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1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13화(513/524)
Episode 513
“두번째 세계의 끝도, 역시 배드엔딩이로군.”
자신의 앞에서 끝없이 반복되던 비극을 바라보던 마탑주가, 차갑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올린다.
– 파지직…
“역시 두번째 세계 또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어.”
이윽고 그녀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곧바로 사라져버리는 두번째 세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계를 내게 보여주는 저의가 무엇이지?”
“……..”
“설마, 동정심이라도 이끌어보려던 건가?”
어느새 2/3에 달하는 권한을 손에 넣은 마탑주가, 막혀있던 길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알량한 감정으로 포기할 것이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
“그러니 그만 포기해.”
그렇게 다시금 세상의 규칙과 거리를 좁힌 마탑주.
“어서 마지막 세계의 시험을 속행…”
그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시험의 속행을 재촉해오자, 글레어의 모습을 한 규칙이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전히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구나.”
“쓸데없는 허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텐데.”
여유로움과 진중함이 가미된 목소리에, 마탑주가 인상을 찌푸린다.
“어서 마지막 세계를 시작하기나…”
“그 전에, 뒤를 좀 보지 않으련.”
그 말에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린 마탑주가, 이내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팡이를 들어올린다.
“…어, 어느새!”
그녀가 지웠다고 착각하고 있던 첫번째 세계가, 두 눈에 들어올정도로 커져있었다.
– 이제야 깨달았어요.
“어느새 이런 일을…!?”
– 한번이 아니였던거에요. 이런 일이.
그 세계에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자신의 침대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중얼거리고 있는 클라나.
– 처음에는 당신이, 그 다음에는 페를로체가, 어쩔때는 마왕이, 마지막에는 일기장이라는 매개체가.
그녀의 몸에서, 황금빛 아우라가 피어난다.
– 회귀하고, 또 회귀해나갔던 거군요.
세상의 바깥에서 관측을 하고 있던 마탑주가 보기에도, 그것은 상당한 이변이였다.
기도를 하고 있는 클라나의 힘은, 그 정도로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이 세계들을 보여준건, 동정심을 불어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였단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탑주의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목소리.
“그저, 이 순간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을뿐.”
“젠장…!”
그제야 세상의 규칙이 이렇게나 시간을 끌어온 이유를 깨달은 마탑주가, 사력을 다해 첫번째 세상에 손을 뻗기 시작했지만.
– 어째서 이 시점에 제게 이런 힘이 생긴건지는 모르겠지만.
클라나의 기도 역시,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돌려야겠죠.
“그, 그만 둬…”
– 당신이 없는 세상은 해피엔딩이 아니니까.
클라나에게서 뿜어져나오던 빛이, 어느새 첫번째 세상을 가득 메우고.
–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건 질색이니.
그 빛이, 세상 밖으로 넘쳐흐르기 시작한 순간.
– 지금껏 한번도 선택받지 못했던 자에게, 기회를 주는게 맞겠죠.
눈을 번쩍 뜬 클라나가, 미약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는다.
– 프레이를 부탁드려요.
그 직후.
– 파지직…!
첫번째 세상에서 쏘아진 황금색 빛이, 세번째 세상으로 향했고.
“안돼…!”
몸을 날려 그 빛을 막으려던 마탑주의 손이, 미처 그 빛에 닿기전에.
– 샤아아아아아…!
온 사방이 찬란하게 빛나며, 세번째 세상이 시작되었다.
.
“…으아.”
“로즈윈?”
꾸벅꾸벅 고개를 기울이다 퍼특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음, 흠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긴, 잠시 졸만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프레이를 접대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 일찍 정보 길드의 문을 열자마자 그가 찾아올거라고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걸까요?”
“그냥, 주변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져서…”
“아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물으니, 역시나 식상한 대답이 튀어나온다.
“요즘 아카데미 입학건으로 바쁘시지 않으신가요?”
“그런것 보다 네가 더 중요하니까.”
“어머, 좋아라.”
입으로는 좋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에서는 열불이 나고 있었다.
지금 한가하게 이런 녀석을 상대할 때가 아닌데.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몇분 뒤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고객이…
“저기, 잠시만 기다려봐? 로즈윈?”
자꾸 무너지려는 표정을 안간힘을 쓰며 유지하고 있는데, 해맑게 날 쳐다보던 프레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이번엔 또 뭘 주시려고…”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인내심은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가 내게 건내줄 것은, 너무나도 뻔했으니까.
“짜잔!”
“…와아.”
아니나다를까, 그의 품에서 튀어나온 것은 이번에도 꽃이였다.
어쩜 이리 눈치가 없을까.
왜 하필이면 그 많고도 많은 선물 중에, 하필 꽃이란 말인가.
“어때? 이건 굉장히 힘들게 구한건데…”
“그런가요.”
영혼없는 표정으로 들뜬 프레이의 말에 말대꾸를 해주니, 혼자서 신난 그가 꽃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응응, 거의 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오묘한 색상이라고 하더라고.”
“음…”
확실히 지금까지의 꽃과는 살짝 다르긴 했다.
그 어떤 꽃도 이런 묘한 루비색을 띄고 있지는 않을테니.
그렇지만, 몇년이고 꽃을 받는 바람에 완전히 질려버린 나에게는 그게 그거였다.
“저기, 사랑해 로즈윈.”
“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꽃에 손을 뻗는데, 갑자기 프레이가 내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해온다.
“진짜, 진짜로 사랑해.”
“……….”
“널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안 그래도 바닥나 있던 인내심이, 완전히 거덜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딱 하루. 아니, 딱 한번만이라도…”
“하아.”
너의 그 뻔한 속셈을 모를 줄 알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프레이.”
“어? 어어?”
넌 그저 순진한 척 내게 접근해 사랑을 속삭여 놓고는, 하룻밤의 유희를 즐기고 싶을 뿐이잖아.
“그런데 제가 좀 바빠서.”
내게 접근해 오는 남자들은, 전부 똑같았다.
그저 내 미모, 혹은 재력만을 보고 혹해서 다가오는 자들.
어릴때부터 지겹게 겪어온 인간군상들이였고, 그들 모두를 쳐내왔다.
그나마 프레이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서 지금까지 참아주고 있었지만.
이젠 한계였다.
“그러니, 이제 그만…”
그렇게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고는, 단호하게 방에서 나가달라 말하려던 나는.
– 두근…!
“…힉!?”
그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의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책상에 엎어지고 말았다.
“로, 로즈윈!”
“으으…”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혹시 어제 먹었던 수면제가 잘못 된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 프레이 때문에 발병한 화병?
“괜찮아…?”
“아, 네. 괜찮…”
심하게 뛰는 심장을 손으로 움켜쥔채 가쁜 숨을 몰아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손에 온기가 느껴진다.
“아?”
프레이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
그 뒤로, 흐르기 시작한 정적.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어째서인지 온 몸을 둘러싼 묘한 감각 때문에 멍을 때리고 있으니, 화들짝 놀라며 나의 손을 놓은 그가 사과를 건내온다.
“…모, 몸이 안좋은가보네? 그럼 계속 붙들고 있을 순 없지.”
“그게…”
“그,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이.
“…로즈윈.”
터덜터덜 방을 나서던 그가, 힐끔 나를 바라본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
“………..”
“알겠지?”
그 말을 남기고는, 진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몇초간 응시하던 프레이가 조용히 밖으로 나선다.
“…네, 네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답했을 때에는.
– 철컥.
방의 문이, 이미 닫힌 뒤였다.
.
“……….”
프레이가 방을 나선 이후로 몇분 뒤.
“그 눈빛은… 뭔데.”
턱을 손에 괸채 생각에 잠겨있던 로즈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말야…”
그녀의 심장이 일순간 거세게 뛰었던 그 순간.
비록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 순간에 프레이가 보였던 걱정스러운 표정과, 무의식적으로 로즈윈을 지키려 했던 행동은.
아무리 둔감한 로즈윈이라 할지라도, 어느정도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뭐냐고…”
물론 그럼에도 평소였다면, 연기도 잘 한다며 콧방귀를 뀌고는 기억에서 방금의 일을 지워버릴 그녀였다.
“………”
하지만 어째서일까.
프레이가 가져온 꽃을 만지기 직전,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 그 때부터.
로즈윈의 감정이, 평소와는 다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프레이가 내 길드에 온게 몇번째더라.”
이윽고 떠오른 그 의문을 푸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였다.
“이렇게나 많이… 왔었어?”
10여년전 그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하루 전날인 오늘까지.
그가 찾아온 날들이, 방명록에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그가 온 날을 찾는것보다, 오지 않은 날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였다.
그는 이렇게나 자주 오며,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음…”
천천히 방명록을 내려놓은 로즈윈이,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지금껏 내게 이렇게 까지 해준 사람이… 있긴 했나?’
로즈윈의 부모님은, 그녀를 그저 권력을 유지할 도구로 취급했다.
그녀의 부하들 역시, 어릴때부터 자신과 함께한 비서를 제외한다면 마지못해 충성을 바치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다.
하물며,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들은 또 어떠한가.
몇번 거절하면, 그들은 언제나 태도를 바꾸어 강제로 그녀를 취하려 했다.
그럴 때면, 항상 공녀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철저하게 상대방을 묻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 로즈윈이였지만.
프레이만큼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몇백, 몇천번의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프레이는지금까지 그녀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보내오고 있었던 것이였다.
“음, 흠흠.”
그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 로즈윈이, 조용히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내, 내가 그렇게 좋았나?”
그녀의 양 볼에, 자신도 모르게 불그스름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바, 바보같네. 그렇게 몇번이고 고백하면, 내… 내가 넘어갈 줄 알았나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베 꼬던 로즈윈.
“…그래도 꽃이 뭐냐고, 꽃이. 센스없게.”
그런 그녀의 시선이, 프레이가 남겨두고 간 루비색 꽃으로 향한다.
“이왕이면 향수나 보석같은걸로…”
이윽고 입을 삐죽 내민채 그리 중얼거리던 로즈윈.
“………”
그러던 그녀가, 다시금 가슴이 꽉 막힌 묘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린다.
“…뭐.”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동안 노력한게 있으니…”
눈앞에 놓여진 꽃으로, 손을 뻗기 시작한 로즈윈.
“…그래도 한번쯤은, 받아두도록 할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의 손이, 루비색 장미꽃에 닿은 바로 그 순간.
– 파지지지지지지직…!!!
“꺄아아악!?”
황금빛 스파크가 튀어오르더니, 눈부신 섬광이 어두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샤아아아아…
“뭐, 뭐야…?”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 굳었던 로즈윈이.
[업적 달성: 모두가 그를 증오해도]“…으엥?”
다급히 방 안으로 뛰쳐들어온 하인들을 무시한채,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본다.
[조력자 시스템] [모두가 용사를 증오할때, 유일하게 그를 소중히 여겨주신 당신에게 드리는 작은 기적입니다.] [이 시스템은, 천년전의 계약에 의해 선셋 가문에 내려오는 것으로…]“뭐야, 이게……?”
반투명한 창에 막 떠오르기 시작한 황금빛 문구가, 그녀를 조용히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