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0화(490/524)
Episode 490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 태양이 떠오르는 곳.
전세계 교인들의 성지이자 전 대륙의 중심지.
굳이 치장하는 말 없이 지난 세월동안 통용되어 온 말들만을 나열하더라도, 전 대륙에서 선라이즈 제국의 위세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지난 세월동안 천천히 약화되는 바람에, 최근에는 점점 패권 국가로서의 역할도 명성도 전부 잃어버리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여겨지긴 했지만.
‘두번이나 악을 물리친 빛’이라는 칭호가 더해진 지금의 시점에서, 제국은 또다시 전 대륙을 내려쬐는 세계 제일의 패권 국가로 떠오르게 되었다.
사실 제국 그 자체의 능력보다는 전적으로 프레이 일행의 위업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비록 부동의 패권국이라는 위치를 지켜낸 제국이었지만, 세상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들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말의 요점은 말일세.”
뭐, 제국 입장에서는 여태 늘 들어오던 소리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지만.
“사실 제국도 별볼일 없는게 아닌가? 바로 이걸세.”
“거참,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만.”
황제의 즉위식에 참여한 군주들. 그 높으신 분들이 모인 대기실에서마저 그 소리가 들려왔다는것을 알았다면, 제국 입장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얼어붙은 해 전쟁에서 모든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가장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건 다름아닌 제국이지.”
“흐음.”
“거기에, 최근 제국 수뇌부들의 90퍼센트가 갈렸다는 첩보도 있다네. 이 정도면 지도층이 완전히 뒤짚어진거나 다름없지. 향후 몇년간은 경험 부족으로 국정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걸세.”
그 잡음의 주인공은, 바로 서대륙 변방 지역에 위치한 아슈펠트 왕국의 국왕.
“그러니, 만약 판도를 뒤집고 싶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밖에 없다는거지.”
예리한 눈빛을 띤 그의 말에, 몇몇 군주들과 대표들이 솔깃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우리 왕국 같은 신생국, 혹은 제국의 그늘에 가려져 2인자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국가들에겐…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 아니겠나?”
왕국이 설립된 역사가 백년도 채 안되는 신생국이였지만, 나라가 상당히 더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얼어붙은 해 전쟁의 대겨울에서 가장 피해를 적게 받은 아슈펠트 왕국.
때문에 최근 부상한 신흥 강대국들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드는 위세를 떨치고 있던 왕국의 대표가 꺼낸 말에는,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야심이 묻어나 있었다.
“그, 그렇지만… 제국에는 용사파티가…”
“용사파티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아하면, 이번 즉위식에서 모두가 은퇴를 할것이 확실시 되니까.”
“……!”
“은퇴 선언이 곧 시작일세. 이제 해가 저물고 역경의 시대가 찾아올거야.”
그리고 그 발언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군주들의 시선.
“흐흠.”
그 시선들 중에서 선망과 동질감으로 반짝이는 눈빛들을 읽어낸 그가, 조용히 입에 미소를 머금은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혼란속에서, 당신들과 펼칠 선의의 경쟁이 참 기대가 되는구만.”
“국왕 전하.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는 제발 발언을…”
“그나저나, 곧 황제가 될 황녀에게는 이제 약혼자가 없다던데… 그 자리를 차지하는 나라가, 경쟁에서 제일 먼저 앞서나가겠군 그래.”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시종의 말을 무시한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
“우리 왕국의 왕자 정도면, 가능성이 없지도 않겠지. 들리는 소문으로는 벌써 후보들은 좁혀졌다던데…”
“””……….”””
그 후 잠시동안, 대기실 안에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뭐지, 국가째로 지도에서 지워지고 싶은걸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발언을 한걸까요…”
그렇게 한참동안의 침묵이 끝난 뒤, 대기실 안에 울려퍼진 무서울정도로 감정 없는 목소리.
“그동안 많이 봐왔죠. 저런 야심에 찬 젊은이들을.”
“자기 딴에는 사람들을 추려본것 같다만. 이를테면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군주 회의에서도 원로라 불리는 엘프왕국, 최근 군주 회의에 참여하게 된 드래곤들의 수장을 비롯한 원로급 인사들이 무표정으로 말을 해나갈 수록, 주변의 분위기가 차갑게 경직되어나간다.
“에이 설마. 단체로 멸망하고 싶지 않은 이상, 저런 멍청한 의견에 동조하진 않겠죠.”
그렇게 중얼거린 엘프 여왕이 무심한 눈빛으로 몇몇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자, 여기저기서 다급히 고개를 숙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아하니, 신흥국가들 중에선 ‘맹약’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나보군.”
“하긴, 용사 파티는 뒤로 하더라도… 제국에 반기를 드는 순간 전세계를 적대하게 되겠죠.”
“그러게요. 저번에 제국의 맹약을 저버린 국가들이 얼마나 큰 짐을 짊어지게 됐는데.”
그런 그들을 마찬가지로 힐끗 쳐다보고는,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원로들.
“뭐, 조만간 저분은 회의에서 찾아보지 못보겠네요.”
“우리 뿐만이 아니라 눈과 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저런 경솔한 짓은 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린 드래곤 장로의 말 대로, 어느새 군주들의 주변에 알게 모르게 깔린 시선이 그들을 옥죄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할 중대발표라는건 뭘까요?”
“글쎄, 결혼이라도 했나?”
“어머, 짖궂기도 하셔라. 그러다 당신도 사라질지도 몰라요?”
“하하하…”
.
– 터벅, 터벅…
황궁의 복도를 걸어가는 클라나의 옆과 뒤에, 무수히 많은 시녀들과 하녀들이 뒤따른다.
“저기, 드릴 말씀이…”
“흠?”
그 무리의 맨 앞에서 묵묵히 즉위식의 현장으로 걸어나가던 클라나의 옆으로 다가온 메이드.
“…으음.”
잠시 자리에 멈춰서서 그녀의 귓속말을 들은 클라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속삭인다.
“조만간 아슈펠트 왕국과의 대외적 관계를 고려해봐야겠군요.”
“전략실에 전해놓겠습니다.”
“아뇨, 그럴 필요도 없어요. 제 선에서 처리할테니…”
그렇게, 순식간에 복잡한 일 하나를 처리한 클라나.
“그나저나, 오늘의 세례는 누가 담당하죠? 그리고 어쩐지 대마법사님이 보이지 않는데…”
그러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의 끝쪽을 바라보던 그 순간.
“…클라나.”
“안녕하세요~!”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복도 끝쪽에 서있는 익숙한 얼굴들.
“당신들이 왜 여기에…?”
“원래 대주교나 교황이 세례를 해야 하는데, 둘 다 부재중인지라 제가 왔어요~!”
“난 마법 의식을 담당할거야. 원래 그 망할 노친네가 해야하는건데… 대체 어딜간건지.”
그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보인 페를로체와 이리나의 말에, 클라나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다.
“솔직히 꽤 긴장중이였는데… 당신들과 함께라면 문제 없을 듯 하네요.”
“이것보다 더한 일도 겪어봤으면서, 긴장은 무슨 긴장?”
“아, 그게… 실은…”
그러던 그녀가 반쯤 농담조로 말한 이리나의 말에,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어, 음…”
“클라나?”
하지만, 좀처럼 입을 때지 못하는 그녀.
“…뭐, 행여나 긴급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신들이라면 문제 없을테니까요.”
“뭐야, 김빠지게.”
차마 세레나와 자신의 처지가 뒤바낀 평행 세계의 이야기를 꺼내놓지 못한 클라나가 그렇게 둘러대자, 이리나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긴다.
“보안이 하도 철저해서 그런일은 없을테지만, 걱정마. 수상한 녀석이 보이면 즉시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아니, 찢지는 마세요.”
“그럼 제가 살살 제압할게요!”
“페를로체, 네가 나서도 별반 다를건 없어.”
그렇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들.
“””……….”””
그런 그녀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춘 곳 앞에는, 황궁의 바깥으로 향하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클라나.”
“…….!?”
어느새 다시금 얼굴에 긴장한 기색을 비치던 클라나가, 발걸음을 쉽사리 때지 못하고 있던 그때.
“이 밖으로 나가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야.”
“프, 프레이.”
그늘이 져있던 옆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프레이.
“다, 당신이 왜 여기에…?”
“즉위식에 함께하려고.”
“그, 그렇지만… 즈, 즉위식에 참여할 수 있는건…”
“세례를 하는 사람과 마법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 그리고… 황제가 될 이의 반려지.”
“아.”
“뭐, 어차피 곧 공개할건데… 상관없잖아?”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클라나에게 손을 뻗는다.
“클라나.”
“…네, 네에?”
“역대 황제들에게 행하던 의식과 세례, 자질의 검증. 그 모든것들이 끝나면, 너는 이 제국의 황제가 되겠지.”
이윽고 예상치 못한 프레이의 등장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녀의 손을 잡은 프레이가, 그녀와 함께 발을 맞추어 걷기 시작한다.
“…그래도, 둘이 있을때는 반말해도 되겠지?”
“푸흡.”
그러던 와중, 프레이가 가볍게 건낸 농담에 결국 웃음을 터트려버린 클라나.
“황제라고 권력으로 다른 애들 짓누르면 안된다? 그러면 진짜 눈이 돌아갈 애들이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 진짜로…”
“황궁의 개인실에 당신을 가두어두면 되니.”
약간은 살벌한 클라나의 농담과 함께,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방금 그거, 농담이지?”
“……..”
“클라나?”
.
“와아아아아아아!!!”
“황녀전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에에에!!!”
클라나와 프레이가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자,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
“음? 용사는 왜 있지?”
“뭐긴 뭐야, 선전용이겠지.”
“그렇다기엔 손을 잡고 있는데?”
“어라, 그러게.”
그 함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부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프레이와 클라나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눈치채고 벌써부터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이건… 약혼자는 이미 결정됐다는 걸까요.”
“아까 혼자서 마구 떠들던 어떤분이 보시면, 참으로 아쉽겠어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를 띤채 이야기를나누는 원로들.
“…….으득.”
그들이 있는 곳의 조금 뒤쪽에 서있던 아슈펠트 왕국의 국왕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이를 갈기 시작한다.
“……….”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로브를 뒤집어쓴채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누군가.
“…슬슬 시작이군.”
그의 소매 아래에서, 검은 줄기 같은 무언가가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근처의 자리에서 조신한 척을 하며 앉아있던 로즈윈이였던 것은, 행운이였을까 불행이였을까.
“…문어?”
“그럼, 지금부터… 즉위식을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잘못 본건가?”
로즈윈의 혼잣말과 함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즉위식이 힘차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