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5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59화(59/524)
Episode 59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프, 프레이…?”
긴박했던 상황을 내가 단숨에 종결시켜 버리자, 바닥에 쓰러져있던 카니아와 이리나가 벙찐채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희들, 괜찮아?”
그런 그녀들에게 다급하게 다가가며 묻자, 카니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진짜 도련님이 맞군요.”
“이런, 꽤나 상처가 심각한데.”
그런 카니아의 말을 흘려넘기고 바로 앞까지 다가간 나는, 그녀의 복부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중얼거렸다.
“가지고 있는 치유 포션 없어? 지금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상처가 덧날것 같은데… 일단 지혈부터…”
카니아의 상처를 지혈할만한 걸 찾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이리나의 몸에 나있는 상처들과 검게 물든 마나회로를 보고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미치겠네.”
그런 나를 멀뚱멀뚱히 쳐다보던 이리나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미안… 프레이… 나는…”
“됐어, 괜찮아.”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기 싫었던 나는, 그녀의 말을 다급히 끊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여기부터 벗어나고 말하자. 나에게는 뭐랄까… 상당히 찝찝한 곳이라 말이야.”
그렇게 말하자 카니아와 이리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지 말고, 일단 여기서…”
그런 그녀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입구로 향하려던 나는, 문득 옆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있던 아리아를 발견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맞다, 아리아가 있었지.”
솔직히, 눈치도 빠른데다 여전히 나를 걱정하고 있는 아리아를 이제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부러 나쁘게 대해도 그걸로 의심을 할 테고, 착하게 대하면 그것대로 문제니 말이다.
“카니아, 아리아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줘. 당분간은 깨어나지 않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아리아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자, 아리아의 숨소리가 한결 편안해 지기 시작했다.
“그럼, 그만 여길 나가자. 더 이상은 여기 있기 싫어.”
그렇게 아리아를 들쳐 맨 나는, 카니아와 이리나와 함께 동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왜?”
그렇게 거의 출구에 도착해갈 무렵, 조용히 날 따라오던 카니아가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까의 그건… 정말로 마법입니까?”
“응, 마법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으로 반짝거리는 섬광들을 사방에 흩뿌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것도 내 어머니가 쓰시던 마법이지.”
“…아릅답네요.”
섬광들이 공중에 정지한채 결정화가 되는걸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니아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다시 내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련님, 저 안에 있던 방은…”
“그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자.”
카니아의 표정이 너무나도 심각해지려 하기에, 나는 그녀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뒤로 미뤄야 할 때도 있는거야, 카니아.”
“…알겠습니다, 도련님.”
결국 내 단호함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 카니아는, 그 뒤로 입을 다물고 조용히 눈 앞에 보이는 동굴의 입구로 향했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그렇게 별탈없이 동굴을 빠져나와 어느새 비가 그친 바깥을 둘러보던 나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던 둘에게 물었다.
“이, 일단… 그러니까…”
그러자 아까부터 자꾸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이리나가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일단 아리아 씨의 문제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심란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 카니아가 끼어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록 제가 수면 마법을 걸긴 했지만, 아까 예기치 못한 전투를 하며 힘을 거의 다 써버렸기에 강하게 걸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 곧 있으면 깨어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가씨의 상태와 그외 여러가지 점을 고려한다면… 역시 지금 근처에 있는 스타라이트 공작저로 옮기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일 겁니다. 괜히 이곳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되신다면, 저나 이리나 씨나 도련님이나 상당히 곤란해 질 테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카니아는 내 등에 업혀있던 아리아에게 다가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 제가 직접 아리아씨를 공작저에 대려다 놓겠습니다.”
“괜찮겠어? 그 몰골로 갔다간 카디아가 걱정을…”
“도련님이나 이리나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를 받아든 카니아는, 나와 이리나를 번갈아서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도련님은 내일까지 이곳에서 머물러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카니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예기치 못한 전투탓에 제 흑마력이 바닥이 난 상태라, 은신 마법을 쓰는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된다는 거야?”
“네, 흑마력은 내일쯤 다시 돌아올 것이고… 저는 공작저에서 아리아 씨에게 상황 설명을 한 뒤에 아카데미에 계실 세레나 씨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잠시 머물고 계시면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와 도련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계속해서 머뭇거리던 이리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나도 남을게…”
“네?”
그 말을 듣고 카니아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리나 씨는 굳이 남아있을 필요가 없습니다만.”
“어… 프레이 혼자는 위험하잖아. 산짐승들도 있고, 아직 몸도 다…”
“아까 도련님이 별의 마나로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는걸 보지 못하신건가요?”
“그래도, 상당히 지친 상태라 자칫하단 큰일 날 수도 있어. 그러니, 내가 내일까지 같이 있을게.”
이리나가 계속해서 의견을 고수하자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의견이 확고하신 걸 보니. 그럼, 내일까지 도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으, 으응… 최선을 다할게…”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매섭게 노려보자, 잠시 움찔했던 이리나는 이내 말을 살짝 더듬으며 답변을 했다.
“도련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런 이리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카니아는, 아리아를 등에 들쳐메고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응, 그럼 아리아를 잘 부탁…”
“…으음.”
그런 카니아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배웅을 하려는데, 그녀의 등에 업혀 있던 아리아가 몸을 뒤척거리기 시작했다.
“오빠… 고마워…”
“흡!”
그러다가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고, 그 덕에 나는 식겁하며 헛숨을 들이켰지만 다행히도 패널티 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잠꼬대였나 보군요.”
나와 덩달아 식겁한 표정을 짓던 카니아가 안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한편,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아리아에게서 어떻게든 걱정을 지워내야 할텐데…’
나는 지금까지 조만간 찾아올 시스템의 시련에 의해 저주를 받게 될 사람들을 하나둘씩 지워나가 왔다.
이솔렛은 여전히 날 증오하고 있고, 세레나는 계속된 카니아와의 애정행각으로 ‘걱정’의 마음을 지우고 있으며, 이리나는 오늘 마나회로 구석구석에 흑마력을 이식받았으니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아만큼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그녀에게 모질게 굴면 그걸 트집삼아 의심을 하고, 그렇다고 착하게 굴면 그럴줄 알았다면서 바로 의심을 풀테니 말이다.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그녀가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까 잠시 머리가 아파 쓰러졌을때, 비록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지만 분명히 아리아는 날 믿는데 지쳐간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한번만 더, 한번만 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럼, 모쪼록 몸조심 하십시오.”
“아, 응. 알겠어.”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카니아의 인사에 답변해주며 생각을 뒤로 미루기로 하였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결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어, 그럼 일단… 비밀기지로 돌아가자.”
그렇게 아리아를 업은 카니아가 산 아래로 내려가며 모습을 감추자, 이리나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며 넌지시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살짝 어색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녀와 함께 천천히 비밀 기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비밀 기지 안에 물이 가득 차버렸네.”
그렇게 한참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기던 우리는 비밀기지의 바로 앞에 도달했으나, 비밀 기지는 활짝 열린 문틈으로 물이 들어차는 바람에 물 난리가 나 있었다.
“이러면… 노숙을 해야 하나?”
그 광경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던 내가 중얼거리자, 그런 나를 물끄럼히 지켜보던 이리나가 내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어, 어디가?”
“…그냥 따라와.”
왠지 모르게 내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기에, 나는 군말없이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아까 이리나는 왜 그랬던 걸까?’
그러던 와중 나는 잠시 사소한 의문에 빠졌다.
이리나는 왜 나와 그녀가 아니면 절대 침입할 수 없는 비밀기지가 있는데도 내가 위험하다며 남은걸까? 물론 비밀기지 안에 물이 가득 들어차있긴 하지만, 그녀가 그걸 알고 있었을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아, 여긴…”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이리나가 걸음을 멈추자 잠시 생각을 멈춘 채 주변을 바라보다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옛날에 항상 같이 놀던 강가네?”
“그래.”
아직도 내가 어색한지 짧게 답변한 이리나는 바닥에 널부려져 있던 나뭇가지들을 모으더니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불을 피우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으윽…”
그런데, 늘 불을 몇초도 안되어서 활활 피워내던 이리나가 오늘따라 고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계속해서 나무를 비비던 이리나가 내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어… 조금 도와줄까?”
“괘, 괜찮아… 넌 앉아있어.”
그 모습이 꽤나 불쌍해보였기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도우려는데, 이리나가 그런 나를 만류하고는 더욱 세게 나무를 비비기 시작했다.
“이, 이리나!”
“이, 이정도는 문제 없다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네 손좀 봐.”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자리에 앉아서 불이 피어오르길 기다리던 나는, 무심코 그녀의 손을 봤다가 깜짝 놀라서 달려들었다.
“…미, 미안.”
그녀의 손은, 거친 나무껍질에 벗겨져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리나, 괜찮아?”
그런 이리나의 손을 꽉 부여잡으며 내가 묻자,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이리나, 넌…”
그런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던 나는, 이내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가 모아온 나뭇가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됐어, 불은 내가 피울게. 넌 조금 쉬어.”
이윽고 나뭇가지에 떨어져있던 흑마력 가루들을 발견한 나는, 지금까지 그녀가 불을 빠르게 피워내던 비밀을 알아채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선 여기에 나뭇가지를 끼워 넣는거였지?”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잡고 나무의 홈에 끼워넣은 나는, 옛날에 이리나가 내 앞에서 불을 피워내는걸 자랑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재빨리 나뭇가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 그러다 손 다 망가져…”
그러자 이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 화륵!
“어라?”
하지만 이내 나무에 불이 붙자, 황급히 손을 뒤로 뺀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날 지켜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거야?”
“글쎄?”
이윽고 그녀가 소심하게 질문을 던지자, 나는 옛날에 불을 피워내고 날 놀려먹던 이리나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하며 얄미운 표정을 지어 주었다.
“…하.”
그러자 그런 날 멍하니 쳐다보던 이리나는, 내가 들고 있던 나무막대기에 별의 마나가 둘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지만, 얼마 못가 다시 어두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배고프지 않아? 이리나?”
그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안절부절 하던 나는, 마침 저녁시간이 되었기에 넌지시 그녀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조금.”
그러자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며 소심하게 답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됐네, 나도 마침 배가 고팠거든. 내가 물고기를 잡아올게.”
그렇게 말하며 강가로 향하기 시작한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이리나는, 이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바보야, 너 수영 못하잖아.”
“그런건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거야?”
물론 어렸을때나 수영을 못했지 지금은 수영정도는 식은죽 먹기지만, 이리나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나는 수영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으음, 클라나가 날 공격할때 어떻게 했더라?”
잠시 손가락 끝에 태양의 마나를 잔뜩 모아 레이져를 쏘아대던 클라나를 머릿속에 그리던 나는, 손가락 끝에 최대한 별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 파징!!
이윽고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 손가락을 물고기에 겨누고 마나를 발산하자, 은색 레이져가 손에서 발사되어 물고기를 꿰뚫었다.
“좋아, 오늘 저녁은 문제 없겠네.”
강가에 떠오른 물고기를 기다란 나뭇가지로 건져낸 나는, 옆에서 그런 나를 물끄럼히 쳐다보고 읺던 이리나에게 태연하게 말을 건냈다.
“너도 한입 줄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과거의 이리나의 발언을 따라했던 것이라, 결국 그녀는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뭇가지로 물고기를 건져내는건 네가 해. 난 물고기를 레이져로 맞추는데 집중할테니.”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기다란 나뭇가지를 그녀에게 건낸 나는, 마법의 적응력도 높일겸 열심히 강가에 있는 물고기에게 레이져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하아.”
왠지 모르게 이리나가 그런 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일단 지금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
“자, 어때?”
어느새 해가 저물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나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이리나에게 생선 꼬치를 내밀었다.
“으음…”
그러자 잠시 생선꼬치를 요리조리 흝어보던 이리나는, 조심스럽게 생선을 한입 베어물었다.
“…제법인데.”
“오오!”
이윽고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칭찬을 하자, 나는 쾌재를 부르며 옆에 있던 생선 꼬치를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불피우는것도 이겼고, 물고기 잡는것도 이겼고, 물고기 굽는것도 이겼네?”
그렇게 한참동안 물고기를 먹던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네, 축하해.”
“축하만 할게 아니라… 옛날에 한 약속을 지켜야지.”
“옛날에 했던 약속?”
그런 그녀가 영혼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기에, 나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와 했던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세가지를 전부 이기면, 비밀 하나를 알려준다고 했었잖아.”
“아…”
그러자 그제야 기억이 난건지 그녀는 짧게 탄식을 흘리더니, 이내 물끄럼히 내 얼굴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입닦을 생각하지 말고, 빨리 말해봐.”
물론 나는 옛날부터 궁금해 미칠것 같았던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므로, 그런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자 머뭇거리던 이리나는, 이내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빙룡’ 열매의 이름은 내가 지어낸 거야.”
“뭐!?”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잔뜩 당황한 채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지금까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다른 애들에게도 그렇게 말해줬었는데… 잠깐, 그럼 그때 잿빛의 숲에서 네가 날 의심했던 이유가…”
이리나의 말을 듣고 시스템의 첫번째 시련에서도 빠져본적 없는 패닉상황에 빠진 나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 횡설수설을 하다가 이내 조용히 물었다.
“그럼… 그 열매의 진짜 이름은 뭔데?”
내가 약간 어벙한 표정으로 묻자, 이리나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아지사랑 열매.”
“풉.”
지금까지 알고 있던 ‘빙룡’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이름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자, 이리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뭐야 그게? 강아지가 그 열매를 주워먹고 사랑에라도 빠진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됐다.”
내가 실실 웃으며 말하자, 뭐라 말하려던 이리나는 이내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
그렇게, 우리 둘 사이에는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프레이, 할말이 있어.”
“응, 말해.”
이윽고 이리나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으니, 그녀가 물끄럼히 나를 바라보며 충격 발언을 하였다.
“나, 아카데미 그만둘래.”
“뭐!?”
그 말에 내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이리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대신, 네 하녀로 취직하려고.”
아무래도, 이리나에게 먹인 물고기가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
한편 그 시각, 밤의 뒷골목.
“안녕하세요! 여기 스크롤 상점 맞죠?”
보라색 로브를 뒤집어 쓴 소녀가 허름한 노점의 문을 열고 들어와 주변을 기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흐응~♪흥~♪”
“저기요오?”
그러자 텅빈 카운터에서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들은 소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카운터의 안쪽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자네… 세상이 작위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 해본적 없는가…?”
“그것보다, 여기 지금 장사하죠? 이거 계산좀 해주세요.”
이윽고 카운터 너머에서 술병을 손에 쥔채 헤롱거리던 가게 주인을 발견한 소녀는, 그의 횡설수설을 무시하며 들고있던 스크롤을 내밀었다.
“그건 1500골드란다… 낼 수 있으면 내 보려무나.”
그 스크롤을 유심히 쳐다보던 주인은, 이내 낄낄 거리며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으나…
– 딱!
“…이 정도면 되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하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1500골드로군. 좋아, 가져가거라.”
그러자 입꼬리를 슬쩍 올리던 소녀는, 그대로 뒤돌아 가게의 출구로 향하며 인사를 했다.
“그럼… 안녕히.”
그렇게 작별 인사를 마친 소녀가 활짝 연 가게의 유리문에는, 그녀의 루비 빛깔 눈동자가 비추어졌다.
“…푸흐흡. 푸흡.”
한편 주인장은, 카운터 뒤에서 뭐가 그리도 웃긴지 실실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