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7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77화(477/524)
Episode 477
선물을 한아름 손에 들고 회복실에 찾아왔던 히로인들.
“아, 음… 그러고보니 드래곤들이랑 할 회의가 있었지…”
“즈, 즉위식에 관련해서 꼭 끝마쳐야 할 일이 생각났네요…”
“생각해보니 벌써 기도드릴 시간이에요!”
약 10시간 가량을 세레나와 나의 아이들 이름찾기에 휘말렸던 그녀들은, 결국 시름시름 앓는 표정을 지으며 방을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흐음…”
“지금도 아기 이름을 고민중이십니까? 도련님?”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창가에 다가가 어느덧 찾아온 밤하늘을 멀뚱멀뚱히 보고 있으니, 유일하게 남아있던 카니아가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응.”
그녀의 말대로다.
아이들이 태어난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자료조사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뭐가 문제인 건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자료가 너무 많아서 문제지.”
아이들의 후보 이름 자체는 넘쳐난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겠지.
덕분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가며 어젯밤까지 세레나, 그리고 루비와 함께 이름 리스트를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세레나 씨는 몰라도, 도련님과 루비씨까지 그러실줄은 몰랐습니다.”
“그치만 애 이름은 중대사항인걸.”
“그렇긴 하죠.”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 이름을 정하는 것은 중대사항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평생동안 가지게 될 이름인데, 당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지.
“확실히 깊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긴 하지만… 할일이 산더미처럼 늘어난 지금 상황에서 계속 시간이 끌리는것 또한 문제입니다.”
“…..”
“도련님? 듣고 계십니까?”
“………..”
“도련님?”
아무래도 리스트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765번째였는지 766번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살짝 끌리던 이름이 있는데…
“도련님!”
“으앗.”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언성을 높인 카니아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니?”
그러자, 내 시야에 들어온 미소를 짓고 있는 카니아의 표정.
“이럴때는 경험자에게 도움을 받아보시는게 어떤지요.”
“경험자? 그렇지만 경험자라면…”
– 똑똑똑…!
“아, 마침 도착하셨나보군요.”
그런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회복실의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누구…?”
뭔가 싶어서 고개를 휙 돌린 바로 그 순간.
“프레이!”
“아들아…”
너무나도 반갑고 익숙한 모습들이, 눈 앞에 나타났다.
“오, 오빠… 오랜만…”
“어디, 아이는 어디있니? 한번 보자꾸나.”
“침착해요, 여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의 등장이였다.
.
“아, 잠시만요… 저희가 안전 장치를 구사해 놓아서…”
“지금 해제를…”
인사할 틈도 없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온 어머니와 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올리며 아이들에게 쳐져있던 결계를 해제하기 시작한 세레나와 루비.
“아, 여기있나 보구나.”
“흐음, 결계인가.”
“”…….!””
그러나 방 안으로 들어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눈을 빛내며 방의 구석으로 직진하자, 두 소녀가 흠칫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어떻게 아시는거지?”
“드래곤도 기척을 느끼지 못할터인데…?”
이리나를 아내로 둔 입장에서 이런말을 하긴 뭐하지만, 한때 두분은 드래곤을 애완동물로 기른적도 있었다.
즉, 비교할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와, 꽤나 정교한 마법진이네요. 한번 파훼해보고 싶은데…”
“이런건 그냥 힘으로 박살내면 된다오.”
“제정신인가요? 안에 아이가 있잖아요. 지성있게 행동하세요, 아브라함.”
“아니, 애초에 멀쩡한 마법진을 왜 해체하려는 겁니까. 둘다 하지 마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막나가려는 부모님을 땀을 뻘뻘 흘리며 제지하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식은땀을 흘리던 세레나와 루비가 다급히 결계를 해체한다.
“오오!”
“어머.”
“와아…”
그러자, 이내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지르는 부모님과 뒤늦게 다가와 까치발을 든 아리아.
“”………?””
새근새근 잠을 자던 아기들이, 사람의 기척에 부스스 눈을 뜨고는 가족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오오오…! 오오….!!”
그런 아기들을 내려보다가,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아버지.
“기척을 느끼자마자 눈을 뜨다니, 다들 재능이 있구만!”
“그게 포인트였습니까?”
하여간, 아버지는 참 못말리신다니까.
“마나의 그릇이 다들 참 넓네요. 하긴, 누구 자식들인데.”
어머니도 마찬가지고.
“모두 대마법사가 될 자격이 있어요. 참으로 기쁜일이네요.”
“무슨 소리, 검이 더 어울리겠구만.”
“우, 우아…”
이내 별것도 아닌걸로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부모님을 뒤로한 아리아가, 조심스레 올망똘망한 눈빛을 띄고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뻗는다.
“으부?”
“브에…”
그러자, 호기심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마찬가지로 아리아에게 손을 뻗는 아기들.
“”……..””
잠시 후 아리아의 손가락을 붙잡은 아이들이 싱글벙글 미소를 흘리자, 가족의 이목이 전부 집중된다.
“진짜 귀엽다…”
“어, 어디… 나도 어디 한번 안아보자꾸나.”
한참동안 홀린듯이 요람을 내려다보던 가족들 사이에서, 눈이 돌아간채 두 팔을 뻗기 시작한 아버지.
“아이고, 귀여운것들. 어디보자, 이 쬐끄만 녀석들이 내 손자란 말이지…?”
“우으…”
“으에…”
“…..?”
하지만, 어쩐지 아이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쁘에에에에엥…!”
“후에에에에에…..”
“어, 어어? 왜들 이러느냐?”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손길이 닿기 직전에 동시에 눈물을 터트리고 만 아이들.
“차, 착하지? 우르르르… 까꿍?”
“흐아아아아아아앙…!”
“우, 우브… 우브으…”
뒤늦게 재롱을 부려보는 아버지였으나, 남은 두 아이마저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그야말로 대참사가 일어나버렸다.
“저리 비켜보세요.”
“으헉.”
덕분에 잔뜩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어머니의 매서운 팔꿈치 찍기에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아버지.
“울지 마렴, 얘들아.”
“으브?”
“후에에…”
이윽고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과 목소리가 닿자, 서럽게 울던 아이들의 눈물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한다.
“므마! 마아…”
“꺄하하…”
잠시 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정된 아이들이 이제는 아예 꺄르륵 웃음을 흘리며 어머니에게 팔을 뻗은채로 바둥바둥 거리기 시작했다.
“착한 아이들이로구나.”
한번 단체로 울기 시작하면, 세레나와 루비도 진정시키기 어려운데.
역시 어머니는 어머니인가.
“옛날에 아브라함이 하도 너희를 울려서, 눈물을 그치게 하는데에는 도가 텄단다.”
“큼, 어흠…”
그런 뒷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우…”
“브에…”
“또 자네. 녀석들.”
어쨌든간에, 어느새 다시 잠에 든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허리, 허리가…”
“괜찮으십니까, 아버지?”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아까 팔꿈치로 맞으실때 뼈라도 맞으신걸까?
그런데 왜 옆구리가 아니라 허리를 붙잡고 계시지?
“프레이, 그나저나 말이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네?
“쉿, 목소리를 낮추거라.”
아무튼 아버지를 부축해드리려 자세를 낮추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여 오신다.
“글레어라는 꼬맹이가 은신마법을 그리 잘쓴다면서?”
“어, 그렇긴 합니다만…”
“어서 그 꼬맹이를 불러다오. 제발…..”
갑자기 글레어는 왜 찾으시는걸까? 그것도 간절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러고보니, 스타라이트 저택은 지난 며칠간 연락두절이였죠.”
“그러게, 출산때도 부르려고 했는데 결국 못 불렀지.”
“그래서 제가 어제 직접 찾아갔는데 말입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카니아가 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저택에 통째로 결계마법이 쳐져있더군요.”
“뭐?”
“아무도 못나가게요. 아주 강력한 별의 마법으로.”
그제야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제 두번째 동생을 볼 수 있는 겁니까?”
“시끄럽다. 어서 그 꼬맹이를 불러.”
“저도 어디있는지 잘 모릅니다.”
“살려다오, 아들아.”
어쩐지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더라.
“아마 마탑에 있지 않을까요?”
“마, 마탑? 마탑에 있단 말이지?”
살짝 동병상련이 들어 꼬맹이가 있을법한 위치를 귀뜸해주니,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아버지.
“마탑이요?”
“”…아.””
하지만 눈을 번쩍 뜬건, 아버지 만이 아니였다.
“그게, 내가 마탑에 볼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먼저 저택으로 들어가게나. 나는 천천히…”
“마침 저도 마탑에 볼일이 있는데, 잘됐네요!”
“다, 당신이 왜?”
“오랜만에 스승님 얼굴이나 보려고요. 그러니 같이 가요.”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의 어깨를 꽉 붙잡는 어머니.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브라함, 조용히 해.”
“제발 나 좀 살려줘…”
음, 자는 아이들이나 좀 더 구경하고 있을까.
.
그로부터 몇시간 뒤.
“그렇구나, 그럼 이 이름이 좋겠어.”
“역시… 어머님도 그 이름이 가장 좋으시군요?”
“…만족스럽군.”
나와 세레나, 그리고 루비는, 새로 온 지원군인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의 이름을 겨우겨우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너희들의 이름은 아르테, 그리고 녹스란다.”
그렇게 말하며 딸과 아들을 쓰다듬는 세레나.
“너희들의 이름은 스피네, 그리고 메랄드. 잘 기억하거라.”
마찬가지로 딸과 아들을 쓰다듬으며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소근거리는 루비.
정작 그 이름을 부여받은 아이들은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지만, 아무튼 간에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였다.
“그래서, 이름 발표는 즉위식때의 파티에서 한다고?”
참고로, 이름의 발표는 즉위식때 할 생각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세레나의 말이니 그냥 따르는게 좋을 성 싶다.
“네, 여러모로 그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후후, 역시 똑똑한 아이구나.”
아무튼 큰 고민을 해결한 기쁨에 젖어있으니, 세레나를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은 어머니가 이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그렇고. 난 이번 즉위식에서 사교계예 복귀할 생각이란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선언을 하시는건 여전하시다.
손짓 한번으로 전 대륙의 정세를 뒤흔드는 권력자, 제국 귀족들의 악몽, 스타라이트 가문의 개척자.
그런 위치와 별명을 가진 어머니의 사교계 복귀라.
어머니가 파티에 등장할때 무슨 파장이 일어날지, 참 기대가 되는걸.
“그리고 아리아도 사교계에 데뷔할 예정이니, 잘 지켜봐주렴.”
“그럼 나는… 아니,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자, 잘있어. 오… 오빠.”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가족들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방을 나섰다.
“그리고 둘은, 나중에 이야기좀 해요. 다른 아이들도 전부 모아서.”
“아, 네…!”
“알겠… 습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온 어머니의 무심한듯한 목소리에 그 세레나와 루비가 잔뜩 긴장하는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문 밖으로 나서던 아버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던데.
아무래도, 저번에 먹었던 비약을 좀 만들어서 나눠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련님.”
“응?”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눈을 붙일겸 간이 침대로 향하려는데, 내게 말을 걸어오는 카니아.
“나머지 이름도 미리 생각해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는, 이내 어마어마한 사실을 깨닫고는 할말을 잃은채 멍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저를 포함한 나머지 6명이 임신한, 도련님의 아이들 말입니다.”
“……아.”
머리가 다시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기별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