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7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78화(478/524)
Episode 478
“드디어 때가 찾아왔네요.”
“그러게.”
나와 카니아는 현재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에 타 있다.
“내일이면 정말로 클라나 씨가 이 제국의 황제가 되는 거군요.”
“시간도 참 빨라. 황녀로서 열심히 뛰어다닐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즉위식 하루 전에 황궁에서 주최하는 사교회가 열리는 날.
그렇기에 나와 카니아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이 현재 황궁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리아도 사교회에 참석한다.
어머니는 사교회 복귀, 아리아는 사교계 데뷔.
그리고 아버지는 친분이 있던 마탑주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마탑주와 그렇게 친한 사이셨던가?’
아버지가 마탑주와 면식이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머니와의 관계 때문일텐데.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마탑주를 만나려는 이유라도 있는걸까?
“클라나 씨가 황제가 되면, 앞으로 많은게 바뀌겠죠.”
잠시 든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카니아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그래, 그렇겠지.”
확실히 그녀가 황제가 되면 많은게 바뀌겠지.
대부분의 악법과 허례허식은 황제의 명에 의거해 사라질테고, 지난 몇백년간 제국에 뿌리내린 군벌들과 탐관오리들은 완벽하게 근절될 것이다.
뭐, 제국 외곽지역에 집결한 귀족세력이 불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클라나를 위시한 제국군 세력은 무력도, 명예도, 정당성도 역사상 최대치에 도달해 있기에 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도의 경계태세는 몇배나 더 올라간 상태이다.
하긴 황제의 즉위식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겠지.
나와 히로인들 전원이 하루 일찍 황궁에 입성하는 것도, 사실 그 때문이기도 하다.
“걱정마시죠, 도련님.”
“아, 응.”
창가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있으니, 카니아가 넌지시 내게 말을 던져온다.
아무래도 걱정하는 표정이 살짝 새어나온 것 같은데.
하여간, 내 마음을 읽는데는 도가 텄다니까.
가끔은 일심동체의 저주가 사라지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질 지경이니 말 다했다.
“클라나씨의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그런데, 카니아가 하는 말이 심상치가 않다.
갑자기 웬 권력남용?
클라나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건 다들 잘 알텐데?
“세레나 씨가 이미 여러가지 규율이 얽힌 법적 제동장치를 구상해놨으니까요.”
“저기? 그게 무슨…”
“권력을 앞세워 독점 당하시는 일은 없을겁니다.”
“……..”
“여차하면 흑마력을 전부 개방해서 제국을 뒤집어 엎…”
그냥 못들은 걸로 해야겠다.
.
“제국을 밝히는 위대한 별빛, 용사의 가문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장남이자 제 2대 용사인…”
“저거 내가 분명히 하지 말랬는데.”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이 입장하십니다!”
황궁 앞에 도착하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외침이 사방에 울려퍼진다.
저 소리를 듣기 싫어서 휘장까지 땠는데.
대체 내가 타고 있는걸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이상하네요. 아까 전에 그림자에 깃들어 감시할때는 대귀족들의 마차들이 지나가도 아무말도 하지 않던데.”
“………”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말을 들으며 창가를 바라보니, 우렁찬 소리로 내 방문을 알린 문지기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수도 없고, 참.”
“나쁜뜻으로 한건 아니였을겁니다.”
그래, 나쁜 뜻으로 한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결과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으, 저 인파들좀 봐.”
“확실히 많긴하네요. 진입이 곤란할 정도로.”
무도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밖으로 몰려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안에서 인파에 둘러싸일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예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인파에 휩쓸릴 각오는 되어 있지가 않다.
“옛날이였으면 알아서 슬금슬금 피했을텐데.”
“기억에 살짝 오류가 있으신것 같은데, 그때도 다가오는 사람들은 꽤 많았습니다.”
“그때는 깽판이라도 칠 수 있었지.”
“그래도 오는 사람이 많았… 아야.”
오늘따라 자꾸 말대꾸를 해대는 카니아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은 나는, 옆구리를 잡힌채 태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니아에게 넌지시 말을 건냈다.
“저기, 카니아. 나 좀 숨겨줘라.”
“어떻게요?”
“흑마법 같은걸 끼얹으면 안되나?”
“아직 흑마법의 인식은 최악입니다. 남발하는건 곤란해요.”
“그럼 일반 은신마법이라도…”
“마신이 되면서 마나가 전부 검게 물들어서 말입니다. 그것도 곤란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착 달라붙는 카니아.
“대신이라기에도 좀 뭐하지만, 호위를 해드리겠습니다.”
“…….”
“슬슬 나가죠. 이러다가 문도 못열게 생겼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마차의 문이 천천히 열렸고.
“”………..””
카니아의 옆에 바짝 붙은채로 마차 밖으로 나선 나에게, 수많은 시선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어, 음… 저기…”
그러고보니, 오늘이 모든게 끝나고 난 뒤에 내가 보인 첫 공식 행적이지.
용사로서의 논공행상은 커녕 그동안 거의 히로인들과 함께 두문분출하며 지냈으니.
지금 나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최대치에 달해있지 않을까?
– 슬금, 슬금…
아니나 다를까, 무도회장 밖에 나와 있던 인파들이 천천히 나에게 흘러오기 시작했다.
“저기, 프레이님!”
“이쪽, 이쪽을 봐주세요!”
심지에 인파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눈이 돌아간채 촬영 마도구를 들고 있는 기자들도 보이고 있다.
“”……….””
그렇게 계속해서 나에게 흘러오다가, 어느 시점에 우두커니 멈추어 선 인파들.
“…안녕, 하세요?”
그로부터 한동안이나 지속된 숨막히는 눈치싸움 끝에, 내가 넌지시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자.
– 우르르르르…!
아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던 인파들이, 일제히 거리를 좁혀 몰려들기 시작했다.
“역시 흑마법을 쓸까요?”
“사람살려…”
.
무도회장에서 몰려나온 수많은 인파속에 둘러싸인지 몇 십분 뒤.
“아휴…”
“괜찮으십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위해 그림자 마법을 발현해준 카니아 덕분에, 나는 겨우겨우 무도회장의 외진곳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진정될때까지, 여기서 조금만 쉬었다가 나가자…”
“그러는게 좋겠군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게 이렇게나 진땀이 빠지는 일일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내게 긍정적으로 대해주는 것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옛날에는 그게 꿈에만 그리던 일이었는데.
어느새 현실이 되어있다니.
앞으로는 평생 사람들이 짓는 미소만을 보며 살 수 있겠지?
그렇다면, 진땀이 빠질만큼 힘들다 해도 전부 상대해줄 생각이 있다.
“정말이십니까?”
“…아니, 역시 조금만 더 있다가.”
무지막지한 인파에 둘러싸인 틈을 틈타 자꾸 내 볼을 만져대는 영애들의 손길만 없어도 진작에 돌아갔을텐데.
잠깐, 그런데 지금 카니아가 내 마음을 읽은건가?
“우, 우으으…”
“…….?”
의구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니아를 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한 구슬픈 소리.
“흐, 흐아앙…”
“뭐지?”
“울음소리 같습니다만.”
카니아의 말대로, 복도 저 멀리에서 누군가의 여린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위험할수도 있으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니아니, 내가 앞장설게.”
보통 사람이 올 일이 없는 외진 곳인지라, 수상함을 느낀 카니아가 앞장서려 하기에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
아무리 별의 마나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그녀를 앞에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거기 누구십니까?”
그렇게 재빨리 앞에 나선 나는, 넌지시 복도의 끝을 향해 질문을 던져봤지만.
“………”
대답은 커녕, 들려오던 울음소리마저 갑자기 뚝 끊켜버릴 뿐이였다.
“으음.”
혹시나 싶은 마음에, 허리춤에 차여져있던 검에 손을 가져다대며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향하던 나는.
“어라.”
“도련님, 아무래도 경계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앞쪽의 그림자를 이용한 카니아의 흑마술로 시야를 공유받고는, 살짝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향했다.
“우, 우읏. 우으…”
그렇게 복도의 끝에 도달하자, 우리들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꼬마야?”
“여기서 뭐하니?”
다름아닌, 갈색 더벅머리의 꼬마 소년.
“…흐, 흐익.”
갈색 곰돌이 인형을 소중히 품에 품고있던 병약해보이는 소년은, 왠지 모르게 어딘가 익숙해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누굴 닮았는데…”
“어디서 왔니, 꼬마야?”
생각이 날듯 말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 대신에, 꼬마에게 질문을 던진 카니아.
“기, 길을 잃었어요…”
“저런, 어쩌다가?”
“누, 누나랑… 선생님이랑 같이 왔는데… 갑자기 사방이 어두컴컴해지더니… 둘다 사라졌어요…..”
딱 보기에 아리아보다도 어린 나이로 추정되는 꼬마의 잔뜩 겁에질린 목소리에, 카니아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일행과 떨어진것 같군요.”
“그런가보네.”
“우으, 으…”
이왕 이렇게 된거 꼬마의 일행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는데, 뒷걸음질을 한 녀석이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은채 눈물을 흘린다.
“어허, 사내가 되어서 인형이나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다니. 그럼 못써요.”
“네?”
“울면 엉덩이에 뿔난다? 자고로 남자라면 말이지, 힘들때도 씩씩하게…”
“저… 도련님?”
그런 녀석에게 남자로서 따끔히 충고를 해주려는데, 왠지 모르게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카니아.
“그, 실례지만 도련님도 예전에…”
“예전에 뭐?”
“침대에서 고양이… 으븝!?”
“그래서 가족은 마지막에 어디에서 봤었니?”
다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나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꼬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에?”
“우리가 찾아줄게, 가족.”
“으븝… 고, 고양이 인형을 안고… 으베에…”
“자자, 빨리 출발하자.”
왜 자꾸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냐.
.
한편 그 시각.
“네, 네놈… 내 제자에게… 무슨 짓을 한게냐…”
“그저 방해요소를 치웠을 뿐인걸. 너무 호들갑 떨지 마.”
프레이 일행이 있던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정원의 구석.
“내, 내가 누군지나 알고… 이런짓을 벌이는건가?”
“흐흥.”
“후회하게 될거다. 끔찍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다면, 당장 이 속박을…”
어째서인지 만신창이가 된 노인이, 자신 앞에 서있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이를 갈며 노려보고 있었다.
“잘 아니까 하는건데.”
“뭐라?”
“코메른 필리어드. 제국의 위대한 대마법사이자 마탑주.”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체불명의 인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을 떠는 노인.
“또한 역대 최고의 별의 마법사와 2대 용사파티의 일원인 드래곤 로드, 그리고 계율의 화신을 제자로 둔 입지적인 인물이기도 하지.”
“너, 넌… 뭐냐. 도대체.”
“그리고…”
“누구냐!!”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정체불명의 인물이, 덮어쓰고 있던 로브를 벗어던지자.
“…자신이 평생 후회할 그릇된 선택을 되돌리기 위해, 세상의 규칙을 깨고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댄 인물이기도 해.”
“…너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노인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네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지? 아니, 애초에 그 힘은…?”
“그래, 지금 나에게 미친듯이 필요한 마법을 말야.”
로브를 벗고 모습을 드러낸 전 1황녀, 리파엘 솔라 선라이즈가 그런 마탑주를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손을 뻗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