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1화(61/524)
Episode 61
“지금 이 시각부터 모두에게 특수한 표식을 걸겠다.”
충격을 받은 나머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우리를 노려보던 이솔렛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 있던 마법스크롤을 찢었다.
– 슈우우…
그러자 찢어진 스크롤에서 나온 회색 기운이 모두의 몸에 파고들더니,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다.
“이 표식은 수업이 끝나면 배포될 특수한 마법 공식과 특수한 무기에 의해서만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일정량 이상의 타격을 입으면 표식이 사라지며 그 즉시 나에게 보고되지.”
그 말을 듣고 별의 마나로 내 몸을 흝어보니, 정말로 몸에 표식이 자리잡은 것이 느껴졌다.
“표식이 사라진 사람은 더 이상 시험을 진행할 수 없으며, 지휘관의 표식이 먼저 사라진 쪽은 패배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다들 이해했겠지?”
아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솔렛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번에는 탈락에 대한 규칙을 설명하겠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탈락의 규칙은 꽤나 간단하였다.
승리한 팀의 대부분은 B반 행을 면제받고, 패배한 팀의 대부분은 B반행이 된다.
그리고, 이솔렛의 말에 따르면, 이 부분 때문에 각 팀의 ‘지휘관’은 말 그대로 막대한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선 승리한 팀의 지휘관은 탈락시킬 사람들 중 일부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뽑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상대팀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팀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게임에서 이기더라도 기여를 못하거나 방해를 한 사람은 탈락을 시킬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패배한 팀의 지휘관은, 자신의 팀원들 중에서 A반에 남게할 사람을 고를 수 있다.
즉, 이런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휘관에게 대드는 일은 웬만해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전 당신을 지키지 않을 겁니다, 프레이님.”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벌써부터 대드는 사람이 나왔다.
“당신을 지키느니… 차라리 B반에 가겠어요.”
누군가 했더니 페를로체가 평민들의 무리 사이에서 날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든지 귀족학생으로 들어 올 수 있었지만, 성녀는 그저 신의 대리인일 뿐이지 고귀한 사람이 아니라며 자진해서 평민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페를로체가 저렇게 날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지 말고 그만 앉지 그래? 고귀한 네가 저급한 B반으로 내려가면 태양신 교단이 난리가 날껄?”
“그 입 다무세요.”
그래서 애써 능글 맞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봤지만, 페를로체는 그런 나를 역겨워 하며 싸늘하게 일갈했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뭐, 뭐가 어쩔수 없다는 건가요.”
결국 나는 수행평가가 시작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이 잘 안풀리면 쓸 생각이었던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클라나에게 항복하러 갈게.”
“…네?”
내 말을 들은 페를로체가 멍청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프레이 님!”
“어… 기다려 주세요오…”
하지만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평민들은, 다급하게 나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다들 왜 그러시는 건가요?”
그 모습을 본 페를로체가 여전히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묻길래,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내가 지금 클라나에게 항복해 버리면… 여기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끽 소리도 못하고 B반에 가야 하거든.”
“그, 그런…”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A반의 평민들 대부분은 A반 특수 장학금으로 겨우겨우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내가 미소를 짓자, 나에게 매달려 있던 평민들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입술을 꽉 깨물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그렇지만… 그랬다가는 클라나 씨가 당신을 지목할걸요? 그러니 일단 진정하시고…”
그러자 페를로체가 다급하게 내게 경고를 해왔다.
“B반으로 떨어져도 나는 별 상관 없는데?”
“네, 네에?”
“난 제국에서 3개밖에 없는 공작가 중 가장 권력이 높은 공작가의 임시당주야. 그런데 고작 B반에 간다고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그, 그러면… 정말로 항복하시러 갈 작정이신가요!?”
분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페를로체를 보며 미소를 짓던 나는, 작전 회의를 하려고 들어왔던 빈 교실의 출구로 향하며 말했다.
“괜찮아, 페를로체. 너는 특별히 탈락시키지 않을 테니까. 난 저 천한것들을 한명이라도 더 탈락시키는데 집중해야 해서 말이지.”
“이, 이익…”
“그럼 나는 클라나에게 항복하러 갈게. 잘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내가 교실의 문을 연 순간, 페를로체가 다급하게 내 팔을 잡았다.
“자,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페를로체는 이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평민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에휴, 다행이네.’
그제야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고는,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 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기지는 어디로 정할거지?”
이솔렛이 말한 바로는, 양측 팀은 자신들이 거주할 기지를 정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들어 자주 발생하는 이상현상 때문에, 아카데미 학생들에 실전을 가르킬 일환으로 세워진 방침이라나 뭐라나.
“어… 방학 내내 진행되는 시험이니까… 어디 숨어있으면 되는게 아닐까요?”
이윽고 한 여학생이 손을 들고 말하자, 다른 평민 학생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네. 그럼 어디에 숨어 있을거지?”
그런 그들에게 내가 뚱한 목소리로 묻자, 처음에 의견을 제시했던 여학생이 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제안을 던졌다.
“어… 숲 속에 숨어있는건 어떨지…”
“기각.”
잿빛의 숲과 우리집 근처의 숲에서 한동안 개고생을 했기에 한동안 숲 근처에 다가가기도 싫었던 내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하니, 여학생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저희 집으로 가시는건…”
“기각.”
“저희 집에서 운영하는 여관에…”
“기각.”
그렇게 한참을 기각을 하고 있으니, 모두가 말을 멈춘채 나를 싸늘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제까지 날 노려보고만 있을거지?”
“”………..””
계속되는 침묵을 참지 못하고 넌지시 질문을 던져봤지만, 그들은 여전히 나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뭐, 그럼 어쩔수 없지…”
덕분에 전회차에서 성난 민중들에게 둘러싸였던 기억이 떠오른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자.
“…너희 모두, 내 집으로 와.”
그러자 잠시 주변에 적막이 흘렀다.
“무슨 속셈이신가요?”
이윽고 페를로체가 싸늘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속셈이라니, 섭하네. 난 그저 너희들을 위해서…”
“이번엔 또 무슨 나쁜짓을 꾸미시려는 거냐고요.”
내 변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페를로체가 날 추궁하자,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이기게 해줄려고 해도 난리네…’
나는 이번 팀전에서 무조건 이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건 썩어빠진 귀족들을 전부 B반으로 치워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내가 지휘관으로 있는 평민 팀이 이번 시험에서 승리한다면, 클라나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양심적인 귀족들만 A반에 남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내 뒤를 항상 졸졸 쫒아다니며 스트레스 수치를 끝까지 올려놓았던 귀족들로부터 드디어 해방이 되는 것이다.
물론 클라나에게 선택받지 못한 귀족들의 대부분은 뇌물을 쓸 여력이 있는 고위 귀족들인데다가 계산적인 인물이므로, 앞으로 그녀를 적으로 여기고 견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평민팀이 이기면 짜증나는 귀족들을 치워버려서 아카데미의 공정성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클라나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전력으로 평민팀의 승리를 돕는다면, 평민들 사이에서 사실은 평민들을 돕는 착한 귀족이라는 소문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목숨은 끝장이다.
그러니, 이번 시험에서 나는 최대한 평민들을 못살게 굴고 방해하는 동시에 그들이 이길 수 있도록 비밀리에 뒤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프레이! 대답하세요! 대체 무슨 속셈이냐고요!”
“닥치고, 너희들 모두 짐싸서 우리집으로 와. 내가 특별히 너희에게 자비를 배풀어주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내가 페를로체의 외침을 무시한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평민들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대기 시작했다.
‘이거… 방학동안 위악포인트좀 많이 벌겠는데?’
그저 음흉한 표정을 지었을 뿐인데도 벌써 방학동안 내 집에서 무슨 짓을 당할지 두려워하고 있는 평민들을 보아하니, 이번 방학은 위악 포인트가 꽤나 많이 벌릴 것 같다.
“그런데… 클라나 씨는 귀족들과 어디에서 지낼까?”
“혹시 황궁 아니야?”
“에이… 말도 안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궁인데…”
“그래도, 만약 진짜 황궁에 숨어있다면… 황궁 구경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옆에서 짐을 싸며 살짝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저 평민의 말대로, 이번 시험의 특수성 때문에 황실에서 특별히 그 어느곳에 칩입해도 죄를 면해주겠다고 포고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걸 보면, 역시 이번 일은…
“도련님, 이번 일은 클라나 씨의 함정인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도 알아.”
“네?”
조용히 짐을 싸고 있던 카니아가 넌지시 나에게 말을 걸어오길래,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클라나의 표정을 봤을 때는 솔직히 긴가민가 했었다.
하지만, 산전 수전을 다 겪은 그녀라면 표정을 숨기는 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방학동안 내 방에 틀어박힌 채 철통 방어를 명령한다면, 아무리 문라이트 가와 협력한 그녀라 할지라도 날 암살하는게 상당히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녀를 비롯한 귀족들은 포고령 때문에 합법적으로 공작저에 침입을 할 수 있으니… 만약 날 암살을 할 것이라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녀는 아마 내가 방학 내내 내가 공작저에 틀어박혀 있을 것을 계산해서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다.
‘물론, 다른 속셈도 있겠지만 말이야.’
학생이 학생의 A반 탈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아니, 사실 이례적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수상한 일이다.
그러니, 이번 일을 그녀가 꾸몄다면… 분명히 숨겨진 속셈이 있을 것이다.
권력기반이 아직 약한 그녀가 어떻게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카니아, 지휘관의 위치가 언제 알려진다고 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카니아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일주일 후입니다. 일주일 후에, 양측 지휘관에게 일괄적으로 공지가 된다고 합니다.”
“…그때까진 시간이 있겠네.”
안 그래도 할일이 많아 바빠 죽겠는데 강제로 위치 추적을 당하게 되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온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프레이, 당신.”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았다.
“너는…?”
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이리나의 소꿉친구인 아리안느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저랑 이야기좀 하죠.”
“싫어, 귀찮아.”
물론 나는 이리나 만큼이나 사나운 아리안느와 엮이기 싫었기에 단호하게 대답하고 갈길을 재촉하려 했으나,
– 파징…!
이를 갈던 아리안느가 방어막을 만들어 내 앞을 가로막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주 잠시면 됩니다, 부탁드릴게요.”
“하아…”
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려 그녀와 함께 교실 안으로 향했다.
“…뭐야? 아리안느가 왜 저러지?”
“몰라, 미쳤나봐. 빨리 말려봐.”
“냅둬, 쟤를 누가 말려.”
물론, 나와 아리안느의 모습이 바깥에서 우릴 힐끔힐끔 지켜보고 있는 평민들에게 잘 보이도록 일부러 교실문을 활짝 열어둔 채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교실의 중앙에 도착한 나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녀가 나에게 할 말은 이미 머릿속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지고 있었지만, 이럴때는 모른척을 하는게 더 효과가 좋다.
“부탁입니다, 제발 이리나를 돌려주세요.”
그렇게 잠시 딴청을 피우고 있으니, 아리안느가 눈을 질끈 감고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키는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개처럼 짖으라면 짖고, 바닥을 기어다니라면 기어다닐테고, 몸을 바치라 하면 몸을 바칠테니… 부디 제 친구를 돌려주세요.”
그 말을 하며 아리안느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리나, 잠시 여기로 와봐.”
그런 그녀를 담담하게 내려다 보던 나는, 저 멀리서 수군수군거리고 있는 인파들 사이에 조용히 서있던 이리나에게 손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너 얘 알아?”
이윽고 이리나가 조용히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릅…니다.”
그러자 이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영혼이 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이리나! 대체 무슨 짓을 당한거야!”
“………”
그러자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아리안느가 그녀를 붙잡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지만, 이리나는 그런 아리안느의 시선을 피하고 모른채 할 뿐이었다.
“미안한데 말이야…”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나는, 아리안느에게서 이리나를 낚아 챈 후 허리에 팔을 휘감으며 말했다.
“…지금은 이리나로도 버거워서 노예를 더 늘릴 생각이 없거든.”
그 말을 남긴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안느를 뒤로 한채 이리나와 함께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뭘 봐? 빨리 출발 안 해?”
이윽고 나는 그때까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평민들을 쫒아낸 뒤 조용히 이리나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팔은 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도련님.”
“아.”
그러다 뒤에서 카니아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오기에 화들짝 놀라 팔을 땐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카니아. 당분간 공작저가 좀 시끄러워 질 것 같은데, 괜찮겠지?”
“하아…”
그 말을 듣고 잠시 한숨을 내쉬던 카니아는 이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어떻게든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런 카니아가 약간 안쓰러워져서 피로 회복 포션이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페를로체가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대화의 내용을 들켰을까봐 식겁한 나였지만, 그녀가 심통이 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또 뭔데?”
“이리나 씨에게 무슨 짓을 한거죠?”
그 말에 나는 대화가 길어질 걸 예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나 역시 피로회복 포션을 하나 장만해놔야 할 것 같다.
.
“도련님, 그런데 집에 그렇게나 많은 학생들을 들이시면 ‘메인 퀘스트’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메인 퀘스트?”
마차를 타고 졸지에 전초 기지가 되어버린 나의 공작저로 향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넌지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네, 워낙에 큰 사건이다 보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방학이 끝날때까지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괜찮아, 애초에 내 계획대로라면 사건이 최대한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습격을 해야 되니까. 지금은 아직 여유가 있어.”
그런 그녀에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변한 나는, 마차의 좌석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좋아… 모든게 완벽해. 오랜만에 모든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지금까지는 모든게 변수와 사고의 연속이었다.
회귀한 첫날에는 메인 히로인들의 기억이 떠오르질 않나… 기억하지도 못하던 장면들이 떠오르질 않나… 알지도 못하는 시스템이 나오질 않나…
하지만 지금은 모든게 계산 범위이다.
평민들을 승리로 이끄는 동시에 위악 포인트를 쏠쏠하게 벌 방법은 이미 생각해 놨으며, 다음 메인 퀘스트인 ‘노예 시장 해방’은 전회차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왔었다.
물론 늘 그랬듯이 변수나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번 만큼은 그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자신이…
“…프레이, 정말 괜찮겠어?”
“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져왔다.
“아리안느를 네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글쎄.”
아리안느는 분명히 선한 인물이긴 하지만, 한번 눈이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만약 그녀가 방어 마법이 주특기가 아니라 공격 마법이 주특기였다면, 아마 그녀를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을 것이다.
당장 아까 이리나와 함께 방에서 나갈때만 해도, 상당한 살기가 느껴졌었으니 말 다했다.
“에휴… 뭐, 어쩔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 덜컹!
“…어라?”
결국 애써 편안하게 만든 마음이 다시 심란해지는 걸 느끼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마차에서 굉음이 들려오더니 속력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덕분에 인상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봤는데, 우리가 타고 가던 마차를 한 남자가 가로막고 있었다.
“거기! 빨리 나오슈! 지금 여기 타고 계신 분이 뉘신줄 알고…”
그런 남자에게 마차를 몰고 있던 마부가 역정을 내기 시작하자, 앞에 있던 남자는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공자님을 보러 왔습니다. 급한 일이기에 무례를 범한 점, 양해 부탁드리죠.”
“”…….!!!””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나와 카니아, 그리고 이리나는 동시에 얼어붙어 버렸다.
왜냐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회차에서 마왕의 최측근으로 존재하던 2인자였기 때문이다.
“…너희는 여기 있어, 내가 나갈게.”
“도, 도련님!”
“프레이!”
행여나 카니아나 이리나가 나설까봐 재빨리 마차를 나간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양복을 차려 입은 그의 앞에 서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그게 말입니다…”
그러자 2인자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지금 당장 저를 따라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지?”
그 말에 답하며 나는 조용히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지만,
“프레이 씨가 오지 않으면 간부 회의를 시작할 수가 없으니까요.”
“뭐?”
이윽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내 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최고 간부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프레이님.”
아무래도, 당분간은 입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