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5화(55/524)
Episode 55
“쿨럭, 쿨럭!!”
눈앞에 있던 카니아를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이윽고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고, 그 모습을 본 카니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뭘 새삼스럽게 그렇게 놀라고 그래, 늘 달고 사는 건데.”
평소보다 과한 그녀의 반응에 피식 웃은 프레이는 손을 내저으며 그녀의 접근을 막고는,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이런, 아무래도 자동세척 마법의 지속시간이 지난 것 같네.”
이윽고 자신의 입가에 있던 피를 닦은 프레이는, 손수건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손수건을 카니아에게 내밀며 말했다.
“카니아, 혹시 자동세척 마법좀 다시 걸어줄 수 있을까?”
“아, 그게… 죄송합니다 도련님.”
그러자 잠시 움찔했던 카니아는, 이내 굽신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련님을 그곳에서 지키고 아무도 모르게 은신시켜 빼내느라 제 힘을 다 소모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 그랬구나… 어쩐지 흑마력이 안 느껴지더라. 그런데 여긴 어디야?”
그 말에 무안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프레이는,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 그게, 제가 도련님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은신처입니다.”
“역시 넌 최고의 심복이야.”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해맑게 웃으며 칭찬을 던졌고, 그러자 카니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련님, 조만간은 이곳에 숨어있으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걸 보시지요.”
카니아에게 신문을 받아들고 읽어내려가던 프레이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교황녀석… 어떻게든 날 지키려고 하는구나.”
“교황이요?”
“응, 교황이 사실 마왕의 똘마니거든. 참 웃기지?”
그 말을 들은 카니아의 표정이 굳었다.
“아, 이건 아직 너에게 안 말했었나? 하긴… 이건 전회차를 거친 사람들중에 오직 나만 아는 사실이니까…”
“전회차…말입니까?”
“응, 전회차에서 교황이 마왕편이라는건 최고위 간부들과 마왕만 알고 있었어. 물론 나는 예언서를 봐서 알고있었고.”
이윽고 ‘전회차’와 ‘예언서’의 이야기가 나오자, 카니아는 잠시 혼란에 빠진 눈빛으로 프레이를 쳐다보다가 이내 다급히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너 괜찮아, 카니아?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러자 프레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카니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너… 도련님이 제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그 말을 듣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프레이에게 답한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게 뭐야?”
“…약초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무심코 약초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던 카니아는, 이내 동작을 멈추고 얼굴을 붉혔다.
“꼭꼭 씹어 드세요. 몸에 좋은겁니다.”
“으, 으응… 고마워?”
이윽고 그녀는 시선을 돌린채 프레이에게 약초를 건냈고, 그러자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약초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군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포션대신 약초를 사온걸 보면, 꽤나 효능이 좋은 약초인가 봐?”
“어… 그럴겁니다.”
“으음… 좀 쓰긴해도 먹을만 하네.”
그렇게 한참동안 약초를 오물거리던 프레이는, 이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됩니다 도련님. 지금은 휴식을 취하실 때입니다.”
그러자 카니아가 다급하게 달려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누운 프레이는 문득 주변을 살펴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여기 분명히 어디서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네?”
“혹시, 여기 가구같은거 없었어? 뭔가 가구 비스무리한게 있으면…”
“이곳에 가구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완전히 빈공간이었습니다.”
이윽고 프레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출구를 곁눈질하던 카니아는 다급히 그의 말을 끊고는, 프레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배고프시지 않으십니까? 도련님?”
“으응?”
“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밥을 드셔야합니다. 그러니, 제가 먹을걸 구해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진지한 표정을 짓자, 프레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밥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는걸 보니, 카니아가 맞네.”
“네, 넵.”
“뭐, 어차피 거절해도 기어이 구해와서 먹일게 뻔할테니… 감사히 먹을게. 고마워.”
“그럼, 잠시 이곳에서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도련님의 몸상태는 최악이니 절대 자리에서 움직이시지 마시고요.”
그 말에 프레이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짓자, 그런 그를 물끄럼히 쳐다보던 카니아는 비밀 기지의 출구로 향했다.
“…하마타면 들킬뻔했네. 대체 언제적인데 그걸 기억하고 있는거야?”
이윽고 밖으로 나온 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주변에는, 비밀 기지에 있던 추억이 담긴 가구들이 가지런히 쌓여져 있었다.
.
“어… 카니아? 이게 다 뭐야?”
“먹을 것입니다, 도련님.”
프레이가 멍한 표정으로 카니아가 구해온 식량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음… 뭐랄까, 상당히 야생적이네?”
왜냐하면 카니아가 구해온 식량이란것이 산토끼, 물고기, 나무열매, 그리고 참새였기 때문이다.
“어쩔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감시당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에, 은신을 쓰지 못하는 지금은 이런 음식들을 먹을 수밖에…”
가지고 있는 돈이 없었던 그녀는, 애써 여러가지 핑계를 대가며 프레이의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다.
행여라도 입맛이 까탈쓰럽고 고급진 요리만 먹는다고 소문난 프레이가 역정을 내진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하하… 괜찮아!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 뭐.”
하지만 계속해서 음식을 멍하니 쳐다보던 프레이는, 이내 아이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옛날이요?”
“그게 말이지… 내가 어렸을적에 이리나랑 집 근처에 있는 산을 돌아다니면서 비밀기지도 만들고 그랬었거든? 그때 이리나가 이런것들을 잡아오곤 했어.”
아련한 눈빛으로 카니아가 잡아온 음식들을 바라보며 말하던 프레이는,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처음 이리나가 이런 음식들을 구해왔을때는 이런걸 어떻게 먹냐고 물었다가 혼쭐이 났었지.”
“그랬…었군요.”
“응, 덕분에 삐져서 한동안 말도 안걸다가 이리나가 불에 굽고 있던걸 몰래 한입 먹어봤는데… 정말로 맛있지 뭐야?”
“몰래요?”
“응, 물론 얼마 안가서 들키는 바람에 꿀밤을 맞았었지. 그때 이후로 이리나가 잡아오는건 가리지 않고 잘 먹었었어.”
한동안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추억을 이야기하던 프레이는, 이내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을 마쳤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추억의 음식이나 먹어보지 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마련해온 식량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건 대체 어떻게 잡아온거야?”
“…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물끄럼히 쳐다보던 프레이가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이 시점에서 너는 몸이 꽤 허약했던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산토끼랑 참새를 잡은게 신기해서.”
“저도 길거리 생활을 꽤 해서… 이런 기술정도는 얼마든지 알고 있습니다.”
“아… 하긴, 그건 그렇네.”
그 말에 식은땀을 흘리던 카니아는, 어지저찌 프레이의 말을 넘기고는 나무조각을 모아 불을 피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 옛날에 이리나가 자주 하던거네.”
그러자 프레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카니아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한편 또다시 이리나의 이름을 들은 카니아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나무 조각을 비비기 시작했다.
– 화르륵!
“대체 그런건 어떻게 하는거야?
“마찰열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건 아는데… 난 요령이 없는건지 어렸을때 한번도 성공해본적이 없었거든. 이리나는 밥먹듯이 해냈지만.”
물론 불이 붙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찰열이 아닌 손가락 끝에서 나온 미세한 불꽃 때문이었고, 프레이에게 자랑을 할 목적으로 보여주던 엉터리 불씨 만들기 동작을 따라한 그가 성공을 할리가 없었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들을 애써 무시한채 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 잠시 기다리면 됩니다.”
“좋네… 마치 어렸을때처럼 이리나와 함께 집 옆에 있던 산에 놀러온 기분이야.”
현재의 상황을 상당히 정확하게 말해낸 프레이는, 잠시 불 안에서 이글이글 익어가는 생선과 산토끼, 그리고 참새구이를 보다가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으으…”
“정말 괜찮으신거 맞습니까? 도련님?”
“음… 글쎄, 너한테는 말해도 되겠지?”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애써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아.”
“네?”
“이대로 가면… 2년 정도 버티려나?”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입을 떡 벌리기 시작했다.
“새삼스럽게 놀라기는…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 그게…”
“그래, 그러고보니 내 가방에 넣어뒀던 수명 측정기가 없던데… 네가 가지고 있지? 그걸 꺼내봐.”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니아는, 이내 설마하는 표정을 짓더니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아, 거기 있네. 수명측정기.”
“여기 적혀있는 날짜가…”
“며칠로 적혀있어?”
프레이가 애써 웃으며 묻자,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6개월 후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역시, 그걸 보면 수명은 절반씩 줄어드는 것 같네.”
자신이 죽을 날을 듣고도 프레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명이 절반씩 줄어든다뇨?”
“음… 어렸을때부터 너에게 계속 생명력을 주느라, 아카데미에 입학할 시점에 나에게 남아있던 수명이 10년이거든?”
“카니아… 아니, 제게 생명력을…”
생명력을 어렸을때부터 나누어쥤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뭔가를 물어보려던 카니아는, 잠시 프레이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첫번째로 너에게 위악을 들켰을때 수명측정기에 나왔던 잔여 수명이 5년이었어. 그때부터 예상을 하고 있었지. 패널티를 받을 때마다 수명이 절반이 깎인다는걸.”
“…네?”
“그리고 이번에 받은 일반 스택과 특수 스택중에 특수 스택은 수명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 일반 스택 하나가 적용되어 수명이 절반으로 깎인 걸테고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카니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대체 이번엔 누구한테 들킨걸까? 일단 특수스택은 잘 모르겠으니까 제쳐두고… 네가 보기엔 가장 알아차렸을 확률이 높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그, 그게…”
“하긴, 너도 잘 모르겠다고 했었지. 하아… 이것 참 문제네. 의심가는 사람이 몇 있긴 한데, 그렇다고 눈치챘냐고 물어봤다가 그 사람이 아니면 낭패잖아?”
그 말을 마친 프레이가 다시 힙겹게 콜록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카니아는 다시한번 질문을 던졌다.
“마, 만약… 눈치 챈 사람을 찾아내시면 어쩔건가요?”
“글쎄다… 마음같아서는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걸 설명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죄책감에 빠질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잠시 한숨을 내쉬던 프레이는, 이내 답답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록 내가 전회차에 악행을 저지른게 마왕을 죽일 ‘시스템’을 얻기 위해서라지만… 그건 사실 합리화 할 수 없는거거든.”
“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나는 그저 악행을 저지른 죄인이고, 기억이 돌아온 다섯명의 ‘메인 히로인’들은 날 미워할 자격이 있어. 하지만, 다들 심성이 너무 착한게 문제야. 모든걸 알려주면 분명히 가지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던 프레이는, 문득 카니아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멈추고 쓴웃음을 지었다.
“봐바, 모든걸 알게된지 한참 지난 너조차 지금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 다른 애들은 어떻겠어.”
“으, 으으…”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할까? 마침 고기도 다 구워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이야기를 돌리려하자, 재빨리 그의 손에 물고기 꼬치를 쥐여준 카니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계속해주세요.”
“그래, 사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어울려 줘.”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프레이는 눈을 지긋이 감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까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내가 아무리 대의를 위해 악행을 했더라도… 널 포함한 히로인들이 입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거지.”
“네…”
“그런데, 사실 그 모든게 세상을 구하기 위한 초월적인 힘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일이었다고 설명한다면, 그리고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위악을 저질러야하니 협력해달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당한 피해와 고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그녀들은 어떡해?”
“그건…”
“맨 처음 회귀를 했을때는 솔직히 모든게 끝나면 내가 위악자임을 밝히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러면 모두가 너무 괴로워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던 프레이는 어느새 다시 표정관리에 실패한 카니아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도 이미 진실을 알아서 이렇게나 괴로워 하고 있잖아.”
“…….””
“세상을 구하겠다고 너희에게 피해를 입힌건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 그만 괴로워 해도 돼.”
“하지만… 너, 아니… 도련님의 수명이…”
“아, 내 수명은 아직까지 괜찮아. 어차피 아카데미 침공은 2년 6개월 안에…”
“그게, 그게 아니라…”
영혼이 빠진 표정으로 계속 말을 더듬던 카니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 ‘들킨다’의 정확한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음… 누군가가 내가 ‘위악’을 행했음을 ‘확신’한 순간, 패널티가 적용 돼.”
“그럼, 2개월 전에…”
“그래, 네가 말했듯이 그때쯤에 누군가가 내 위악을 ‘확신’했어. 그래서 각혈을 했었던 거고.”
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기침을 하던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만약 눈치챈 사람을 알아낸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군요.”
“하아… 그건 그렇고 큰일이네. 조금 있으면 다시 시련이 찾아올텐데.”
“시련이요?”
“응, 대체 어디사는 누구씨가 내려주신지 모르겠는 끔찍한 저주말이야. 그나마 다행인건 한번에 받는게 아니라 천천히, 단계별로 나누어 받을 수 있다는… 쿨럭! 쿨럭!! 됐다. 이 이야기는 좀 나중에 계속하자.”
카니아가 계속해서 표정관리를 실패하자, 프레이는 재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들고있던 물고기 꼬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거 진짜 맛있다… 이리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옛날에 그녀가 구워주던 꼬치 구이보다 몇배는 더 맛있어.”
“…경험이 축적됐으니까 그렇죠.”
“하긴, 그런가? 넌 애초에 요리를 잘하기도 하고…”
‘몇년동안이나 홀로 이곳에 와서… 혼자 구워먹었으니까 실력이 늘 수밖에 없지.’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애써 눌러담고 속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조용히 바닥에 있던 나무열매를 프레이에게 건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응, ‘빙룡’이잖아?”
“빙룡 말이죠…”
“응, 이리나가 그랬었는데… 옛날에 이 열매를 먹은 물고기가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었던 나머지 빙룡이 되어 승천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네. 그래서 이름이 ‘빙룡’이래. 참 웃기지?”
이윽고 어릴때 자신이 지어냈던 말을 아직까지도 곧이곧이 믿으며 순수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잠시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래. 다녀와.”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니아는 굳은 표정으로 기지의 출구로 향했다.
“으으…”
비밀 기지의 밖으로 나온, 그때까지 열심히 카니아의 행세를 하고 있던 이리나는, 옆에 있던 나무에 기대고 앉아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아파…”
그녀의 배와 가슴이 아까부터 꽉 조이듯이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변신 물약의 부작용이야. 틀림없어.”
갑자기 찾아온 이상현상의 이유를 물약탓으로 돌리던 그녀는, 지금까지 프레이에게 들은 모든 사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발.”
그리고, 대강 머릿속에서 그가 한 모든 말들과 전회차에서의 그의 행적, 그리고 이번 회차에서의 행적을 정리한 이리나는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이윽고 그녀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마구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 나도 고통스러웠다고… 이제와서 전부 세상을 위해서였다고 말한들… 그걸 곧이곧이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모든걸 불태워버리는 화염의 마법사였지만, 계속되는 마왕군과의 싸움과 동료들의 죽음 덕분에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의 마음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 저 기지에서 죽어가고 있는 프레이는, 자기 스스로가 저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가 가진 ‘특수 능력’ 때문에 어쩔수 없이 악행을 저질러야 했지만, 그것도 엄연한 잘못이므로 합리화를 해 줄수는 없다.
비록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마왕이 모든걸 불태워 버린다 하더라도, 그가 한 행동은…
‘…정말 합리화를 해줄 수 없는걸까?’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던 이리나였지만, 고개를 마구 흔들며 그 생각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아…”
그렇게 겨우 잠념을 떨쳐낸 이리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심란하였다.
“내가 알아차려서… 수명이 깎인거야? 절반이나?”
프레이의 말대로 전혀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면 되는 일인데,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마음이 미어진다.
“그럼, 죽음의 맹세를 걸었던것도… 나에게 마나를 주려고?”
수행평가장에서 무리를 하다가 쓰러질때, 프레이가 지었던 당황한 표정이 갑자기 생생히 기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리나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그럼… ’12시의 저주’는 어떻게 피한거지?”
처음에는 마왕이 개입해 프레이를 지켜주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그는 오히려 마왕과 대적하는 위치이다.
그렇다면… 무시무시한 저주인 ’12시의 저주’를 그는 대체 어떻게 피한걸까?
‘설마… 설마…!’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이리나는 한가지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깨닫고 말았다.
가장 악독한 저주인 ’12시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해주방법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해주방법을 프레이가 행했다는 가능성을 말이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물론 그 해주방법을 아는건 전대륙에서 이리나를 포함한 몇명밖에 없었기에 그녀는 부정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밖에 모르던 ‘희생 마법진’의 해주법을 프레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그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다시한번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아까… 분명히 시련이라고 했었어…”
이윽고 아까 프레이가 했던 의미심장한 발언을 떠올려낸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한번에 받는게 아니라… 천천히, 단계별로…”
그렇게 그가 했던 말을 힘없이 되뇌이던 이리나는, 다급히 프레이가 있던 비밀 기지로 뛰어들어갔다.
“도, 도련님! 혹시 아까 그 시련이라는게…!”
그렇게 프레이를 보자마자 이리나는 다급히 그에게 ‘시련’에 대한 걸 물어보려 했지만…
“어, 엄마…!”
“…..!”
고통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던 프레이가, 바들바들 떨면서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해맑게 웃으며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렸다.
“비록 시련으로 인한 환상이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보니까 좋네요… 하하…”
“아, 안돼…”
이윽고 프레이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말하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 그를 바라보던 이리나는, 이내 영혼이 빠진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 해주방법을 쓴거야?”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동생이랑도 당연히 잘 지내고 있고요. 아버지는 살짝 아프시긴 하지만 제가 반드시…”
하지만, 눈앞의 프레이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계속해서 악수를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