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화(5/524)
Episode 5
“…도련님, 일어나세요.”
“으음, 뭐야아…”
“…여기서 자시면 도련님의 체면뿐만 아니라 가문의 체면 또한 깎입니다. 어서 일어나 주세요.”
“흐아아아아암…”
방금 나는 이리나의 저주 때문에 회귀한 지 1일 만에 죽을 뻔 했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빈 연회실에서 조용히 멍을 때리고 있는데, 카니아가 들어오길래 재빨리 술에 만취한 척을 시작했다.
“카니아아… 업어줘…”
“도련님, 도련님도 잘 아시겠지만 전…”
“맞다~! 우리 카니아는 흑마법사였지이?”
“…도련님!”
“게다가아… 흑마법사로서 가지고 있는 저주 때문에 늘 허약한 상태니까아… 뭐, 어쩔 수 없…”
“…업겠습니다. 제발 그만 해주세요.”
“헤헤… 고마워! 카니아!”
카니아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날 업고는, 이내 이리저리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우욱…우웨엑…”
“…잠시 내려 드릴까요?”
“네가 날 똑바로 들고 가며언… 내릴 일이 없지 않을까아?”
“……….”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순간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화를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답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랴! 달려라 달려!”
“…하아, 진짜.”
그렇게 카니아는 죽은 눈을 한 채로 내 가짜 술주정을 들으며 천천히 내 숙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크흑! 콜록! 콜록!”
“이번엔 또 왜 그러십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마저 가, 이 흑마야… 아, 방금은 흑마법사가 아니라 흑마라고 한거다아…?”
“…….”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업힌 채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지 않으면, 카니아는 얼마 못 버티고 죽는다. 그러니, 이렇게 기회가 올 때마다 틈틈이 그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참고로, 내 몸이 카니아의 몸에 닿는 면적이 커질수록 그녀에게 이동되는 생명력 또한 많아진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아예 몇 달 치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려 했으나, 이내 카니아 또한 날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생각을 접었다.
대신 나는 그녀의 등에 바싹 달라붙어 자는 척을 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녀가 느낄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신의 농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창 생명력을 나누어주고 있던 그때, 날 업고 걸어가던 카니아가 갑자기 독기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널 죽이고야 말겠어.”
‘…너무하네.’
카니아에게 무리를 해서 생명력을 나누어주느라 구역질과 함께 올라온 피를 뱉지도 못하고 입에 머금고 있는데, 그녀는 날 죽이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덕분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적해졌다.
하지만, 위악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카니아에게 나는, 치유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그녀의 동생을 여러 가지 의미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쓰레기니 말이다.
“…꿀꺽.”
입에 잔뜩 머금고 있던 피를 조용히 삼킨 나는, 생명력 전달의 부작용 덕분에 그녀의 등에 업힌 채로 잠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물론, 자는 사이에 살해를 당할까 봐 완전히 잠에 빠지진 못했다.
역시 위악자는 할 것이 못 된다.
.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흐아아암… 어딜…?”
“도련님이 오늘부터 묵으실 숙소입니다. 아카데미 측에서 특별히 최고급으로 준비한 공간이니, 딱히 불편한 곳은 없을…”
“…나가.”
“…네?”
“그만 나가라고, 잠 좀 자게.”
그녀의 설명을 끊어버린 나는, 귀찮다는 듯한 손짓을 하며 그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러자, 카니아는 왠지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90도로 인사를 하였다.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나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잠깐, 가지 말아봐.”
“…네?”
“아직 가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방금까지 나가라 성화를 부리던 내가 말을 뒤집자, 그녀는 잠시 아리송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납득했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마 ‘도련님이 왜 저러시지?’ 라는 자문에서 ‘아! 도련님이 또 지랄을 하시려는구나!’ 라는 자답을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잠깐만 이리로 와봐.”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나는, 그때까지 내 눈앞에 떠있던 시스템의 스킬 상점 창에서 [독심술 Lv1]을 구입하고는 카니아를 내 앞으로 불렀다.
“………..”
그러자, 그녀는 썩은 표정을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경멸을 받으니 제국 동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된 느낌이다.
[카니아의 현재 감정: 역겨움/살의/분노/경멸/수치심/굳센 의지]아무튼 내 앞까지 다가온 그녀에게 독심술 스킬을 써보니, 눈앞에 떠오른 감정들이 마지막을 제외하고 참 가관이었다.
심지어 그나마 멀쩡한 감정인 ‘굳센 의지’도 결국 날 죽이고야 말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이거, 앞으로 독심술을 쓰기가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아직 레벨 1인데도 이 정도나 자세히 감정을 알 수 있다니 신기하다. 만약 레벨업을 하게 되면 얼마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정보창.”
그렇게 초심자 스킬인 ‘독심술’의 테스트를 마친 나는,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려 그녀의 정보창을 띄웠다.
‘…마력 수치가 이상하네? 저주 때문에 그런가?’
선천적으로 흑마법의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 카니아는, 말 그대로 어둠으로 세상을 뒤덮을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건 흑마법 뿐만이 아니었다.
천부적인 흑마법 재능과 함께 따라붙은 그녀의 ‘자멸의 저주’는 주기적으로 그녀의 생명력을 야금야금 깎여나갔고, 그 때문에 마나가 상당히 불안정해진 카니아는 지금 시점에서는 내 도움이 없으면 마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아마, 그래서 그녀의 마력 수치가 물음표 표시로 나온 것 같다.
‘…역시, 저 저주를 어떻게든 해야겠어.’
물론 지금은 저 저주 때문에 내가 살아있을 수 있지만, 계속 내버려두다간 내 생명력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당장 몇개월 뒤에, 그녀에게 첫번째 고비가 찾아오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역시 하루라도 더 빨리 위악 포인트를 쌓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저주를 풀 열쇠인 카니아의 동생을 각성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카니아의 저주에 대해 생각을 마친 나는, 점짓 말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니아에게 대충 나가라는 손짓을 취했다.
“……..”
그러자, 카니아 역시 말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짧게 숙이고는 방을 나섰다. 이런 면에서는 서로 잘 통해서 참 좋다.
카니아가 방을 나서고 난 후, 나는 잠시 멍을 때리다가 이내 내가 보유한 스킬 목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보유 스킬 목록] [위악자의 직감 LV1]설명) 위악자로서의 직감으로, 하루에 한번 죽음에 이를만한 위협을 감지해냅니다.
[정보 탐색 Lv1]설명) 바라보는 대상의 중요 정보를 시스템 창으로 띄웁니다.
[긴급 방어]설명) 치명적인 일격으로부터 대상을 한번 보호합니다. (일회용) (구매제한 1/3)
[독심술 Lv1]설명) 하루에 한 번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초회 사용은 쿨타임이 적용되지 않음)
“…이 정도면, 그래도 도움은 되겠네.”
아직 시스템이 초심자 단계라 그런지 마왕을 쓰러트릴 만한 강력한 능력은 없지만, 현재 나에게는 이 정도도 무척이나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위악자의 직감은 말할것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다.
[긴급 방어] 스킬은,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서 위악자의 직감과 함께 가장 쓸만한 녀석인 것 같다. 일회용이고 구매 횟수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이리나의 저주로부터 날 지켜준 걸 보면 성능 하나는 확실하다.그 외에, 정보 탐색과 독심술은 도움이 되면 됐지 안될 리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독심술은 초회 사용에는 쿨타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오늘 내로는 한 번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아이템 상점.”
그렇게 스킬들을 둘러보던 나는, 이번엔 아이템 상점을 열려고 했으나 내 눈앞에는 아이템 상점이 펼쳐지는 대신 빨간색 알림창이 떴다.
[알림: 지금 단계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기능입니다!]“…이정도 위악질로는 아직 멀었다 이건가?”
시스템에게 위악을 재촉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창을 닫은 나는, 마지막으로 스탯창을 켰다.
[이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능력: 힘 ??? / 마력 ??? / 지능 ??? / 정신력 9] [특이사항: 피로]“…뭐야? 왜 이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정신력을 제외한 모든 수치가 물음표로 나오고 있다.
당황해서 스탯창을 툭툭 건드려 봤지만, 정신력 스탯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그나저나, 정신력이 꽤 높네?’
아마도 저번 회차에서 악행을 저지르면서 이를 악물고 악에 물들지 않으려 노력했기에 정신력이 높게 책정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스탯들은 왜 물음표 표시인 걸까? 혹시 스탯을 본격적으로 올리거나 볼 수 있는 건 다음 단계 부터라는 걸까? 아니면, 회귀를 한 여파로 인해 뭔가 오류가 난 걸까?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시스템 창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이내 유일하게 상호작용이 가능한 정신력을 레벨업 시켜보려 했지만, 시스템은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지금 단계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역시, 지금은 차근차근 위악질을 해나가며 포인트를 쌓는 수밖에 없나?’
한숨을 내쉬며 시스템을 닫은 나는, 몰려오는 피로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시스템도 내가 피로한 상태라 했으니, 지금은 잠시 눈을 붙일 때일 것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히로인들의 견제를 받게 될 텐데, 컨디션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지만…
– 똑똑똑!
“…음?”
난데없이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들기기 시작했고, 덕분에 난 오만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누구야?”
“접니다, 도련님.”
“…카니아?”
야밤에 감히 내 방을 두드린 녀석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 위악포인트나 쌓으려 했는데, 웬일인지 문 앞에는 카니아가 서 있었다.
“그건 다 뭐야?”
“…제 짐입니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가문에서 나오며 가져온 자신의 짐을 내 방의 앞에 있는 복도에 가득 쌓아둔 채로 말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그런 이상한 광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카니아가 날 밀치고 들어가더네 짐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짐을 풀고 있습니다만?”
“아니, 네 짐을 왜 여기다 푸는데?”
“오늘부터 저도 이곳에서 지내야 하니까요.”
“…뭐?”
그 말에 화들짝 놀란 나는, 이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천한 넌 천한 것들이 모여있는 기숙사에 가야지. 여긴 귀족 기숙사라고.”
“…모르셨던겁니까?”
내 말을 들은 카니아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예상치도 못하던 말을 입에서 꺼냈다.
“…전 도련님의 사용인 신분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겁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히 카니아는 전회차에서는 일반 학생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했었다. 헌데, 어째서..
“제가 어제, 전보로 도련님의 아버지께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허락을 받았고요.”
“…대체 왜?”
“그야, 옛날부터 함께 지내온 도련님이 걱정돼서 아니겠습니까? 달리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카니아는 벙찐 얼굴로 질문을 한 나에게 싸늘하게 답변을 하고는, 이내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공작님이 말씀하시길… 저보고 도련님이 말썽을 피우시지 못하도록 감시하라 하셨습니다. 만약, 절 내쫓으신다면 아카데미에서 퇴학 조치를 시키신다더군요.”
“…젠장.”
카니아가 ‘퇴학’이란 말을 한순간, 시스템이 나에게 빨간색 경고창을 띄웠다.
[경고! 게임오버 위기!]– 위악자의 길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 경우를 ‘게임 오버’로 판단합니다.
[첫째: 퇴학, 또는 모종의 사유로 인해 더 이상 아카데미에 다니지 못하게 된다.] [둘째: 메인히로인이 단 한 명이라도 사망한다.] [셋째: 시스템 소유자가 ‘최후의 결전’이 아닌 상황에서 죽는다.]그렇다,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 나에게 제약을 두고 있다. 그중 지금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첫 번째 경우인 아카데미에서의 퇴학이다.
예언서에 적혀있는 선조님의 말로는, ‘블랙테일 판타지 2’의 배경이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강제력이라고 하는데… 덕분에 나는 지금 매우 곤란한 상황에 봉착했다.
어차피 내가 위악자인걸 아는 아버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카니아를 쫓아내거나 일반학생으로 돌려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예언서에 걸린 마법에 의해서, 내가 회귀를 한 순간 나를 제외한 예언서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기억이 재조정 된다.
그런 마법이 걸려있는 이유는, 시스템에 내가 위악자임을 아는 사람이 나오면 생명력과 수명이 줄어든다는 패널티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언서에 나와있는 ‘게임 시나리오’가 맞다면, 아마 지금쯤 아버지는 망나니인 날 굉장히 엄격하게 대하시는 동시에 애증하여 차마 내치지만은 못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거다.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한 설정이지만 무려 ‘시나리오’의 ‘강제력’이라는데 내가 뭘 어쩌겠는가? 역시 선조님이 ‘개좆망겜’이라는 단어를 남발하시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튼 결론을 내자면, 전 회차에서 ‘선함’을 동력으로 삼던 용사의 무구를 폭주시키기 위해 누구에게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나를 유일하게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던 아버지는 이제 내 편이 아니다.
즉, 날 돕는 조력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한 기분에 잠겨있는데, 어느새 짐을 전부 내 방에 푼 카니아가 간이침대에 눕더니, 차갑게 웃으며 나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도련님.”
“………”
그 말을 마친 카니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돌겠네.”
잠시 이유없이 성질을 부린 후 밖에 나가서 잠을 잘까 생각을 해봤지만, 곧 한 두번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계속 그랬다가는 카니아가 그걸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밖에 나가봤자 잘 곳이 없다.
아무래도, 앞으로 숙면을 취하긴 글러 먹은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잠을 잘 수는 있으려나?’
.
“거룩하신 태양신께 오늘도 기도를 올리옵니다…”
그렇게 프레이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시작한 한편,
“…감히 태양신님의 존재를 의심한 배교자인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니,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입니다.”
그가 묵고 있는 기숙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성 기숙사에서, 체구가 작은 한 소녀가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 제가 염치를 불구하고 감히 태양신님께 간절히 부탁드리오니…”
곱고 찰랑거리는 백발의 머리카락과 착하고 순수한 심성 덕분에 세간에서 ‘순백의 성녀’라 불리던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황금색 아우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부디 이번에는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를 찢어 죽일 수 있도록 절 도와주소서.”
이내 표정을 차갑게 바꾸며 기도를 마쳤다.
“…필요하다면, 저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의 목숨도 바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