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0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04화(504/524)
Episode 504
“…늦네, 프레이.”
하루종일 세상을 밝히던 해가 저물고, 달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
“하긴, 요즘은 매일같이 늦으니.”
턱을 괸채 책상에 엎드려 있던 클라나가, 볼을 부풀리며 그리 중얼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런 일들을 하는걸까.”
지난 몇달간, 클라나와 프레이의 관계는 무척이나 급격히 발전한 상태였다.
“나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들인데.”
처음 정체를 들킨 날 이후로, 프레이는 몇번이나 그녀의 기억을 지우려 했다.
기억 제거 포션, 인식 저해 주문, 카니아의 흑마법, 심지어 마탑주의 아티펙트와 ‘지배의 돌’까지.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그였지만, 클라나의 기억은 그녀의 뇌리에 굳건히 박혀있을 뿐이였다.
“일기장이… 바뀌었습니다.”
“네?”
그렇게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던 시점에, 진이 빠진 표정으로 클라나의 옆에 주저앉아 그리 중얼거린 프레이.
“도저히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페이지가, 드디어.”
“……..?”
“…황녀님의 기억을 지우는건, 이만 포기하겠습니다.”
클라나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를 멈춘 프레이는, 그 날 이후 그녀의 충성스러운 개가 되었다.
“보이십니까? 황녀님?”
“이건…”
“당신과 저를 속박하고 있는 계약입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오직 제 의무만이 남아있지요.”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였다.
“그 의무라는 것이…?”
“간단합니다. 제 영혼은 이미 당신에게 바쳐져 있습니다.”
“네!?”
프레이라는 존재는, 이미 마법적으로 완전히 클라나의 소유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였다.
“당신은 이제 제게 무엇이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거부한다면, 저는 죽게되겠지요.”
“………”
“물론 소유주인 당신이 죽어도, 전 죽습니다. 주인 없는 애완견은 죽기 마련이니.”
갑자기 자신에게 생겨버린,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애완견을 바라보던 클라나의 눈이 떨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도대체 왜, 저 같은 존재에게 그렇게나 잘해주시는 건가요.”
“……..”
“왜 하필 저죠. 대체제는 많았어요. 이를테면 리파엘이라던가, 선셋 가문의 방계혈족도…”
“그들은 당신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런 클라나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입에서 내뱉은 말은.
“제가 충성하는 이는, 오직 당신뿐입니다.”
그녀가 평생동안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듣고싶던 말이였다.
“…새벽에는 돌아오려나.”
그래서였을까. 프레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다리느라 밤을 새는것이 이젠 클라나의 일과가 되었다.
“혼자 많이 연습했는데. 책도 좀 읽어보고…”
물론, 그다지 순수한 이유때문은 아니였지만.
“꼬마 황녀님, 이젠 그만 잘 시간이랍니다.”
“맞아요! 지금 안자시면, 키 안커요?”
“…음.”
아직까지도 그녀를 순진무구한 아가씨로 대하는 메이드들이, 매일밤 명령을 빙자해 벌어지는 낮부끄러운 일들을 알게된다면.
“나 이제 꼬마 아닌데.”
“네네,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왠지 모르게 성숙해지신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떡 벌리지 않았을까.
“…다음에 할때는, 일부로 잘근잘근 씹어야지.”
물론 아직 어리숙한 것 또한 맞는 그녀였기에, 불이 꺼지자 마자 졸린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리며 침대로 기어들어갔지만.
“…어.”
잠에 들기 직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저건…”
프레이의 책상에서, 달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는 무언가.
“…일기장.”
지난 몇달간, 프레이가 사람이 없을 때마다 몰래 들여다보던 일기장이였다.
“………”
찰나의 순간, 클라나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지금 저 일기장을 봐도 괜찮을까. 괜히 보았다가 화를 부르는건 아닐까.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아군이자 사랑하는 이를, 잃는건 아닐까.
– 터벅, 터벅…
그런 불길한 생각에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그녀는 어느새 프레이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진실을 알고 싶어.”
프레이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된 그녀였지만, 아직까지도 모르는 것 또한 있었다.
그가 늘 혼자있을때면 들여다보던, 평상시에는 그 존재조차 알기 힘든 일기장.
그것을 본다면, 그래서 프레이의 목적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어쩌면, 자신 또한 그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스륵…
그런 생각을 하던 클라나의 손이, 일기장에 닿는다.
“……..”
그리고, 잠시 흐르기 시작한 정적.
“…어?”
처음으로 눈앞에서 본 일기장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은 클라나가, 이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건… 세레나 씨의 일기장이잖아.”
그녀의 말대로, 프레이의 책상에 놓여져 있던 일기장은 세레나의 일기장과 완전히 똑같았다.
“…어떻게 된거지?”
오직, 겉 표지가 낡고 마모된 차이가 있을 뿐.
“이, 일단 내용을…”
귀신에 홀린듯한 표정을 지으며 일기장을 내려다보던 클라나가, 이내 펼쳐진 페이지의 내용을 읽으려 했으나.
– 샤르르르륵…!
“꺄악!?”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홀로 마구 넘어가기 시작한 일기장의 페이지.
“무, 무슨…”
한참을 넘어가던 페이지가, 일기장의 끝자락이 되자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멈춘다.
– 샤아아아…
갑작스러운 괴현상에 놀라는것도 잠시, 창밖에서 들어온 은은한 달빛이 일기장의 페이지를 비추었고.
“……..!”
그 모습을 본 클라나는, 그자리에 얼어붙은채 창백하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 글자가… 저절로 써지고 있어…?”
텅빈 페이지에, 상당히 거칠게 쓰여진 글자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
“저기, 괜찮아? 이제 다시 움직일 수 있지?”
“……….”
멍하니 내 눈앞의 소년을 바라보며 그가 건내준 빵을 우물거리고 있으니, 소년이 싱긋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만약 움직일 수 없어도, 이젠 일어나야 해.”
“…어째서.”
“예상외로 육지에서 빠르게 추격이 온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날카로운 눈빛을 띠며 속삭인다.
“방금전에 섬을 둘러싸던 마나가 일순간 급변했어.”
“…뭐?”
“최대한 갈무리 한것 같지만, 그정도 변화를 줄 수 있는건 대마법사 밖에 없지. 그것도 한두명이 아닌, 최소 3명 이상.”
그 말을 들으니, 몸에서 힘이 절로 빠진다.
“설마… 벌써 순간이동이 시작된건가… 하지만 어떻게…”
“우리 제국에 천재가 한명 있거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섬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순간이동의 마법진은 원래 발동하는데 며칠은 걸리는 대마법.
하지만 시전 시간은 불과 몇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마법진이 발동된 이상, 남은 시간은 고작 몇시간 뿐.
이 섬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뭘 하고 있어? 어서 따라와.”
“……?”
그렇기에 모든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떨구려는데, 눈 앞의 소년이 내 손을 잡고는 날 일으켜세운다.
“칼은 똑바로 좀 잡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저격부대가 널 노리고 있단 말야.”
“…읏?”
그리고는, 이내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가기 시작한 그.
“너, 대체 뭘 하려는…”
지친 몸을 질질 끌며 그를 따라가던 나는, 이내 그가 도착한 곳을 보고는 이를 악물며 질문을 던졌다.
“…짜잔.”
“지금 뭐 하자는거야?”
그가 날 이끌고 온 곳은, 다름아닌 절벽이였다.
.
“멈춰라!!”
“동작 그만!!”
까마득한 절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온다.
“넌 포위됐다!! 도주로는 없어!!”
“순순히 투항해!!”
날카로운 창과 검을 겨누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절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뭐냐고 묻고 있잖아.”
“뭐긴, 이게 네 도주경로야.”
이윽고 그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은, 날 태연하게 이곳으로 유인해온 소년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날 속였구나.”
“커흑.”
물론,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이 가증스러운 소년의 심장을 칼로 후벼파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거 아니? 이 칼이 1cm만 더 옆으로 파고들면… 넌 죽어.”
“으으…”
하지만, 그걸로 족했다.
적어도 마지막에 날 가지고 논 사람에게는, 복수를 할 수 있었으니.
“그냥, 알아두라고.”
얼음으로 된 단도를 최대한 비틀자, 눈 앞의 소년이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린다.
“죽기전의 길동무로는, 딱 알맞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속는것은 이젠 그만두고 싶었다.
– 꽈드득…!
그저 편해지고 싶었다.
“잠… 깐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년의 심장에 칼을 밀어넣던 그 순간.
– 샤르륵…
“……!?”
내 손에 느껴지기 시작한, 따듯한 기운.
“사람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미처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내 몸이 순식간에 뒤로 휘청였고.
“…내가 준비한 도주경로는.”
어느새 나는, 절벽 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하늘이야.”
이젠 정말로 모든것이 끝인가 싶던 찰나의 순간,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파지직…
그의 손에서 빛나고 있던, 검붉은 보석.
반마족을 포함한 모든 마족의 힘의 근원이라는 설이 있는 전설의 아티펙트.
‘지배의 돌’을 말이다.
– 샤륵…!
내 손을 타고 불어넣어진 기운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상황은 급변했다.
“무, 무슨…!”
“부, 분명히 마족의 힘은 봉인했을터인데…!”
늘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날개를 펼치고 봉인된 마족의 힘을 끌어내는데에는, 1초의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
그렇게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오른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채 심장을 움켜쥐고 있던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날… 도왔어?”
“…쿨럭, 쿨럭.”
“진심으로…?”
방금전의 행동으로 인해, 모든게 확실해졌다.
저 소년은 나를 구하기 위해, 일부로 내게 심장이 꿰뚫린채 이곳까지 이동해 온 것이였다.
– 휘이잉…
바람의 세기도, 높이도 충분했다.
이대로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면, 그가 사용한 지배의 돌로 회복된 약간의 마족의 힘으로도 충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대체 왜.
그는…
“…아.”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내려다보던 나는, 그제야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용사…”
이번 전쟁에서 나를 패배시킨 ‘지배의 돌’.
그것을 저 소년이 사용했다는 것은, 오직 하나의 사실만을 가르키고 있었다.
“네가?”
“쉿…”
그리고 그제야, 모든것이 빠르게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어서 가는게 좋을텐데.”
“쏴, 쏴라! 화살을 쏴!!”
“젠장! 놓치면 안된다!!”
용사가 언젠가 세계를 구하리라는 고대의 예언. 최후의 순간 내 목을 치지 않은 용사.
“그거 알아? 넌 속고 있어.”
“……?”
“네 부모와 형제자매들을 납치한건, 제국이 아니야.”
방금전의 휴식시간때.
“그 입 닥치지 않으면…”
“…마왕.”
“뭐라고?”
그가 호밀빵을 건내주며 한 의미심장한 이야기.
“너와 왕국을 파멸시키려던 자는, 제국이 아니라 마왕이라고.”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 봤을때, 나오는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네가… 용사였어?’
내 눈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저 망나니가, 세계를 지킬 용사였다.
“아…”
그 사실을 깨닫자 마자, 아찔해지는 정신.
“맙소사…”
어렸을적부터 단 한순간도 잊은적이 없는 왕국의 고대 예언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거대한 악이 그 눈을 떴을때.]“그게 사실이라면…”
[왕국은, 그 대적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리라.]이번 전쟁은 그 예언을 거스르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전에, ‘거대한 악’을 먼저 뿌리 뽑기 위하여.
오랜 여론전 끝에, 제국을 친 것이였는데.
“…결국 내가, 당신을 대적자로 만든거구나.”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소년이, 거친 숨을 몰아내쉰다.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
대중에 알려진 바로는, 심장이 점점 얼어붙어가는 끔찍한 저주이지만.
사실 이 저주의 원형은, 목숨을 건 보호 마법이였다.
자신의 심장을 대가로 그 어떤 마기도 잠재울 수 있는, 그야말로 ‘대 마기’ 마법.
아무리 강대한 마족이라 해도, 설사 그 상대가 마왕이라 할지라도.
그 마법이 있다면 상당히 쉽게 상대해낼 수 있을 것이다.
“…끄윽.”
죽기 바로 직전까지 뒤따를, 심장이 도려내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면.
“……….”
대마법사들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까지, 아이시는 영혼이 빠진 표정으로 그 고통을 받아내고 있는 소년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사, 사라졌다!”
“…좆됐군.”
그런 그녀가 모습을 감춘 순간에는, 어째서인지 굵은 물방울 몇개가 하늘에서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
.
– 끼이익…
아이시가 모습을 감춘뒤 몇시간 뒤.
“…아, 세레나.”
취조실에서 가쁜 숨을 몰아내쉬던 프레이가, 철문을 열고 들어온 세레나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들어올린다.
“얼굴을 다시 보는건 꽤나 오랜만…”
“입 닫아.”
하지만 벌어진 상황에 분노하는 것을 넘어 무표정이 되어버린 세레나의 한마디에, 곧장 입을 다무는 프레이.
“…뭐, 아무튼 이번일은 미안해. 하지만 고의는 아니었으니까.”
– 꾸욱…
그런 프레이를 마주보고 앉은 세레나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하려던 그의 멱살을 잡고는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 짝…!
잠시후, 취조실에 울려퍼진 선명한 귀싸대기 소리.
“지, 지금 이게 뭐하는…”
– 짝, 짝, 짝…!
“…아윽?”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프레이의 말을 끊고, 깊은 증오를 담아 연속으로 뺨싸대기를 날린 세레나가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미안한데 프레이, 더 이상 숨쉬지 말아줘.”
“뭐?”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크학!?”
목을 두 손으로 감싼채, 가쁜 숨을 몰아내쉬기 시작한 프레이.
“벌레만도 못한 네가 숨을 쉬는건 너무 호사야.”
“흑, 크헉……”
“죽어. 죽어죽어죽어!! 죽어버리라고!!!”
쓰러진 그의 위에 올라탄 세레나가, 다급히 자신을 말리려 방안으로 뛰쳐들어오는 병사들을 뒤로하고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왜 이래도 안죽는건데… 이제 충분하잖아…”
“으으…..”
“제발… 한시라도 빨리 죽어줘… 부탁이야…”
각기 다른 이유로 눈물이 고인 두 눈동자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 그때 그의 뺨을 때리지 말았어야 했어.
– 갑작스레 목을 조르는 멍청한 짓도 하면 안됐어.
“이건…..”
– 그가 왜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는지.
– 왜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는지.
– 그 잘난 머리로 생각이라도 좀 해볼걸.
책상위에 펼쳐진 일기장에 나타난 글자를 읽어내려가던 클라나의 눈빛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 아니, 다른건 몰라도.
– 한시라도 빨리 죽어버리라는 그 말만큼은.
–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느샌가 글 사이사이에 떨어진 눈물자국이, 뻣뻣한 종이를 조용히 적셔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