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0화(60/524)
Episode 60
“안녕히 주무셨나요? 도련님?”
“아, 카니아.”
숲에서 무사히 아카데미로 돌아온 다음날, 나는 상당한 상쾌함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오늘은 정말 잘 잤어. 정말로.”
비밀기지의 낡은 천장이나 태양빛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깨는게 아니라, 기숙사의 천장을 보며 깨니 꽤 안정감이 느껴진다.
“정말로 잘 자신게 맞나요?”
“응, 이번엔 정말로 잘 잤다니까? 시련이 조기 종료되는 덕분에 꿈도 안꾸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어.”
그럼에도 카니아가 계속해서 묻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지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럼, 그동안 잘 자셨었다는건 거짓말이네요?”
“어… 그게 그렇게 되나?”
그 날카로운 질문에 내가 슬며시 시선을 피하며 말을 얼버무리자,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더니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도련님, 저에게는 그런걸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전 도련님의 유일한…”
– 끼이익…
이윽고 카니아가 내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던 순간, 기숙사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안녕?”
내 방에 들어온 이리나는 나와 카니아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했고, 이내 방에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유일한 이해자는 아니지만, 충성을 다하는 심복이지 않습니까.”
이윽고 적막을 깬 카니아는, 이리나를 슬며시 노려보며 말을 맺었다.
“어… 그러니까, 수속을 다 마쳤어. 그러니, 오늘 부터 난 네 전담 메이드야.”
이리나의 말대로, 오늘부터 그녀의 공식적인 신분은 내 전담 메이드다.
처음에 이리나는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내 전속 하녀로 들어오겠다고 주장했으나, 나는 그런 그녀를 필사적으로 뜯어 말렸었다.
아카데미를 그만두면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대마법사의 자리에 올라가는데 지장이 생길 뿐더러, 시나리오에도 악영향이 생길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뜯어 말린 결과 이리나는 나의 임시 사용인이 되어 나와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을 바꿨으나, 이번에는 카니아가 필사적으로 말렸다.
참고로, 말린 이유와 그 뒤 둘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아는 것은, 장장 몇시간이나 시간이 지나고 방에서 나온 카니아가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리나는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 결과 내 전속 하녀도, 임시 사용인도 되지 못한 이리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귀족 기숙사의 메이드로 취직했다.
물론 귀족 기숙사의 메이드로서 일하는 동시에 아카데미 학생으로 지내는건 교칙에 어긋났으나, 학장 라이오넬에게 소정의 선물을 조금 쥐어줌으로서 교칙을 교묘하게 우회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내 기숙사 방의 바로 옆에 있던 빈 방에서 거주하며 내 호출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전담 메이드가 된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좀 어색하네.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이리나 씨. 대체 왜 기를 쓰고 이런 선택을 하신건가요?”
살면서 처음 입게 된 메이드 복을 어색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던 이리나는, 카니아의 매서운 질문을 받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였다.
“그것과 관련해서, 너희들이 알아야 할게 있어.”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은 이리나는, 심호흡을 하더니 놀라운 말을 입에서 꺼냈다.
“결론부터 말할게. 현재 카니아 너는 의심받고 있고, 프레이는 조만간 암살을 당할지도 몰라.”
그 말에 나와 카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쳤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시켜 보기 위해 내가 이중스파이로 들어온거야.”
이리나의 말이 끝났음에도 한참동안 멍을 때리고 있던 카니아와 나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마디씩 말을 주고 받았다.
“역시 전 의심받고 있던거군요. 어쩐지, 최근들어 저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부실했습니다.”
“그래, 왜 암살자가 안오나 했지. 이제 슬슬 난이도가 급상승 하겠구만.”
그렇게 말한 뒤 우리가 동시에 우울한 표정을 짓자, 이리나는 그런 우리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카니아 너는 황녀에게 의심받고 있어.”
“클라나 씨에게 말입니까?”
“응, 아직 확신은 못하고 있지만… 황녀는 지금 네 전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어떻게든 증거를 잡으려 하는 중이야.”
그 말에 카니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아무리 애매한 비밀문서를 절묘하게 전해준다 하더라도… 그게 반복되면 클라나 씨가 눈치를 채지 못하실 리가 없죠.”
“맞아, 황녀가 네가 주는 문서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중얼거리는걸 자주 봤어.”
그 말에 이리나가 맞장구를 치자, 카니아는 어느새 품에서 꺼내든 만년필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황녀는 프레이 너의 암살도 준비하고 있어.”
“도련님의 암살을 준비하고 있는게 클라나 씨라고요?”
그러다 이리나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카니아는 만년필을 돌리는걸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분명 클라나 씨의 계획은 도련님을 완전히 파멸시킨 뒤에 죽이려는 게 아니었나요?”
“그래, 그랬지.”
태연하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어쩌면 들킨게 다행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으니, 이리나가 날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번에 있었던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과 이번의 ‘성스러운 언데드 기사’사건 때문에 황녀의 생각이 변했어.”
“…어떻게?”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죽이는게 가능하다면, 될수 있으면 빠르게 널 죽여버리겠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표정을 굳혔으나, 이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괜찮아. 그 정도는 문제 없어. 아무리 클라나가 권력 확장을 빠르게 한다고 해도… 1년 내로는 날 위협할 정도의 권력을 얻기는 힘들거야. 그러니 암살자의 수준도 분명히…”
“황녀가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들과 손을 잡았어.”
그 말을 듣자 나는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으며 정색을 하기 시작했다.
클라나 혼자서 짜고 선별한 암살계획과 암살자들이라면, 어지저찌 이겨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만일 그녀가 문라이트가의 ‘원로회’와 손을 잡았다면 이야기가 아주 달라진다.
그 말은, 가문의 창립때부터 지금까지 쭉 암살을 업으로 삼아왔던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회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레나에게 이미 날 죽이라는 엄명을 내렸을 원로회지만,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여서 날 죽이려 한다는건 그들이 세워둔 계획이 상당히 틀어지고 있다는 거다.
제국의 그림자나 다름없는 문라이트 가문이 아무리 황녀인 클라나라 할지라도 다른 세력과 힘을 합치는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다음주에 있을 네 생일파티를 노릴거야. 그걸 막기 위해 내가 황녀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스파이로 들어가겠다고 말하며 설득을 해봤지만… 그게 먹혀들었을지는 미지수고.”
“으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추가정보를 전달하고 물끄럼히 날 바라보던 이리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조심해. 괜히 죽지 말고.”
그 말을 마치고 이리나는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고, 그런 그녀가 꽤나 웃겨서 피식 웃던 나는 이내 갑자기 든 호기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은 대체 어떻게 아는거야? 클라나가 그런걸 전부 공유 하지는 않았을것 같은데?”
“아, 그게…”
그 질문을 들은 이리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암살계획까지는 클라나가 공유한게 맞는데, 문라이트 가와의 협력은 내가 직접 알아낸거야.”
“어떻게?”
“편지를 훔쳤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어이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훔칠수 있는 정보가 아닐텐데?”
그러자 이리나는 은근히 자랑스러운 표정을 띠며 말했다.
“어렸을때 가난하게 살아서… 무언가를 훔치는데는 일가견이 있거든.”
“그러고 보니 너랑 처음 만난게, 길거리에서 빵을 든채 다급히 뛰어가던 너와 부딪힌 거였지?”
그 말을 듣고 문득 이리나와의 추억이 떠오른 나는 피식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때 빵이 길거리에 나뒹굴자 굉장히 화를 내는 바람에 내가 몇배는 더 큰걸로 사줬었는데… 설마 그 빵이…”
“머,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이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을 하는걸 보며 웃고 있는데,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카니아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금 이럴때가 아닙니다, 도련님.”
“응?”
“어서 다음 계획과 작전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변수를 발생시켜서는 안됩니다.”
그 말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카니아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들며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선 앞으로 위협이 될 사람부터 조금 알고싶습니다. 제 선에서 미리 처리… 아니, 조사를 해 두게요.”
“으음…”
그 말을 들은 나는, 예언서에 있던 내용을 상기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앞으로 위협이 될 사람들이라면… ‘메인 히로인’들을 제외하면 역시 ‘서브 히로인’ 들이겠네.”
“서브 히로인이요?”
“그래, 예를들면 이솔렛이라던가… 이리나의 친구인 아리안느라던가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이리나가 흠칫하는 한편, 카니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수첩에 뭔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내년에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될… 뒷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정보 길드장의 딸과 태양신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 그리고 서대륙에 있는 약소국의 공주도 서브 히로인이야.”
그러다 내가 언급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자 카니아는 수첩을 꽉 움켜쥐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뭐가 그리 많습니까?”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물론 그건 정상적인 루트에서의 이야기고… 위악자 루트에서는 메인 히로인들만큼이나 난감한 강적이지.”
“하아…”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는 카니아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슬며시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래도 정보 길드의 딸과는 현재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메인 퀘스트’는 뭔가요?”
왠지 모르게 내 말을 끊어버린 카니아의 눈빛이 싸늘했기에, 잠시 등골이 오싹해진 나는 재빨리 눈앞에 시스템창을 띄웠다.
[메인 퀘스트: 노예 시장 해방]– 퀘스트 내용: 곧 열릴 대규모 노예 시장을 습격하고, 노예들을 해방하여 닥쳐올 참사를 막으세요!
[보상: 용사의 무구의 각성도 증가, 마나의 총량 증가] [실패 패널티: 평판도 대폭 하락]“…노예시장 습격이라고요?”
이윽고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의 내용을 읽어주자, 카니아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제가 알고 있는 그 사건은 아니겠지요?”
“네 기억을 읽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 사건이 맞을거야.”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 노예 시장은 폭탄 창고나 다름 없습니다. 잘못 건드렸다간… 아무리 도련님이라도 감당을 하실 수 없을거에요.”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연 카니아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메인 퀘스트를 꼭 따라야 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시스템에 너무 휘둘리시다가는 언젠간 분명 사단이 일어날겁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 이번 메인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 때문이 아니야.”
“네?”
나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각오를 한 눈빛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설사 이게 메인퀘스트가 아니였더라도… 만약 보상과 패널티가 반대로 바뀌어 있었더라도… 나는 무조건 이 사건을 막기로 결정했을거야.”
“도련님, 하지만…”
내 말에 끼어드려는 카니아에게 손을 들어보여 제지한 나는, 다시 한번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전회차에서 이미 결정한 일이야. 나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참사를 막고 노예를 해방시킬거야.”
“…그렇군요.”
내가 뜻을 꺾지 않자 잠시 표정을 굳히고 있던 카니아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의 뜻이 그렇다면, 마땅히 따르겠습니다. 전 도련님의 심복이니까요.”
“고마워, 카니아.”
그런 그녀에게 나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자, 옆에서 그런 우리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이리나가 소심하게 끼어들었다.
“어… 나도 열심히 도울게.”
“그래, 고마워. 이리나.”
그런 그녀에게도 인사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기숙사를 나서며 말했다.
“그럼, 이제 슬슬 수업을 들으러 가야지.”
지루한 수업을 다시 들으러 갈 때가 찾아왔다.
.
“오늘은 1학기의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특별 시험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지.”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늘 그랬듯이 따분한 교실에서 지루한 수업이나 들으며 시간이나 때울려고 했는데, 이솔렛이 특별 시험을 본단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자, 나와 같이 교실에 들어왔던 카니아 역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기… 특별 시험이라뇨?”
그리고 그것은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한 평민 학생이 손을 들고 묻자, 이솔렛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가 볼 특별 시험은, 다음 학기에 A반에서 탈락할 학생을 다시 선별하기 위한 시험이다.”
그 말을 들은 귀족학생들과 나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저번 기말 시험의 결과… 탈락자는 전부 평민들에게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건 권력 남용입니다! 아무리 교수님이 명문가의 신분이라 하더라도 이런 행위는…!”
이윽고 귀족학생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항의를 하기 시작했으나, 이솔렛은 그런 그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단 한마디로 싸늘하게 일축해 버렸다.
“…황실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그 말에 귀족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자, 이솔렛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돈과 뇌물을 뿌리며 로비를 해 점수를 산 누구들 덕분에… 애꿎은 실력자들이 탈락하자 황실에서 꽤 많이 화가 났더군.”
“그, 그럼…”
“황실은 진상조사 대신 재시험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에 따를 뿐이다. 이의있나?”
당연히도,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황실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꼴이 될테니 말이다.
그렇게 싸늘한 침묵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이상한데…? 황실이 이렇게 깨끗하고 양심적인 집단이었나?’
현재의 황실이야말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부패의 온상이자 관리국이다.
대부분의 국가 기관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부패는, 사실은 대부분이 황실에 의해 교묘하게 관리되고 조정되고 있다.
그러니, 이번 기말고사에서 일어난 대규모 비리사건 역시 황실의 개입하는 동시에 눈을 감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황실에서 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클라나 짓인가?’
혹시나 싶어서 클라나를 힐끔 쳐다봤지만, 그녀 역시 생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아무리 세력을 꽤나 모으고 있는 클라나라고 해도 아직까지 이러한 비리에 전면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클라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관료들이 기존 황실의 입장과 반하는 이번 결정을 내릴 권한과 힘이 없을것이다.
‘…황비? 1황자? 1황녀?’
그러므로 이러한 일을 손가락을 하나 까닥거리는 것 만으로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이유가 생각나지를 않았다.
“으음…”
그 뒤로도 한참동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추측해보려던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자 결국 추측을 포기하고는 이솔렛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험 내용은 뭔데?”
그러자 이솔렛은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우리가 볼 특별 시험은 팀전이 될 것이다.”
던전과 팀전이라는 말을 들은 아이들이 웅성거리시작했고, 그런 아이들에게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 한순간에 조용히 시킨 이솔렛은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팀은 늘 그래왔듯이 귀족 팀과 평민 팀으로 나뉘며, 각 팀에는 지휘관이 한명씩 임명된다.”
그 말을 하며 이솔렛은 교탁 앞에 투표함을 올려놓았다.
“지휘관은 모두의 투표로 결정된다. 그러니, 귀족들과 평민들은 지금부터 자신들의 지휘관을 투표로 뽑거라.”
그렇게 말하며 이솔렛이 종이를 나누어주자, 대부분의 귀족들이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 시작했다.
‘…하긴, 저 녀석들도 날 지휘관으로 뽑고 싶지는 않겠지.’
지금 나는 마왕군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문 때문에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줄을 설 생각으로 가득한 귀족들이라고 해도 날 투표로 뽑지는 않을 것이다.
계산에 빠른 그들이라면, 현재 떠오르는 태양인 클라나를 지휘관으로 뽑지 않을까?
“그럼, 개표를 시작하겠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으니, 어느새 이솔렛이 투표함을 툭툭 두드리며 개표를 선언하였다.
– 샤르륵!
그러자, 칠판에 있던 분필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니 투표 결과를 자동으로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 귀족 측: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 평민 측: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
“…하.”
그리고 그 결과는, 내 예상을 아주 간단하게 빗나가 버렸다.
‘귀족들은 생각보다 더 멍청하고… 평민들은 생각보다 더 똑똑했나보네.’
안 그래도 할것이 많아 죽겠는데 뭔지 모를 지휘관까지 맡게 됐다는 사실에 절망을 하고 있던 그때, 칠판을 확인한 이솔렛이 담담한 표정으로 선언하였다.
“좋아. 그럼 오늘부로 평민측 지휘관에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를, 귀족측 지휘관에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를 임명하겠다.”
그 말이 끝나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저기, 교수님? 그게 무슨…”
“잘못 말한게 아니다. 앞으로 방학 내내 이어질 특별 시험에서, 평민 측의 지휘관은 프레이가 맡게 되며 귀족 측의 지휘관은 클라나가 맡게 될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모두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아마, 웅성거릴 생각도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졌으리라.
“그럼, 지휘관도 결정되었으니 이번 특별 시험의 정체를 공개하도록 하지.”
그런 아이들을 담담히 쳐다보던 이솔렛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금부터 방학이 끝날때까지 너희들의 지휘관을 지켜내면 승리다.”
그 말에 모두가 당황하자, 이솔렛은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승리한 팀의 지휘자에게는 탈락할 사람 일부를 뽑을 권한이 주어질 거다.”
.
한편 그 시각, 뒷골목의 어딘가.
“그래서, 마왕님의 의중이 대체 뭐죠?”
“안 그래도 지금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으셔서 못미더워 죽겠는데… 이건 너무 한 처사 아닙니까?”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악마도, 마물도 아닌자가 어떻게…”
어두운 방에 옹기종기 모인, 로브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한마디씩 불평을 내뱉고 있었다.
“조용, 조용!!!”
그런 그들의 상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책상을 쾅 내려치며 역정을 내자, 모두는 불평을 멈추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엄하신 마왕님의 명령이다…”
그런 그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던 마왕군의 2인자는, 모두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사진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오늘부터, 이 남자가 마왕군의 최고 간부중 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