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5화(495/524)
Episode 495
“……..”
“…해도해도 너무하는군.”
아까부터 돌아가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체 어쩌다가, 어린애가 이 지경이 된건지.”
벌써 프레이의 치료가 시작된지 한시간째이다.
– 샤아아…
몸에 깊게 나있던 상처와 흉터가 고통 하나 없이 사라지고 있는걸 보면, 아마 그가 쏟아붇고 있는 포션은 최고급일테지.
그것은 내가 한달동안 반항하지 않고 말을 잘 들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엄청난 물건을, 이 남자는 내게 아낌없이 퍼붓고 있다.
“…으음.”
그리고 가끔 들려오는 괴로운 소리 역시 신경쓰인다.
단순히 포션을 바르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까.
혹시, 치유 마법이라도 쓰고 있는건가?
치유 마법은 사용자의 부담이 매우 크다고 알고 있다.
동정심으로 나를 치료해주던 황실의 마법사가, 그리 말한적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프레이는, 마법은 커녕 검술도 잘 모르는 약골일 터인데.
“…후우.”
“……….”
눈을 떠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내 두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어째서일까? 분명 방금전까지는 무언가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는데.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품어보는게, 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얼추 됐나.”
그렇게 어찌할바를 모르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이내 들려오는 피곤에 찬 목소리.
– 스륵…
그 직후, 나의 이마에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따듯해…’
누군가의 온기를 느껴본것은 처음.
아니, 상당히 오랜만이였다.
어머니가 죽은 이후로는, 한번도 느껴본적 없던 기분이 든다.
– 꾸벅…
“……?”
때문에 조용히 눈을 감은채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갑자기 이마에서 미끌어지는 그의 손.
“…아.”
나도 모르게 눈을 떠보니, 나를 쓰다듬다 말고 잠이 들어버린 프레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꾸벅, 꾸벅…
요즘 망나니는, 전부 이런걸까.
평소의 오만에 가득찬 가식적인 표정이 아닌, 피곤에 쩔은 여린 얼굴이 눈 앞에 보인다.
“…..꿈이겠지, 아마.”
이쯤되면, 사실 별로 놀랍지도 않다.
아마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이제 눈을 뜨면, 또다시 어둡고 칙칙한 내 방이 보이겠지.
– 스륵…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프레이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은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꿈이 끝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를 망나니에게 강제로 결혼을 당한 것도, 반쯤 납치당해 알몸이 된 것도, 나름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나의 인생은 그것보다 나쁘면 나빴지, 더 좋아질 리는 없으니까.
“으음…”
그리고, 그의 손은 왠지 모르게 따듯했다.
“……..”
그저 하룻밤의 꿈 속인데도, 놀랄정도로 잠이 올 정도로 말이다.
.
“일어나.”
“…읏.”
프레이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이불을 덮은채 잠에 들어있던 클라나가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그리고는, 잠시 멀뚱멀뚱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여는 그녀.
“꿈이… 아니였어?”
“무슨 소릴 하는거지.”
“아, 아니… 그게… 어, 어젯밤에…”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클라나가, 그의 싸늘한 시선을 발견하고는 말끝을 조용히 흐린다.
“어젯밤에, 뭐가 어쨌다는 거지.”
“…제 옷은 왜 벗겨져 있나요.”
그런 클라나를 프레이가 차갑게 추궁하자, 애써 시선을 돌리며 질문을 던지는 클라나.
“뻔하잖아. 여자가 옷이 벗겨진채 침대에서 정신을 잃었다면, 당했을 짓은.”
“아.”
“귀엽더라, 너.”
그런 클라나에게 살짝 다가간 프레이가,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
하지만, 여느때와 같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빤히 프레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클라나.
“…쯧.”
그런 클라나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살짝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연다.
“화조차 나지 않는걸까? 이런 짓을 당해도.”
“……..”
“말이라도 좀 해보지?”
그럼에도 클라나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만 있자, 그런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던 프레이가 조용히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다.
“짜증나네.”
“…뭐가요.”
“됐어. 흥미가 뚝 떨어지네.”
그리고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며 방 밖으로 나서는 프레이.
“앞으로 내 시종들이 널 돌보아 줄거다.”
“……..”
“옷은 옷장에 넣어두었어. 옆에 있는 벨을 누르면 시종들이 올거야.”
모자를 푹 눌러쓴 그가, 문을 닫으려다 힐끔 뒤를 돌아보며 말을 덧붙혔다.
“…일단은 배나 채워두라고.”
그 말이 끝나자, 굳게 닫힌 방문.
“………”
멍하니 문을 바라보던 클라나가, 조용히 시선을 호출용 벨로 돌린다.
“…뭘까, 정말로.”
이윽고, 어리바리한 표정을 지으며 벨을 누르는 그녀였다.
.
“조금 더 드릴까요?”
“…하읍.”
시종이 가져온 음식은, 눈이 휘둥그레 뜨일 정도로 맛있었다.
“와아, 정말 멋지시네요.”
말라비틀어진 빵을 먹던 나에게, 육즙이 흘러넘치는 스테이크와 기름진 치즈 조각은 상당히 자극적이였고, 동시에 나를 흥분하게 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였다.
별 기대없이 연 옷장 안에는, 생전 처음보는 종류들의 보석과 옷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런 분을 그동한 썩혀두었다니, 다들 안목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아.”
“어떠신가요? 바뀌신 모습이 마음에 드시나요?”
거울에 비친 내가 아름다워 보인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네네, 필요한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그리고, 프레이가 준비해준 시종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그 누구도 나를 싸늘하게 보지 않았으며, 어떤이도 나에게 손을 대지 않았고, 하다못해 욕을 입에 담는 일도 없었다.
“…저기, 당신들의 소속은?”
“저흰 스타라이트 가문의 가신들이랍니다.”
그런 그들의 소속이 ‘스타라이트 가문’ 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나는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질문’이라는 것을 던져보기로 하였다.
“궁금한게 있습니다만…”
“네! 뭐죠?”
“…프레이 씨는, 정말로 망나니가 맞나요?”
그리고 그 질문을 한 순간.
“쉿…!”
“흡.”
다급히 내 입을 틀어막은, 놀란 토끼눈을 한 메이드.
“그런 질문은, 다신 하지 마세요.”
“…왜죠?”
“프레이 님이 당신을 크앙! 하고 잡아먹을거랍니다?”
두 손을 위협적으로 치켜들고 잡아먹는 시늉을 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튼, 프레이 님은 아주아주 나쁘신 분이랍니다?”
“……..”
“그러니, 항상 정신을 바짝 붙들어 맨채로 사셔야 해요?”
“…가문의 가신이 그렇게 말해도 되는건가요?”
가차없이 자신의 주인을 깎아내리는 그 모습에서 살짝 위화감을 느껴 다시 질문을 던져보니, 그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상관 없어요. 어차피 지금 주인님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문 너머에서 저희를 지켜보시는 분이 있는데…”
“…..!”
하지만, 내 말을 듣고는 그대로 굳어버리는 메이드.
“…….”
“지, 집사님.”
검은색 정장을 입은 소녀가, 문틈으로 나와 그녀를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다.
“따라오세요.”
“으, 으으…”
이윽고, 집사의 불호령에 울상을 지으며 밖으로 끌려나가는 메이드.
“분명 사담은 금지라 했을텐데요.”
“그, 그치만… 물어보신게 상당히 중요한거라… 아아, 아야.”
“저부터 먼저 부르셨어야죠?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신다면, 도련님의 위업이…”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던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문득 손을 옷 안으로 넣어보았다.
“아프지 않아.”
어젯밤의 일은 끝이 아니였다.
몸에 난 상처들은 정말로 사라져 있었으며, 나와 그는 정말로 혼인을 했고.
“……..”
이제부터 나는 그와 함께 거주하게 된다.
제국 최고의 악인. 하룻밤마다 여자 한명을 죽인다는 괴물 공작.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와.
“…하읍.”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 오물오물…
적어도 메이드가 가져다 준 스테이크의 온기는, 여전히 남아있었으므로.
“고기는 이런 맛이구나.”
어젯밤에 나를 쓰다듬던 손길의 온기도, 어느정도는 남아있었던것 같기도 한다.
“…한그릇 더 시키면, 역시 얻어맞겠지?”
.
그로부터 몇분 뒤.
“도련님,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아, 카니아.”
자신의 방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서류를 정리하던 프레이가, 갑작스레 열린 방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혼인이라니요. 저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이렇게나 갑작스레.”
“일단 진정좀 하고.”
“어떻게 진정을 합니까. 또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지르셨는데.”
그런 프레이의 태평한 표정을 보고는, 분통을 터트리는 카니아.
“제국 전역에 벌써 소문이 자자합니다. 일각에서는, 벌써 도련님이 황녀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소문까지…”
“아, 그건 내가 낸 소문인데.”
“…하아.”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그리 답변한 프레이가, 품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서랍의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넣는다.
“어디, 보자… 과연 성공했을련지.”
“……..”
이윽고, 그곳에서 낡디 낡은 일기장을 꺼내고는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 프레이.
“오호.”
그러던 그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역시 성공했어, 카니아.”
“…무엇을 말입니까.”
“황녀의 폭주를 성공적으로 막았어. 역사에서 그 사건이 아예 사라져버렸는걸.”
그런 프레이의 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카니아.
“그러십니까. 그럼, 이제 혼인은 취소하셔도…”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카니아의 말을 끊은 프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연다.
“난 저 아이를 황제로 만들거야.”
“………”
“내가 없어도, 언젠가는 이 제국을 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한 황제로.”
“왜죠?”
“응?”
그러다가, 카니아의 질문에 멈칫하고는 말을 되묻는 프레이.
“어째서 도련님은… 그 별볼일 없는 황녀에게 그렇게나 충성하시는 겁니까?”
“………”
“차라리 다른 방계 황족을 허수아비로 내세우는 편이, 더 효율이 좋을게 확실합니다만.”
냉정한 표정의 카니아를 빤히 바라보던 프레이가, 이내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띤채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카니아, 넌 왜 내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거지?”
“도련님은 길바닥에서 죽어가던 어린 저와 동생을 주워주셨고, 집사가 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게 다야?”
“또한, 도련님은 이 세계를 구원하실 수 있는 유일하신 분이며…”
“…그리고?”
“당신은, 절 살려주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표정은, 어느새 우울하게 변해있었다.
“얼마전까진 모르고 있었지만, 도련님은 수명을 사용해 제 흑마력을 억눌러주시고 계셨습니다.”
“……..”
“그럼에도 꿋꿋히 제 매도를 몇년동안이나 견뎌오셨고요.”
“으음.”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지금 목숨을 다해 충성하는 이유입니다만.”
말을 마친 카니아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질문을 던진다.
“헌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나도 너랑 똑같아.”
“네?”
그러자, 약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는 프레이.
“나도, 그녀에게 목숨을 빚졌거든.”
“……..”
“정확히는 날 다시 회귀시킨게 그녀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말에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그녀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하신겁니까?”
“응, 내가 죽기 전까진.”
“불길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왜 그래. 어차피 나 시한부인거 알면서.”
“……..”
“그런 표정 지어도 어쩔수가 없어. 회귀의 반동 덕분에, 20살이 한계라고.”
한층 더 우울해진 카니아의 표정을 살피던 프레이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걱정마, 걱정마. 죽기 전에 네 폭주는 해결하고 죽을테니까. 너무 쫄지 않아도…”
“…조용히 하십쇼.”
“푸흐흐… 무시무시한 흑마법사도 죽는건 싫나봐?”
“도련님.”
하지만, 이내 카니아의 무서운 눈초리에 조용히 꼬리를 내리는 프레이.
“…세레나 씨가, 완전히 돌아섰다고 들었습니다.”
“으음.”
“그것도 계획하셨던 겁니까?”
그런 프레이를 조용히 째려보고는, 방 밖으로 나서던 카니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진다.
“당연하지.”
“대체 왜 그러신겁니까. 그녀가 돌아서면 저희측도 상당한 출혈이…”
“싸늘하게 식은 그녀를 붙든채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게 백배 더 나으니까.”
그러자, 돌아오는 프레이의 살짝 떨리는 목소리.
“그녀가 죽는 미래는, 아직 바뀌지 않았어.”
피묻은 일기장을 바라보던 프레이의 눈동자는, 아주 약간이지만 명백히 떨리고 있었다.
“제국이 멸망하는 미래도, 아직 바뀌지 않았고.”
“………”
“그러니, 나는 멈출 수 없어.”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뚫어져라 일기장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일기장을 덮고는 말을 마친다.
“이 일기장에 쓰여진 미래가, 전부 변하기 전까지는.”
“…그렇군요.”
“그럼 이만 가봐, 카니아. 난 처리해야 될게 많아서 밤을 새야 할것 같으니.”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카니아를 배웅해주는 프레이.
“아참, 내 모습을 숨길 수 있는 아이템을 좀 수배해봐. 조만간 일어날 전쟁에, 정체를 숨기고 참여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도련님.”
“응?”
닫히는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프레이의 해맑은 외침을 들은 카니아가, 갑작스레 문고리를 잡고는 질문을 던진다.
“도련님은요?”
“내가 뭐?”
“세상의 미래가 바뀌면, 도련님의 미래도 바뀌는 겁니까?”
그리고, 잠시동안 흐른 침묵.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
“인간 쓰레기, 망나니의 미래 따위는.”
살짝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리 답한 프레이가, 이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인다.
“아무튼, 아까 부탁한 아이템… 꼭좀 부탁…!”
– 철커덕…
하지만 그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 카니아.
“…상관있다고요.”
이윽고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댄차 무너져내린 카니아가, 고개를 떨군채 중얼거린다.
“저에겐… 아주, 상당히.”
그런 그녀의 칠흑같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릴 무렵.
“저기…”
“……!”
갑작스레 그녀의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
“하하하, 한그릇…. 더… 부, 부탁드립니다…”
“……….”
“그, 호… 호출벨을 눌렀는데… 아, 아무도 오질 않아서…”
입에 스테이크 소스를 묻힌채 빈 접시를 내민 클라나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복도에 조용히 울려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