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0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00화(500/524)
Episode 500
“요청을 거절한걸 보아하니, 더 이상 말할것도 없네요.”
옷을 벗어보라는 요구를 거절한 프레이를 노려보던 세레나가, 목소리를 높여 그를 매도한다.
“당신은 가짜용사가 확실해요. 오늘 이 순간만을 노려온.”
“……..”
“용사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건 전혀 모르고 있으셨겠죠. 뭐, 애초에 여기 있는 대다수가 용사의 존재조차 몰랐겠지만.”
그러다가, 잠시 표적을 자리에 모인 귀족들에게 돌리는 세레나.
“사실 이 정보가 새어나갈까 걱정했었는데, 마지막 전쟁에 참여했던 병사들의 수가 워낙 적어서 성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죠.”
“…그런건 난 잘 모르겠지만.”
그 가시돋힌 말에 분위기가 한층 더 어두워진 사이, 가만히 서있던 프레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간과하고 있는게 있다.”
“…그게 뭘까요?”
“용사는, 초 회복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을 듣고는,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세레나.
“저 영상에서, 용사는 몇번이나 치명상을 당했지만 멀쩡히 싸움에 임했다.”
“그렇죠.”
“심지어 종국에는 등이 완전히 꿰뚫렸지만, 결국 적장을 쓰러트렸지.”
아직까지 허공에 떠올라 있던 영상을 가리킨 프레이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한다.
“이것만 봐도, 용사에게 막강한 회복능력이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닌가.”
“………”
“실제로, 스타라이트 가문의 고서에는 초대 용사가 가지고 있던 초회복능력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그런 프레이의 입가에, 어느새 여느때와 다름없는 오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러니 내가 이곳에서 옷을 벗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전쟁에서 입은 상처는 전부 치유…”
“스타라이트 가문의 고서라면… 혹시 이걸 말하시는 걸까요.”
“……..!”
세레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그 미소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네가, 어떻게… 그걸…”
“있잖아요, 프레이. 당신을 증오하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에요.”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다름 아닌 스타라이트 가문의 비밀 문서였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제 눈과 귀가 있답니다.”
“…조만간 사용인들을 정리해야겠군.”
“그럴 필요 없어요. 내부자들은 이미 방금전에 저택을 떠났고, 오늘 스타라이트 가문은 역사에서 사라질테니.”
그 말을 들은 프레이의 입가에 짧은 순간 미소가 스쳤으나, 어느새 다시 돌아온 그의 얼굴은 핏기가 가신채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게 무슨…”
“이 문서에 따르면, 초대 용사의 회복력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었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프레이를 비웃듯이 바라보다가, 이내 문서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세레나.
“용사의 능력은 짧은 시간 생명력을 불태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힘을 불태울때는 힘과 회복력이 놀랍도록 증폭되지만. ”
“………”
“능력이 끝난 이후에는, 자연스레 그 후유증이 남는다.”
“잠깐…”
“그렇기에 능력이 발현될동안 상처를 전부 치료하지 못할 경우, 그 흔적이 필연적으로 새겨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말하고 문서에서 눈을 땐 세레나가, 프레이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그를 추궁한다.
“초대 용사의 몸에는, 마왕을 쓰러트리기 직전까지 난 모든 상처들이 흉터로 남아있었다고 하더군요.”
“………”
“하지만 당신의 몸에는 상처… 아니, 자그마한 흉터라도 남아있을까요? 프레이?”
“…상처는 전투중에 전부 치료됐다.”
“하아.”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이가 의견을 굽히지 않자, 완전히 질린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한숨을 내뱉는 그녀.
“…당신은 늘 그랬죠. 추하고, 구질구질하고, 오만하고, 진절머리 나는 프레이.”
“말이 심하군.”
“당신과 정상적인 논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제가 바보였네요.”
신랄한 말솜씨로 프레이를 몰아넣은 그녀가, 성큼성큼 프레이에게 걸어가며 쐐기를 박아넣으려던 순간.
“자, 그럼 이제 겉옷을 벗으세요. 아주 약간의, 미세한 흉터라도 남아있다면… 전 제 목을 내놓을 수도 있…”
“잠깐.”
다급히 그녀의 말을 막고는, 힘차게 소리친 프레이.
“내겐 또다른 증거가 있다!”
“…하?”
사방에 울려퍼진 그의 쩌렁쩌렁한 발언에, 세레나가 차게 식은 눈빛으로 고개를 기울인 그 순간.
“…그것을 가져오너라.”
“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가, 품에 무언가를 안아든채 프레이와 세레나가 서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저, 저건…?”
“어, 어떻게 된거야?”
“혼란하군, 혼란해. 도무지 모르겠어.”
그 새로운 상황에 시선을 돌린 사람들이, 그 품속에 있던것의 정체를 깨닫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왜 그러나? 세레나? 왜 갑자기 말이 사라진거지?”
그런 상황속에서, 다시한번 오만한 미소를 머금고는 입을 다문 세레나에게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하기 시작한 프레이.
“여러분, 저것이 바로.”
그러던 그가, 이내 시선을 논공행상의 참석자들에게 돌리고는 자신만만하게 선언한다.
“제가 용사라는 결정적인 증거랍니다.”
어느새 프레이의 앞에 도착한, 정교한 모양의 용사의 무구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
“이, 이것은…”
프레이의 요청으로 다급히 현장에서 불려나온 교황이,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소리친다.
“지, 진짜입니다! 진짜 용사의 무구입니다!”
다른 이도 아닌 교황의 호언장담에, 술렁이기 시작한 논공행상의 분위기.
“자, 이제 어떻게 할거지? 세레나?”
“………”
“지금까지 네가 나에게 행한 그 모욕들을, 책임질 수 있나?”
그런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세레나의 코앞까지 다가온 프레이가 그녀에게 손을 뻗으며 묻는다.
“만약 책임질 수 없다면, 넌 이제부터…”
“아, 죄송해요.”
하지만, 그런 프레이의 손을 들고 있던 부채로 거세게 쳐내고는 말을 이어나가는 세레나.
“너무 기가 막혀서, 말하는것을 잊고 있었네요.”
“뭐?”
“저건 가품입니다, 여러분.”
그녀가 단호한 선언에, 옆에 서 있던 교황이 발끈한채 소리친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이것은 틀림없는 진품이요!”
“세레나, 너는 지금 교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그런 그의 옆에서, 조용히 맞장구를 치기 시작한 프레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수만명이나 되는 교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교황 저하가?”
“네, 정답이에요. 전 이자리에서 당신과 교황의 위증을 고발할겁니다.”
하지만 세레나가 조금의 표정도 없이 그의 말을 받아치자, 씩씩거리던 교황이 움찔하며 프레이를 쳐다본다.
“저, 프레이 공. 나는 분명…”
“흥미롭군. 그렇다면 그만한 증거가 있는거겠지?”
이윽고 무언가 말하려던 교황이였지만, 그의 말을 도중에 끊어버린 프레이가 도발하는 듯한 눈빛으로 세레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성녀님, 부탁드립니다.”
마찬가지로 도발하는 듯한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던 세레나가, 격양된 목소리로 그리 말한 순간.
“교황의 말은 거짓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순백의 성녀라 불리는 페를로체의 청량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교단에는, 용사의 무구의 진위를 가늠할 수 있는 목적… 어, 그러니까…”
“…수단이요.”
“네, 수단이 없습니다.”
비록 잠시 단어선택 때문에 해매던 그녀였지만, 세레나의 은밀한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발언을 마칠 수 있었고.
“성녀님, 그게 무슨…!”
“교단이 가지고 있던 용사의 정보는, 이미 몇백년전에 전부 소실되었습니다.”
“헛소리! 용사의 정보는 전부 완벽하게 보관되어 있소!”
“그렇다면 성녀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요? 조금이라도 거짓을 입에 담으면, 그 즉시 신성력을 잃는 성녀님이?”
“성녀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으신 모양이요. 우리는 언제든지 증명할 준비가 되어있소.”
그 발언 이후, 교황과 세레나의 맹렬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거짓과 날조로 철저히 위장된 증거말인가요?”
“신성모독이오! 귀공은 말을 가려서 하시오!”
“하아,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나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질것만 같던 공방전은.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증명해보도록 하지요.”
“좋소, 내 지금 당장 사제들을 부를테니…”
“아뇨, 필요 없어요.”
세레나의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점점 그 끝을 향해가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명책이 있으니까.”
그 말이 끝난 세레나가, 조용히 어딘가로 시선을 보낸 순간.
– 스윽…
조용히 몸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누군가.
“”……….!!!””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아챈 사람들의 표정에, 당황과 충격이 서린다.
“…아리아.”
“오빠.”
프레이의 여동생, 아리아.
“이제, 모든걸 끝낼때야.”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혈육이, 천천히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는, 별의 마나를 운용하지 못합니다.”
승리를 확신한 세레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아카데미 기록을 뒤져봐도, 주변인의 증언을 들어봐도, 그가 별의 마나를 쓴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 아니야. 나는…”
“닥쳐, 프레이. 이젠 네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니까.”
그에 대해 뭐라 변명을 하려던 프레이가, 무지막지한 살기를 뿜어내는 세레나의 일갈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문다.
“정 억울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별의 마나를 써보지 그래?”
“……….”
“물론 쓸 수 없겠지. 넌 가짜니까.”
그런 프레이의 멱살을 잡고 쏘아붙이듯 속삭인 세레나가 거칠게 그를 밀치자,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프레이.
“아무래도 짐작한것 같네. 곧 네가 마주하게 될 최후를.”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벌레를 쳐다보듯 프레이를 내려다보던 세레나가, 이내 아리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여러분, 여기 별의 마나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습니다.”
“…….”
“용사의 무구가 별의 마나에 반응하는것은, 그동안 남은 기록들과 마탑주의 증언에 의해 확실하게 증명되어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심호흡을 하며 걸음을 앞으로 옮긴 아리아.
“오빠… 정말로…..”
“그럼, 부탁드려요. 아리아 양.”
“………..”
잠시 프레이에게 시선을 빼앗겼던 그녀가, 세레나의 정중한 부탁에 조용히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린다.
– 샤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프레이가 가져온 용사의 무구에 쏟아지기 시작한 별의 마나.
“”………..””
이윽고, 그 어느때보다도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과연.”
그렇게 한참동안 이어지던 정적 속에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 세레나.
“조금의 반응도 없네요.”
그녀의 말대로, 프레이가 가져온 무구는 그저 별의 마나가 내뿜는 빛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였다.
“당신이 가져온, ‘가짜 무구’는.”
“이, 이건 함정이다.”
모두의 싸늘해진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식은땀을 흘리던 프레이가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변명을 중얼거린다.
“저, 저건 진짜 용사의 무구야.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온…”
“…끝의 끝까지,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지도 않고 중얼거린 세레나.
“이젠 그만 여러분들께 소개할때가 된 것 같네요.”
그녀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은 이미 프레이가 아닌.
“…제국을 지킨, ‘진짜’ 용사를.”
“세상에…!”
“저, 저자인가? 그 용사가?”
“세레나 경은, 설마 이것을 노리고…”
활짝 열린 출입문을 등지고,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며 걸어오고 있는 가면을 쓴 이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
그렇기에.
“…그만해.”
찰나의 순간, 프레이의 입가에 떠오른 만족스러운 미소를 목격한것은.
“제발… 그만 두라고…”
오직, 핏빛이 가신 표정을 지은채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쥔 클라나 한명 뿐이였다.
.
– 샤아아아아아아…
새롭게 나타난 이가 입고있던 갑주에 아리아의 별의 마나가 쏟아지자,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별의 문양이 사방에 떠오른다.
“마탑주가 재시연한 마법진의 모양과도, 기록에 남은 모양과도 정확히 일치해요.”
“아…”
“이걸로, 확실해졌군요.”
그 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세레나.
“저희가 도와야 할 용사는, 바로 이분입니다.”
그 선언 직후, 세레나가 신호를 보내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경비병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그 용사를 사칭한 역겨운 쓰레기. 그리고 그를 비호하려던 교황은, 그 죄를 치루어야 하겠죠.”
“자, 잠깐! 세레나 공, 뭔가 오해가…”
“끌고 나가.”
그렇게, 미처 뭐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경비병들에게 붙들린 프레이와 교황.
“…놔라.”
그런 경비병들의 손아귀를 뿌리친 프레이가, 고개를 푹 숙인채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긴다.
“내가 스스로 걸어가겠다.”
그 말에 경비병들이 세레나의 눈치를 보자, 그녀가 비웃음을 띤채 말한다.
“내버려두세요. 마지막까지 그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고 싶나보죠.”
“저, 그렇지만…”
“프레이. 직접 황실 밖까지 걸어가며, 한번 느껴보도록 하세요.”
어깨를 늘어틀인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프레이에게, 어느새 수많은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동안 당신이 저질러온 업보를. 앞으로 당신에게 쏟아질 고통을.”
“……..”
“그 두려움과 공포에 옥죄어져, 조용히 사라지세요.”
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사방에서 그를 비웃는 소리와 비난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렇게나 잘 나가던 프레이도 이제 끝이구만.”
“그래도 사형은 안 당할껄? 꼴에 공작가문이라.”
“…그 대신, 앞으로는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겠지.”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인채 걸어가는 그를, 비웃고 헐뜯으며 힐난하고 있었다.
“…흐흠.”
하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인 그의 입가에 떠오른 은은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달맞이 꽃이나 보러갈까.”
논공행상의 방을 나서던 그가, 조용히 중얼거린 혼잣말도.
.
“제가 충성할 사람은, 오직 한명입니다.”
세레나의 도움을 받아, 모두의 앞에 선 ‘용사’가 조용히 발언을 시작한다.
“저는 오직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것이며, 그 사람의 명령만을 따를것이고,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그 발언을 듣고는,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 사람들.
“용사의 충성맹세라니…”
“누군진 몰라도, 황제와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게 되겠지.”
“자네는 바보인가? 생각이 있으면, 당연히 황제에게 충성을 하겠지.”
“아, 하긴.”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용사가 조용히 입을 연다.
“제가 충성할 이는…”
자리에 앉아있던 황제가 눈을 번뜩이며 턱을 어루만지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그 순간.
“…바로, 저 분입니다.”
어째서인지 황제가 있는 곳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을 가리킨 용사.
“…….”
그곳에 앉아있던 이는, 다름 아닌 클라나였다.
“전장에서 당신이 홀로 싸우시는걸 봤습니다.”
일대 소란이 일어나기 직전의, 폭탄이라도 맞은 듯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이야기를 시작한 용사.
“대부분의 귀족들이 전장에서 이탈하고, 황족들은 하나같이 안전한 대피처로 피난했을때, 오직 당신만이 전쟁터로 향했죠.”
그 말을 들은 모두의 시선이, 15살의 여린 소녀에게 향한다.
“그렇기에, 제가 충성할 가치가 있는 이는 오직 당신뿐입니다.”
“………”
“저의 충성맹세를 받아주시지요.”
이윽고 그녀의 앞에 도달한 용사가 무릎을 꿇고는 손을 뻗자, 정색을 한채 이를 가는 황제와, 탄성과 환호성을 내뱉는 사람들.
“오오오…!”
“저렇게나 어린 황녀가…”
물론 그들 중에서는.
“이거, 일이 복잡해지겠는걸.”
“…그러고보니, 클라나 황녀는 지금까지 파벌이 없었지.”
“줄을 서려면, 서둘러야겠는걸.”
벌써부터 주판을 굴리는 사람들 또한 있었다.
“…당신은.”
하지만.
“당신은 누구죠.”
“…네?”
오직 한 사람, 클라나 만큼은 그런 상황에도 전혀 안중이 없었다.
“넌 프레이가 아니잖아.”
“……!”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였다.
“화, 황녀님!?”
“어, 어딜가시는 겁니까!?”
.
“…으극!”
힘없이 복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프레이가, 눈을 부릅뜬채로 복도에서 쓰러진다.
“누, 누구냐…”
무릎을 꿇은채 파르르 떨던 그가, 이내 등 뒤를 습격한 의문의 습격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하아, 하아…”
“…..!?”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랑 이야기좀 해요, 프레이.”
오면서 몇번이나 넘어진건지 무릎이 까진채 피를 흘리고 있던 클라나가, 그렇게 말하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