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4화(54/524)
Episode 54
– 파지지지지직!
사방을 빛으로 비추며 이리나와 프레이가 도착한 곳은, 나무가 우거진 숲속이었다.
“흐악…!”
텔레포트의 부작용으로 잠시동안 숨을 헐떡이던 이리나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 여긴 어디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으면서도 낯선 곳을 한동안 경계하는 표정으로 둘러보던 이리나는, 이내 조용히 자신의 품속을 내려다보았다.
“주, 죽었나?”
이리나의 품 안에서는, 프레이가 그녀를 꽉 끌어안은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들여다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이리나는, 그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린 후 조용히 그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대었다.
“…일단은 살아있네.”
비록 몰골은 송장이나 다름없었지만, 프레이의 심장은 분명히 뛰고 있었다. 물론, 아주 미약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살짝 긴장이 풀린 이리나는 프레이의 가슴에서 귀를 때고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언데드들에게 붙잡히느라 풀어헤쳐진 그의 가슴팍을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음…”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이리나는, 살짝 프레이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그의 상의를 벗겨내며 중얼거렸다.
“역시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의 몸은 마나회로가 불타오른 흔적과 방금 언데드들에게 입은 상처를 제외하면 꽤 깨끗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상반신 구석구석에는 왠지 모르게 어두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슈우우…
그런 현상을 잠시 조용히 관찰하던 이리나는, 자신의 손으로 프레이의 맨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분명히 상처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저번에 그의 몸을 만졌을때와 같이 까끌까끌한 느낌의 그녀의 손에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감촉을 느끼며 계속해서 프레이의 몸을 쓰다듬던 이리나는, 어느 순간부터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이, 이건…?”
방금전에 격렬한 전투를 하느라 프레이가 발산했던 반짝이는 마나가 그의 몸 위에 있는 어두운 기운과 섞이며 사라져가자, 점점 그의 진짜 몸 상태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윽고 완전히 드러나게 된 그의 몸상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깨죽지는 파랗게 변해있었으며, 온 몸에는 찔리거나 베인 흉터가 있었고, 몇몇 흉터들은 다시 터져서 피가 흘러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들은 온몸 구석구석에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
‘대부분이 몬스터나 마물에게 당한 상처야… 게다가…’
대륙에서 제일가는 전투마법사였기에 대충 보고도 그것이 몬스터와 마물에게 당한 상처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리나는, 자세히 조사를 한 결과 그 흉터를 입힌 몬스터들과 마물이 ‘잿빛의 숲’에 살던 종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리아나… 아니, 프레이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대신 맞아주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 이리나는, 잠시 무릎을 꿇고 앉아 심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대체 왜…?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던거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던 프레이에게 답변이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그런 프레이의 상태를 보고서야 퍼특 정신을 차린 이리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다시 안아들기 시작했다.
마법사이기에 힘이 꽤나 딸리는 이리나였지만 워낙 프레이가 가벼웠기에 무리없이 그를 들어올린 그녀는, 이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그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짓밟힌 풀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가 구입한 스크롤은 분명히 ‘공격용 스크롤’이었다.
하지만 태생부터 가난했던 그녀는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끌어모아도 정식 스크롤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뒷골목에서 ‘불법 스크롤’을 구입했었다.
물론, ‘뒷골목에서 스크롤을 사는건 자살행위’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스크롤 사기가 빈번한 뒷골목이었지만… 이리나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그녀는 마법에 한해서는 불세출의 천재인, 미래에는 전 대륙에 이름을 떨칠 대마법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마법은 못쓰지만 마법적 지식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당연하게도 그 때문에 불량 스크롤을 판별하는 것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렇게 아침부터 뒷골목에 있는 마법 스크롤 상점을 전부 뒤지고 다니던 그녀는, 결국 저녁이 되서야 한 허름한 노점상에서 스크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다른 가게들은 전부 가짜나 불량 스크롤을 팔았기에 남은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연륜이 있어보이는,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주인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스크롤을 건내긴 했지만 분명히 그건 제대로 작동하는 ‘공격 스크롤’이었다.
헌데, 대체 왜 공격 스크롤이 ‘텔레포트’ 스크롤로 바뀌어 버린걸까? 설마, 자신이 정말로 실수라도 해버린 걸까?
‘그러고보니… 저번 사건때도 이랬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있던 이리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상한 마법스크롤도, 수상한 주인장도, 저번 사건과 이번 일의 관련성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은 이 정체불명의 장소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그렇게 프레이를 안아들고 조심스럽게 나무가 우거진 곳을 빠져나온 이리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여긴… 설마…?”
그녀의 시야에는, 어렸을때 프레이와 함께 만들었던 허름한 비밀기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
“하아…”
비밀기지의 다 낡아가는 침대에 누워서 끙끙거리는 프레이를 쳐다보던 이리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저물어가는 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골치 아프게 됐네.”
이곳은 프레이와 이리나의 어릴때 추억이 녹아들어 있는 곳이자, 그녀가 늑대로부터 프레이를 구하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은 사건이 있었던,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근처에 위치한 숲이다.
그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때 마법스크롤이 대체 왜 그런 곳으로 자신과 프레이를 보낸건지 잠시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던 이리나는, 이내 조용히 프레이를 안아들고 신속하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었다.
이곳이 자신이 어렸을때 자주 누비던 숲임을 깨달았기에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쉬웠고, 그렇게 한참을 하산하던 그녀는 결국 프레이와 산을 빠져나와 길거리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이건…”
거리에 뿌려져있던 제국 신문을 본 그녀는, 그를 안아든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알려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는, ‘평민 기숙사 습격 사건’의 후유증이 재발하여 현재 그의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신문에는 지금 자신이 안아들고 있는 프레이가 ‘성스러운 언데드 기사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곧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어 누명을 벗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카니아나 세레나가 뭔가 조치를 취한건가?’
그 내용에 잠시 당황하던 이리나는, 이내 그를 몰래 도와주고 있는게 분명한 카니아와 세레나 둘중 한명이 알리바이를 만든거라 추측한 뒤 신문을 계속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이에 거짓 증언을 한 성녀 페를로체와 제 3황녀에게 ‘태양신 교단’이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고 있지만, 성녀와 제 3황녀 역시 교단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밝히며 큰 파장이…
“…어휴.”
하지만 그 뒤로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신문을 덮어버린 이리나는, 물끄럼히 자신의 품에 안긴 프레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지금 사람들 눈에 띄면 안되겠지?’
대체 프레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한건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아직까지 짐작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오늘 수많은 어린이의 목숨과 페를로체의 목숨을 구한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일단은 그를 숨겨주기로 결심한 이리나는 다시 산을 올라가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인 ‘비밀기지’로 돌아온 것이다.
“으으으…”
그렇게, 저물어가던 태양을 바라보던 이리나는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가 끙끙 앓기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이거… 치료를 해야 되겠는데…”
이윽고 그의 상처와 몸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걸 확신한 그녀는, 그때까지 매고 있던 배낭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지만 가난한 그녀의 살림때문에 가방에서 치료 포션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자,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마셔.”
그렇게 잠시 자신의 가난을 저주하던 이리나는, 포션을 프레이의 입에 기울여 넣기 시작했다.
“으…”
그러자,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프레이의 표정이 살짝 편해졌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그를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기에 얼마 못가 프레이의 표정은 다시 고통스럽게 바뀌었고, 그런 그를 조용히 쳐다보던 이리나는 배낭을 매고 비밀기지 밖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약초를 좀 찾아봐야겠어.”
.
“프레이, 정신 차려봐.”
“하아… 하…”
산의 지리를 잘 알고있었기에 몇분만에 효능이 좋은 약초들을 따온 이리나였으나, 그녀는 예상치도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젠장, 이러면 약초를 못 먹이는데.”
포션은 액체였기에 어찌저찌 넘길 수 있었지만, 약초는 그가 정신을 잃고 있는 한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입에 밀어넣자니 기도가 막힐수도 있고, 잘게 썰어서 넣어주더라도 꼭꼭 씹어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약초이기에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후우…”
결국 한숨을 내쉬며 프레이가 누워있던 침대에 걸터 앉은 이리나는, 식은땀이 가득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몇달전까지만 해도 미칠듯이 죽이고 싶었던 프레이가 자신의 눈앞에서 끙끙 앓고 있다.
만약 자신이 아주 조금의 마나라도 그의 심장에 쏜다면, 잠시 그의 목을 조른다면…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이대로 내버려두기만 한다면 프레이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도 제국 최고의 망나니이며 여러가지 범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인물이고, 미래에는 제국을 끝장낼 제국 역사상 최고의 악인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어.”
어쩌면 그 모든 대전제가 흔들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앞에서는 악행을, 뒤에서는 선행을 하는 그의 비밀에 거의 끝까지 접근한 이상, 이대로 포기하는건 이리나에게 있어서 수치나 다름없다.
그런 생각 끝에 결심을 내린 이리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약초를 자신의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흡…”
한참동안 약초를 오물거리던 이리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프레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흐븝…”
이윽고 프레이의 입에 약초를 전부 밀어넣은 그녀는, 한참동안 그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푸하…”
그렇게 자신이 가져온 약초 전부를 씹어서 넘겨준 이리나는, 자신의 입가를 닦으며 프레이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의 노력이 통했는지 프레이의 안색은 편안해져 있었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또한 멎어 있었다.
‘이게 이렇게나 효과가 좋았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리나는, 약초를 더 캐서 프레이에게 먹이기 위해 몸을 돌리고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뭐, 뭐야?”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프레이가 각혈을 하며 바르르 떨기 시작했고, 이리나는 그런 그에게 다급히 달려가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 이리나…?”
“…..!”
하지만 눈을 가느다랗게 뜬 프레이와 마주친 이리나는, 당황하여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여긴… 여긴 어디야…?”
“어, 그게… 그러니까…”
꺼져가는 목소리로 이리나에게 질문을 던진 프레이는, 그녀가 말을 더듬자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야… 또 꿈이잖아?”
이윽고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낸 그는,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즘들어 전투를 한 후에는 항상 이런 꿈을 꾸게 되네… 그래, 이번엔 또 무슨 기억일까…”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그런 프레이에게 말을 하지 말고 누워있으라 하고 싶었지만, 이리나는 어느새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연히 알지… 우리 비밀기지잖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옛날에 여기서 물고기도 잡고… 함정도 파고… 물놀이도 하면서 놀았었는데… 이젠 다 추억…”
그런 이리나의 질문에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닥하던 프레이는, 이내 다시 한번 각혈을 하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너… 왜 어른 모습이야? 그리고 고양이 인형은 어딨고?”
“뭐?”
“그리고… 꿈인데 왜 이리 졸린…”
그렇게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던 프레이는,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잃었다.
“하아…”
어렸을때 자신이 좋아하던, 순수하고 착한 모습으로 비밀 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프레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하자, 결국 이리나는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이대로는 안되겠어.”
그 말을 마친 이리나는, 그에게 먹일 약초를 캐러 나서다가 잠시 멈춰선 뒤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일 모든 진실을 알아내고야 말거야.”
.
“이리나 학생, 어디에 가셨다가 이제야 돌아오시는 거죠?”
“…죄송합니다.”
늦은 새벽, 이리나는 아카데미의 교문에 있던 관리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뒤 조용히 학원 안으로 들어섰다.
‘프레이는… 괜찮을거야.’
숲에 있는 비밀기지에는 어렸을때의 이리나가 걸어두었던 칩입 불능 마법이 걸려있어, 그녀와 프레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프레이는 약초를 5뿌리나 더 먹인 결과, 내일 아침이면 정신을 되찾을 정도로 상당히 많이 회복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이 기회를 이용할 차례라고 판단한 이리나는, 빠른 걸음으로 귀족 기숙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평민은 귀족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
“아시잖아요.”
“아…”
이윽고 입구에서 메이드에게 막힌 그녀는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낮게 읊조렸고, 그러자 세간에 도는 프레이와 이리나의 관계에 대한 소문을 잘 알고 있던 메이드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프레이는 자신의 소문이 신경쓰이지 않는걸까?’
그런 메이드를 지나쳐 프레이가 있는 방으로 향하던 이리나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곱씹기 시작했다.
‘그의 권력이라면 소문따위는 얼마든지 억누를 수 있었을텐데.’
악한 사람들의 소문이 제국에 떠도는건 아주 흔한 일이지만, 최근들어 프레이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아카데미로 오면서 얻은 정보로는, 비록 이번 사건에서 프레이의 결백이 증명되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가 범인이라 여기고 있다.
‘그런 소문이 돌도록 일부로 티나게 악한 행동을 하는 건가? 하지만 왜? 왜 그럴 필요가 있지?’
그렇게 또다시 끝나지 않는 고민에 잠겨있던 이리나는, 프레이의 방이 보이자 조용히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이리나입니다. 봉사를 하러 왔어요.”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제발 열어주세요, 오늘 내로 봉사를 안하면 죽음의 저주를 내리신다고 했잖아요.”
이리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거짓말을 해보았으나 방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고, 그 덕에 잠시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복도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신… 무슨 일이신가요?”
그러자 귀족 기숙사를 관리하던 메이드 장이 그녀에게 황급히 다가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시다가 귀족분들이 깨기라도 하시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그러면 저나 당신이나 죽은 목숨…”
“하, 하지만…! 오늘 내로 프레이님에게 봉사를 하지 못하면 전 죽은 목숨이에요!”
그런 그녀에게 공포에 잔뜩 질린 표정을 지으며 외친 이리나는, 메이드장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 부탁이에요! 메이드 장님…! 저 죽기 싫어요! 어떻게… 어떻게 이 끔찍한 생활을 버텨왔는데…! 겨우 봉사를 못해서 죽는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하아…”
메이드장 역시 아카데미의 소문에는 빠삭했기에, 간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점점 망설이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리나는 그런 그녀가 전회차의 아카데미 침공사건때 평민들을 아카데미에서 탈출시키는데 앞장서다 죽은, 숨은 선인임을 잘 알았기에 더더욱 간절하게 빌기 시작했다.
“도, 도와주세요… 부탁이에요… 살고 싶어요. 이렇게 죽고싶지 않아요. 그러니 부디…”
“잠시 확인좀 할게요.”
“네, 네에?”
그러자 이리나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 메이드장은, 이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흉기는 없군요.”
“다, 당연하죠! 그런 짓을 했다간…!”
“알겠으니 들어가세요. 당신이 마나 탈진이라 특별히 들여보내드리는 거에요.”
그렇게 말한 메이드장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열쇠를 건내주고는 속삭였다.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이니, 괜히 죽였다가 인생 망치지 마세요.”
그 말을 마친 메이드 장은, 황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꿀꺽.”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이리나는, 이내 열쇠로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너, 일어나.”
이윽고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의 모습을 한 사람에게 싸늘하게 중얼거린 이리나는, 그래도 그가 일어나지 않자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일어나, 난 이제 진실을 알고 싶단 말이야.”
“으음…”
“일어나! 지금 당장!! 일어나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가짜 프레이는 묵묵 부답이였다.
“젠장, 뭐지? 설마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었던건가?”
프레이로 변장하고 있을 사람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일을 알려준 다음 프레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대가로 진실을 들을 생각이었던 이리나는, 가짜 프레이가 미동도 하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 쿡쿡
“이상하네, 감촉도 진짜 피부고… 심지어 심장박동까지 있는데.”
그렇게 가짜 프레이를 쿡쿡 찌르며 조사를 하던 이리나가, 무심코 그의 배를 꾹 누른 순간…
“흐이이…야옹!”
갑자기 어디선가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고양이 인형에서 난 소린가?”
덕분에 기겁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이리나는, 그의 머리맡에 있던 고양이 인형을 발견하고는 집어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야옹…!”
“왜 가짜 프레이를 찔렀는데 얘가 비명을 지르지?”
가짜 프레이의 배를 꾹꾹 누르면 고양이 인형이 울음소리를 낸다는걸 깨달은 이리나는, 잠시 표정을 찌푸리다가 문득 고양이 인형의 입이 부풀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하… 그런거였구나…”
“아, 아아… 아옹!”
이윽고 고양이 인형의 입을 벌린 이리나는,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잘하면 응용할 수 있겠는데?”
.
“으으…”
아침이 찾아오자 한동안 의식을 잃고 있던 프레이가 신음을 흘리며 뒤척거리더니, 이내 눈을 떴다.
“도련님, 깨어나셨습니까?”
“카, 카니아?”
그러자 그녀의 앞에 있던 카니아가 고개를 숙이며 안부인사를 했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프레이는 이내 활짝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날 구해준게 너였어?”
그러자, 카니아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도련님.”
“하아… 정말 다행이야… 하마타면 죽는 줄 알았지 뭐야?”
그러자 프레이는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카니아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카니아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아, 먹혀들었어.’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머니에는 빈병이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