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화(49/524)
Episode 49
“도련님, 깨셨습니까?”
“…그래.”
잠에서 깨니 카니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그런 카니아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니, 그녀가 살짝 날 붙잡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련이 힘들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더니, 그녀가 조용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도련님의 꿈에 찾아가겠습니다. 그곳에서 저와 함께…”
“됐어, 괜찮아.”
하지만 내가 그런 그녀의 제안을 바로 거절하자, 카니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무슨 환상을 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곁에 있는다면 조금 더…”
“아니, 정말 괜찮아서 그래. 이번 시련은 아주 쉬운 편여서 말이지. 만약 힘들어지면 도움을 청하도록 할게.”
“…네.”
그런 그녀의 제안을 재차 거부한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내려다보는 카니아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카니아에게 그런 끔찍한 걸 보여줄 수는 없지.’
내가 꿈에서 본 것들은 전회차에서 ‘메인히로인’들이 죽는 장면들이었다. 거기에 이솔렛과 아버지의 죽음도 덤으로 말이다.
물론 그런걸 아무리 봐도 나는 별 감흥이 없다. 정신력도 높을 뿐더러, 이미 수도 없이 떠올리고 또 떠올리며 투지심으로 바꾸어버린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히 사람이 죽는 장면이기에 끔찍한건 매한가지기에, 나보다 정신력이 한참 낮은 카니아는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일주일이면 끝날 환각이니 정신 수련을 한다 치고 나 혼자서 감당하는게 이로울 것이다.
“…그럼 전 다시 업무를 보러 가겠습니다, 도련님.”
“그래.”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한 카니아가 내 방을 나서는걸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조용히 눈 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누적 위악 포인트 10000pt 획득!]– 중급 통합 상점이 개방됩니다.
– 용사의 무구 각성도 투자 시스템이 해방됩니다.
– 초급자 모드가 종료됩니다.
“…초급자 모드 종료라. 아쉽네.”
초급자 모드가 종료됨으로서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불친절하게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초심자 스킬 상점에서 샀던 ‘긴급 방어’와, 하루에 한번 죽음의 위험을 알려주는 ‘위악자의 직감’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것 또한 그 일환이다.
하지만, 그만큼 메리트도 커진다.
물론 시스템이 상당히 못미더워지면서 어느정도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써먹을 건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중급 상점 1단계]– 잠재력의 영약 LV2 45000pt
설명) 이 신비로운 물약은 마신 상대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구매 제한 0/1)
– 생명력 회복속도 증가 LV2 50000pt
설명) 영구적으로 생명력 회복속도를 소폭 증가시킵니다. (총량은 늘어나지 않음)
– 독심술 LV2 50000pt
.
그런 생각으로 상점창을 열어본 나는, 생각보다 꽤 높은 비용에 혀를 내두르며 창을 닫아버렸다.
“…뭐, 이제 상점기능은 있으나 마나니까.”
지금부터는 모이는 포인트를 최대한 ‘용사의 무구 각성도 투자 시스템’에 집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생명력 회복속도 증가스킬의 경우 너무 힘들어지면 구매를 할수도 있겠으나, 그 외에는 포인트를 얻는 족족 각성도에 투자해야 앞으로가 편해진다.
[15000pt 투자 완료!]그렇게 생각하며 시스템에 모여있던 포인트를 전부 각성도에 투자해버린 나는, 시스템 창을 닫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
“쿨럭! 쿨럭!!”
잠시 가슴을 두드리며 기침을 하던 나는, 아무리 자도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를 느끼며 다시 눈을 감기 시작했지만…
– 똑똑똑
누군가가 방을 노크하기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누구야!?”
그러자 방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이솔렛?”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프레이.”
한 손에 바구니를 든채 날 노려보던 이솔렛은,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고는 침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여긴 왜…”
“이걸 주러 왔다.”
내가 그런 그녀를 아리송하게 쳐다보며 말하자,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내 머리맡에 바구니를 올려두며 말했다.
“네 동생이 전해주라더군.”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바구니를 뒤적거리니, 과자와 과일이 들어있었다.
‘…아리아.’
그리고 그걸 본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시스템의 마지막 시련에서 저주를 받을 가능성이 큰 이솔렛, 아리아, 세레나중 이솔렛과 세레나는 이미 작업을 완료했다.
덕분에 이솔렛은 ‘수행평가 납치 사건’ 이후로 나에게 등을 돌렸고, 세레나는 비록 나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최소한 걱정은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여동생 아리아는… 이 바구니를 볼때 여전히 날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프레이, 물어볼게 하나 있다.”
“뭔데.”
잠시 어렸을때 나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해맑은 미소를 짓던 귀여운 여동생을 생각하던 나는, 이솔렛의 쳐다보지도 않은채 퉁명스럽게 답했다.
“세간에 네가 마왕군과 한통속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그래서?”
“…그게 사실인가?”
그렇게 말하며 이솔렛을 담담히 날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하, 웃기네. 만약 교수님이 마왕군의 일원이라면… 묻는다고 그걸 사실로 답해줄 것 같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답해라, 프레이.”
“만약 맞다면?”
내가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말하자,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건가?”
“여기서 나 죽이려고? 누나는 지금 바이워크 후작가에게 도움을…”
“날 ‘누나’라고 부르지 말거라, 프레이.”
그런 그녀의 고지식한 행동이 옛날과 겹쳐보였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그녀를 ‘누나’라고 호칭해버린 나는, 이솔렛이 살기를 내뿜으며 나를 노려보자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흘리며 말했다.
“소문이 괜히 나는건 아니잖아?”
“그 말은, 네가 마왕군임을 인정…”
“…하지만 가끔은 과장될때도 있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덮어써버린 나는, 이솔렛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돌아가. 볼일 다 봤으면.”
“…하아.”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솔렛은, 현관으로 향하다 슬며시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 여동생이 한마디 전해주라고 부탁하더군.”
“…아리아가?”
“이제는 더 이상 오빠를 애정할 자신이 없으니, 숨기는게 있다면 빨리 알려달라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녀는, 이내 차갑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뭐, 네가 숨기고 있는거라면 들어봤자 실망할 일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그 말을 마친 이솔렛은 문을 거세게 닫았고, 잠시 동안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후우.”
그런 그녀의 말을 귀에서 맴도는 것 같았기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밀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잠이 오질 않는다.
“…..?”
이제보니 아까까지 날 그렇게나 괴롭히던 졸음도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뭐지?”
– 똑똑똑
알수없는 상황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데 다시한번 노크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덕에 잔뜩 인상을지푸리며 배개를 한번 세게 내려친 나는, 잔뜩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야.”
“오늘따라 조금 많이 무례하시네요?”
그러자 내 방에 한 소녀가 사뿐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제가 무례하다고 했을텐데요.”
그러자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 옆에있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클라나는, 눈웃음을 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티타임이나 가질까요?”
“…뭐?”
그런 클라나를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뼉을 3번 쳤다.
“”…부르셨습니까, 황녀님.””
“프레이와 티타임을 조금 가지고 싶은데,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그녀의 시종들이 밖에서 일제히 입을 열었고, 클라나는 그런 그들에게 웃으며 티타임을 준비해달라 부탁하고는 날 보며 말했다.
“저에게 호기롭게 청혼을 할때는 언제고, 왜 그렇게 골골대시며 누워계신건가요?”
“…날 놀리러 온건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물었지만, 클라나는 오직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머, 고마워요.”
이윽고 내 침대와 그녀의 의자사이에 노랑색 책상이 놓여지더니, 여러가지 디저트들과 음료수들이 놓여지기 시작했다.
“자, 한잔 드세요.”
이윽고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차를 내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 뭐가 있을지 알고 먹는데?
물론 지금의 클라나라면 나를 독살하고도 남았기에 당연히 식겁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갑자기 황녀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 오늘따라 많이 이상해요. 왜 그러시는건가요?”
“…뭐?”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손을 잡은 그녀는,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맹약까지 써가시며 절 구해주신건 아직까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 아아…”
“이 은혜를 정말이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비록 지금은 권력이 약하기에 해드릴 수 있는건 없지만…”
“안돼!!!”
그녀의 말에서 흘러나온 말을 들은 나는,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꺅!?”
“패, 패널티… 패널티가…!”
이윽고 나는 눈앞에 패널티 창이 뜰거라는 불안감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으나…
“대체 왜 그러시는건가요?”
“…어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패널티 창은 뜨지 않았다.
그런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클라나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흠흠, 아무튼… 만약 제가 권력을 잡게 된다면 이 은혜는 배로… 아니, 배의 배로 갚도록 하겠습니다.”
“…….”
“어… 너무 비현실적인가요?”
아직 상황파악이 덜된 내가 여전히 멍을 때리고 있자, 클라나는 살짝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프레이님이 보시기에도 너무 허황된 꿈 같죠?”
“…충분히 실현 가능한 꿈이라고 봅니다만.”
그런 그녀를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답변을 해버리고 말았다.
“…읏.”
그러자 내 말을 들은 황녀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손가락을 꼼지락대기 시작했다.
“…감사해요.”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신기함과 당혹감을 느끼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황녀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한 걸 꺼내도록 하세요.”
“…네, 황녀님.”
그러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무엇인가를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열어보세요. 제 선물이에요.”
“…음.”
혹여나 여는 순간 폭탄이 터지거나 칼같은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고양이 모양 케이크가 있었다.
“야, 악소하지만… 준비해봤습니다.”
그러자 다시 고개를 푹 숙인채 말하던 황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다급히 덧붙였다.
“벼, 별건 아니고… 그냥 프레이 씨가 고양이를 좋아하신다길래…”
말을 마친 클라나는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황녀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뭐지? 설마 내 위악을 눈치챈게 클라나였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점이 한둘이 아닌데?’
– 끼이익…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머, 벌써 생일파티를 하시려는건지?”
“세레나 씨, 당신이 왜 여기에 오신 걸까요?”
날카로운 표정으로 클라나를 노려보던 세레나는, 클라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늘 생일을 맞이한 약혼자를 보러온건데, 안될 이유라도 있나요?”
“…프레이는 지금 저와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요.”
“생일 케이크까지 준비해두고 말이죠?”
“…이건 프레이 씨에게 저번에 절 구해준 답례의 일환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생일과 겹친건 완전히 우연이고요. 그나저나 대화중에 끼어드는건 실례랍니다, 세레나 씨.”
“저는 미리 선약을 잡아놓았답니다. 그 선약 시간에 끼어든건 제 3황녀님고요. 그렇죠, 프레이?”
이윽고 세레나는 클라나와 미소를 지으며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들을 빤히 쳐다보던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일은 2주 뒤인데?”
“네, 그럴리가요? 분명 제 정보원이…”
“어머, 방금 생일이 겹친건 우연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읏.”
그러자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클라나는 세레나의 지적을 듣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그런 그녀를 날카롭게 노려보던 세레나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이랍니다, 프레이. 요즘 마왕군과 싸우시느라 너무 바쁘셔서 까먹으셨나봐요?”
“….흡!”
그녀에게 걸어둔 제약인 ‘아마도’도 붙이지 않고 내가 마왕군과 싸우고 있다고 확신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세레나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기겁하며 시스템창이 뜨길 기다렸지만…
“음? 왜 그러시나요?”
“…아, 아냐. 아무것도.”
어째서인지 이번에도 시스템 창은 뜨질 않았다.
그런 상황에 슬슬 머리가 과부하되기 시작하려던 시점에서, 다시 한번 현관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 퍼벙! 펑!
“…흐익!”
이윽고 굉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전회차의 기억이 떠올라 식겁한 채 고개를 숙였다.
“생일 축하해요~!”
하지만 내 앞에 떨어진건 마력탄이나 폭탄이 아닌 색종이들이었고, 그걸 쏜 사람은 해맑게 웃고 있던 페를로체였다.
“…헉!”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싱글벙글 웃고있던 페를로체는, 클라나와 세레나가 색종이 범벅이 된 채 자신을 노려보기 시작하자 입을 떡 벌리더니 다급히 달려오며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아!”
이윽고 그녀는 클라나와 세레나에게 연신 굽신거리며 머리에 붙은 색종이를 하나씩 때내다가 갑자기 날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참, 고아원에 같이 봉사하러 가기로 한게 내일이였나요?”
“…내일 있다던 중요한 약속이 그거였군요, 프레이.”
“당신, 학생회 일은 어쩌려고 그러시는거죠?”
그러자 클라나와 세레나가 동시에 날 싸늘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뜨지 않은 패널티창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느라 침묵을 유지하였고, 그 덕분에 날 노려보던 그녀들이 머쓱해하던 사이에 다시 한번 현관문이 열렸다.
“뭐, 뭐야… 왜 이리 사람이 많아…”
이윽고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서던 이리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이, 이거 받아.”
그렇게 자리에 멈춰서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는, 품에서 자그마한 선물 꾸러미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냈다.
“저, 저번에 징계위원회에서 날 구해준 보답… 이야.”
그 선물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나는, 이어진 그녀의 말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기 시작했다
“그, 그럼… 나는 이만.”
“잠시만요!”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던 이리나는 재빨리 방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런 그녀의 팔을 잡은 페를로체가 억지로 그녀를 질질 끌고 오더니 자리에 앉히고는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리나씨도 같이 생일파티를 하죠!”
“가, 같이?”
“네! 이런 파티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페를로체가 해맑게 말하자 클라나와 세레나가 헛기침을 시작했고, 그러자 그런 그녀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페를로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혹시 목이 아프신가요? 아프시면 제가 치유를…!”
– 끼이익…
페를로체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성력을 뿜어내려던 순간 또다시 현관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아, 카니아 씨도 오셨네요!”
조용히 우리가 있는 곳을 쳐다보던 카니아를 재빨리 붙잡고 데려온 후 자리에 앉힌 페를로체는,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라나와 세레나에게 말했다.
“그럼, 슬슬 파티를 시작하죠!!”
잠시 뒤, 고양이 케이크에 꽂혀있던 촛불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으흠흠, 생일 축하드려요. 프레이 씨.”
“당신, 다음부터는 저와 미리 이야기를 하고…”
“분명 태양신님도 오늘을 기뻐하실거에요!”
“…축하해.”
그 촛불을 보며 클라나와 세레나, 페를로체와 이리나가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으나, 나는 그런 그녀들을 바라볼수가 없었다.
‘…시스템, 이 미친놈이.’
마침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장면에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시스템의 시련은 나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장면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심지어, 정석적인 루트를 탈때 실제로 일어나는 내 생일 이벤트를 그대로 말이다.
“………..”
“프레이? 또 왜 그러시나요?”
“당신, 오늘따라 좀 이상해요.
“프레이 씨? 어디 아프신가요?”
“…왜 그래?”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유지하자 히로인들이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한마디씩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 선택이 옳아… 이 루트를 탔으면 이때는 행복했을지는 몰라도… 끝에는 전부 죽게되니까… 역시 내 선택이…’
속으로 그런 말들을 계속 중얼거리던 나는, 그런 그녀들을 애써 외면하며 어서 정신이 맑아지기를 기다리기 시작했으나…
“도련님, 어서 부세요.”
“…카니아?”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카니아가 내 어깨를 잡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내 꿈에 들어온거야?”
“밤이 깊으실때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대시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하.”
그 말에 나는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세레나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음, 대강 알겠어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세레나?”
“됐고, 어서 케이크나 부세요. 전 상관 없으니.”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왼쪽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다, 당신들… 케이크는 제가 사왔거든요?”
그러자 얼굴을 붉히며 분개하던 클라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케이크를 부세요, 프레이. 잘은 모르겠지만, 그게 맞는 것 같네요.”
“맞아요! 태양신님도… 아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래요!”
“…뭐해, 빨리 안불고.”
이윽고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가 날 격려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들을 잠시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케이크에 꽂혀있던 촛불을 불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난 옳았어.’
– 후욱!
그렇게 촛불이 꺼진 순간, 나는 어느새 멍하니 내 기숙사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똑같은 모양으로, 미리 제과점에 주문해두겠습니다.”
“…고마워.”
이윽고 옆에서 나지막히 말을 걸어온 카니아에게 답변을 해준 나는, 창가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환상은 나쁘지 않은걸.”
유난히도 달빛이 빛나는 밤이었다.
.
“아…”
한편 그 시각, 다른 모든 메인히로인들과 같은 꿈을 꾸다 동시에 잠에서 깬 세레나는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꿈이었구나.”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촛불을 불던 프레이의 모습이 계속해서 눈앞에서 아른거리자, 오늘 밤은 다 잤다고 생각한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며 책이라도 읽으려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네년은 잠을 깨는것도 참 괴상망측 하구나?”
“…..!”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마탑주가 말을 걸어오자 눈을 부릅뜨며 품에서 부채를 꺼내들었다.
– 딱콩!
“아야!!”
허나 그런 그녀의 머리를 잽싸게 지팡이로 가격한 마탑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억은 돌아왔느냐? 그럼 이제 네년의 세작들에게 내 약점을 퍼트리지 말라고 전하거라.”
“으음…”
머리를 부여잡고 한동안 비틀거리던 세레나는,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프레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마도.”
“…질문 하나만 해도 되냐?”
그런 그녀를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던 마탑주는, 다급하게 자신의 책상으로 향하던 세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네년이 무슨 빌어먹을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체 어디까지 계획을 해둔게냐?”
“딱 여기까지요. 이 다음은 저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랍니다.”
그 말에 똑부러지게 대답한 세레나는, 자신의 세작들에게 보낼 전보를 써내리며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다시 계획을 세워야겠지요.”
그런 그녀를 살짝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마탑주는, 전보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다가기기 시작했다.
“아, 조금 이따가 제 기억을 아까전으로 되돌려주세요. 그 정도는 당신에게 식은죽먹기죠?”
“뭬야!?”
“그리고 앞으로는 매일 이 시간에 찾아와서 제 기억을 돌려주시고요.”
“이, 이 썩을…!”
하지만 세레나가 태연하게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하자 역정을 내며 지팡이를 들어올렸으나…
“…이 편지가 세작들에게 도착하지 않으면, 조만간 당신의 비밀이 제국에 낱낱이 공개될거에요.”
“하아…”
그녀가 전보를 올빼미에게 건내주며 말하자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시키는게냐?”
이윽고 마탑주는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고, 그러자 세레나는 달빛을 받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태양신에게 엿을 먹이려면 밤에 활동해야 해서 어쩔수가 없네요.”
“어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푹푹 내쉬던 마탑주는, 그녀의 책상에 올려져있던 편지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뻗기 시작했지만…
“…남의 걸 함부로 보시면 안되죠.”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편지를 낚아채며 째려보자, 치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뭐길래 그러냐?”
“이거요?”
그러자 세레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유일한 변수.”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달의 마나로 서서히 부식시키기 시작한 편지봉투의 겉면에는, 클라나의 황금빛 인장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