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8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85화(485/524)
Episode 485
“후후.”
“”………..””
주변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그러고보니 상당히 재밌는 조합이네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플로리아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빙 둘러보며 운을 때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움찔하며 시선을 회피한다.
“이렇게 모이게 된 계기들이 궁금해지네.”
“저, 그러니까…”
“아, 카니아 양도 있었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채 중얼거리던 플로리아.
“반가워요~”
“네, 네네.”
그러던 그녀가 카니아의 손을 잡고 헤실헤실 웃어보이자, 카니아가 어쩔줄을 몰라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집사도 생기고, 며느리도 생기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
“그렇죠? 카니아?”
“…네, 네에.”
플로리아에게 왜 그러한 시간의 공백이 생겼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카니아였기에, 그녀는 그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구, 귀여워라.”
“으베…”
“어머, 로즈윈 씨랑 세레나 씨도 있네요.”
그런 카니아의 볼을 쭈욱 잡아당기며 웃던 플로리아가, 이번에는 시선을 프레이의 옆에 앉아있던 로즈윈과 세레나에게 돌린다.
“아, 안녕… 하, 하세요.”
“다시 뵙네요. 어머님.”
그러자, 잔뜩 얼어붙은채 말을 더듬는 로즈윈과 익숙하다는 듯이 답하는 세레나.
“로즈윈 씨는 프레이와 많이 친해질 줄 몰랐는데.”
“아, 네. 네에…”
“아무튼, 공작가문끼리 마찰이 있는 것 보다는 친한게 좋은거니까요.”
세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플로리아가, 잔뜩 쫄아 있는 로즈윈에게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친해지셔도 적당히 친해지셔야 한답니다?”
“네?”
그러던 와중, 심상치 않은 플로리아의 말을 듣고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로즈윈.
“그야, 세레나와 루비가 질투할테니까요. 후후.”
“그, 그런가요오…?”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던 로즈윈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프레이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연다.
“어, 어머니. 그치만… 이미 합의가 끝났는걸요.”
“합의?”
“로, 로즈윈도… 그 둘이랑 다를바가 없습니다.”
“…..?”
하지만,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플로리아.
“…어라.”
프레이가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린건, 바로 그 순간이였다.
“아, 아시지 않습니까? 로즈윈도 제 아내인걸…”
“어머.”
그럼에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플로리아에게 귓속말을 한 프레이.
“우리 프레이, 이젠 농담도 잘하네.”
하지만 제발 어머니의 장난이길 바라던 프레이의 바람과는 달리,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하는 플로리아였다.
“네 아내는 세레나와 루비, 둘이잖니.”
“…아.”
테이블에 오싹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
“농담도 좋지만, 그러다 세레나가 삐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하, 하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렇지, 세레나?”
“아, 그, 네에…”
어머니가, 내 아내들에 대해서 왜 아직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걸까.
“후후, 우리 세레나는 옛날부터 참 귀엽다니까…”
“과, 과… 과찬이세요…”
분명히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말해두겠다 약조하셨는데.
저번에 세레나와 루비의 출산때 별말이 없으시기에, 이미 모든 내막을 아시는줄 알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어, 어머니. 혹시 아버지에게 들으신 말이 좀 없습니까?”
“응?”
“주, 중요한 이야기라던가… 그런거 말입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질문을 던져보니, 해맑은 표정으로 답하시는 어머니.
“글쎄. 어제까지 들은건 신음소리밖에 없는데…”
“………”
갑작스럽게 들어온 소름돋는 발언에 몸을 움찔거리고 있으니, 어머니가 조용히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덧붙인다.
“그러고보니… 자주 움찔거리면서 뭔가를 이야기하려 하긴 하던데…”
“어머니…”
일이 어떻게 된건지 대강 알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너무 많은 짐을 맡겨버린 내 잘못이었나.
“왜 그러니?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자, 그러면 이제 분명해진 문제는.
어머니에게 사실을 말했을때,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이실까 라는 것이다.
“그게 말입니다…..”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어?
.
“그러니까, 네가.”
“네, 어머니.”
“무릎은 왜 꿇으려고 하니. 네 체면이 있는데.”
어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렇게 말해오지만, 지금의 나는 차라리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튼 네가. 임신시켰다고.”
“그, 그게…”
“가문의 집사와 마탑주의 제자와 며칠 뒤면 제국의 황제가 될 황녀. 전세계에 영향력을 떨치는 성녀와 어렸을때부터 자주 같이 훈련을 하던 후작가의 스승, 마족 대표의 동생과 선셋 가문의 공녀를 동시에 말이지.”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화를 절대 내지 않으시고, 정색하는 일 조차 드물다.
“세레나와 루비는 그 전에 진작에 임신시켰고.”
지금도 저리 말하시며 입가에 미소를 유지하고 있으시니 말이다.
하지만, 아들인 나는 어머니의 웃음을 구분할 수 있다.
“장하네, 우리 아들.”
“………..”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여자 손은 잡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구나.”
이를테면, 지금 어머니가 짓고 계시는 웃음은 가짜 웃음이다.
구분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눈을 보면 된다.
입가와는 달리, 눈은 전혀 웃고 계시지 않으니 말이다.
“세, 세상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흐흥.”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 다급히 그렇게 말하니, 입꼬리를 한층 더 올리며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시는 어머니.
“세상을 구하려고 그런거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어머니의 별빚 눈이, 조용히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이윽고 어머니의 입에서 튀어나온 핵심을 꿰뚫는 질문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니요.”
그렇게 한참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다시 입을 열은 나는.
“사랑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러자, 순간적으로 가늘게 휜 어머니의 눈가.
“그거면 됐단다.”
멍하니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럼, 이만 가보거라.”
“네?”
인자한 표정을 지으시며, 손짓을 하시는 어머니.
“아리아의 다과회에 한번쯤은 들려야 하지 않겠니.”
“아…”
“여긴 내가 정리할테니, 먼저 일어나보렴.”
쭈볏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그러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시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까는 히로인들.
“………”
그런 그녀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음.”
얼어붙었다가 녹은 흔적이 역력한 출입문의 문고리를 잡고 여니, 문 앞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
“지나가겠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인파들의 사이를 비집고 해처나가니, 햇빛이 들어오고 있는 복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후우.”
혼자서 조용히 복도를 걷다가, 잠시 멈춰선 나는 창밖에서 빛나고 있는 햇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어머니 말이 맞아.”
바로 그 순간.
“자, 잠시만요…!”
다급한 발걸음과 함께, 누군가가 내 뒤에 나타났다.
“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다, 당신… 당신을…!”
아까의 절제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잔뜩 숨을 몰아내쉬고 있던 아이시였다.
“…아무래도, 역시 응하지 못할것 같네요.”
“네?”
“지금 따라온 당신들도.”
그리고 그 뒤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미호와 유렐리아.
“잠시 저와 같이 겉겠습니까?”
그동안 얽혀온 인연들에 결판을 낼 시간이다.
.
“흠흠…”
“”……..””
프레이와 그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모였던 히로인들이 자리를 벗어나자, 남은 사람들 사이에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 어색하면서도 숨막히는 상황에서, 차를 홀짝이더니 먼저 입을 연 이는.
“어머님.”
“왜 그러니?”
다름 아닌 세레나.
“알고 계셨죠?”
“무엇을 말이니.”
세레나의 말에 플로리아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흘렸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세레나가 아니였다.
“어머님 같은 분이, 그런 정보를 모르고 계셨을리가 없어요.”
“……..”
“어째서 저희 모두가 프레이의 아내가 된걸, 지금 알았다고 속인건가요?”
“역시 우리 세레나는 똑똑하구나.”
그렇게, 세레나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지자 조용히 찻잔을 집어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플로리아.
“하지만, 아직까지 연륜은 부족하네.”
“네?”
“가끔은 너보다 더 권위있는 사람에게, 그만한 예의를 보여야 할 때도 있는거란다.”
“아…”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엄해지자, 말꼬리를 흐리던 세레나가 시선을 내리깔며 풀죽은 목소리로 답한다.
“죄송합니다…”
“후후, 역시 세레나는 귀엽네.”
언제 그랬냐는듯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레나의 등을 토닥이던 플로리아.
“왜 그랬냐고 물었지?”
“…네.”
“프레이에게 일깨워주고 싶은게 있었거든.”
“서, 설마… 이야기를 유도하신 건가요.”
“내 아들인데, 뻔하지.”
그렇게 말한 플로리아가, 조용히 손을 턱에 괴며 중얼거린다.
“우리 아들의 장점은 너무 착한거지만, 단점도 너무 착하다는 거란다.”
그 말에 남아 있던 히로인들이 격렬히 고개를 끄덕이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
“그래서, 조금은 단호해질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줄 필요가 있었어.”
“그렇군요…”
“오늘로 정리가 되겠지. 아마도 말이야.”
그러던 플로리아가, 눈을 살짝 찡긋하며 말을 덧붙인다.
“물론, 8명을 동시에 아내로 맞이하는 바람에 생긴 정치적 문제와 법적 문제, 가문들간의 신경전과 세계가 받을 충격은 별도지만.”
“아…..”
“그건 그렇고. 아들이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그, 그건…”
“적당히 보양식도 좀 먹여가면서 하렴?”
그렇게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플로리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자리에서 멈추더니.
“아참, 아까의 이야기와 관련해서… 이번 즉위식에서 발표될게 하나 있는데.”
“네?”
“그게 뭐냐면…”
지나가는 이야기를 하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발언을 하는 그녀.
“”…….네!?””
하지만, 그 발언에 자리에 남아있던 히로인들은 전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푸흡!”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는 바람에 잠에서 깬, 플로리아의 폭탄 발언을 듣고 입가심을 하기 위해 머금고 있던 홍차를 그대로 입밖으로 뿜어버린 트리샤도 함께 말이다.
“…짹.”
“앗, 으아?”
그리고 그 홍차를 얼떨결에 뒤집어 쓴, 새로운 인재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테이블로 날아들었던 카나리아의 정체를 트리샤가 알게 되는 날은.
“짹, 째잭…”
“여, 여러분. 이것봐요. 갑자기 반쯤 익은 병아리가 제 눈앞에 떨어졌어요.”
“…카나리아입니다.”
“아니, 사실 카나리아도 아니지만요…”
안타깝게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한다.
.
한편 그 시각.
“아, 마탑주님!”
“…아, 자네인가.”
사교회장을 바삐 누비고 다니다가 드디어 마탑주를 발견한 아브라함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하, 이것참 오랜만입니다!”
“그러게나 말이야.”
하지만.
“그, 거두절미하고… 제가 요청드리고 싶은게 조금 있어서 말입니다만…”
“그래?”
그녀에게 바삐 이야기를 시작한 아브라함을 비롯한 그 누구도.
“호, 혹시… 마탑주님의 새로운 제자를 볼 수 있을련지?”
“………..”
글레어의 이야기가 나오자 급격히 눈빛이 싸늘해진 마탑주의, 어딘가 달라진 점을 알아차리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