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1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16화(516/524)
Episode 516
‘이, 이해할 수 없어.’
정신을 차린 리파엘은, 자신이 깨어난 세계의 상황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선셋 가문이야…? 그리고 왜 과거로 온거지…?’
자랑스러운 황실의 핏줄이던 자신은 어째서인지 선셋 가문의 장녀가 되어있었고, 심지어 즉위식에서 몇년이나 더 과거로 온 상황이였다.
‘몸은 또 왜 안 움직이는데…!’
심지어, 시간이 지나자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의식이 이 몸 안에 갇힌 것 같았다.
‘마탑주… 날 속인거야?’
그렇기에 처음에 리파엘은 마탑주가 자신을 배신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 노망난 늙은이가 일을 벌일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자신이 눈동자를 통제하는 것과 즉위식의 방해에 일조하면, 마탑주는 클라나의 몸을 뺏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이 그녀와 마탑주가 했던 약속이였다.
하지만, 그 약속은 깨졌고 자신은 이 이상한 세계에 갇혀버렸다.
눈치가 상당히 빠른 리파엘이였지만, 설마 마탑주가 ‘죽음의 맹세’를 무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였다.
‘…이대로, 평생 이 이상한 세계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는거야?’
당연히 리파엘은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감옥에서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던가.
그리고 그 감옥에서 나왔을때, 어떻게든 다시 위로 올라가겠다고 얼마나 굳게 다짐했던가.
그 다짐이 한 늙은이의 배신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지금, 리파엘의 의욕 역시 자연스레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영원히 감옥에 갇혀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나을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될 정도로.
하지만.
그녀의 무기력한 시간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어?’
채 몇분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잊혀졌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
“그게… 무슨 소린가요?”
“말 그대로다.”
리파엘 솔라 선셋.
그녀는 유서 깊은 용사의 조력자이자, 제국을 수호하는 세 공작 가문중 하나인 선셋 가문의 공녀였다.
“넌 이제 더 이상 내 딸이 아니야.”
방금 전 까진 말이다.
“그게 무슨…”
“정실 부인이 오늘 아이를 출산했다더구나.”
“…….!”
자신의 어머니가 입에서 내 뱉은 충격적인 말에, 리파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던진다.
“그, 그렇지만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그녀의 어머니는 선셋 가문 공작의 첩이였다.
몇년이 지나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정실부인보다 먼저 후손을 만드는데 성공했던 그녀였기에, 가문의 권력구도는 지난 몇년간 점점 더 그녀에게 기울고 있었다.
“부, 분명 출산을 막는 약을 주기적으로 먹여왔을 텐데요…!”
“……..”
물론 그 이면에는 선셋 가문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던 그녀의 무시무시한 계획이 있었다.
독사같은 눈빛을 가진, 스타라이트 여공작과 비견되는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그녀.
하지만 태생의 한계덕분에 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던 그녀였기에, 이러한 흉계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였다.
– 짜악…!
“꺅!?”
하지만 그 흉계도, 기적적으로 태어난 선셋 가문의 적통 후계자에 의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 입 닥쳐…”
“어, 어머니…”
“날 어머니라고 부르지 마.”
예기치 못한 변수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가, 뺨이 빨갛게 부어오른 자신의 딸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제부터 날 어디서 만나든, 아는척도 하지 말아야 할거야.”
“그, 그치만…”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진 모든걸 동원해 널 없애버릴거야.”
리파엘이 황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지만, 어머니는 그저 차갑게 말을 맺을 뿐이였다.
“…널 건드리지 않고 그냥 가는건, 마지막 동정이라고 생각하렴.”
그 말을 남기고 선셋 가문을 떠난 그녀의 어머니는, 그로부터 몇년 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선셋 가문의 첩이였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황실에 들어가는 데에 성공했고.
그곳에서는 자신의 흉계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클라나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언니를 낳았던 클라리나 솔라 선라이즈를 몰아내고, 기어이 여성이 오를 수 있는 정점의 자리에 올라간 그녀.
첩으로서 머물던 선셋 가문에 남아있는 자신의 모든 기록마저 하루 아침에 말소해버리고.
관련인의 입을 전부 봉해버릴 정도의 권력을 기어코 손에 넣게된 그녀의 이름은.
바로, 르메에르 솔라 선라이즈였다.
“…전부 너 때문이야.”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날.
“너만 아니였다면…”
가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치로 전락해버린 리파엘이, 이를 갈며 아직 갓난아기인 자신의 배다른 동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즈윈…….”
로즈윈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그녀는, 벌써부터 집안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받고 있었다.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자신과는 다르게.
– 꿈틀…!
자신을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로즈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리파엘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뻗어져나가기 시작한다.
“…후아?”
“이, 이익…”
이윽고 어린 로즈윈의 목을 움켜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그 순간.
– 아이야…
“…..!”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한 부드러운 목소리.
– 겨우 그런 이유로, 삶을 마감할거니…?
“누, 누구…!”
– 순간의 화풀이로, 그릇된 선택을 할거니…?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검은 아우라에, 리파엘이 눈을 동그랗게 뜬채 뒷걸음질을 시작한다.
– 넌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란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
– 그런 너에게, 내가 행운을 주마.
어느샌가 허공에 나타난 눈동자가, 그녀의 연한 눈동자와 마주한다.
– 거래를 하자꾸나.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그 당시의 리파엘에게 참으로 솔깃할만한 이야기가 하나 있긴 했다.
“내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 그래, 영특한 아이야. 넌 네 어미처럼, 정상으로 올라가야 할 존재란다.
“저, 정말로…?”
둘의 대화는, 그로부터 한참이나 이어졌다.
.
“후, 후후…”
그로부터 몇년 뒤.
“이,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날과 똑같은 장소에서, 리파엘이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로즈윈의 침대에 손을 뻗고 있었다.
“으, 으으…”
그녀의 어린 동생, 로즈윈이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이번 주술만 끝내면… 드디어…”
그런 로즈윈의 입에, 우악스럽게 붉은 씨앗을 밀어넣는 그녀.
– 꿈틀…!
잠시 뒤, 로즈윈의 심장에서 가녀린 장미꽃이 피어나자 리파엘이 누가 볼새라 그것을 뜯어낸다.
“됐어… 후, 후후… 됐다고…”
이른바 ‘눈동자’는 그것이 로즈윈에게 시기와 질투를 불어넣고, 동시에 생명력을 앗아가는 주술이라고 했지만.
“이제 나도… 태양의 힘을…!”
힘에 취한 리파엘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 파밧….!
“흐윽.”
로즈윈의 품에서 뽑아낸 장미꽃을 한입에 집어삼킨 리파엘이, 가쁜 숨을 몰아내쉬며 휘청거린다.
– 지직… 지지직…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 흐르기 시작한 황금색 스파크.
“……….”
그리고 잠시 뒤.
“하, 하하.”
멍하니 자신의 몸을 관찰하던 리파엘이, 광기어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와 머리색깔이, 타오르는 황금빛이 되어 있었다.
마치, 황실에서 호의호식을 하며 지내는 저 황족들처럼.
아니, 그들보다도 더 타오르는 황금빛이 그녀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
“성공했어!! 정말로!!!”
어느날 나타난 눈동자가, 황실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비책이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 비책이 다름아닌, 역대 최강의 노을인 자신의 배다른 동생의 힘을 빼앗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조차도.
리파엘은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뭐가 어떻게 되든 모든것을 앗아간 동생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눈동자의 계획에 협조했을 뿐이였다.
그런데.
설마, 정말로 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줄이야.
“이럴때가 아니지.”
싱글벙글 미소를 짓던 리파엘이, 이내 표정을 차갑게 바꾸고는 창가에 앉아있던 전서구에게 향한다.
“이 편지를 배달하렴, 아무도 모르게.”
저 편지가, 자신을 정상으로 돌려놓아 줄 것이였다.
이미 어머니와의 협상은 끝났다.
리파엘은 어머니의 비밀을 은폐해주고, 자신이 파티에서 만났던 황제와 어머니의 관계로 만들어진 숨겨진 황족이라는 증언을 하는 대신.
어머니는 자신을 황족으로 편입시킨다.
그녀가 완전한 ‘태양의 마나’를 손에 넣지 않았더라면, 성립조차 불가능했을 만한 거래였다.
실제로도, 몇번이나 암살과 정치적 공격을 당해야 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어미에 그 자식이라고 할까.
리파엘은, 암투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황제가 입을 맞추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였을텐데. 운이 좋았어.”
그리고 그녀에게는, 이제 행운마저 따르는 듯 싶었다.
– 마차를 보내마.
“후후, 후후후……”
몇십분 뒤 날아온 답장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리파엘의 앞길은 이제 승승장구였다.
이미 어머니에 의해 허수아비로 전락한 선셋 가문은, 자신의 비밀을 무조건 함구할 것이다.
물론 내키지 않는다면, 조금 더 잔인한 수를 써도 된다.
“안녕, 동생.”
아래층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마차소리에 옷을 걸쳐입으며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리파엘이, 문득 고개를 돌리고 뒤를 바라본다.
“그동안 고마웠어.”
“으, 으으…”
몇년간 자신에게 기를 빨린 동생이, 거친 숨을 몰아내쉬고 있었다.
“뭐, 저승에 가도 내 탓을 하진 마.”
눈동자라는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찍혀버린 그녀에게, 점짓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사과를 던진 리파엘이 이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인다.
“…네 운이 없는걸 탓하렴.”
그 말을 끝으로 영원히 선셋 가문을 떠난 리파엘의 입가에, 환희가 가득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아, 아윽…..”
“………”
리파엘이 타고 있던 마차가 뒤집어지고, 튀어져나간 바퀴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무, 무슨…”
방금전까지만 해도 황족이 될 생각에 신이 나 있던 리파엘이,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얼빠진 목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너, 너… 누구야.”
그러던 그녀가, 이내 피가 흐르는 이마를 쥐어 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서, 설마. 어머니가 보낸거야? 황실에 도착하기 전에 날 죽이려고?”
그녀의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마차를 전복시킨 복면의 소녀는 그저 싸늘하게 리파엘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였다.
“…제정신이야? 날 죽이면 분명 어머니의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될텐데.”
“………”
“허, 허세가 아니거든? 사실 아침에 이미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놨어. 오직 내 명령으로만 회수되는 마법이 걸린 편지를.”
그러던 그녀가 조용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들자, 리파엘이 다급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그러니 허튼 수작은 이제 그만하지? 네 주인에게 숙청당하기 싫으면…..”
“리파엘 솔라 선셋.”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도중에 끊은 소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다.
“로즈윈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다름아닌 너였구나.”
“…….!!!”
그녀의 말에 리파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사악한 주술을 쓰다니.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소녀는 어째서인지 모든 일의 내막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나간 걸까.
아니, 애초에 이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뭘까.
‘그러고보니… 키가 매우 작잖아?’
눈을 부릅뜨고 소녀를 흝어보던 리파엘이, 습격자의 체구가 매우 왜소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내가 이길 수 있을지도.’
대체 왜 어린아이가 자신을 습격한건지는 몰라도, 리파엘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은 자신이 충분히 제압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사실이였다.
‘애초에 태양의 마나도 완전해졌으니, 한번 시험해볼까…’
그렇게, 눈치를 보며 기회를 살피던 그녀가 조심스레 손가락을 사내에게 겨누고는.
– 파지지지지직!!!
온 힘을 다해, 태양의 마나를 쏘아낸 순간.
– 푹…!
“꺄아아아악!?”
그녀의 어깨에, 날카로운 기운이 파고든다.
“아, 아윽…”
덕분에 완전히 빗나가버린 그녀의 공격.
“자, 잠깐. 이 기운은…..”
자신의 어깨에 파고든 기운이, 흰색으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파엘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올렸고.
“아.”
“…….”
이내, 흉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페를로체와 시선을 마주한다.
“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 스릉…!
“기, 기다려!!”
떨리는 눈빛으로 손을 뻗던 리파엘이, 자신의 목에 검이 겨누어지자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한다.
“나, 나는 협박을 당한거야! 나도 내 동생을 착취하고 싶진 않았…”
“언제는 네 운을 탓하라면서?”
하지만, 페를로체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뿐이였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지 알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나.”
“뭐, 뭐어…?”
“너 때문에… 로즈윈이… 하나뿐인 조력자가…”
그렇게 말하던 페를로체가, 머리를 붙잡고는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그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상태가 정상은 아닌 듯 싶었다.
“…젠장, 이 기억을 지워야 마지막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데.”
‘성녀가 최근에 교단으로부터 자격 검증을 받는다고 했었는데…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미쳐버린건가?’
혼자서 그리 중얼거리는 페를로체를 바라보던 리파엘이, 이내 이를 악물며 생각에 잠긴다.
‘아무튼 시간을 끌어야 해.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순 없어.’
이 마차를 보낸것은 다름아닌 황실이다.
지금쯤 마차에 부탁되어 있던 경보마법이 이상현상을 알렸을 것이고, 지원군이 도착하는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 할 것은.
“나, 나라고 이러고 싶었는 줄 알아?”
“……..”
시간끌기였다.
“처, 처음부터 모든걸 다 가지고 있었다면 이러지도 않았을거야!! 나도 너처럼 착하게 살았을거라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쥐어짜낸 리파엘의 망언을 들은 페를로체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모, 모든걸 다 가진 너같은 새끼는… 날 이해하지 못해!!”
“………”
“내 말이 틀렸어!? 트, 틀렸냐고…!?”
“…애새끼가, 선넘네.”
이판사판으로 악을 쓰던 리파엘이, 페를로체의 한층 달라진 분위기에 살짝 주춤한 순간.
“원래, 널 감옥에 넘기려고 했었어.”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든 페를로체.
“어, 어어…”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더라고.”
그가 스크롤을 찢은 순간, 환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정말로 네가 처음부터 모든걸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자, 잠깐. 지금 뭘 하는…”
“그걸 한번 증명해봐.”
멍해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잊혀져가기 시작하고, 나른해진 눈꺼풀이 점점 감겨온다.
“너… 설마…….”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신의 기억이 완전히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을 리파엘이, 다급하게 페를로체에게 손을 뻗었지만.
“네 최후는, 그 누구보다 끔찍할거야.”
그녀는 이미, 선고를 끝마친 뒤였다.
“아…….”
그렇게, 영혼속에 잠재되어 있던 과거의 기억들 마저 전부 뒤틀린채.
“누, 누가… 도와줘…..”
– 스륵…
“나, 난… 제국의 황녀란 말이야…”
처음부터 모든것을 가졌던 황녀가 되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그녀.
“제발 누가… 좀……..”
“거, 거기! 누구야!!”
“아?”
싸늘하게 그런 리파엘을 노려보던 페를로체가, 조용히 모습을 감춘것은.
“괘, 괜차나?”
“……….”
마침 로즈윈에게 향하던 어린 프레이가, 사고현장을 발견하고 다급히 뛰어온 직후였다.
“…나, 나한테 업혀. 같히 병원에 가자.”
리파엘이 프레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고, 고마워요.”
바로 그날 이후였다.
.
“아.”
막 떠오른 기억의 파도에 잠겨있던 리파엘이, 퍼특 정신을 차린다.
– 터벅, 터벅…
통제를 잃은 자신이, 충혈된 눈을 부릅뜬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그럼 이게… 나의 원래 모습…’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잠깐, 뭐라고?’
옆에 있던 창가에 비친, 자신이 끔찍히도 싫어했던 연한 머리색과 연한 눈동자를 보고는 흠칫 놀란 리파엘이 이번에는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끔찍한 말에 식겁을 한다.
“가질 수 없다면… 죽어. 내 손에 죽어버려.”
‘무, 무슨 소리를…!’
그제야 어두운 아우라에 휩싸인 자신의 손에 나이프가 들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파엘.
– 끼이익…!
“꺄악!?”
“리, 리파엘?”
바로 그 순간, 리파엘이 연 방문 안에서 사랑을 나누던 프레이와 로즈윈이 깜짝놀라 몸을 일으켜 세운다.
“죽어…!!!”
그런 그들에게 나이프를 치켜들고는 몸을 던진 리파엘.
‘아, 안돼…!’
찰나의 순간,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하던 프레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별의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을 발견한 리파엘이, 마음속으로 절규한다.
‘이건… 이건 내가 아니라고!!’
“설마 흑마법에 손을 댔을 줄은.”
‘아니야! 프레이, 나는…!’
하지만 미처 그 절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목에 휘몰아친 별의 마나.
‘나는……’
갈 길을 잃은 손을 쭉 뻗었지만, 마지막에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프레이가 아닌 로즈윈이였다.
‘나느은…….’
그렇게, 꺼져가는 의식속에서 문득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진 싸늘한 목소리.
– 정말로 네가 처음부터 모든걸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그날의 예언대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끔찍한 최후에, 리파엘의 표정이 무참하게 일그러진 순간.
‘이건 불공평……’
그녀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
“로즈윈, 이런 변수는 처음이지 않아?”
“……..”
피를 뿜으며 자신의 앞에 엎어진 리파엘을 무표정으로 치워버린 프레이가, 옆에 멍하니 앉아 있던 로즈윈에게 질문을 던진다.
“뭔가 이상해. 아무래도 계획을 조금 미뤄야…”
“저기, 프레이.”
“응?”
하지만, 그의 말을 끊고는 맹한 표정을 띤채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로즈윈.
“…즉위식이 언제 끝났죠?”
“뭐?”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변을 둘러보던 로즈윈이 눈을 반짝이며 다시한번 묻는다.
“그건 그렇고, 역시 눈동자는 무찌르신건가요?”
“……?”
“그리고 마탑주랑 리파엘은……”
그러다가, 문득 말을 멈춘 그녀.
[조력자 시스템] [새로운 메세지가 있습니다.]“…어라?”
허공을 바라보던 그녀의 표정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오르고 있었다.
[글레어: 계시나요?]“나 조력자 시스템 뺐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