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1화(51/524)
Episode 51
“…조, 좋아요. 조건이면 만족해요.”
“그래, 협상 완료야.”
나쁘고 못된 프레이와 기나긴 논의를 마친 결과, 저는 그와 휴전협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휴전 협정을 말이죠.
참고로, 휴전은 전회차에서 제가 평화 다음으로 원했던 것이기에 제가 강력하게 협정의 이름으로 주장했답니다.
“…그런데, 아까는 대체 왜 그랬던 거야?”
“네?”
그렇게 협상을 마치고 어두컴컴한 창고를 나가려는데, 갑자기 프레이가 저에게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나에게 오다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었잖아. 그거, 왜 그랬던거냐고.”
뭔가 했더니, 아까의 일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못된 마왕군의 소속인 프레이에게 정보를 공유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현재 그와 저는 휴전 상태이기에 특별히 정보를 공유해드리기로 결정했답니다.
“찰나였지만 굉장히 사이한 기운이 느껴졌거든요.”
“사이한 기운이?”
“네, 그것도 무척이나 꽁꽁 감춘 느낌으로 말이죠.”
분명히 아까 프레이가 여직원분을 울릴때, 분명히 어디선가 경험해본적이 있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절 덮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프레이가 사술을 쓰는 줄 알고 다급히 그를 끌고 가 성력을 보냈지요.
헌데, 어째서인지 프레이에게는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수상쩍지만, 프레이는 사이한 기운을 뿜어낸 범인이 아니었던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그 사이한 기운은 누가 뿜어낸 것이었을까요?
혹시, 이 보육원에 마왕의 수하가 숨어들어온 것일까요? 아니면, 요즘들어 민감해진 성력때문에 일어난 착각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르면 알아가면 되는거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이 보육원에서 지내며 사이한 기운을 추적해야겠네요.
“사이한 기운… 사이한 기운이란 말이지…”
저는 옆에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프레이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고는, 먼저 창고를 나섰답니다.
“…페를로체 씨?”
“아, 네! 안녕하세요!”
창고를 나서자마자, 앞에 서있던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까 마중을 나오셨던 분과는 다르신 분 같은데, 누구일까요?
“반가워요. 전 이곳의 현재 책임자이자 직원인 안나라고 해요.”
“그렇군요! 안녕하세요!”
이곳의 책임자이신 안나 씨였습니다! 꽤나 선해 보이시는 분이로군요!
“명성이 자자한 성녀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아니에요! 무릎꿇지 마세요! 그러시면 안돼요!”
안나씨가 무릎을 꿇고 저에게 인사를 하시려기에, 저는 다급히 안나씨를 뜯어말렸습니다!
“어, 죄… 죄송합니다?”
그러자 안나씨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이런, 사과를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닌데 말이죠.
“저는 신의 대리자일 뿐이에요…! 그러니 그런 제게 무릎을 꿇으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기에 다급히 설명을 드리니, 안나 씨가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말하셨습니다.
“역시, 성녀님은 소문대로 상당히 착하시네요.”
“가, 감사합니다아…”
“…루비랑 잘 어울리시겠어요.”
그러다가 안나씨는, 아까 울먹거리시던 직원분을 가리키더니 제 손을 잡고 이끄시기 시작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아이는 루비라고 하는데요, 무려 3달동안이나 이곳에서 무료로 봉사를 하고 있답니다.”
“정말요?”
3달동안이나 무료로 봉사를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덕분에 꽤나 흥미가 생긴채 안나씨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더니, 한 소녀분이 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루비, 인사는 드렸어? 태양신 교단의 성녀님이야.”
“아, 아아… 안녕하세요!”
안나씨가 절 소개하자 루비씨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시더니 저에게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겁먹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지 뭔가요?
“고아원의 작은 성녀님이 제국의 성녀님을 만나서 긴장을 하셨나봐요.”
“그,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아주세요!”
이윽고 안나씨가 짖궂은 표정으로 말하자, 루비씨가 얼굴을 붉히시더니 고개를 푹 숙이셨습니다.
“와! 정말 가식적이시네요!”
“네, 네!?”
그런 루비씨에게 웃으며 덕담을 건낸 저는, 눈에 띄게 당황을 하는 그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덕담이 많이 부담스러우신 걸까요?
“어… 성녀님? 방금 그 말은…”
“앗, 실례했습니다!”
역시나 루비 씨는 저처럼 덕담을 받는걸 많이 부담스러워 하시는 성격이셨나봅니다.
“다음부터는 가식적이라는 말은 자제하도록 할게요! 죄송합니다!”
덕분에 전 살짝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루비 씨에게 사과를 드리고는, 저 멀리 프레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를 감시해야되니 말이죠!
.
“흐억… 헉…”
“………”
저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왜냐면, 눈앞에 있는 프레이가 상당히 거친 호흡을 내쉬며 청소를 하고 있거든요.
물론 그는 구제할 방도가 없는 쓰레기니 마땅히 저런 고통을 받는게 맞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 한구석은 편치가 않네요.
역시, 아주 조금만 성력을 보내 주는게…
“프레이 씨, 제가 도와드릴가요?”
“…뭐야?”
그렇게 혼자서 끙끙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루비씨가 프레이의 옆에 끼어들더니 빗자루를 잡아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이셔서…”
“꺼져.”
“그, 그러지 마시고… 제가 좀 거들어 드릴…”
“꺼지라고!”
프레이가 그렇게 외치면서 빗자루를 빼앗자, 루비씨가 그만 무게중심을 잃고 성대하게 쓰러지시고 마셨습니다.
저런, 그 덕분에 루비씨의 무릎이 까져서 피가 나고 있네요.
“괘, 괜찮으신가요?”
“…아, 넷! 문제없어요!”
그래서 성력을 사용해 무릎을 고쳐드리려 다급히 달려가니, 루비씨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시고는 허리를 숙였습니다.
“프, 프레이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됐고, 꺼져.”
그 말을 마치고 루비씨는 제 치료도 받지 않으신채 사라져버리셨습니다.
“당신, 이게 무슨 짓인가요! 처벌로 봉사활동을 받는 와중에 폭력을 행사하시면…!”
덕분에 상당히 화가 난 저는 프레이에게 화를 내려 했지만…
“하아… 하아…”
“…프레이?”
어째서인지 프레이는 평소처럼 역정을 내는게 아니라,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시나요? 뭔가 문제라도…”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신 프레이 씨는, 갑자기 어디론가 급히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 철컥.
이윽고 창고로 들어간 프레이 씨는, 문을 잠그시더니 한동안 안에서 나오시질 않으셨습니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저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루비씨.”
“네, 넷!?”
이윽고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연극을 보여주시고 계신 루비씨에게 다가간 저는,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창고 열쇠를 좀 주실수 있으신가요?”
“그, 그건 왜요?”
그러자 루비씨가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물으셨기에, 저는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지으며 답했습니다.
“마왕을 잡기위한 일환이랍니다.”
“…..!”
그러자 루비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절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놀란 강아지 처럼 생겨서 참 귀엽네요!
“…여, 여기요.”
그렇게 한참동안 절 바라보시던 루비씨는, 품에서 조심스럽게 열쇠꾸러미를 꺼내서 저에게 건냈습니다.
“고마워요 루비씨…”
그런 그녀에게, 저는 감사의 의미로 다시한번 귀에 속삭였답니다.
“…역시 당신은 정말로 가식적이세요.”
그러자 루비씨는 부끄러우신지 고개를 푹 숙이셨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네요!
“…흐흠.”
그렇게 루비씨에게 열쇠를 받은 저는, 굳게 잠겨있던 창고의 문을 열었답니다!
이번에야말로 사술을 쓰는 프레이를 현장에서…!
“…쿨럭! 쿨럭!”
“프, 프레이?”
그런데, 창고안에 펼쳐져있는 상황은 제가 예상하던 상황과는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사술로 고아원을 위협하고 있는 프레이 대신, 벽에 기댄채 주저앉아 피를 토하고 있는 프레이가 있었거든요.
“…나가.”
절 발견한 프레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쿨럭!!”
하지만 그 직후 다시한번 피를 토하시더니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셨죠.
“…….윽.”
처음에는 그런 그를 외면하고 창고를 나서려 했습니다.
그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사악하고, 기회만 되면 절 덮치려고 할 정도로 음흉하며, 제국을 망칠 악인이니까요.
하지만… 왠지 그가 쓰러져있는 모습에서 그와 처음 만났을때가 떠오르네요.
그때는, 제가 주저앉아 있고 그가 서있었는데 말이죠.
“쿨럭! 쿨럭!!”
“…하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다시 한번 기침을 하더니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못한 저는 주저앉아 있는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성력은 일체 주지않고 진단만 할거랍니다.
치료행위가 아니라 적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죠.
절대 그를 동정하거나 걱정하는게 아니에요. 그저, 정보 파악을 위해…
“…..!”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몸에 손을 댄 저는,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다, 당신… 어떻게 된거에요?”
“…뭔 소리야.”
“이게… 대체…”
몸의 손상도가 상상 이상입니다.
마나회로는 불완전하게 접합되어 마나가 흐를때마다 몸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고, 내장기관은 전부 뒤틀려 있으며, 몸 안에서 느껴지고 있는 생명력은 바닥입니다.
이런 몸상태를 경험한건… 교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있는 중태에 빠진 환자들을 치료할 때 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면… 지금 프레이는…
“당신… 정확히 몇 년 남았죠?”
“쿨럭!! 쿨럭…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몸상태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긴, 자만심과 허영심으로 가득찬 그가 앞으로 몇년밖에 못사는 시한부 인생임을 안다면 길길히 날뛸테니 그럴 수밖에 없죠.
아마 그는 이대로 둔다면 몇년도 못 버티고 죽을겁니다.
미래에 제국을 산산조각 내고, 비밀리에 마왕의 편에 서서 모든것을 불태울 프레이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잘 됐네요. 아주 잘 됐어요. 딱히 저희가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죽을 운명이라니, 정말 잘 된 것 같아요.
아주 잘 된게 분명한데…
오늘따라 자꾸 그를 처음 만났을때가 생각나네요.
“…지금 뭐해?”
“아주 극소량의 성력이에요.”
결국 저는 그에게 아주 극소량의 성력을 불어넣기로 했습니다.
과거의 그가 생각나서 그런건 절대 아니고요. 그냥 계속 프레이가 이러고 있으면 곤란하니까, 다시 청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성력만을 줄 목적이었답니다.
“…어?”
그런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생명력을 불어넣었는데 생명력이 여전히 바닥이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오늘 하루정도는 편히 지낼 수 있을만한 성력을 불어넣었는데도 말이죠.
– 샤아아…
“…뭐하냐니까?”
“기다려봐요.”
결국 저는 조금 성력을 많이 불어넣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명력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3일은 버틸 수 있는 분량,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분량 한달은 버틸 수 있는 분량…
계속해서 성력을 불어넣어도, 그의 몸상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흐아… 하아…”
결국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그에게서 떨어진 저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잘됐네요. 성력으로도 고칠 수 없으면… 그 어떤 걸로도 그를 고칠 수 없을테니까요.’
성력이 먹히지 않는걸 보면, 태양신님 역시 그를 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치유가 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요.
네, 정말 잘 됐습니다. 그 악독한 프레이가 사망 선고를 받다니, 정말 잘 된 일이에요.
제가 늘 원하는 일이었잖아요. 몇달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그를 죽이고 싶어했잖아요.
프레이는 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을 만한 악당입니다. 그러니, 그런 그가 죽는건 정말이지 축하할만한 일이라고요.
제발요, 왜 이러는건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살의까지 느끼고 있었으면서, 그의 죽음이 확정되니 대체 왜…
‘…대체 왜 가슴이 찢어지는거지?’
프레이의 은빛 눈동자와, 저의 흰색 눈동자가 교차합니다.
이윽고 은빛 눈동자를 빛내며 저에게 포션을 내밀던, 순수했던 프레이의 얼굴이 떠오르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으으…!”
“뭐, 뭐야?”
절 순백의 성녀라고 불리게 만들었던 흰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프레이의 은빛 머리카락에 섞여들어갑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프레이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일어난 일이군요.
그 바람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기 시작한 프레이의 앞에 고인 피웅덩이를 보며, 저는 몽롱한 눈빛으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또 거듭했습니다.
프레이는 제국 최고의 악인입니다. 그를 미워해야 합니다. 그를 증오해야 합니다. 그를 죽여야 합니다. 그는 저를 덮치려고 했습니다. 그는 미래에 제국을 불태울 것입니다.
저는 멍청합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바보 천치였습니다. 저는 글도 잘 못씁니다. 암기력도 꽝입니다. 잘난건 착한 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이치에 맞습니다.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고요. 모든것이 원래대로…
“아니야.”
“뭐?”
프레이의 몸에 성력을 집어넣어도 생명력이 늘어나지 않는건 확실히 문제가 있어. 그건, 법칙과 어긋나.
성력은 기적이 아니라 법칙이자 현상이야. 기적은 따로 있다고. 절대불변적인 법칙에 위반되는 건 확실히 이상해.
단순히 생명력이 차지 않는걸 제외하더라도, 몸 내부의 상처가 치료되지 않는건 문제가 있어. 그러니, 지금 상황은 이상해.
“페를로체?”
그리고 프레이도 이상해. 날 덮친다고 해놓고서, 여러가지 핑계들을 대며 시간을 질질 끌고 있어.
아니, 애초에 그가 보이는 행동 전부가 이상해.
그 뿐만 아니라, 나도 이상해.
뭐가 어떻게 된걸까. 난 왜 여기있는걸까. 난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걸까.
프레이가 위험해. 이대로 가면 몇년도 못 버틸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구해줘야 하나? 죽여야 하나?
내가 아까 한게 덕담이 맞나? 가식적이다라는 단어의 뜻이 뭐지? 그건 정말 덕담이었나? 난 그 단어의 뜻을 정말 모르던걸까?
내가 믿고 있던게 기적이 아니라면, 진짜 ‘기적’은 뭐지? 아까는 알고 있었던게 아니었나? 그럼, 법칙과 현상은 뭐지? 태양신은 뭐지? 내가 믿는건 뭐지?
가식적이야. 모든게 가식이야. 폭로해야 해. 진실을 누군가에게 폭로해야 한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 소리라도 쳐야해.
“…얘가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가식과 위선, 빛과 어둠. 해와 달과 별. 그리고…
.
“마, 마…”
“쿨럭, 쿨럭! 대체, 뭘 하는건지…”
“마…..”
페를로체가 프레이의 몸에 손을 댄채 멍을 때리기 시작한지 1분이 지났다.
덕분에 잔뜩 짜증이 난 프레이는, 그녀가 또다시 바보짓을 한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마신.”
“…..?”
페를로체가 난데없이 힘겹게 말을 꺼내기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되물었다.
“갑자기 뭔 소리야?”
“마신…이…”
그런 페를로체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프레이는 그녀가 뭔가 말하려고 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 끼이익…
“두분, 여기서 뭘 하시는건가요?”
루비가 어두캄캄한 창고를 열고 들어서자, 페를로체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꺅? 괜찮으신가요?”
한편 열린 문을 타고 들어온 찬란한 태양빛이 프레이와 페를로체를 감싸는 동시에 프레이의 앞에 있던 피 웅덩이를 빛내자, 그걸 목격한 루비는 식겁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괜찮으니까, 꺼지라고.”
“네, 네에…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그러자 프레이는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를 창고에서 쫒아낸 후, 앞에 있는 페를로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 당신이 이렇게 된건… 그 뭐냐…”
“…자업자득?”
“네! 자업자득이에요! 이럴때 쓰는 동대륙의 표현이라고 클라나 씨에게…”
“닥치고, 내 몸 위에서 나와.”
이윽고 페를로체가 늘 그랬듯이 맹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자,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옆으로 밀치고 중얼거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음… 당신의 몸상태를 고려해서… 오늘은 특별히…”
“그럼 태양신 교단의 성당으로 가자.”
“네, 네에? 그치만, 최근 성당은 인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
“…난 봉사활동이 끝나고 너랑 기도를 올려야 하잖아.”
“…아.”
그렇게 창고를 나온 둘은, 피범벅이 된 그들을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안나에게 인사를 한 후 터덜터덜 보육원을 빠져나왔다.
“당신! 어쩌다가 몸이 그렇게 망가지신거죠? 혹시 마왕군에서 고문을 받으신건가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특별히 교단에…”
“…왜 보육원 주변에 교단 사람들이 이렇게 넘쳐나는거지? 혹시 아는거 없어?”
이윽고 서로 다른 질문을 하며 마차에 올라탄 둘은, 천천히 보육원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따스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
성당에 도착한 프레이는, 기도부터 먼저 드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페를로체에게 급습의 장점을 10분동안 설명해준 후 그녀가 안내한 곳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사이한 기운이 느껴지는게 여기라고?”
그곳에는, 투박한 형태의 철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네! 여기에 당신네들이 뭔가 하고 있는게 분명…으븝!”
“…쉿.”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는 페를로체의 입을 막은 프레이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을 막은채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푸하, 어떻게 감시를 따돌린건가요? 전 시도할때마다 들켰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성당에 사람이 너무 적어. 감시 인원도 없고 말이야. 뭔가가 이상해.”
일부러 도착 예정시간보다 몇시간이나 더 일찍 도착하고, 눈에 딱 띄는 성녀복 대신 밋밋한 수녀복을 페를로체에 입힌 보람이 사라진 프레이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슬슬 뭔가가 일어날때가 됐는데.”
– 쿠구구구구궁!!!
그리고 그 순간, 방 안의 공간이 뒤집히더니 복잡한 미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럴줄 알았어.”
그 광경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성녀를 앞장 세우고 천천히 미로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 뭘 하려는거지?”
그리고 그 시점에서,
“…따라가볼까?”
페를로체처럼 수녀복을 입은 채 멀리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리나는, 조용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지하실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