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9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99화(499/524)
Episode 499
“아셨죠, 황녀님? 당황하시지 말고… 침착하게. 평범하게만 반응해주시면 된답니다.”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요.”
클라우드 왕국과 제국의 대전쟁으로부터 며칠 뒤.
“너무 갑작스러우신가요? 하긴, 저도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때는 참으로…”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황실에서 열린 논공행상에 참석하려던 클라나가, 다급히 그녀에게 달려온 세레나의 말에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되묻고 있었다.
“프레이가… 이번 논공행상에서, 자신이 용사라 주장하려 한다고요?”
“네, 정말로 뻔뻔하게도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정말로 역겨운 인간이죠. 이 전쟁을 발발시킨게 그일텐데, 어떻게 그따위 조잡한 주장을 할 수 있는지…”
“……?”
프레이의 정체를 모르는 세레나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였을지도 모른다.
‘숨겨야 되는거… 아니었나?’
하지만, 프레이가 천년만에 제국에 나타난 ‘가면의 용사’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던 클라나에게는 그 말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갑자기 왜? 지금와서…?’
아직 완벽하게 확신은 못했지만 만약 정말로 프레이가 ‘용사’라면, 그에게는 필시 그것을 숨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클라나는, 솟아오르는 호기심을 며칠째 꾹 눌러담은채 프레이를 그저 지켜볼 뿐이였다.
헌데, 이제와서 갑자기 자신이 용사임을 밝힌다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저질러온 악행은 대체 무엇이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으으…”
“걱정마세요, 황녀님.”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던 클라나가 신음소리를 내자, 그 모습을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화가 난 것이라 착각한 세레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에요.”
“……..”
“제가 부탁한대로만 하시면, 오늘 논공행상이 끝날때쯤… 황녀님은 순식간에 제국 권력의 중심이 되실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리고 질문을 던진다.
“프레이가 용사가 아니라는 증거는… 이미 준비된건가요?”
“네?”
“만약, 그가 정말 용사라면…..”
“그건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머뭇거리며 프레이에 대한 사실을 말해보려던 클라나였지만, 그녀는 세레나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증거가 저희측에 준비되어있으니까요.”
“와, 완벽한 증거라니… 그게 대체…”
호언장담을 한 세레나가 미소를 짓고, 혼란에 빠진 클라나가 우물쭈물 거리던 바로 그때.
“입장하실 때입니다.”
논공행상이 열리는 자리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메이드가, 고개를 숙이며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왔다.
“자, 그럼 제국의 미래를 바꾸러 가보죠.”
“……..”
“잘 부탁드려요, 황녀님.”
자신의 팔에 걸려있던 손목시계를 확인한 세레나가, 클라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보이고 입구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으음…”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그녀의 뒤를 따르는 클라나였다.
“대체 무슨 증거를 준비했길래…”
.
황실의 각료들, 고위 귀족들. 타국의 사절단, 그리고 각국의 기자들까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 전쟁의 지휘관이자 총 책임자인 세레나 루나 문라이트 입니다.”
심지어는 제국의 황제까지 참석한 논공행상의 자리에서, 세레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이번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수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흝어보던 세레나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말했으나, 그 분위기가 방금전 클라나를 대할때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실, 이렇게 전부 참석하실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
“그렇게나 지원 요청을 할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분들인지라.”
그녀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비록 모두가 듣지 못할 정도로 낮게 울려퍼졌으나, 몇몇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지고 있었다.
“크흠흠…”
“요점만 말하시게.”
“애초에 지휘관이 논공행상의 자리에서 발언을 하는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
원래 논공행상의 자리에서는, 황제가 주도권을 가지고 모두에게 발언하는것이 관례이다.
그렇기에 비록 지휘관이라 할지라도, 논공행상이 시작되기 전에 황제보다 먼저 발언권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였다.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불만을 입에 담는 자들을 쏘아보며 소리를 잠재운 세레나가,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록 이번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지만, 사실상 진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게 무슨…”
“저희 제국의 민낯이, 전세계에 낱낱히 까발려졌으니까요.”
그녀의 신랄한 말이 사방에 울려퍼지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사실, 이번 논공행상은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수준미달의 부끄러운 전쟁이 시작될때부터 끝날때까지, 상을 받을만한 행동을 한 사람은 극히 드무니까요.”
“…미, 미쳤군.”
“제정신인가?”
물론 세레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으로 상당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심지어 황제마저 참석한 자리에서 그러한 발언을 하는것은 상당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으음…”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턱수염을 쓰다듬기 시작한 황제.
“그녀도 오래가진 못하겠구만…”
“모르는 일이지. 당장 내일 시체로 발견될지도…”
그의 포악한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신하들이, 새파랗게 질린채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귀공,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가.”
그렇게 당장에라도 무언가가 터질듯한 아찔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천천히 입을 연 황제.
“나는 제국의 국격을 깎아내리기 위해 자네에게 지금 이 시간을 준 것이 아니네.”
비록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뜻에는 분명한 경고의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송구하옵니다.”
평범한 사람이였다면 당장 엎드려 용서를 구했을만한 아찔한 상황이였지만, 세레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황제의 말에 답변을 시작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막바지에 상을 받을 만한 자가 나타났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녀의 침착한 답변에 황제가 조용히 고개를 기울이고, 모두의 눈빛에 의아함이 떠오르던 바로 그 순간.
“자료 영상을 보시죠.”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암전된, 논공행상의 공간.
“무, 무엇이냐.”
“화, 황제 폐하를 지켜라!”
“호, 호위대!”
“…시끄럽다. 경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거라.”
황실의 간신들이 잠시 소란을 일으키는 해프닝이 있었으나, 황제의 나른한 목소리 한마디에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되었고.
– 지지지직…
그렇게 시작된 쥐죽은듯한 침묵속에서, 기록용 수정구가 쏘아올린 영상이 모두의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저게, 말이나 되는가?”
“저, 적장인 얼음공주도 대단하지만… 그녀와 맞서는 이는, 인간이 아닐 지경이네.”
“등이 무참히 꿰뚫리고도, 저리 담담하게 움직이다니…”
그 영상의 내용은, 다름 아닌 아이시와 가면의 사내의 전투 장면.
“저 정도면… 저희 왕국 기사단장들이 전부 덤벼도 무리겠지요?”
“애초에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를 이길만한 강자가 지금까지 없었다네.”
“새로운 최강자의 탄생인가.”
침묵을 유지하던것이 언제였냐는 듯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분위기를 찬찬히 흝어보던 세레나가, 손짓을 보내 영상의 재생을 멈추고는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에는 관심도 없이 안전한 곳에 쳐박혀 있던 당신들은 모르셨겠지만, 이번 전쟁에서 제국이 승리한 이유는 오직 이 남자의 존재 덕분이였습니다.”
아까보다 한층 더 공격적이고 모욕적으로 변한 세레나의 발언이였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지적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논공행상은 오직 그를 위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모두가 정지된 영상속에서 거대한 검기를 휘두르고 있는, 새로운 초인에게 시선을 빼앗겨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저자의 정체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렇게 한참동안 계속되던 격양된 분위기 속에서, 흥미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황제.
“저 정도 되는자라면, 사실 짐작가는게 하나 있다만.”
“맞습니다.”
그를 힐끔 바라보던 세레나가, 또다시 손짓을 해 암전된 방에 다시금 빛을 밝혔고.
“그의 정체는, 바로 용사입니다.”
그 직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야말로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2대 용사. 천년만에 나타난 1대 용사의 진정한 계승자입니다.”
“서, 설마…?”
“저, 전설이 아니였던건가…?”
제국민들의 눈빛에는 전율이 돋고, 주변국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최대한 클라우드 왕국의 손을 들어주려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겠구만.”
이제는 거의 오래된 전설로 취급받던 ‘용사’의 재등장은, 그만한 파급력이 있었다.
“…그런데 용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설마 마왕도?”
“서, 설마 그럴리가…”
“그치만, 용사도 다시 나타났는데… 마왕이라고 못나타날거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 파급력 속에서, 스멀스멀 불길한 이야기가 퍼져나갈 무렵.
“내가 이야기한건, 그것이 아닌데.”
“네?”
슬며시 입꼬리를 올린 황제가,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이어나간다.
“저 가면 안에 있는 얼굴 말일세.”
“………”
“용사라는 직위 말고,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 난 짐작가는게 있는것 같네만.”
그 말을 듣던 세레나의 표정이, 냉랭하게 얼어붙은 바로 그 순간.
“그렇지 않은가? 프레이?”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던 황제가, 옆을 바라보며 그리 말을 던졌고.
“…송구하옵니다, 폐하.”
그 말을 받은 프레이가, 특유의 오만한 웃음을 머금은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폐하는 속일수 없군요.”
그 수상한 광경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을 무렵,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힘차게 선언한 프레이.
“맞습니다. 제가 바로, 아까의 영상에 나오던 용사였습니다.”
그 뒤로, 기나긴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뭐, 사실 놀라울것도 없는 이야기죠. 이 세상에 용사의 후손은 오직 저 하나,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밖에 없으니…”
“정말… 벌레같은 인간.”
그 정적 속에서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는 프레이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세레나.
“토할것 같아요. 속이 다 부글거리네요.”
“뭐?”
“그동안 모두를 속여온 가짜 주제에.”
그러던 그녀가 맹렬한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발언을 하자, 프레이가 코웃음을 치며 묻는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당신은 비참하게 몰락할거에요.”
그 말을 듣고는, 기대가 된다는 듯이 턱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은 프레이가 세레나를 도발한다.
“그렇다면, 한번 증명해보시지.”
“간단해요.”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지 못하는 그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지금 잠시 옷을 벗어주실 수 있나요?”
“뭐?”
“아시려나요, 용사는 전쟁에서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건.”
“…….!!!”
세레나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는 프레이.
“그건…”
“지금 당장 옷을 벗어봐! 프레이!”
“…거절한다.”
“하! 그럴줄 알았어요.”
프레이의 거절에 세레나가 비웃음을 띠며 걸음을 앞으로 옮기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웅성거리기 시작한 사람들 속에서.
“…왜, 대체 왜 거짓말을 하는건가요.”
오직 클라나 한명만이, 고개를 푹 숙인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프레이, 당신의 등에는… 분명히 상처가 나있었잖아요.”
황제파와 황녀파. 두 세력의 운명을 결정지을 소용돌이가, 매섭게 휘몰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