 띄고 있는 카니아.
오늘도 어김없이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페를로체와, 그 옆에서 그녀의 말에 딴지를 거는 최근 들어 다크서클이 부쩍 늘어난 클라나까지.
“말들은 그렇게들 하시면서 챙겨오긴 챙겨오셨네요?”
말만 들으면 매정하게도 아무것도 안 챙겨온 것 처럼 보이지만, 그녀들의 손에는 선물들이 한아름 들려있었다.
“”……….””
하지만, 세레나의 말을 못들은체 하고 근처에 있던 식탁에 선물을 올려놓는 그녀들.
“오늘 일이 있어서 못온 세명이 남긴 선물입니다.”
“그걸 고려하더라도 꽤나 많은데…”
“그냥 잠자코 받으시죠.”
기어이 끝까지 추궁을 하던 세레나가, 카니아의 발끈한 목소리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눕는다.
“아, 내가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옆의 의자에 앉아있던 내게 손을 뻗는 그녀.
“프레이, 저 좀 일으켜 세워 주세요.”
“왜? 또 업무 보려고? 그건 내가 한다고 했잖아?”
“당신은 못미더워요. 제가 볼게요.”
그런 그녀에게서 내 무릎에 놓여져 있던 문서들을 살짝 떨어트려 놓자, 세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팔을 아둥바둥거리기 시작한다.
“뭐, 뭐에요. 업무보게 해주세요.”
“어허.”
“으익.”
업무를 보겠다는 쓸데없는 집념을 불태우는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밀어 다시 자리에 눕히자, 힘없이 밀려난 세레나가 입을 삐죽 내민채 내게 말해온다.
“제가 말했잖아요. 산후 조리는 완전히 비효율적인 문화에요. 실제로는 출산후 바로 퇴원해도 문제가 없…”
“말도 안되는 소리좀 하지 마. 팔에 힘이 하나도 없는 주제에.”
평소에는 그녀의 말에 항상 지는 나지만, 이번 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
“글쎄, 업무는 볼 수 있다니까요? 곧 열릴 즉위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늘부터 매일 밤을 새도 모자란데…”
“너, 자꾸 그러면…”
“…..?”
그렇기에, 눈을 딱 감고 쓴 비장의 무기.
“…나, 삐질거야.”
“오.”
그 말을 들은 세레나가, 솔깃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삐진 모습, 은근히 보고 싶은데…”
“………”
“프레이? 설마 삐진거에요?”
“………..”
“저기요~? 프레이?”
슬슬 얼굴이 빨개지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레나에게 이기려면, 이 수단 밖에 없는걸 뭐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죠, 대신 다 하시면 꼭 저한테 검수를 받으셔야 해요?”
“…응.”
그렇게 약 몇분간 이어진 눈치싸움 끝에, 조용히 입가를 손으로 가린 세레나가 그렇게 말함으로서 대치 상황이 끝나게 되었다.
“아유, 귀여워라.”
그 결과, 나는 세레나의 안전한 휴식을 얻어냈지만.
“””……….”””
아무래도.
“아무리 그래도 여기선 안되겠지?”
“네, 이리나 씨. 저희도 자제심이란걸 좀 길러야 합니다.”
상황을 빤히 지켜보던 히로인들의 인내심은 꽤나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여러분, 제가 다리를 잡았어요.”
“성녀가 되어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면 안되는거에요, 페를로체 씨.”
“그치만…”
순식간에 페를로체에게 다리를 붙들리는 바람에 조용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속삭이기 시작한 클라나.
다행히, 정상인 포지션이 한명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저희는 권력자잖아요? 권력자는 권력자만의 방식이 있는거에요.”
“네?”
잠깐, 뭐라고?
“저희 둘의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에요. 프레이 전용 초야권도 꿈이 아니라고요.”
“…오오.”
방금했던 말 취소.
.
“이건 영양제네요? 고맙긴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건강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꿀밤 마렵네, 진짜.”
“후아암…”
가져온 선물들을 뜯어보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세레나와 히로인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 침대에서 들려온 하품소리.
“으음, 너희들이더냐.”
기지개를 하며 몸을 일으켜세운 루비가,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한 목소리를 낸다.
“우리 아이들을 너희들이 봤었나? 이 몸을 닮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위엄이 넘친다. 그렇지 프레이?”
“응응.”
솔직히 위엄이 넘치기보단 귀여운게 크지만, 잠자코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카니아와 이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연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이를 못봤군요.”
“한번 보고 싶은데, 어디에 있어?”
그러자, 씨익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을 튕기는 루비.
– 파지지지직…
바로 그 순간, 회복실 맞은편의 공간이 쭈욱 늘어나며 눈앞에 다채로운 결계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저와 루비가 직접 고안했죠, 후후.”
“공간 마법에 봉인 마법에 5중첩 결계까지… 마신이든 드래곤 로드든 간에 이 안에 간섭하는건 불가능에 가깝겠군요.”
“나도 이걸 구현하려면 일주일은 걸릴것 같은데… 설마 이걸 아이들을 위해서?”
“누구 아이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이들을 위해 회복실 안에 신조차 간섭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계를 만들어둔 둘이 더 대단한걸까, 그걸 눈으로 보기만 했으면서 일주일만에 구현 할 수 있다는 이리나가 더 대단한 걸까.
– 파즈즈즈…
“잠시 해제해 놨으니, 조심히 보거라.”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손짓을 하는 루비.
이참에 나도 다시 한번 아이들의 얼굴을 눈에 담아두기로 할까.
“…귀여워.”
“역시 도련님의 아이들이군요.”
“쉿, 다들 자고 있어요!”
“페를로체, 그럴땐 당신도 목소리를 낮춰야 해요.”
그렇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이 누워있는 침대로 가보니, 이미 침대에 붙어있던 그녀들의 어쩔줄 몰라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으…”
“푸흐흐… 자면서 옹알이 하는 것 좀 봐.”
“머리색을 보아하니… 왼쪽이 세레나 씨와 도련님, 오른쪽이 루비씨와 도련님의 아이들이겠군요.”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아이들에게 뻗는 카니아.
“으부.”
“…..어?”
바로 그 순간, 카니아의 손가락을 잡은 세레나와 나의 딸이 눈을 번쩍 뜨더니 눈빛을 빛내며 옹알거리기 시작한다.
“으부.”
“네? 저… 저요?”
“으부.”
“아, 아닙니다. ‘아빠’는 이쪽에 계신 도련님입니다.”
“으부!”
“그, 글쎄 전 아니라니깐요…”
그녀의 옹알이 덕분에, 진땀을 빼며 손사래를 치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곁눈질하는 카니아.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직 눈도 잘 못뜨는 아이의 옹알이에 뭘 그리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바보야.”
꽤 오랜만에 튀어 나온 카니아의 바보 기질에 조용히 웃음을 흘리던 바로 그 순간.
“으부.”
“어?”
이번엔 나의 손가락을 잡은 내 딸이, 분명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왔다.
“으부.”
“아, 아빠라고?”
“으부!”
“드, 들었어? 얘가 나보고 아빠래!”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니다.
세레나의 보라색 머리칼과 나의 은색 눈동자를 물려받은 딸의, 저 작고 앙증맞은 입에서 분명하게 ‘아빠’라는 소리가 나왔단 말이다.
벌써부터 말이 트다니.
세레나의 피가 섞여서 그런가? 우리 딸은 어마무시한 천재인것 같다.
“중증이네…”
“브에.”
“앗.”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딸을 조심스레 안아들고 있는데, 옆에서 시큰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이리나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진다.
“그나저나 얘네들은, 뿔이랑 꼬리가 나있네?”
“브에?”
“혼혈 마족도 뿔이랑 꼬리가 나는구나… 자료가 없어서 알 수 없었는데…”
“이놈! 우리 아이를 자료 취급하지 말거라!”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리나에게, 저 멀리서 언성을 높여 항의하는 루비.
“우, 우으…”
그 목소리에 잠을 깬 루비와 나의 아들이,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어어? 잠깐, 잠깐만…”
“흐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시작된 울음.
“후에에에에…”
“차, 착하지? 얘들아?”
이윽고 그 옆에서 자고 있던 루비와 나의 딸마저 잠에서 깨버린채 울음을 터트렸고.
“용사와 마왕의 자식인것 치고는… 많이 귀엽네요.”
“응응, 애들이 참 착하게 생겼다.”
“너희들은 입다물거라! 프레이, 그 녀석들을 내가 안게 해다오.”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리는 카니아와 이리나에게 다시 언성을 높인 루비가, 다급히 두 팔을 뻗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 괜찮겠지? 루비?”
“무슨 말을 하는게냐! 빨리 안겨다오!”
내가 알기로는, 마족의 육아 방식은 상당히 거칠고 엄격하다고 한다.
강자존이 기본인 마족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겨난 규율이니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는데.
역시 지금이라도 말리는게 좋을까?
“우쭈쭈… 우리 아가들.”
“…….???”
그렇게 찰나의 순간 수만가지 생각들과 고민을 하던 나는, 갑자기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대로 사고를 정지할 수 밖에 없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쪄요?”
“헤헤헤…”
“흐헤…”
아이들을 높이 든채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달래는 루비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헤실헤실 웃는 아이들.
“어, 음…”
“저게 마왕?”
이리나의 말대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포의 존재였던 마왕이 저렇게나 열성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절로 정신이 멍해진다.
“우르르르… 까꿍!”
“꺄하하…!”
“저, 그런데… 도련님.”
그렇게 한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루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들려온 카니아의 질문.
“아이 이름은 정하셨는지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옆에 누워 있던 세레나를 가리켰다.
“아, 아이 이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그러자, 어느새 품에서 길고 긴 리스트를 꺼내들고는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 세레나.
“이 중에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끊임없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종이의 방대한 길이에, 히로인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랑 프레이는 아직 216번째밖에 토론을 못했는데, 오늘 당신들과 함께 최소한 1000번까지는 토론을…”
그건 그렇고, 진짜 이름을 뭘로 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