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0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07화(507/524)
Episode 507
“저, 정말… 그자의 이름이 프레이라고요?”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에서, 세레나의 얼빠진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무, 무언가 착오가 있는것 같습니다만…”
“몇번이고 확인된 정보입니다.”
“…마, 말도 안돼.”
파발의 확답을 듣고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
“부, 분명히 무슨 속셈이 있을거에요.”
“……….”
“프… 프레이가… 우릴 도와줄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이내 이를 갈며 회의장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그래요. 그는 우릴 도우러 오는게 아니라 마왕군에 합류하러 오고 있는거에요.”
“…세레나 씨.”
“마왕군이 도달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를 막으러 가야 해요. 구, 군사를 둘로 쪼개어…”
“세레나 씨!”
하지만, 그런 그녀의 뒤에서 울려퍼진 클라나의 외침.
“여길 보세요.”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돌아 선 세레나가, 이내 정색을 한채 입을 연다.
“프레이… 대체 무슨 속셈이야?”
“흐흠.”
클라나가 들고 있는 통신용 수정구에, 몸을 무장한 프레이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많이 곤란해 보여서 말이야.”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세레나가 언성을 높이자, 태연하게 반응하는 그.
“듣자하니, 타국은 물론 귀족들까지 등을 돌렸다고 하던데.”
“다, 닥쳐! 전부 네 계략인걸 모를줄 알고…”
“그래서, 힘을 좀 보태려 한다.”
여느때와 같은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던 세레나의 표정이, 다시금 멍해진다.
– 주륵…
“나쁜짓을 할 제국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나.”
씨익 웃으며 그리 말하는 프레이의 손에, 마왕군 간부의 목이 들려져 있었다.
– 콰지지직… 콰직…!
– 샤아아아…
“진격하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황궁으로 가야 한다!!”
그런 그의 뒤에서 펼쳐지고 있는,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사병과 마왕군의 치열한 혈전.
“도련님, 상처가 벌어지셨습니다…”
“화살!! 화살을 더 가져와!!”
“어? 어어…”
그제야 프레이의 온 몸에 상처가 나있다는 것과,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이 용사의 무구라는 것을 깨달은 세레나가 그대로 할말을 잃는다.
“…어째서?”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째서… 당신이?”
우두커니 자리에 선 세레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린 순간.
– 뿌우우우…!
황실의 상고에 울려퍼지기 시작한, 찢어질듯한 나팔 소리.
“마왕군입니다!!”
사색이 된 병사들이 급히 회의실로 뛰어들어오자, 클라나를 제외한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마왕군이 코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어, 어떻게 벌써…?”
“부, 분명 그들은 국경에 있었을 터인데?”
당황한 신하들과 병사들을 바라보던 클라나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황녀를 내놓거라.”
이번에는 나팔소리 대신, 황궁 곳곳에 똑똑히 울려퍼지기 시작한 나긋나긋한 목소리.
“황녀를 내놓고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루비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마왕군을 대동한채 성문 앞에서 그리 속삭이고 있었다.
.
“…오늘의 소식입니다.”
“………..”
마왕군이 황궁을 둘러싼지 일주일째.
“마왕군의 공격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으음.”
“결계의 내구력도 슬슬 한계입니다.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니아가 건내준 수정구를 통해, 마기에 둘러싸인 황궁의 모습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마지막 방어선만 돌파하면 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와 카니아의 앞에 펼쳐져 있는것은, 황궁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을 막아서고 있는 대규모의 마왕군 부대.
정예군을 이끌고 순식간에 수도로 이동한 마왕을 대신해, 지난 일주일간 프레이를 끈질기게 막아온 마왕군들의 마지막 방어선이 두텁게 쌓아올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슬슬 힘을 개방할 때가 온 것 같아.”
“…네?”
“더 이상 시간을 끌순 없어. 이미 결계는 한계수준이라고.”
그 방어선을 조용히 노려보던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려던 찰나.
“도련님.”
고개를 푹 숙인채, 갈라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 카니아.
“정녕 그 결정에는, 후회가 없으십니까?”
“응?”
“지금 각성하시면,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집니다.”
프레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갸웃거리자, 그녀의 인상이 마구 찌푸려진다.
“…모르는 척 하지 마시지요! 도련님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 말입니다!”
“무슨 소릴 하나 했네.”
이윽고 파르르 떨던 카니아가 결국 두 주먹을 꽉쥐며 그리 소리치자,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는 프레이.
“나 혼자 살아남는건, 질색이야.”
“하지만…!”
“이미 한번 경험해봤거든. 그런 미래를.”
프레이의 눈빛이 암울하게 변하자, 카니아의 손이 조용히 그에게 파고든다.
“…전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뭐?”
“전 도련님만 살아남는다면, 아무 상관없다고요. 세상이 멸망하던지 말던지.”
어느새 고개를 다시 들어올린 카니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민중은 당신을 악마로 기억할 것이고, 전 세계가 당신을 규탄할 겁니다. 역사는 당신을 마왕보다도 못하게 묘사할 것입니다.”
“응.”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던 한 평민은, 평생 슬픔에 잠기겠죠.”
그 말에, 프레이가 조용히 눈을 감은 그 순간.
“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가시고자 하신다면.”
애써 눈물을 그친채, 허리를 숙인 카니아.
“…명령을 내려주시지요.”
그녀의 뒤에 서있던 모든 사용인들과, 사병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도련님과 함께 이날만을 기다려온, 저희 모두에게.”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짧은 정적.
“제군들.”
그 짧은 정적은, 이내 고저없는 목소리로 입을 연 프레이에 의해 깨졌고.
“그동안 날 위해 여기까지 와주어, 참으로 고생 많았다.”
천천히 고개를 든 모두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가 치룰 전쟁은 역사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없으며, 대신 높은 확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거기에 더해 우리는 마왕군에 가담한 반군으로 기록될것이며, 나와 그대들의 이름은 평생 더럽혀진채로 역사에 남게 되겠지.”
거기까지 말한 프레이가, 조용히 이를 악물며 옆을 가리킨다.
“그것이 싫다면, 옆으로 나와 서라. 그렇다면 그대들은 반군을 막은 영웅으로 기록되리라.”
“”………””
“자네들에겐 그것을 선택할 자격이 있다. 한명도 나오지 않는것이 오히려 나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겠지.”
그러나, 옆으로 나오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대들은, 정녕 나의 명예를 바닥까지 추락시킬 작정인건가?”
분노 반, 간절함 반이 섞인 프레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저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를 바라볼 뿐이였다.
“치사하게 도련님만 멋진척을 하게 둘 순 없지요.”
“뭐하십니까, 빨리 명령을 내리시지 않고.”
“계속 시간 끄시면 정말로 옆으로 빠집니다?”
한명 한명이 프레이에게 은혜를 입거나 목숨을 구원받았던 이들로 이루어진 부대.
이미 이곳에 오기전에 프레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끝난 이들의 농담에, 프레이가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하긴, 내겐 추락할 명예조차 남아있지 않았지.”
“도련님, 혹시 눈물을 흘리시는 겁니까?”
“시끄러워, 카니아.”
그런 그의 몸에서,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섬광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한 순간.
“…그럼, 슬슬 가보도록 하자.”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든 프레이가, 사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돌진해나간다.
“우리의 마지막 전장에!!”
“와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프레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 병사들.
– 파지지지직…!!!
– 꽈드득, 꽈득…
하늘을 찢는 금속음과 함께, 대전쟁의 마지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소, 속보입니다!”
그로부터 몇시간 뒤.
“결계에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계속된 마왕군의 공세에 한껏 피폐해진 황궁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안으로 뛰어들어온 전령의 보고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이제, 하… 한시간을 채 버티지 못합니다! 지, 지금이라도 어서 대피를 하셔야…”
그런 그들 사이에서도 유독 상태가 안좋아보이는 이는, 단연 세레나였다.
“모두가… 모두가 우릴 버렸어…”
놀랍게도, 방금의 절망적인 속보를 듣지 못한 그녀의 신경은.
“…그런데, 마지막에 손을 내민게.”
어느새 고립된 황궁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프레이 군의 진격 경로에 향해있었다.
“정말로… 당신이였던거야?”
그들이 진격해온 경로는,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였다.
효율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직선 배치.
프레이 군이 뚫어온 방어선 숫자만 9개였으며, 그들이 베어낸 마왕군의 수만 해도 수만이였다.
“……….”
그마저도 계속된 전투 덕에, 원래 있던 병력의 반 이상이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만난 최후의 방어선.
마왕군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은 수의 병사들을 전멸시키지 않은채 이곳까지 돌파해 온 것도 역사에 남을 기적이였지만, 그 최후의 방어선을 뚫는 것은 그보다 몇배나 더 큰 기적이 필요했다.
마왕군의 주력부대와 전투 간부진들이 전부 모여있는, 그야말로 프레이군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선.
그 방어선을 이곳까지 오며 반으로 줄어버린, 완전히 녹초가 된 병력을 이끌고 뚫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 저기좀 보십쇼!!”
그래서였을까.
“세, 세상에…..”
“맙소사.”
“신이시여…”
저 멀리서 갑자기 일어난 먼지구름 속에서 기적이 찾아왔을때,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것은 바로 그 때문이였다.
“와아아아아아아!!!”
“황궁을 사수하라!!!”
이젠 정말 몇명 남지 않은 별동대가 되어버린 프레이 군이, 온 몸을 새하얗게 불태우고 있는 프레이를 선두로 일제히 마왕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 그럼.”
그리고, 그 모습을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똑똑히 두 눈에 담아내던 세레나가.
“정말로… 이 모든게 사실이라면…..”
“네?”
“아, 안돼…!!”
“꺅!?”
무언가를 뒤늦게 깨닫기라도 한건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채 회의장을 박차고 뛰쳐나간 것은.
“세, 세레나님? 갑자기 어디에…?”
“실례합니다.”
“…화, 황녀님도?”
“시, 심지어… 완전무장까지 하셨어.”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를,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클라나가 뒤따르기 시작한것은.
“기, 기다려!! 기다려 봐, 프레이!!!”
“…늦었어요.”
프레이와 카니아가, 여유로운 표정의 루비와 막 첫합을 나누기 시작한 시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