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6화(496/524)
Episode 496
“황녀님! 15번째 생일을 축하드려요~!”
“15살이 되면 보통 사춘기가 온다던데…”
“얘, 황녀님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덧 클라나의 15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가, 감사합니다.”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여,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생일 축하를 받고 있는 클라나.
“짜잔! 황녀님을 위해 준비한 케이크에요! 제국 최고의 명장이 만든 것이니, 맛은 보장되어 있답니다?”
“황녀님이 좋아하시는 스테이크도 엄청 많이 준비했어요!”
그녀 생애 처음으로 마주하는 진주성찬이, 테이블 위에 가득하다.
“이, 이렇게나 많이… 먹는건가요?”
“네?”
“나, 남으면 어쩌죠…?”
그 모습을 불안하게 쳐다보다가, 소심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클라나.
“남으면 남는거죠?”
“애초에 남아야 하는데요. 아무리 황녀님이라도 그걸 다 먹었다간 큰일나요?”
“그리고 저희에게도 좋은게, 남는건 원래 저희들이… 읍읍.”
그런 클라나에게 호들갑을 떨며 답하던 메이드들이, 한 눈치없는 신입 메이드의 입을 틀어막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그러니까 마음껏 드세요. 뒷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맞아요, 1년에 한번밖에 없는 날인데.”
비록 메이드들에게는 별 것 아닌 배려였지만, 생일모를 쓴채 테이블에 의자에 앉아있는 클라나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말들이였다.
“………”
“황녀님?”
이제 음식을 남긴다고 해서 자신에게 매를 드는 이는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그녀의 식사에는, 물에 담구어놓아도 먹기 힘들 정도로 딱딱한 빵 대신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스프가 나온다.
늘 입던 무색의 칙칙한 생활복 대신, 아름다운 드레스가 그녀의 옷장에 즐비해 있으며.
비록 정체를 숨겨야 하긴 하지만, 이젠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이 또한 없다.
“…으극.”
“”……!?!?””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였다.
무엇보다 변한 점은, 그녀에게 아군이 생겼다는 것이다.
몇개월전에 프레이가 붙혀준 가정교사들은, 말이 가정교사지 하나하나가 전부 사교계의 괴물들이다.
또한 정체를 숨기고 방 밖으로 나선 그녀에게는 친구들도 여럿 생겼으며, 가끔 그녀의 신분으로 나갈때면 알게 모르게 파벌 또한 생겨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메이드들과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감이 안잡히지만 챙길건 다 챙겨주는 검은머리 집사도 있다.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1년전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
“우으…”
그 모든것들을 상기하던 클라나의,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든 여린 손이 파르르 떨린다.
– 주륵…
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는 구슬같은 눈물 방울.
“화, 황녀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너, 너너 너때문이잖아! 네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죄, 죄송해요 황녀님! 저, 전 남은 음식 안먹을테니까? 부디 진정…”
그런 클라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메이드들이, 새파랗게 질린채 다시 호들갑을 떨어댄다.
“…죄송해요.”
그렇게 범인으로 몰린 신입 메이드가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던 순간, 먼저 입을 연 클라나.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답한 클라나의 뒤로, 따스한 아침햇살이 들어와 그녀를 밝힌다.
“…황녀님, 되게 이쁘시네.”
“그러게.”
어머니가 돌아간 이후로 첫번째로 지어보는 그녀의 미소가, 그 햇살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음, 계시려나요…”
그로부터 몇시간 뒤.
“요즘 꽤나 바빠보이시던데…”
프레이의 방문 앞에 선 클라나가, 품에 편지를 품은채 소심한 걸음걸이로 서성이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감사인사를 드려야 겠어요.”
사실, 지난 1년간 클라나는 프레이와 그렇게 가까워지지 못했다.
‘맹약’까지 사용해 자신과의 혼인을 추진한 프레이였지만, 막상 그와 클라나가 만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싶던 클라나도, 어느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괜히 갔다가 얻어맞으면 어쩌지.”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반드시 프레이와 마주하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클라나였지만, 그에 대한 공포 역시 어느정도는 남아있었다.
지난 1년간, 프레이의 악명은 더더욱 커졌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며, 그 역시 몸을 사리지 않고 미치광이 짓거리를 하고 다닌다.
“함부로 행동하지 마시지요.”
“……..”
“만약 혼자서 행동하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딸꾹.”
“각오하시는게 좋으실겁니다.”
무엇보다도 첫날 저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마추친 프레이가, 자신의 목을 손으로 움켜쥔채 속삭였던 그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대로, 그는 언제든지 자신을 끝장낼 수 있었다.
그때 프레이가 손에 힘을 줘 그녀의 목뼈를 으스러트렸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으으.”
그렇게 프레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속에서, 계속해서 방문 앞을 서성이며 고민을 하던 클라나.
“당신, 제정신인가요!!!”
“…흐익.”
바로 그 순간, 프레이의 방 문 너머에서 찢어질듯한 고함이 들려온다.
“제국의 공작이, 적국과 비밀리에 교류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당신 덕분에 일이 커졌어요!! 조만간 전쟁이 터질거라고요!!”
덕분에 살짝 얼어붙었던 클라나가, 그 내용의 심각성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한다.
“이번 전쟁으로 일어날 필요가 어느정도인지는 아시나요!? 안 그래도 휘청거리는 제국에 갈 타격은!? 희생될 죄없는 국민들의 수는!?”
“…세레나.”
그런 심각한 상황속에서, 이내 들려오는 격렬한 몸이 부딪히는 소리.
“이거 놔요!!”
“내가 그랬다는 증거라도 있나.”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건 오직 당신뿐…!”
“심증 말고, 단 하나의 물증이라도 있느냔 말이다.”
아무 감정도 실려있지 않은 프레이의 목소리에,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진다.
“지금은 없지만… 내가 반드시…”
“증거도 없이 감정에 치우쳐 사람을 몰아가는걸 보니, 약혼을 파기하길 잘했군.”
“…으득.”
그렇게, 숨막히는 대치가 소강상태에 빠지고.
“나가라. 네 얼굴은 이제 보기만 해도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니.”
“…각오해, 프레이.”
저주스러운 목소리로 그 말 한마디를 뱉은 세레나가, 프레이의 손을 뿌리치며 방 밖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내 모든 재량과 능력을 사용해서, 널 막아줄테니까.”
“…제국 암부의 수장이 할만한 농담은 아닌것 같은데.”
“닥쳐. 난 진심이니까.”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문앞에 선 세레나가, 마치 벌레를 보듯이 프레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미 알게모르게, 시작했거든.”
“으앗.”
“…..?”
그리고 그 순간, 클라나와 세레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
이윽고 흐르기 시작한 어색한 정적.
“당신은…”
– 후다닥…!
클라나를 빤히 내려다보던 세레나가 무언가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미처 첫마디가 나오기도 전에 후다닥 프레이의 방 안으로 들어서는 클라나였다.
.
“프, 프레이…”
“나가시죠.”
클라나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펼치고 있던 책을 덮는 프레이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
“노크도 없이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잠시동안 클라나의 시선이 프레이의 낡은 일기장에 머물렀지만, 이내 프레이에게로 고정된다.
“소, 손수 쓴… 펴, 편지를… 전해드리고 싶어서…”
“당신의 편지따위 필요 없습니다.”
이윽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내민 클라나였지만.
– 찌익…!
“…아.”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편지를 낚아채고는,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프레이.
“제가 관심있는건, 오로지 당신의 황녀라는 직위와 몸입니다.”
클라나를 응시하며 그녀의 턱을 잡아 치켜올린 프레이가, 편지를 쓰레기통에 털어넣으며 속삭인다.
“오늘밤, 제 침실로 오시죠.”
“………”
“괜찮습니다, 늘 했던 것처럼 상냥하게 재워드릴테니.”
그 말을 마친 프레이가, 조심스레 클라나의 볼을 쓰다듬는다.
“…..으음.”
하지만 어째서인지 클라나가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자, 살짝 눈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나는 프레이.
“아무튼 나가시죠. 지금 전 해야하는 일이 있기에.”
‘왜 저런 거짓말을 하는걸까.’
그런 프레이를 한참동안이나 제자리에서 빤히 쳐다보던 클라나가, 속으로 조용히 의문을 품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날 건드린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1년전의 그날 이후로, 어째서인지 클라나는 단 한번도 마취된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은 마비가 되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신비한 상태였지만.
‘대체 당신은.’
프레이는, 그런 상태에 빠진 클라나의 곁을 그저 밤새동안 지키고 또 지킬 뿐이였다.
‘정체가 뭔가요.’
– 샤아아…
속으로 그렇게 물으며 방문을 연 클라나의 오른손에서, 황금색 빛이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
“저기, 당신.”
“흐익.”
프레이의 방 밖을 나서자마자, 클라나에게 다가온 누군가.
“무, 무슨 일…”
“쉿, 이대로 절 따라오세요.”
“네?”
프레이의 방 앞에서 기척을 숨기고 있던 세레나가, 클라나의 손을 잡고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프레이에게 못된짓을 당하고 있죠?”
“……?”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제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드릴게요.”
주변을 이리저리 경계하며 걸음을 옮기던 세레나가, 이내 클라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러니, 함께 프레이를 타도해보죠.”
하지만, 클라나의 시선은 세레나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아.”
“네?”
옛날부터 그녀가 가지고 있던 알 수 없는 힘으로 만들어낸, 노란색 카나리아.
지난 몇년간 독방에 갇혀있던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그 누구에게 말하지 않은 자신만의 비밀.
클라나는, 1년간 더욱더 밝아지고 능력도 많아진 그 작은 새의 시선을 공유하는 중이였다.
“응, 그래. 지금 막 세레나가 황녀 전하를 데려간 참이야. 방금 일기장을 확인해보니, 역시 변화가 생겼더라고.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 지지직… 지직…
“…독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5년에 걸쳐 작용하는 종류더만.”
비록 공유되는건 시야뿐이였기에, 통화를 하고 있는 프레이의 말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저기요…? 왜 그러시나요?”
“…역시.”
그럼에도 클라나는 결정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역시, 당신은… 이상해요.”
“…제가요?”
자신이 찢어버렸던 편지의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담아, 책상 위에서 맞추어보고 있는 프레이의 미소와.
“…쿨럭.”
그런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한줄기 피를.
“저,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진실을 알아야겠어.’
찬찬히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프레이의 입가에 떠오른 은은한 미소와,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는 검붉은 피에 시선을 고정한채 그리 다짐하는 클라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