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1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14화(514/524)
Episode 514
“…….세상에.”
눈 앞에 떠오른 시스템의 문구를 읽어내려가던 로즈윈의 눈빛에 경악이 스친다.
“프레이가… 용사?”
반투명한 색상을 띤채 둥둥 떠다니고 있는 ‘조력자 시스템’은, 그야말로 경악할만한 사실을 품고 있었다.
– 용사에 대한 진실
– 이 세계에 대한 진실
– 당신이 해야 할 것
“이게 전부 사실이라고…?”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그만큼이나 시스템에 담겨있는 정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였다.
“……..”
하지만 아무리 눈치없고 둔한 그녀라 하더라도, 그 정보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만큼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뒷받침 할 만한 증거도 없었고, 이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장미꽃을 만진 이후 달라진 그녀의 마음이, 눈 앞의 정보가 사실임을 자신도 모르게 보증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나 찾아온 이유가…?”
갑작스럽게 쏟아져 오는 정보의 폭풍에 비틀거리던 로즈윈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추측을 시작한다.
프레이가 그렇게나 자신에게 찾아오던 이유는 꽃을 건내기 위해서였고, 꽃을 건낸 이후는 자신에게 잠재되어있던 조력자 시스템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아니,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였다.
로즈윈은 자신이 어렸을 적 겪던 원인 불명의 불치병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어떤 의사도, 어떤 약도 치유해내지 못한, 지독하리만큼 그녀를 괴롭히던 저주.
그것이 약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프레이가 그녀에게 찾아오기 시작한 때였다.
“당신이 날… 살려준거야?”
용사에게 꽃을 받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시스템에 나와있는 정보가 옳다면, 프레이가 올 때마다 꽃을 고집했던 이유 또한 설명이 되었다.
그는 조력자를 얻는것과는 별개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지금껏 찾아왔던 것이다.
수많은 멸시와 조롱을 들어도, 몇번이나 고백을 거절당해도 굴하지 않은채 말이다.
“……..”
멍한 눈빛으로 시스템을 바라보던 로즈윈이, 마구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용사님.”
그가 10여년간 자신에게 보내온 사랑은, 진심이였다.
“당신이 나의 용사님이였어.”
그 때문에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가 단골 손님으로 자리매김 했기에 길드가 번창할 수 있었으며, 그가 있기에 제국에 희망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런데 난…”
모두에게 비난받는 악인인 프레이.
그가 자신이 그토록 원해왔던 용사였던 것이다.
“…어?”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그녀가 입술을 씹으며 주변을 둘러본 순간, 그동안 시스템에 가려져있던 위화감이 로즈윈을 덮친다.
“여긴 어디…?”
그녀의 주위를 어둠이 감싸고 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분명 방금까지 자신은 길드의 개인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을텐데.
“음?”
자신이 이상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로즈윈의 눈이 번쩍 떠진다.
“아, 아가씨!”
“깨어나신겁니까?”
그리고 들려오기 시작한 하인들의 목소리.
도무지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킨 로즈윈이,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이내 자각한다.
“…제가 정신을 잃었었나요?”
“네! 몇개월 동안이나요!”
“며, 몇개월 동안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옮긴 로즈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병실에 걸려있던 달력이, 하인의 말대로 지금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에서 몇달이나 흐른 시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 설마.”
“……..?”
그러한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밀려들기 시작한 나른한 기운에 다시 눈이 감기려던 로즈윈이, 옆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다.
“각성한건가요?
“네?”
“시, 시스템을…?”
어렸을적부터 함께했던 비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아니, 잠깐.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거죠?”
잠시 맹한 표정을 띄운채로 질문을 던지던 것도 잠시, 평소와는 다른 날카로운 눈빛으로 비서의 말을 추궁하려던 로즈윈은.
– 지지직…!
“……..!”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눈 앞에 떠오른 메세지를 보고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가씨!?”
“아, 안돼요! 일어나시면!”
“무조건 안정을 취하셔야…”
깜짝 놀라 자신에게 손을 뻗는 하인들을 뒤로하고, 치맛자락을 잡은채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한 로즈윈의 눈에는.
[경고: 용사가 위독합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굳은 결의가 서려져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1학년 기숙사.
“프레이!!”
“거기 서!!”
“…으윽.”
이를 악문 프레이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채 앞으로 질주해나간다.
– 파지지지직…!
“…억.”
하지만, 그런 그의 옆구리에 맹렬하게 날아든 일격.
“잡았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군 프레이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리나.”
“그만 포기해, 프레이.”
그의 등에 마법을 직격시킨 이리나의 옆에,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라나, 페를로체, 이솔렛이 나타난다.
“1학년 기숙사 습격사건의 범인은, 역시 당신이였어요.”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모두를 죽음에 몰아넣으려고 하다니, 지옥에 떨어져 마땅한 인간.”
“…모두 비켜라.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
마왕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1학년 기숙사 습격사건. 본격적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려는 그 시점에서, 프레이에게 찾아온 최대의 위기.
“…하.”
당장에라도 목숨이 끊어질 수 있을만한 상황에서, 어째서인지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실소를 흘리던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몇번이나 반복해야 되는거야…?”
“”……?””
“이 짓거리를, 대체 몇번이나 더 반복해야 되는거냐고.”
그의 묘하게 떨리고 있는 목소리를 들은 추격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쯤 지났으면, 아마 등장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친 눈빛을 띤채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프레이가, 그리 중얼거린 순간.
“도련님.”
그의 앞에 나타난 그림자.
“…그동안 왜 숨겨오신 겁니까.”
“……..”
눈과 코가 빨갛게 부어오른 카니아가, 나이프를 든채 살기를 내뿜으며 추격자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몰랐습니다, 저는…”
“…됐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추격자들을 뒤로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난 프레이.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가시지요.”
“………”
“지금 이 순간부터, 영원히 당신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분명히 위기에서 빠져나갈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 말을 듣고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프레이의 표정은.
“당신은… 프레이의 집사.”
“같은 편이였구나.”
“그 힘은, 흑마법인가? 타락했구나.”
어째서인지 무기력함으로 가득했다.
“그런 말 하지 말란 말이야.”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프레이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보다 먼저 죽을거면서.”
.
– 파지지직… 파직…
1층 로비에 나타난 결계가 어느새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저 결계에 몸을 던지면, 이번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다.
아마 다음에 눈을 뜰때면 나는 침대에 누워있을 것이고.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한 카니아는 그런 날 정성스레 간호하고 있겠지.
“…으득.”
하지만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번 회차를 마주하기 전, 나는 이미 마지막 메인 퀘스트를 마주했었다.
모든 히로인들을 포섭 완료한 채로.
지금껏 반복해온 그 어떤 회차보다도 희망적이고, 완벽한 조건속에서 말이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아카데미 공방전에서 황실군과 학생들은 마왕에게 처참히 도륙당했고, 나는 그녀에게 능욕당하기 직전에 겨우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게 손을 뻗으며 울부짖던 모두의 비명소리가, 귀에 선하게 들려온다.
“어차피… 이번에도 실패할거잖아?”
무조건 성공할거라 여겼던, 수없이 많았던 회귀에서 목표로 해왔던 회차가 실패한 여파는 너무 컸다.
바로 그 다음 회차인 이번 회차의 초반부에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를 했으니 말이다.
– 파즈즈즈…
이리나에 의해 등에 직격당한 저주가, 지금도 고통스럽게 뼛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계에 뛰어들어 메인 퀘스트를 성공해봤자, 결말은 뻔하다.
잔인하고도 처참한 실패.
가장 완벽했던 회차에서도 실패했건만, 가장 기초적인 실수를 범한 이번 회차에서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아니, 애초에 성공을 할 수는 있는건가?”
이쯤되니 그동안 애써 무시해왔던 가능성이 머릿속을 침식하기 시작한다.
사실 성공을 하는 운명은 없는게 아닐까.
자신은 그저 몇번이고, 또 몇번이고 이런 짓을 반복하며 미쳐가고.
그런 자신을,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저 유희의 목적으로 구경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싫어.”
그런 의심도 의심이였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젠 싫다고…”
어느새 ‘고통’이, 너무나도 두려워졌다.
처음에는 그 고통의 끔찍함에 몸부림 쳤다면, 이제는 그 끔찍한 감각마저 무뎌져 가는 것이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그만하고 싶어.”
이대로 가다간, 나 자신이 내가 아니게 될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반드시 구해내고 싶었던 그녀들이, 어째서인지 죽도록 미워지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자신을 죽여온 그녀들이, 너무나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잡아!!”
“결계에 손을 쓰게 하면 안돼요!!”
몸을 바들바들 떨며 그러한 생각에 잠식되어 가던 나는,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 목소리에 텅빈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죽어버려, 프레이!!”
카니아를 제압한건지 계단을 타고 내려온 추격자들이, 어느새 내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싫다고 했잖아.”
저 공격에 직격당하면, 분명히 나는 죽겠지.
그리고 눈을 뜨면, 또다시 내 방 침대에 누워있을 것이다.
“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었다.
– 부들부들…
마구 떨리는 손이, 통제가 되지 않기 시작한다.
절대 해서는 안될 생각들이, 내 정신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내가 미쳐가는 걸까?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리면, 그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 있을까.
“…하하.”
두려움이 앞섰지만, 어느새 그 두려움마저 뇌에 찌릿하게 퍼지기 시작한 충동에 잠식되어간다.
“어차피 실패할텐데.”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앞을 바라본다.
그러자 무엇보다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이, 붉게 물든 시야에 들어온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붉었나?
뭐, 이제와서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이번에도 사라질 세상이거늘.
– 꽈악…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게 된 시점에서, 코앞까지 날아온 공격들을 빤히 쳐다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으려던 나는.
“잠까아아아아안!!!”
“…..어?”
갑작스럽게 울려퍼진.
이 시나리오에서는 단 한번도 들어본적 없던 목소리에,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들 멈추세요오오!!!”
어느샌가 내 앞에 나타나, 두 팔을 힘차게 펼친채 금발을 날리며 버티고 선 소녀.
“…로즈윈?”
갑작스레 나타난,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돌발상황을 바라보던 내가 입에서 그녀의 이름을 꺼냈을 때는.
– 쿠과과과과과광…!!!
굉음과 함께, 섬광이 모두를 집어삼킨 뒤였다.
.
“…머, 멈추라니까요오!!”
“에구머니나.”
침대에 누워있던 로즈윈이 팔과 다리를 바닥이며 튀어오르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의 옆을 지키던 늙은 하인이 식겁한 표정을 짓는다.
“왜, 왜 안 멈추는거야!! 사, 사람이 말하면 말을 들어야지!!”
“…아가씨?”
그런 하인을 옆에 둔채, 홀로 씩씩 거리기 시작한 로즈윈.
“…음, 흠흠.”
“괘, 괜찮으십니까?”
“뭐, 무작정 현장에 뛰어든 내 잘못도 있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뭐라도 해줄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던 그녀가,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사방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그 말을 들은 하인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로즈윈을 바라본다.
“설마, 다시 정신을 잃은건가?”
“아가씨, 아까부터 대체 왜 그러시는지요.”
“저기, 지금 날짜좀 말해줄래?”
“오밤중에 갑자기 무슨 연유로…”
“빨리!”
로즈윈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하인이, 그녀의 성화에 못이기고는 옆에 있던 등불을 킨다.
“아.”
그러자 눈에 들어온, 벽에 걸려있던 달력의 날짜를 바라보던 로즈윈.
“…입학식 하루 전날.”
“맞습니다. 물론 아가씨는 일년이나 남으셨지만요…”
“나도 회귀한거야.”
“네?”
몇달이나 전으로 돌아간 달력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로즈윈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 파밧…!
그녀의 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
[알림: 용사가 이동중입니다.]“…나도 함께.”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확인한 로즈윈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목적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