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1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11화(511/524)
Episode 511
“어때 용사? 황궁의 새로운 모습은?”
“……..”
말수가 급격히 없어진 프레이를 어두컴컴한 방에서 끌고 나온 나는, 폐허가 되어버린 황궁을 그에게 소개시켜주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부숴지고 피범벅인 모습도 운치있지 않아?”
용사와 함께 복도를 거닐며 하는 황궁 데이트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언제나 고결하던 그의 표정이 천천히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보는건 그 배로 즐거웠고 말이다.
– 지끈…!
“…으음.”
어째서인지 지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한 머리만 아니였어도, 모든게 완벽했을텐데.
평생동안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두통이 왜 하필 이런 즐거운 순간에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이 상황에 너무 흥분해서 그런걸까?
프레이를 볼 때마다 자꾸 심장이 뛰는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원인은 그것이 맞는 것 같다.
“짜잔! 어때?”
“…….!”
그럼,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임하도록 할까.
내가 원하던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니 말이야.
“여긴…”
“제국이야! 클라나의 심장을 바친 저주로, 영원히 불타오르고 있지.”
순간이동 마법을 써 프레이와 함께 제국 도심에 도착한 나는, 생지옥이 된 제국을 그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 사람들은…”
“제국이 전부 불탔는데, 당연히 전부 죽었지.”
“아니야… 그, 그럴리가…”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모두가 화염속에서 불타 죽었어.”
사실, 제국민들은 저주가 제국을 뒤덮기 직전에 안전하게 대륙을 탈출했다.
최후의 순간 자신들의 목숨마져 던져가며 탈출을 가능케 한, 이리나와 페를로체 덕분이였다.
“아이, 어른, 노인… 차별없이 전부.”
“으, 으극.”
“몇분간 제국 전역에 울려퍼지던 끔찍한 비명소리는 좀 어때?”
하지만,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을 떨어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 섞인 환상이니.
애초에 이 세상에 남은 생명체는 그와 나밖에 없으니, 그게 그거기도 하고.
“으으으으으으…”
나의 환상 마법에 걸린 프레이가, 두 귀를 틀어막은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해…”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짓는구나.”
“그만해줘… 제발…”
그러더니, 이내 나에게 애원해오기 시작한 그.
“이런건… 이제 그만…..”
“아, 귀여워라.”
너무 빨리 망가지는건 아닌가 싶어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무튼 그 모습이 귀여운건 사실이였다.
“더 이상… 보기 싫…”
“아니, 안되지. 프레이.”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시작인걸.”
내가 평생동안 원해왔던 별이 떨어지는 순간을 보기위해선,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다음 행선지는, 서대륙이야.”
“싫어…”
“꽉 잡아야 해?”
그렇기 때문에 그를 조심히 안은 나는, 부드럽게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리 속삭였다.
“혹시라도 놓치면, 그때처럼 많이 다칠수도 있.”
– 지끈…!
“…윽?”
또다시 약간의 두통이 일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후후.”
내 품에 안겨있는, 떨어지기 직전의 별을 보기만 해도 그런 통증 따윈 씻은듯이 떨쳐낼 수 있었으니까.
.
“여긴 서대륙이였던 곳이야. 지금은 그저 거대한 얼음덩어리일 뿐이지만.”
“서, 서대륙이… 통째로…”
“대충 누가 폭주하면서 그렇게 된건지는 감이 오지?”
프레이와 함께 떠난 오붓한 세계일주, 나는 그와 나 둘만이 이 세상에 남았다는것을 철저히 증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여긴 동대륙이 있던 곳이야.”
“…뭐?”
“너무 반항이 심해서, 그냥 통째로 바다밑에 가라앉혀버렸어.”
사실, 생각했던 것보단 쉬웠다.
“그리고 여긴… 최후의 생존자들이 있던 공간.”
“………”
“보다시피, 한명한명씩 목을 잘랐어.”
격렬히 반항할 줄 알았던 프레이가, 얌전히 내 품속에서 멸망한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전부 제거를 하고 나니까, 이젠 마왕군들이 눈에 걸리더라고.”
“설마…”
“아까 한말이 거짓말인줄 알았던거야?”
역시 모든것을 수호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였던 용사에게는, 이런 광경이 내 생각보다 몇배는 더 자극적이였던 모양이다.
“우리 둘만이 남게 될 이상향에, 녀석들의 자리는 없어.”
“………”
“그 어떤 생명체도 용납못해. 오직 너와 나, 그거면 족하다고. 프레이.”
찬란하게 빛나던 별은, 너무나도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자, 그래서… 멸망한 세계를 관람한 소감은 어때?”
그렇게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폐허가 된 황좌로 돌아온 우리들.
“이쯤 되면, 너도 알아차렸겠지? 이 모든게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부쩍 말수가 적어진채로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프레이에게,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손을 뻗던 나는.
“…뭐해?”
별안간 번개처럼 튀어올라 내게 달려드는 프레이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미 모든게 끝난걸 그도 알았을텐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걸까?
이해가 되질 않는다.
– 푹…!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해 가만히 있어보니, 프레이가 언제 챙긴건지 모를 날카로운 돌을 있는 힘껏 나의 가슴에 밀어넣기 시작한다.
– 우드득…!
뭐, 그래봤자 나를 죽일 순 없지만.
적어도 미약한 고통 정도는 내게 주는걸 성공한 듯 싶다.
“…후훗.”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건, 그의 눈이였다.
점점 빛을 잃어가던 그의 두 눈이,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이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리 둘의 주변에서 이글거리고 있는, 제국을 영원히 불태울 저 악마의 화염처럼.
“죽어버려….”
“사랑스럽네… 프레이.”
표정을 악귀처럼 일그러트린 그가, 자신의 손이 찢어지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돌을 휘두른다.
“…읏, 그렇지만 너무 격렬한걸.”
“닥쳐…”
“조금만 상냥하게 해줄래?”
“닥치란 말야…”
그가 내게 쏟아붓는 열정이, 증오심이, 애정이.
피가 철철 흐르는 가슴팍을 통해 찬찬히 스며들고 있었다.
“어째서…”
텅 비어있던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풍족함을 느끼며, 그렇게 몇십분을 더 우두커니 서있으니.
“대체 어째서…?”
나의 어깨에 돌을 박아넣은 프레이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으며 그리 묻는다.
“이런 짓을 벌인거야…?”
아하, 드디어 물어봐 주는구나.
그 누구도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었다.
마왕군은 그저 내 목적을 자신들 멋대로 상상하며 따랐을 뿐이였고.
세상은 나를 그저 쓰러트려야 할 절대악으로 보았을 뿐.
그 누구도 내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지금 나의 피로 범벅이 되어 주저앉아 있는, 이 소년을 빼고는.
“왜 이런 짓을 한거냐고?”
그런 그에게, 내 목적을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간단해.”
그걸로, 별이 떨어지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을테니까.
“너무 지루해서.”
“…뭐?”
“평화로운 세상이 지겨워 미쳐버릴것만 같아서, 이 세상을 파괴했어.”
그렇게 속삭이고 미소를 짓자, 프레이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연다.
“겨우,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라는 건, 과거의 이유.”
하지만 그런 그의 입을 부드럽게 손으로 감싸 막은 나는, 은색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세상을 멸망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
“그럼…”
“하지만 세상을 무너트리다가 만난 한 소년 때문에, 내 목적이 바뀌였어.”
“으읍.”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수한 영혼. 그런 영혼을 가진 널 처음 본 그 순간, 난 깨달았지.”
그것은 운명이였다.
마왕인 나를 유일하게 죽일 수 있던 존재인 용사.
그런 용사가, 내가 그렇게도 찾아다니던.
완벽하게 깨끗한 영혼일 줄이야.
“널 소유하고 싶었어.”
“으븝…”
“널 무너트리고 싶었어.”
조심스레 그의 몸 위에 올라타 몸을 기울이자, 프레이가 힘없이 뒤로 넘어간다.
“네게 승리하고 싶었어. 널 망가트리고 싶었어. 널 집어 삼키고 싶었어. 널 내걸로 만들고 싶었어.”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자신 하나 때문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소년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지기 시작한다.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까? 내가 네게 느끼는 이 감정을.”
그 모습조차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라, 나도 모르게 그의 목을 덥썩 깨물은 나는.
– 우물우물…
“………”
부드럽게 그의 목을 오물거렸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프레이를 끌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있잖아, 난 괴짜 마족인가봐.”
“……….”
“마족은 사랑따윈 느끼지 못하거든.”
텅 빈 그의 눈동자가, 역설적으로 이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사랑해, 용사.”
참으로 황홀하면서도 아름다운 순간이였다.
“이 멸망한 세계에서, 영원히 함께하자.”
내가 용사에게 품고 있던 묘한 감정이, 도대체 무엇이였는지 깨달은.
– 스륵…
그리고 완전히 의지를 상실해버린 프레이가, 무표정으로 내 허리에 손을 감아옴으로서.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던 별이, 마침내 비참하게 떨어진.
가히 내 인생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순간에.
– 지끈…!
“으윽!?”
별안간 모든것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머, 머리가… 아, 아아…”
갑자기 찾아온, 지금까지의 두통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통증과 함께.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있잖아, 꼬맹아.
저 하늘의 별들을 좀 봐.
반짝거리는게 마치 네 눈동자 같은걸.
응? 어짜피 낮이 오면 사라질 별들이라고?
꼬맹아, 너 정말 바보로구나.
낮에는 그저 보이지 않을뿐, 저 별들은 언제나 떠있거늘.
그럼 떨어져서 사라지는 별은 뭐냐고?
네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바보 녀석.
그건 유성이란거야.
얼레.
내 말을 못믿는거니?
이제보니 울먹이기까지 하는구나.
하여간, 울보 녀석…
하아.
너무 걱정마렴.
만약 네가 떨어지더라도.
내가 너를 담는 보석이 되어줄테니.
그러니, 영원히 함께하자.
넌 나의 별로.
난 너의 루비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잊지 않는거야.
절대로…
.
“아.”
식은땀을 흘리며 번쩍 눈을 뜬 루비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아내며 손을 더듬거린다.
“…프레이.”
이윽고 프레이의 손을 찾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꺼내놓기 시작한 이야기.
“나, 악몽을 꿨어.”
“………”
“내가 예언대로 마왕이 되어, 너도 그녀들도 전 부 잊어버린채… 세상을 멸망시키는.”
루비의 불안한 눈빛이, 옆에 있던 프레이에게 향한다.
“그런 끔찍한…..”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악몽….. 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말을 점점 흐리기 시작한 그녀.
“하하… 하…..”
여전히 피범벅이 된 프레이가, 망가진 미소를 지으며 누워있었다.
“………..”
그런 그들의 주변에서 오늘도 천천히 빛을 바래가고 있는.
“…자, 장난치는거지?”
폐허가 된 황궁의 잔해들과 선혈.
“…프레이?”
루비의 기억이 일제히 돌아온 시점은,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별이 떨어진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