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화(6/524)
Episode 6
“…도련님,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으음… 5분만…”
“학우들과 만나는 첫날입니다. 지각을 했다간…”
“몰라… 조금만 더 잘래…”
“……..”
자다가 카니아에게 칼을 맞을까봐 날밤을 샜다.
물론, 카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 깨우려고 할때는 일부러 자는척을 하며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행동 같아보이지만,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다 세계를 구원할 위악포인트가 된다.
[위악포인트 1pt 획득! (발연기)]지금 내가 처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다음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즉, 원래 하던 것보다 더 빡세게 위악을 떨 필요가 있다는거다.
“…하아,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모쪼록 지각은 하지…”
“같이 가.”
“…네?”
“내 사용인이면 나랑 같이 가야지.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우리 가문에서 집사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렇기에 그녀는 정해진 규율과 규칙을 지키는걸 좋아하고, 그것을 어기는걸 끔찍히도 싫어하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다.
그러니, 만약 첫날에 그녀를 지각하게 만든다면… 꽤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을것이다.
“…도련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시급히 준비를…”
“내가 애야? 가만히 있어. 이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나는 날 도우려는 카니아를 제지한 다음, 최대한 느릿느릿하게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제발요, 도련님…”
“……..”
그러자 그걸 지켜보던 카니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책이랑… 필기도구랑… 흠, 깃펜을 가져갈까? 만년필을 가져갈까?”
“도련님, 시간이 촉박합니다. 우선은 전부 챙겨가시고 나중에…”
“넌 뭐가 더 마음에 들어? 카니아?”
“…만년필이요.”
“좋아, 그럼 깃펜을 챙겨가도록 하지.”
“…………”
대충 이런식으로 한참동안 시간을 끄니, 갑자기 카니아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제발 보내주세요.”
“기다려봐, 아직 무슨 브로치를 꽂고 갈지 정하지 않았으니깐.”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태연하게 브로치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카니아가 날 한이 맺힌 표정으로 노려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녀에게 날 죽이려고 한 잘못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건 내 자업자득이자 업보이니 그냥 침묵을 유지하기로 했다.
“알려주신다면 시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를…”
“카니아, 넌 만년필을 좋아하지?”
“…네.”
하지만 그녀가 계속 뭐라 말해오기에, 나는 그녀가 늘 지니고 다니며 애용하는 만년필을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꺼낸 후 빙글빙글 돌리며 그녀의 의문에 답변을 해주기 시작했다.
“최근에 개발된 마법 만년필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글을 쓴다더라?”
“…그렇습니까?”
“그래, 참 편리하지 않아? 굳이 손으로 펜을 잡고 글을 안써도 되니깐.”
“그렇겠군요. 그런데 지금 그것이 무슨 상관…”
“근데, 만년필이 스스로 움직인다고 해서 주인보다 더 잘난건 아니잖아?”
나는, 한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빙글빙글 돌리던 만년필을 바로잡아 카니아의 가슴팍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신이난 만년필이 멋대로 내용을 써내려가면, 결국 그 만년필은 버려지겠지. 아무리 뛰어난 마법이 걸려있어도, 결국 만년필은 도구에 불과하니깐.”
“……..”
“그러니까 버려지기 싫으면 함부로 행동하지 마, 카니아. 이번처럼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에게 전보를 보내는 등 경거망동하면, 내 권한으로 어떻게든 너와 네 동생을 가문에서 쫒아낼거니까.”
“알…겠…습니다.”
내가 그녀의 볼펜을 방의 구석에 거세게 집어던지며 말을 마치자, 카니아는 이를 악문채 대답했다.
그런 그녀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나는, 그녀의 뒤에 있는 시계를 슬쩍 곁눈질하여 시간을 초과한걸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슬슬 가자.”
“…네.”
“내 짐은 네가 들고가. 난 브로치만 고르고 금방 따라갈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녀에게 내 짐을 들게하고 방에서 내보낸 나는, 이내 비틀거리다가 터져나오는 기침을 손으로 막고 쿨럭거리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크으으…”
아무래도, 카니아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을때 하루치의 생명력을 밀어넣으려다가 무리를 해버린 것 같다.
그렇게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기침을 해대던 나는, 침대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난 뒤 한숨을 내쉬며 방문으로 향했다.
“…에휴.”
이제, 날 죽이려는 히로인들이 잔뜩 모여있는 A반으로 향할 차례다.
.
“…거기 너희들, 수업이 시작한지 벌써 10분이 지났다. 대체 뭘 하다 온거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A반에 들어서자마자, 담임교사의 불호령이 들려왔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그리고 카니아. 너흰 무단 지각으로 벌점 10점이다.”
“…으읏!”
“…맘대로 하라지.”
담임교사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시늉을 하며 내 자리로 향하던 나는, 눈앞에 뜬 시스템 창을 조용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위악 포인트 70pt 획득! (어쩔 수 없었어)]‘…그래, 어쩔 수 없었어. 미안, 카니아.’
이대로 카니아를 방치한다면, 몇개월 내로 그녀에게 ‘첫번째 고비’가 찾아오게 된다.
지난 회차의 그녀는 그 고비에서 겨우겨우 목숨은 건졌었지만, 끔찍한 통증과 환청을 영구적으로 얻게 되었었다.
그러니 그 ‘첫번째 고비’를 늦추거나 이겨낼려면, 그녀의 여동생을 원래보다 빠르게 각성시켜야 한다.
내가 일부로 지금 이러한 위악을 저지른 이유는, 그녀의 여동생을 예정보다 빠르게 각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시스템의 ‘아이템 상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악 포인트가 일정량 이상 쌓이면 시스템의 다음 단계가 해방되어 ‘아이템 상점’에 접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카니아가 저주에 당해 평생을 고통과 환청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면 지금 시점에서 내가 가장 위악을 저지르기 쉽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그녀에게서 포인트를 뜯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지난 회차에서 그녀가 내 눈앞에서 자살한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고통과 환청이었다.
그러니, 시스템의 말대로 이건 그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 으득, 으드득…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옆을 쳐다보니, 카니아가 입술을 너무나도 꽉 깨문 나머지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날에 지각을 한데다가 벌점까지 받았다는 죄책감에 빠져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가방에 잘 듣는 연고라도 넣어줘야겠네.’
“그럼, A반의 모두가 도착했으니 내 이름을 소개하도록 하지.”
한편 우리를 매섭게 쏘아보던 교사는 칠판에 큼지막하게 자신의 이름을 적더니, A반 학생들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라고 한다. 앞으로 1년간 너희 A반을 담당할 교사지. 그럼, 잘 부탁한다.”
나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친 그녀를 쳐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선생도, 참 오랜만에 보네.’
1학년 A반의 담당 교사인 이솔렛이야 말로 아카데미의 참선생이자 희망이며, 마지막 양심이다.
1000년전에 내 선조님이었던 용사를 도와 마왕에게 도전했던 검성이 조상으로 있는 바이워크 가문의 장녀인 그녀는, 항상 뛰어난 무인을 배출해왔기에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던 그녀의 가문에서조차 검성의 재림이라 불릴정도로 유망주였다.
어린 나이부터 그 특출난 실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몇개월 전에 황실 기사단 부단장 직위와 아카데미 교사직을 동시에 제의받았을 것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무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이자 출셋길인 황실 기사단의, 그것도 부단장의 직위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냉철한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는 이솔렛 선생님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아카데미 교사직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곧고 올바른 정의관 때문이었다.
부패하고 썩어가는 황실 기사단의 허수아비 부단장이 되느니 차라리 아카데미의 교사로 들어가 미래의 새싹들을 길러내겠다는 포부로 아카데미 교수직을 선택한 그녀는, 그 선택에 노발대발한 그녀의 가문과 대판 싸워 결국 지금은 반쯤 의절한 상태다.
그러므로, 그녀가 자신을 ‘바이워크’라고 칭하는 것은 자기소개 이후로는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바이워크라고 칭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포스와 관록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에겐 웬만한 아카데미생은 제압할 실력이 있고, 또한 그러한 귄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녀가 수업의 시작을 알리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숨을 내쉬거나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야 수업 첫날에는 모험담이나 게임, 정 아니면 자기소개를 하지 그녀처럼 교육과정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교사 이솔렛의 단점은 바로 지독한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카니아와 죽이 참 잘맞는다.
‘…그래도, 저 선생은 존경할 만 하지.’
아카데미가 무너질때, 유일하게 끝까지 남아 마왕군을 베어내며 학생들을 지키던 그녀다.
즉, 아까 말했듯이 그녀는 말 그대로 이 부패한 아카데미의 ‘마지막 양심’이자 ‘희망’이란 것이다.
예언서에 적힌 내용으로는, 그런 활약상 덕분에 선조님의 세계에서는 ‘서브 히로인’으로 불렸다나 뭐라나?
난 잘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녀가 ‘서브’히로인인게 참 다행이다. 만일 그녀가 ‘메인’히로인이라 전회차의 기억이 돌아왔으면… 난 지금쯤 그녀와 생사결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 너너 너가… 어떻게 여기에…!?”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악에 빠진 소리가 들려와 옆을 쳐다보니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이리나가 날 귀신을 보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싸늘한 기운이 느껴져 뒤를 쳐다보니, 성녀 페를로체가 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
이윽고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니아마저 날 증오하는 눈빛으로 째려보기 시작하자, 교실 안에는 차가운 한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집중! 거기 너희들, 전부 집중해라! 난 A반이라고 너희의 편의를 봐줄만큼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눈빛을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이솔렛 선생이 칠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고함을 질러 히로인들의 시선을 돌리자 이내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3/5이 모였네.”
해외에 나가있는 내 약혼녀와, 오늘의 아카데미 수업이 끝나기 직전에 등장할 황녀의 존재 없이도 벌써부터 반에 한기가 가득하다.
아무래도, 조만간 핫팩이라도 하나 사놓아야 할 것 같다.
.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이솔렛 선생은, 원칙주의자 답게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친 순간 수업을 끝냈다.
덕분에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들어야만 하는 고충에서 벗어난 나는 의자에 기대어 기지개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니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저, 저기. 프레이 님?”
“……?”
갸날픈 소리가 들리길래 뒤를 돌아보니, 성녀 페를로체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뒤에 서있었다.
“…방과후에 성당에 와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유서깊은 용사가문인 프레이 님께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악자의 직감: 근처에서 강력한 살의가 느껴집니다!]이윽고 그녀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제안을 하자마자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고, 덕분에 난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지? 살인 예고인가?’
‘순백의 성녀’라고 불리는 그녀는, 전 대륙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착하고 순수하다.
즉, 그녀는 너무 순수하기에 제대로 된 흉계를 세우지 못한다.
“…정보창”
[이름: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 [능력: 힘 1 / 성력 8 / 지능 2 / 정신력 8] [특이사항: 태양신의 가호]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페를로체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려 그녀의 정보창을 띄운 나는, 특이사항란을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태양신의 가호?’
태양신의 가호는 개나 소나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오직 태양신이 인정한 성녀에게만, 그것도 성녀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때나 주어지는 축복이다.
저 가호가 있으면, 능력치는 의미 없어진다. 오늘 하루동안 페를로체는 한 손으로 날 접거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1000년전에 내 선조님이었던 전대 용사의 파티 일원이었던 성녀님이, 저 가호를 사용해 마왕의 옆구리를 쥐어 뜯었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남아있을까.
“…싫어.”
“…헉.”
성당에 따라가면 쥐도새도 모르게 태양신의 제물로 바쳐질 판이었기에, 싫다고 즉답을 하자 페를로체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그러지 말고요, 제가 드리는 축복의 가치를 모르시나 본데, 제가 오늘 프레이님께 드리려는 축복은 돈주고도 못사는…
“…글쎄, 필요 없다니깐?”
“네? 하지만…”
“빨리 꺼져. 난 교단 놈들을 싫어한단 말이야.”
“어, 저기… 그러니까아…”
내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페를로체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이 ‘순백의 성녀’님은 말 그대로 순수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대신, 머릿속도 순수하다.
좋게 말하면 태양신과 교리밖에 모르는 독실한 신자고, 나쁘게 말하면 성력 셔틀이란 것이다. 내가 그녀의 제안을 거부할 시 내세울 플랜 B조차 마련해오지 않은 걸 보면 말 다했다.
‘…쯧, 그렇게 멍청하니까 교단에 이용이나 당하지.’
시스템에도 마력 대신에 성력이 나올 정도로 성력이 넘쳐나는 그녀의 능력을 탐낸 교단의 윗어른들은, 감언이설로 그녀를 속여 성력 셔틀로 만들어버렸다.
역시, 마왕이란 작자가 버젓이 돌아다니던 전회차에서도 코빼기도 모습을 안 보인데다가 내가 세계를 구하려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도 날 돕기는 커녕 날 죽이려는 히로인에게 축복을 내려준 미친 태양신을 섬기는 교단답다.
그러니, 교단 또한 반드시 개혁해야만 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가만히 있어도 할게 늘어나는 느낌이라 기분이 상당히 더러워졌다.
“어, 어어… 어어어…”
“…빨리 꺼져. 이 성력 싸개야.”
“…..!”
기분이 나빠진 내가 싸늘하게 일갈하자 성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솔직히, 그녀가 자포자기 하고 내 머리를 쥐어 뜯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어,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저 시발 새끼가… 설마, 저때부터 마왕이랑 한편이었나…?”
그렇게 페를로체가 시무룩하게 자리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옆에서 이리나가 패닉에 빠진채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나 탈진’ 상태를 1년동안 겪게 되었으니, 앞으로 카니아 처럼 케어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
그녀가 A반에서 떨어지거나 퇴학이라도 당하면, ‘시나리오’에 상당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 역시 제일 위험한건 황녀와 약혼자인데…’
그렇게 나는 뒷자리에서 열심히 다음 흉계를 생각해내기 시작한 페를로체와 옆에서 계속 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이리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의자에 기대어 황녀와 약혼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머리를 굴려보던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냥 휴학계를 낼까?’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그 둘을 이길 자신이 들지를 않는다.
.
“찾았다, 내 만년필.”
프레이가 황녀와 약혼녀의 대응 방안에 대해 한참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무렵, 카니아는 프레이의 숙소로 돌아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만년필을 집어 들고 있었다.
“…개새끼, 반드시 죽여버릴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지각을 했다는 공포감에 챙기는걸 깜빡 잊어버렸던, 어릴때 동생이 자신에게 선물로 준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인 만년필을 품에 꼭 안은 그녀는, 수업 종이 치기전에 아카데미 본관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응?”
이내 새하얀 침대 시트의 위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그곳에는, 피로 범벅이 된 손자국이 떡하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