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8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81화(481/524)
Episode 481
“저, 저기… 그, 그러니까…”
“네, 말하세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제 눈앞에,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가 앉아있어요.
그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라고요.
얼어붙은 해 전쟁을 종결시킨 2대 용사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사람.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영애들의 인기투표에서, 악인의 연기를 할 때를 합치더라도 단 한번도 1등을 놓쳐본적 없는 소년.
최근 발행된 매거진에서 나온 영애들의 소원 1위가, 프레이와 같이 차 한번이라도 마셔보는 거였죠? 아마.
거기다가, 최근 밝혀진 그 숭고하면서도 여심을 자극하는 고결한 행보 덕분에 그의 인기는 미친듯이 솟아오르고 있어요.
듣기로는 평민들은 벌써 팬클럽? 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고 하고.
일부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는 비밀리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 돌아다니고 있다던데.
“아, 아으. 아으으…”
“………”
아무튼 너무 긴장이 되어서, 말을 꺼내기는 커녕 숨을 내쉬는 것 조차 힘들어요.
하지만 어쩔수 없는걸요.
프레이와 연애를 해보는, 하다 못해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는 상상을 안해본 영애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요.
그리고 그건 저 또한 예외는 아니라고요.
새삼 다시보니까, 진짜 잘생겼어요.
비록 연기였지만, 프레이의 악행이 극에 다랐을 때에도 스타라이트 가문에 시녀로 가겠다는 철없는 영애들이 매년 꾸준히 나온게 이해가 될 정도에요.
물론, 어째서인지 스타라이트 가문은 평민들밖에 받지 않았지만.
사실 저도 부모님 몰래 신청서를 넣었다가 반려된적이 있었는데.
“저기.”
“흐악!”
멍을 때린채 생각에 잠겨있던 저는,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어요.
“아까부터 왜 자꾸 떨고 계시는겁니까?”
“…나, 날씨가 조, 조좀 추워서요.”
워낙 긴장한 탓에, 이윽고 날아온 질문에 정말 바보같은 답변을 해버렸지 뭐에요.
지금은 한여름인데, 날씨가 추울리가 없잖아요?
“아, 그렇긴 하네요.”
“……?”
그런데, 어째서인지 프레이님은 왼쪽을 힐끔거리더니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셨어요.
대체 뭘까요?
그러고보니, 진짜 추운것 같기도?
– 스륵…
“앗.”
조용히 팔을 쓰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이가 제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왜, 왜왜 왜 그러시는…”
질문도 제대로 못한채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제 몸에 덮어지는 흰색 코트.
“몸좀 녹이시죠.”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웃는 프레이의 모습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얼레.”
“씁.”
“………”
어쩐지, 한기는 더 강해진것 같아요.
덕분에 당장에라도 벗고 싶었지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프레이님을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냄새 좋아…’
그리고, 프레이님의 온기가 남아있었기도 하고…
“…하아.”
고개를 푹 숙인채 몰래 코트의 냄새를 맡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들려온 차가운 한숨소리.
누군가 했는데, 프레이의 집사네요.
물론 그녀 또한 최측근 대우를 받는 인물이긴 하지만.
전 이래봐도 후작가의 영애라고요.
최소한 집사한테 무시당할 처지는 아닌데…
“뭐야. 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집사에게 한 소리를 하려던 저는, 이내 입을 꾹 다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어요.
“…네?”
“아…”
평생 귀족교육과 사교예절을 주입받으며 살아온 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어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검은 집사만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무, 무서워…’
제 생존신호가, 그렇게 소리지르며 마구 요동치고 있었어요.
눈 앞에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집사 말고도, 왼쪽 테이블의 거물들에게서 미친듯이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거든요.
‘집에 가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왜나하면, 저는 방금전에 쓸모를 다했거든요.
한번 영애들에게 낙인이 찍혀버린 이상, 평판을 다시 복구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아무리 노력해도, 웃음거리만 된다고요.
그러니, 집에 가도 최소한 내쫒길 일만 남았어요.
지금 제 몸에 덮여져있는 코트 하나 없는 채로.
“우으…..”
그런 생각을 하며 제게 덮어져있던 코트를 꽉 붙들고 있으니,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요.
“왜, 왜 우는거지…?”
“글쎄요.”
앞에서 뭐라 말소리가 들려오지만,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러고보니, 아까 그 영애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조사라도 해볼까요? 근처에 존재가 느껴집니다.”
“응. 겸사겸사 앞에서 울고 있는 저 녀석까지.”
뭐가 어찌됐던간에, 제 인생은 여기서 끝인걸요.
“…으.”
그렇게 한참동안 제어가 안되는 울음을 흘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들어온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의 프레이.
“죄송합니다.”
“하하…”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건낸 순간, 제 뇌리를 스쳐지나간 한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이왕 마지막인거, 소원이라도 성취해보자.’
그것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프레이를 꼬셔보는것.
“저, 저기…!”
사실 그게 제 소원이였던건 아니에요.
패닉에 빠지는 바람에 나온 바보같고 엉뚱한, 평소에는 꿈도 꿀수 없는 자극적인 충동에 불과했죠.
평소라면 그런 자살 행위는 절대하지 않았겠지만요.
“조, 좋아해요.”
“네?”
이젠 이판사판이라고요!
“사귀어주세요오!”
“…죄송하지만, 그건 좀 힘들것 같습니다.”
아.
“정말 죄송해요…”
이제 난 끝났어.
.
“그래서, 결론은… 귀족들은 죄다 바보라는 거에요.”
“으음.”
지금 저는, 완전히 죽어버린 눈빛으로 프레이 님에게 제 소견을 말하고 있어요.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교양들만 배우고… 별 개만도 못한 신경전과 감정소모를 사교회 예절이라 포장해서 주입시키고… 그런 주제에 콧대만 지지리도 높아서…”
프레이님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질문을 하셨거든요.
현행 귀족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결론은 죄다 머리에 황금과 와인만 가득 차있는 시체들이라는 거에요.”
“그렇군요…”
“전부 숙청해버려야 해요. 사교회든 다과회든, 다 폐지시키고… 파벌들은 완전히 뿌리를 뽑아서 잘근잘근 씹어버려야…”
사실 제 소견은, 지금 영혼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것과 완전히 정반대이지만요.
뭐, 될대로 되라죠.
늙은이에게 팔려가거나 더러운 거리에 나앉을 바에는, 차라리 정범 취급을 받아 황궁 감옥에 갇히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당신 가문도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입니까?”
“아?”
그런 생각으로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온 진지한 질문.
“…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미치는 김에 완전히 미쳐버리기로 했어요.
애초에 허구한 날 절 굶기고 회초리로 때린 가문에 쌓인것이 많기도 하고.
어차피 가문에서 쫒겨날거, 못 말할게 뭐가 있겠나요.
“제 가문부터가 숙청 1순위 대상이에요. 왜 숙청을 안당한지 모르겠다니까요? 꼴에 명문가랍시고 파벌들을 모아서 꼴깝을 떨어대는데… 진짜 죄다 쥐어 패고 싶답니다.”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굉장히 시원해졌어요!
세상에 맙소사. 이렇게 큰 소리로 교양없는 발언들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으으음…”
“하, 하하. 하하하…”
하지만 프레이 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걸 보아하니, 슬슬 닥쳐올 후폭풍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이러다가 황궁 감옥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땅에 파묻히는건 아닐까요.
“혹시, 체계를 개선하거나 보완할 방법도 생각해보셨는지.”
“아, 네에. 물론이죠… 어라.”
갑자기 몰려온 공포심에 멍을 때리던 저는, 그만 저도 모르게 다음 질문에 맞장구를 쳐버리고 말았답니다.
“정말이십니까?”
“어어…”
“혹시, 들려주실 수 있나요?”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하지?
순간 새하얗게 변해버린 제 머릿속에서는, 완전히 엉뚱한 답변이 튀어나오고 말았어요.
“펴, 평민을 등용하죠.”
“…평민을 말입니까?”
아무 생각없이 튀어나온 그 어이없는 답변에 잠시 멈칫했지만, 어쩌겠나요. 자신이 뱉은 말은 자신이 다시 주워담을 수밖에.
“네, 네에. 평민들이 정치를 하게 만드는 거에요.”
“………”
“바, 바보같은 귀족들은 다 치워버리고… 차라리 평민들이 하라고 하죠. 하하…”
그렇게 말했는데, 프레이 씨가 눈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어요.
“무작정 말입니까?”
“아, 으음…”
“그건… 조금 위험한 생각 같은데요.”
그런 그에게서 읽어지는, 실망한 듯한 눈빛.
“그, 그그 그게 아니에요!”
“흐음?”
이대로라면 정말로 목이 달아날것 같았기에, 저는 다급히 되는대로 변명을 시작했답니다.
“귀족들을 다 없애자는게 아니라… 이, 일부 바보같은 귀족들만 치우자는 거랍니다?”
“……..”
“그리고, 평민들도 무작정 등용하는게 아니라… 대, 대표를 뽑는거에요.”
“…뽑아서요?”
“대, 대립시키죠. 귀족들이랑.”
그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듣고, 어이가 없으셨던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시며 저를 바라보시는 프레이 씨.
하긴, 제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네요.
무지하고 교양없는 평민들을, 고귀한 귀족들과 대립시키다니?
생각해보니 아까보다 발상이 더 위험해졌잖아요!
살려주세요.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말걸 그랬어.’
“사, 상호 견제를 시키는거에요. 두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그러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될테고…? 서로의 폐단 또한 잡아낼 수 있으니까…….”
오직 죽고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들려온 프레이 씨의 목소리.
“그러다가 너무 과열이 되면 어쩌죠?”
“화, 황실이 나서면 된답니다? 적당히 의견을 규합한 중재안을 내놓아도 되고, 상황을 봐서 아예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괜찮고…..”
“……..”
“그, 그러면 황권도 저절로 강화될걸요? 평민들은 자, 자기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 충성을 보낼거고… 귀족들은 평민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황실에 잘보이려 할거고…”
“그렇군요.”
“네, 네에. 제, 제 소견은 여기까지랍니다.”
더 이상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다급히 이야기를 끝낸 저는, 이내 멍한 표정을 지으며 정신줄을 놓고 말았어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워낙 패닉상태여서 그런지, 뭐라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네요.
진짜 바보같고, 위험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지만요.
“도련님.”
“응?”
덕분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데, 마침 돌아온 프레이 씨의 집사가 그에게 귓속말을 시작했어요.
– 소근소근…
“……..”
하지만 그녀에게 귓속말을 듣는 그의 별빛 눈동자는, 끝까지 저에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아, 홀린드 가문의 영애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흥미롭네.”
아무래도 제 인생은, 여기서 끝인가봐요.
.
그로부터 얼마 뒤.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볼이 홀쭉해진 트리샤가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리에 앉아있던 프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녕히…”
“아, 잠시만요.”
그런 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던 트리샤.
“아까 말하신 소견 말입니다만.”
“….!”
하지만 자리에 앉아있던 프레이가 꺼낸 말에, 그대로 굳어버린 그녀가 창백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아직 제국에 적용하기엔 이르고, 말하지 않으신 부작용도, 개선해야 할 점도 넘쳐납니다.”
“아.”
“그리고, 꽤나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고요.”
이윽고, 프레이의 말을 듣고는 올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는 그녀.
“그래서 좋네요.”
“네, 네에?”
“지금껏 생각치 못한 새로운 관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 위험한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찰나의 순간 왼쪽 테이블을 힐끔 바라보며 소심하게 말을 덧붙인다.
“…아마도.”
그 순간 다과회장 전체에 다시 한번 한기가 돌자, 고개를 숙인채 다리를 바들바들 떠는 트리샤.
“아무튼, 꽤나 재밌는 시간이였습니다.”
“네, 네헤… 그럼 전 진짜로 이만…”
“아 맞다.”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에게 떨리는 눈웃음을 쳐 보이며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으나.
“이, 이번엔 또 왜요오……”
“혹시 통신용 수정구 가지고 계십니까?”
그녀를 다시한번 불러세운 프레이가,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아, 네! 여… 여기…”
그 말을 듣고, 아무생각 없이 품에서 수정구슬을 꺼낸 트리샤.
– 파지직…!
“어?”
그러던 그녀가, 손을 뻗어 자신의 수정구를 어루만지는 프레이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 뭘 하신건가요.”
“제 연락 채널을 새겨놨습니다.”
“……?”
그 말을 듣고 벙찐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트리샤.
“……..네에에!?”
잠시 후,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그녀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은색 빛이 흘러나오는 수정구를 끌어안는다.
“자주 연락하고 지냅시다, 트리샤 씨.”
훗날 프레이와 클라나의 치세에서, 명재상 세레나와 버금가는 참모이자 개혁파의 수장격 인물이라 불리게 될.
“왜, 왜요?”
“네?”
트리샤 리에 홀린드의 첫 사교계 데뷔전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