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8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87화(487/524)
Episode 487
아이시와 작별을 한 뒤에는,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저기, 인간. 나 버리지 마라. 부탁이다.”
“으에에…”
그런 나의 바램은, 한마리의 여우에게 의하여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야, 아야야.”
“채김져… 채김지라고오오…”
재빨리 무도회장 근처에 준비된 숙소로 향하려 했지만, 미호가 내 팔을 덥썩 문채 질질 늘어지며 필사적으로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였다.
“그만. 그만해.”
“아윽.”
팔을 이리저리 흔들어봐도 단단히 문채 떨어지려 하지를 않기에 가볍게 꿀밤을 때리니,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미호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으으…”
이윽고, 급격히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눈동자.
“내, 내 여우구슬 먹었잖아.”
“……..”
“네가 내 인생을 먹었다고.”
이윽고 튀어나온 그녀의 말에, 마음을 굳게 먹었던 나도 살짝 눈빛이 흔들렸었다.
“나 그거 없으면 성인식 못해… 결혼도 못한다고…”
“다, 다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다시 만드는데 20년은 걸린단 말야…”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미호의 인생을 망쳐버린 셈이 되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냥 두고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으음… 그러면…”
“읍.”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
“으베에.”
“왜 그래?”
나와 말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더니 입을 틀어막은 미호.
“뭔가 문제라도?”
– 도리도리…
그 모습이 여간 불편해 보이는게 아니였던지라 무슨 일이 생긴건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려 했지만, 미호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로 뒷걸음칠을 칠 뿐이였다.
“어머.”
“흐익.”
그런 그녀를 의구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미호의 뒤에 나타난 누군가.
“여기 있었구나.”
“….! ……!!!”
미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키가 크고 더 성숙하게 생긴 그녀가, 미호의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당신은…?”
“처음 뵙겠습니다.”
“아니, 처음 뵙는건 아닌것 같은데.”
그녀 말로는 처음 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세레나와 루비의 출산때 내게 조언을 해줬던 간호사와 똑같이 생겼는데.
“아무튼 처음 뵙겠습니다.”
“……..”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모른척 해달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나왔기에, 나는 그저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미호의 언니에요.”
“아, 언니셨구나.”
“미호가 집을 또 멋대로 나와서, 어떻게 지내나 감시하고 있었죠.”
그녀의 말대로라면, 세레나와 루비의 출산을 도와줬던 의사는 역시 미호였다는 것일까.
내과가 전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생각보다 다재다능했었다.
하긴, 늘 간과하고 있긴 하지만 미호의 의학력은 여우 일족들 중에서도 제일이라 치부받으니 그럴만도 하다.
“으븝! 읍!”
“미호야. 이제 그만.”
“…베에.”
미호의 언니가 그런 그녀의 배를 꾹 누르자, 입을 틀어막고 있던 미호가 지친 눈빛으로 혀를 내민다.
“…여우구슬이네.”
“그렇답니다.”
이윽고 미호의 혀에 올려진채 반짝거리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여우구슬.
“저희 일족이, 진작에 조금씩 생명력을 모아서 여우구슬을 복구해준지 오래거든요.”
“아…”
그렇다.
“아마, 방금 회복이 완료되서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데.”
“어, 언니!”
하마터면 결혼 사기를 당할뻔 했다.
.
“그… 저기…”
“…?”
“이, 이거 먹을래?”
뻔뻔한 사기행각이 드러난 이후로, 미호는 그냥 막 나가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걸 왜…?”
“모, 몸이 좀 허해 보이길래…”
온기가 남은채 반짝이는 여우구슬을 두 손 위에 올려놓은채, 내게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청혼을 하는거에요. 저희 일족의 오랜 풍습중 하나인데, 암컷이 마음에 든 수컷에게 여우구슬을 먹이는…”
“언니이!!”
원래도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미호 언니의 말을 듣자 완전히 먹을 생각이 사라졌다.
“그만 집에 가라.”
“싫어! 이미 취직도 했단 말이야!”
그나저나, 이제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어진 것 같은데.
“나 길러주면 안돼? 청소도 하고, 밥도 차려줄게.”
“……..”
이젠 아무래도 좋다 이건가?
– 꽉…!
“…캥!”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미호의 언니가 별안간 그녀의 꼬리를 꽉 붙잡는다.
“더 이상 저분을 곤란하게 만들어선 안돼, 미호.”
“그, 그치만…!”
“내가 보기에, 이미 간당간당 하시거든.”
무슨 의미지, 저 말은.
“우리 여우일족이 교합을 할때, 수컷의 정기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으, 으으…”
“저 상태에서 네가 만약 교합을 하게 된다면… 저분의 수명이 얼마나 줄어들까?”
아니, 이제 슬슬 무서워지는데.
“…….”
언니의 말에 미호가 뭐라 반박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것을 보아하니, 아마 저 말은 사실인것 같다.
“저기, 저… 제가 그렇게나 위험한 상황인가요?”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괜찮아요.”
그렇기에 은근슬쩍 미호의 언니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답변하는 그녀.
“근처에 의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비상조치가 굉장히 잘 되어있어요.”
“아…”
“물론, 양의 정기를 남의 몇배로 흡수하는 여우 일족이라면 위험해지겠지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미호를 바라보았다.
“으, 으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말려 죽이고 싶지 않다면, 오늘은 이만 포기하자꾸나.”
여전히 울먹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미호.
“자, 잘 들어 둬!”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가리키더니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여우 일족 수장의 딸, 미호야.”
“……..”
“그, 그리고… 언젠가는…”
목소리를 낮추며 목을 가다듬던 그녀가, 힘차게 소리를 지른다.
“이 세상 제일의 의사가 될 존재야!!”
“음.”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런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으니,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
“언젠간 반드시 여우일족의 정기 문제를 해결하고… 네 앞에 다시 나타날테니까!”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니, 눈물을 훔치던 미호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인다.
“…기다려줄꺼지?”
“유난떨지 말고, 따라와.”
“아, 아야! 아야야야… 어, 언니!”
그렇게, 유난히 달빛이 밝던 밤.
“기다려줘어어어어…!”
“에휴. 아버지가 아시면 또 노발대발 하시겠네.”
“보, 보고 싶으면 병원으로 찾아오고… 무료료 진단도 해줄테니까…”
내게 찾아왔던 여우가, 귓볼을 잡힌채 정원을 벗어났다.
“대충 마무리는 된것 같고…”
그렇게, 나의 유난히 바쁘고 긴장되었던 하루가 끝이났다.
“…선생니임?”
“아.”
그때까지 내 옆에 붙어있던 유렐리아를, 하인들에게 넘겨주느라 일어난 헤프닝을 제외한다면.
.
“그러니까… 아가씨가 혼자서 술을 마시고, 혼자서 프레이님께 추태를 부리고, 혼자서 주사를 부리면서 여기에 오셨다는 겁니까…?”
“믿기지 않겠지만요.”
“으음…”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유렐리아를 그녀의 하인들에게 넘기는데 성공한 나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지으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혹시, 어머니는 이걸 위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어머니가 보이신 행동은, 사실 나에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각오를 다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였을까 하고.
아무리 아버지가 쥐어짜이신다 해도, 아예 말을 못하실 지경까지 가진 않으셨을테니까.
“으으으으…”
아니, 그게 아닌가?
어째서 눈앞에, 언데드처럼 팔을 쭉 뻗은채 걸어다니시는 아버지가 보이는거지.
“아버지? 거기서 뭐하시고 계십니까?”
“아, 프레이… 너냐.”
당장에라도 쓰러질듯한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서며 질문을 던져보니, 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여신다.
“나는 마탑주를 만나고 오는 길이란다…”
“그러십니까? 그런데 왜 이리 힘이 없으신겁니까?”
“그게, 마탑주의 제자 녀석을 만나보려 했는데… 지금은 없다더구나.”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글레어가 없다니?
분명 마탑주와 함께 방문하겠다고 편지를 보냈었는데?
“급한일이 생겨서 잠시 어디에 갔다더구나… 아마 이번 즉위식에도 참여 못할것 같다던데…”
“…그런가요.”
이상한 일이다.
분명, 무슨 일이 있어도 즉위식에는 꼭 참석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혹시 동생에게 뭔가 변고라도 생긴건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글레어에게 가보렴.”
“…애옹.”
때문에 조용히 생각을 하던 나는, 품속에서 자고 있던 은냥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
“저기, 그나저나 프레이. 부탁이 있다만.”
“….?”
“플로리아에게 내가 잠시 일이 생겼다고 말해주지 않으련?”
이윽고 내 품을 떠나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은냥이를 가만히 보고있으니, 내 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시는 아버지.
“…포기하지 마시고 맞서시죠.”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다.”
“저나 아버지나 다를게 없습니다.”
“…아하.”
잠시 동안, 나와 아버지의 사이에서 숙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어라.”
그렇게,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며 복도를 거닐던 나와 아버지.
“이 장소는…”
“오늘 사교계에 데뷔하는 영애들이 모이는 장소네요.”
그러던 우리둘은, 이내 어느 문 앞에서 멈췄다.
“우리 아리아도 있으려나…?”
“아, 저기 보입니다.”
행여라 들킬세라 문틈으로 몰래 안을 들여다보니, 안에서 열리고 있는 다과회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고.
“흠흠, 잘하고 있는것 같구나.”
“영애들이랑 영식들에게 둘러싸였네요…”
“…뭐?”
이내, 다과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아리아 또한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영식들?”
“………..”
보아하니, 영애들 말고도 많은 ‘영식’들이 우리 아리아에게 ‘집적거리고’ 있는것 같은데.
“프레이, 저 녀석들 얼굴좀 외워두거라.”
“…이미 외우고 있습니다.”
아주 약간, 녀석들의 정보를 확인해볼 필요가 생긴 것 같다.
“둘다, 여기서 뭐하세요?”
“”…아.””
.
“여보, 하루 종일 어디갔나 했더니.”
“아니, 자자… 잠깐만. 플로리아?”
“도련님. 거기에 계셨군요.”
“…카, 카니아.”
다과회장의 아리아를 몰래 지켜보다가, 플로리아와 카니아에게 그 모습을 들켜버린 프레이와 아브라함.
“이리로 오세요. 숙소는 저쪽이랍니다?”
“으, 으어어…”
“저희 숙소는 저쪽입니다, 도련님.”
“…응.”
유독 오늘따라 운이없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아내에게 끌려가는 그들이었지만.
“그나저나 아브라함,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지 않나요?”
“…..?”
만약 그들이, 내일 일어날 전대미문의 사건을 미리 알았더라면.
“도련님, 혹시 별의 마법을 되찾으신겁니까?”
“어?”
“제 흑마력이 아까부터 뭔가에 반응하고 있는데…”
“…..???”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교회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