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2화(492/524)
Episode 492
“………”
“지금 내가 무슨 소릴 들은거지?”
클라나의 마지막 폭탄발언 이후, 흐르던 오랜 침묵 속에서 알음알음 말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황제가… 부인중 한명?”
“노, 농담인가?”
당연한 일이였다.
황제가 어떤 사람의 ‘부인들’ 중 한명이라니.
삼류 연극이나 소설이 아니고서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아무리 프레이가 용사라고 해도… 그게 가능하긴 한건가?”
제아무리 그 ‘어떤 사람’의 정체가, 세상을 구원한 용사 프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게요. 황제도 고대 법률을 무시할 수는 없을텐데.
사실, 부인을 여럿 두려던 고위 귀족은 지금껏 몇번이고 나왔었다.
하지만, 제국의 ‘고대 법률’이 그 시도들을 전부 좌절시켜 왔다.
‘정실 부인’은 오직 한명.
한 귀족 가문이 너무나 막대한 권력을 얻지 않기 위해 고안된, 옛날에 소실된 신비한 힘인 ‘고대마법’으로 지켜져오던 강력한 규칙이다.
“고대마법을 거스르면… 용사나 황제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터인데.”
“맞아. 초대 용사와 초대 황제도 그것 때문에 이어지지 못했다고 하던데…”
그 절대적인 규칙이 제정된지 약 천년만에 깨지려 하자, 당연히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황제는, 뭐랄까… 상당히 개방적이군.”
“그게 좋은거려나요, 나쁜거려나요.”
“납득할만한 이유와 해결책이 있다면 젊은 혈기의 패기이고, 없다면 객기겠지.”
그렇게,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니라 타국의 귀족들과 군주들 까지도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클라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시점에서.
“다른 개혁안들은 시민들과 귀족들의 의견을 적당히 취합하여, 수정할 곳이 있다면 수정을 가할 것이다.”
무표정으로 잠시 아래의 분위기를 읽던 클라나가, 다시금 발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발언 만큼은 그리하지 않을것이다.”
“”………..””
“그것은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전하는 통보이니라.”
그녀의 말에는, 완전히 확고한 의지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젠장. 무슨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오.”
“우리 아들은, 약혼자 자격을 얻기 위해 혼기를 이미 놓쳤다고…”
그렇기에, 지난 몇년간 자신의 자식들을 약혼자로서 꽂아넣기 위해 노력해오던 귀족들은 부랴부랴 대응책을 구상해내기 시작했고.
“걱정마시죠, 저희에겐 고대마법이 있지 않습니까.”
“허세를 부리는군. 아마 당장의 약혼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쇼겠지. 왜 그런 의미없는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대 마법’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클라나가 객기를 부린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이미 사법부에서의 법적 검토는 모두 끝마친 상황이며, 혼인 신고 역시 끝마쳤도다.”
“”……..!!!””
“그리고 제국의 고대마법은, 그 혼인 신고를 막지 못했지.”
클라나의 부연설명이 시작되자, 모조리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말하며 클라나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집중된다.
– 펄럭, 펄럭…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서류 한장이 나부끼고 있었다.
“이것은, 초대 용사와 그 부인에 의해 천년전에 제정된 고대법률로서…”
그녀의 입에서 서류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의 눈이 점점 멍해진다.
“…요점은, ‘용사’에게 부인을 여럿 둘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의 설명을 끝낸 그녀.
“물론 2대 용사인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에게도, 이 법률은 적용되지.”
“”……….””
“이미 초대 황실에 한번 적용된적 있던 법이다. 따라서 전혀 문제될것이 없다.”
오래전에 봉인되었던 세 공작가와 황실이 얽힌 1급 비밀 치고는, 상당히 빠르고 호쾌한 공개였다.
“잠깐, 그럼 족보가 어떻게 되는거야…?”
“처, 천년이나 지난 지금… 의미가 있을까요.”
“그, 그래도 어지럽군.”
그렇게, 그녀의 발언이 불어일으킨 파급력 덕분에 한동안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서서히 줄어들어갈 무렵.
“그럼, 나를 포함한 용사의 아내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
꺼저가던 불씨에, 클라나가 다시금 불을 지폈다.
“카니아라면… 스타라이트 가문의 집사? 자기 집사랑 결혼을 해?”
“드래곤들의 수장과 결혼이라니! 제국의 용사는 이상성애자였나!!”
“수, 순결해야만 하는 성녀가… 결혼? 태, 태양신이 노할 터인데…!”
“루, 루비라면… 2대 마왕이잖아. 그런데 혼인? 용사랑?”
사실 당연한 반응이였다.
“하, 하늘아래 태양이 두개일 순 없소! 선셋 가문은 언제나 태양 뒤의 노을이어야만 한단 말이오!! 만약 그들이 다시 한번 별을 품는다면…!”
“바이워크 가문이 공작가로 승격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거의 반 확정이겠군.”
“언니와 동생이 남편을 공유해…? 세상에 맙소사. 동대륙의 야만인들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클라나가 세상에 공개한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애초부터 프레이의 약혼자였던 세레나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정점에 올라가 있거나 논란의 여지가 가득했기 때문이였다.
“아무튼… 당위성에 대한 설명은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이, 인정할 수 없다!!’
‘애초에 부인을 여럿두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일터인데, 감히 황제까지 포함을 해? 불경도 이런 불경이 다 있나!’
‘당장 소리높여 항의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클라나가 발표를 종료하려고 할 때 쯤에는, 꽤나 많은 귀족들이 당장에라도 소리 높여 항의할 생각을 품은채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혹시, 내 결정에 이의가 있는가?”
하지만.
“있다면 손을 들어보거라. 원래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만, 특별히 지금 이 순간에만 이의제기를 허락하노라.”
“”………..””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일이였다.
– 파지지지지직…
안 그래도 황제로 즉위하며 특유의 쭈글쭈글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 클라나가, 전대 황제를 가볍게 압도할 정도로 ‘지배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기도 하였고.
“…젠장. 하필이면 용사가 옆에.”
“이미 전부 계획된 사안이라는 건가.”
그녀의 옆에서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프레이가, 제국 귀족들에게 ‘기강 잡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이유 또한 있었다.
“저 사람은 그럴만 하지…”
“용사 부럽다…”
그리고 애초에 정치적 입장이 걸린 고위 귀족들을 제외한 하급 귀족들과 평민들은.
“영애들의 꽃이 이렇게 떨어지는구만.”
“…그래도 날아오는 벌들은 많을것 같은데.”
단순히 프레이를 부러워하거나 그가 유부남이 됨을 아쉬워 하고 있었을 뿐, 방금의 선언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좋다. 반론이 없는 이상,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애초에 법률적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그들의 강행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없긴 했지만.
“그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그렇게 얼추 상황이 정리되자,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맺기 시작한 클라나.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끝으로, 즉위식을 마치노라.”
초대 황제의 명성을 뛰어넘을 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의 즉위식이,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
“오랫동안 제국과 세계에 내려앉아 있던, 침체와 분열의 시기는 이제 끝이다.”
클라나의 단호한 목소리가, 사방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해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맹약은 복구되었고, 용사는 또다시 승리를 쟁취하였다.”
그녀의 말에 담긴 무게와 의미의 뜻을, 즉위식에 모인 모두가 통렬히 느끼고 있었다.
농부나 상인같은 일반인들부터, 제국의 최고 요직에 앉아있는 자들, 그리고 타국의 군주들까지 포함해 전부가 말이다.
“어둠의 시대의 종말을 눈 앞에서 목도한 자들이여.”
그렇게, 쥐죽은듯이 조용해져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분위기 속에서.
“이제부터 펼쳐질 빛의 시대를,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
클라나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황실 앞 뿐만 아니라, 제국 전역을 가득 메운 엄청난 환호성 소리.
“…빛의 시대라.”
“뭐, 확실히 기분이 좋긴 하군.”
평민들, 귀족들, 타국민들.
저마다 각기 다른 목적과 인간군상을 가지고 모인 그들 모두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되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기뻐하고 있었다.
“…후아.”
그렇게, 모두가 그 분위기에 취해 하나되어 있을 무렵.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게 끝났네요.”
“완벽했어, 클라나.”
모두를 뒤로하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클라나가, 한숨을 내쉬며 프레이 일행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고대 마법을 거둘까.”
“안 그래도 유지하느라 힘들었다구. 대체 즉위식 동안 고대마법을 유지해야 하는 조항은 왜 있는건지.”
“저도 같이 반역 놀이 할래요! 클라나 씨!”
그런 그녀에게 피식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대마법을 거두기 시작한 이리나와 페를로체.
– 파지지지지지직…!!!
모든것이 순조로울줄만 알았던 즉위식에.
“뭐, 뭐야?”
“…으아?”
이변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
“흐흐, 흐흐흐…”
눈이 검게 물든 마탑주의 옆에 로브를 뒤짚어 쓴채 가만히 서있던 소녀가,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손을 하늘 위로 뻗는다.
“클라나. 미안하지만 말이야.”
– 쿠구궁! 쿠궁!!
“…이 언니가, 네 해피엔딩을 가로채 줄게.”
어둠이 짙게 깔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로브 밖으로, 빛바랜 금발색 머리카락이 살짝 삐져나온채 흔들리고 있었다.
“서두르거라. 저들이 고대마법을 닫기 전에 간섭해야 한다.”
“그래, 황족의 혈통을 가진 내가 저 고대마법에 간섭하는데 성공하면… 내 영혼을 클라나와 바꿔주는거 맞지?”
“…이미 죽음의 맹세를 했을텐데.”
그러던 그녀가 옆에서 들려온 갈라지는 목소리에 반응하여 질문을 던지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하는 마탑주.
“풉, 하긴 그랬지.”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던 리파엘이, 얼굴에 미소를 만연한채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상상치도 못했어.”
“……..”
“설마, 당신이 이런 짓을 할 줄이야. 날 감옥에서 꺼내주기 전까진 정말이지 믿기지가…”
“…간섭에 집중하거라.”
“하, 재미없기는.”
하지만 마탑주의 쌀쌀한 반응에, 입을 쭉 내민 리파엘이 다시 간섭에 집중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당신… 뭐야.”
“”……..!!!””
그녀들의 뒤에서,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당신이 어떻게… 그 힘을?”
“…쯧.”
재빨리 목소리가 들려온곳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혀를 찬 마탑주.
“마탑주, 당신이 어떻게 그녀석의 힘을 쓰고 있는 거야!!”
“죽고싶지 않다면, 못본척 하는게 좋을게다.”
“조, 조종당하고 있는거지!! 그, 그 문어 자식한테!!”
아까부터 둘을 수상하게 바라보고 있던 로즈윈이, 다급히 태양의 마나를 손에 두른채 둘에게 돌진했지만.
– 파직…!
“…윽.”
가볍게 그녀를 마법으로 멈춰버린 마탑주가, 평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띤채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것’ 말이냐?”
“……!!!”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다가, 그녀가 꺼내든 작은 유리병 안에 든 것을 보고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은 로즈윈.
“아쉽지만, 상황이 반대로구나.”
“마, 말도 안돼…”
상당히 익숙한 모양의 눈동자가, 병 안에서 초점을 잃은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