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2화(62/524)
Episode 62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은 오늘부터 마왕군의 최고 간부로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되물었더니, 2인자가 진중한 미소를 띠며 다시한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깐, 잠깐잠깐!”
그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나는, 행여나 누가 들을세라 다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아, 괜찮습니다. 공간 마법으로 주변의 공간을 비틀어 소리를 차단해두었습니다.”
그러자 2인자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고, 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슬슬 가시죠. 모두가 프레이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보시죠. 일단 저 마차부터 보내고요.”
이윽고 그가 내 팔을 잡고 마법을 쓰려 하기에, 나는 다급히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 말을 남기고 마차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프, 프레이! 너 괜찮아?”
이윽고 내가 마차의 문을 열자, 카니아와 이리나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채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녀들도, 전회차에서 2인자가 보였던 무시무시한 면모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얘들아, 나 잠깐 어디좀 갔다 올게.”
그런 그녀들을 더 걱정시키고 싶지가 않아서 대충 얼버무린후 넘어가려 했지만, 카니아가 다급히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대충이라도 무슨일인지 말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놓지 않겠습니다.”
“어… 나도.”
그러자 옆에 있는 이리나도 소심하게 내 팔을 잡으며 중얼거렸고, 결국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나, 마왕군 간부됐어.”
그 말을 마친 나는 내 팔을 잡은 이리나를 한껏 째려보다가 내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 카니아와,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던 이리나를 마차에 남겨둔 채 다시 2인자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인들입니까?”
이윽고 출발한 마차가 덜컹거리며 저 멀리 사라지자, 내 앞에 있던 2인자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어, 그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프레이님, 제게 존댓말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레이 씨는 이제 마왕군의 최고 간부니까요.”
그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 하지만 당신은…”
“괜찮습니다. 당신은 마왕님이 직접 선택하신 최고 간부니까요. 단순히 마왕군에서의 직책만 두고보면 저와 동급이니… 얼마든지 반말을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내 말을 끊은 2인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채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제가… 당신과 동급이라고요?”
“이런, 저처럼 반말보다는 존댓말이 더 편하신 분이신가 보군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물론, 내키시면 얼마든지 반말을 하셔도 됩니다.”
“그건 알겠는데, 그저 마왕군의 끄나풀이였을 뿐인 제가 대체 왜 당신과 동급이 된겁니까? 무슨 착오가 있는게 아닙니까?”
이윽고 나는 마왕군 내부에서 착오가 발생해 이런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일어난 것이라는 가능성에 모든 희망을 걸기 시작했지만, 2인자는 그런 나를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꽤 겸손하신 분이셨군요.”
“네?”
“하지만, 지나친 겸손은 해가 되는 법이지요.”
그렇게 말하며 2인자가 표정을 굳히기에, 결국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뭐,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금 저는 일이 있어서…”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하지만 2인자는 내 말을 다시 한번 끊고 손가락을 튕겼고, 그 다음 순간 나는 뒷골목의 구석에 와 있었다.
‘…돌겠네.’
분명 아까까지 어떤 변수나 돌발상황이 일어나도 통제 범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건 맞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하루아침에 마왕군의 최고간부가 되다니, 그것도 용사인 내가 마왕군의 2인자와 서열상 동급이라니…
‘함정인가…?’
문득 이것이 내가 용사임을 눈치챈 마왕의 함정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그건 아닌 것 같다.
날 죽이려면 비밀스럽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되지, 구태어 2인자 까지 보내서 날 정중히 모셔갈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물론 신중에 신중을 가해서 날 죽이려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인 증거가 내 눈 앞에 보이고 있다.
[드미르칸의 현재 감정: 긴장/공경/인정/친근감/든든함]만약 이게 모종의 작전이라면, 당연히 2인자의 위치에 있는 데다가 날 데리러 오기까지 한 저 녀석이 그걸 모를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이 나를 대하는 감정은 완전히 우호적이다. 그러니… 지금 2인자가 나에게 하는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대체 왜 마왕은 그런 미친 선택을 내린걸까?
‘뭔진 모르겠지만, 마왕 녀석… 분명히 뭔가가 있어.’
“이쪽입니다, 프레이님.”
“아, 네.”
그렇게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2인자의 부름에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여기가 어딥니까?”
“여긴 제 공간 지배 능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죠.”
그 말을 들은 나는 2인자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며 조용히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긴… 술집인데요?”
이윽고 우리가 도착한곳은 웬 허름한 술집이었다. 혹시 일종의 시험인가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니, 2인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이곳이 술집으로 보이십니까?”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순간, 내 눈앞에는 술집이 아닌 거대한 지하통로가 위치해 있었다.
“…어차피 격리된 공간인데, 왜 이리 방비가 심한거죠?”
“방비는 철저할수록 좋습니다. 만일 이곳에 용사가 침투하기라도 하면 그만한 낭패가 없을테니까요.”
그 지하통로를 지켜보다가 문득 든 호기심에 2인자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용사… 라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용사가 나타났습니다.”
그 대답을 듣자 제발이 저려온지라, 점짓 아무렇지도 않은 채를 하며 질문을 던져봤더니 2인자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1000년전의 싸움이 다시 성사되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 결과는 다르겠지만요.”
“어… 그렇겠죠?”
“네, 1000년만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신 이번 마왕님은… 그야말로 최강입니다.”
“최강 말인가요? 그것만 들어서는 대충 감이 잘 안오네요.”
그런 그의 말을 받아주던 나는, 마왕의 강함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호기심에 찬 얼굴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왕님의 강함은 대충 어느정도 인가요?”
“지금 마왕님의 강함 말입니까?”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2인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 공격을 손가락을 하나 까딱거려서 지워버리시더군요.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마왕군의 미래가 밝네요.”
그런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비록 말로는 덕담을 말했지만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마왕군의 2인자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남자는, 말 그대로 마왕군에서 두번째로 쎈 녀석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의 공격을 손가락을 하나 까딱이는걸로 무력화 시켰다니… 마왕은 대체 뭘 먹고 그렇게 강해진지 모르겠다.
“잡담은 여기까지 나누고, 슬슬 안으로 들어가시죠. 모든 간부들이 프레이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그럼.”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있으니, 2인자가 통로의 문을 열며 날 재촉하기 시작했다.
‘…들어가자마자 참격을 날릴까?’
시커먼 통로를 보며 걸음을 옮기던 나는, 문득 여기서 마왕군 간부들을 전부 족친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검을 만지작 거렸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간부들이 모여있다면, 분명히 전투 간부들도 모여있을 것이다.
일반 간부들이면 몰라도 전투 간부들과 2인자가 이상함을 눈치채서 패널티가 뜨기 전에 모두를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안으로 들어가면 가만히 앉아서 상황 파악이나 해봐야 할 것 같다.
“끄에에에에!!”
“크오오오오!!”
그런 생각을 하며 2인자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은 뭡니까?”
“최상급 마물들입니다. 입구를 경비하는 녀석들이죠.”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2인자는, 어느새 바로앞까지 다가온 검은색 가고일과 케르베로스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프레이 님도 한번 쓰다듬어 보시지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제국에 나타난다면 전국이 뒤집어질 만한 녀석들이 배를 발랑 깐채 2인자의 쓰다듬을 받고 있는 기가막힌 상황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는, 2인자의 제안을 다급히 거절하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헥헥헥…”
“으윽…”
그러자 눈을 빛내고 있던 검은색 케로베로스가, 갑자기 날 덮치더니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놀랍군요.”
그런 녀석이 약간은 귀여워져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옆에서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2인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케르베로스가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지 않은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어… 그렇습니까?”
그 말을 듣고 내가 벙찐 얼굴로 묻자, 그런 날 조용히 쳐다보던 2인자는 나에게 한마디를 던진 뒤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당신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날 핥고 있는 케르베로스를 물끄럼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헥…헥…”
“좋아, 일단은 속인 것 같은데.”
이윽고 나는 녀석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이고는, 마나를 최대한 갈무리 하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의 마안은, 깨끗한 기운을 탐지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더러운 일이 일어나는 곳의 입구를 지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녀석에게, 깨끗한 기운을 안으로 들여보내는 건 용납을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나는 방금 케르베로스에게 공격 당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주머니에는 저번 수행평가 납치사건 이후로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배의 석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녀석이 날 좋아하게 만드는 건 식은죽 먹기다.
아마 2인자는, 케르베로스가 날 격하게 환영하는걸 보고 내가 사악함으로 가득찬 인물이라고 판단을 마쳤을 것이다.
“잘했어, 그러니 이제 그만 핥고 저기 서있어.”
“컹컹!”
그렇게 사기극을 마친 나는 그때까지 계속 내 얼굴을 핥고 있던 케르베로스를 가고일이 있는 곳으로 보낸 뒤, 2인자의 뒤를 계속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 문을 열면, 비밀 회의실입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렇게 한참을 더 내려간 결과, 나와 2인자는 상당히 복잡한 마법 결계가 걸려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아, 잠시만요.”
이 문을 열면 간부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몸 안에 있던 마나들을 갈무리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완벽에 가까울정도로 갈무리를 해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게 마나를 쌓아두고 있지만, 마왕군의 간부… 그것도 전투 간부들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언제 내 등에 칼을 꽂아 넣을 지 모르는 녀석들이니, 언제든지 대항을 할수록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된다는 거다.
“네, 됐습니다. 그럼 이제 들어가죠.”
그렇게 한참동안 성심성의껏 마나의 갈무리를 마친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옆에 있는 2인자에게 말을 건냈다.
“저곳에서는 저를 ‘드미르칸’이라고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프레이 님.”
그러자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던 2인자는, 이내 결계를 해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물론 그의 가명정도는 얼마든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결계가 한순간에 사라지더니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성대한 박수로 맞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부로 마왕군의 최고 간부로 임명 받게 되신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입니다.”
이윽고 문이 완전히 열리자 드미르칸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고, 잠시 후 안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살다살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박수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서 보니, 꽤나 익숙한 면면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나는 그들을 모르는 상태여야 했기에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드미르칸이 날 상석으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전 저기 빈자리에 앉아도 됩니다만.”
상석에 앉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웠기에, 대충 끄트머리에 있는 빈 좌석을 가리키니 드미르칸이 인상을 치푸리며 말했다.
“마왕군은 죽은 간부가 나왔을때 그 자리를 영구 결번으로 만들어서 예우를 표한답니다.”
“아, 그럼…”
“원래 저곳은 서큐버스 퀸이 앉던 자리였지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내 검에 목이 날아가던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다가 이내 조용히 드미르칸의 뒤를 따라 상석으로 향했다.
“자, 그럼… 모두가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
“잠깐.”
이윽고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며 상석에 앉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미르칸이 회의를 시작하려 했으나, 누군가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멈췄다.
“무슨 일이신지요?”
“간단한 이야기다. 나는 저 애송이를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 발언이 나오자 회의장은 싸늘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지금 그 말은, 마왕님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드미르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자, 이 사단을 만든 주인공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
그러자, 회의장에 모여있던 간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전투 간부의 끄트머리 직책을 맡고 있는 녀석이군.’
그런 혼란 속에서, 나는 전회차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녀석의 신상정보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은 악마와 오크의 혼혈로, 전투 간부중에서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놈이다.
아마, 페를로체의 힘이나 마왕의 힘을 제외한다면 단순한 힘으로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누구처럼 단순무식하고 힘만 쎄서 실제 전투력은 꽤나 낮은 녀석이지만 말이다.
“마왕님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때도 참았다. 용사의 출현을 알렸으나 그 정체를 말해주시지 않을 때도 참았다. 그리고, 마왕님 대신 2인자인 네놈에게 명령을 듣는 것도 참아왔다.”
그리고, 그러한 녀석이 지금 잔뜩 화가 난 채로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인간이… 그것도 약한 녀석이 내 위에 서는 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내 앞에 서더니, 콧김을 뿜어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 위대한 오크의 후손이자 악마의 피를 가진 나 리히르가 말하노니… 검을 들어라.”
“네?”
“네놈이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내가 직접 판단해주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을 때리고 있던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드미르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반역아닙니까?”
그러자 드미르칸은 피식 웃더니, 내 귀에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마왕군의 간부는 철저한 실력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실력이 더 낮다고 생각하는 상급자에게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지요.”
“아…”
“뭐, 좋은 기회 아닙니까? 안 그래도 마왕님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가진 간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시고, 잡음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그 말을 마친 드미르칸이 손뼉을 치자, 회의실의 공간이 뒤틀리더니 순식간에 넓어지기 시작했다.
“저기, 회의는 안합니까?”
“이런 상황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전투를 피하려 해봤지만, 드미르칸의 말을 듣고 사방을 둘러보니 간부들이 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마왕군은 원래 이렇습니까?”
“일상입니다만?”
이 사람들이 정말로 진짜 세상을 피와 불로 뒤덮었던 무시무시한 마왕군이 맞나 싶어 어이없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더니, 드미르칸이 뭘 그런걸 묻냐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프레이 님도 꽤 익숙해 지실겁니다.”
“아니, 그래도 이건…”
“그럼, 도전자를 맞이하러 가시죠.”
이윽고 내 팔을 잡고 이끄는 드미르칸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적당히 힘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아, 그리고 전력을 내지 않으시면 다음 상대는 제가 될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어느새 오크 녀석의 앞까지 날 데려온 드미르칸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에 살짝 움찔한 채 되물었다.
“…지금 당신은 저와 동등한 위치에 있기에, 힘을 적당히 내시면 계속 도전자가 나올겁니다. 그러면… 일주일이 지나도 회의가 시작이 안 될수도 있어요.”
이윽고 일주일이 지나도 회의가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나는,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 한달 내내 도전을 받았었죠.”
“네에?”
“경험담이라는 소립니다.”
그 말을 마친 드미르칸은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자리로 돌아갔다.
“각오는 됐나? 연약한 인간이여?”
“하하… 하…”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린 나는, 결국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모든게 다 짜증난다.
빌어먹을 마왕년은 대체 왜 이 시점에서 날 최고 간부로 지정하는 선택을 한건지… 내 정체를 알아낸건지, 아니면 모르는건지…
예언서는 왜 자꾸 틀리는건지, 기억은 왜 자꾸 어긋나는건지, 시스템은 왜 자꾸 날 짜증나게 만드는건지…
아무리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계속해서 모든게 어긋나기만 한다. 덕분에,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쌓여만 가서 미쳐 버릴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냥 모든걸…
“…핫.”
“…..?”
갑자기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눈앞에 있는 오크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오크를 무시한채, 폭주하려던 찰나 내 뇌리에 스친 한가지 생각을 곱씹기 시작했다.
“하나 묻죠.”
“뭔가.”
“마왕님이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신게 사실입니까?”
이윽고 생각을 마친 나는, 눈앞의 멍청해 보이는 오크에게 질문을 던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변수에 휘둘리면서 사는건, 이제 지쳤어.’
“그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드러내신 적이 없다.”
“답변 감사합니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휘둘리거나, 제어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손해를 보면서 시스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건 이제 지긋지긋 하단 말이다.
그러니…
“그럼, 시작하죠.”
“하, 만용을 부리는가? 지금이라도 네 주제를 알고 조아린다면…”
“닥치고, 덤벼.”
눈 앞에 있는 오크에게 사납게 말하며 내 몸에 내제되어 있던 전력을 끌어낸다.
“자, 잠깐…”
“뭐해, 어서 덤비지 않고.”
차곡차곡 갈무리 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별의 마나를 한방에 터트려내고,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용사의 힘’의 출력을 최대로 올린다.
몸의 모든 근육을 긴장시키고, 숨을 들이내쉬며 모든 힘이 몸 구석구석에 퍼지도록 조절한다.
“그것이…”
“계속 가만히 있겠다면, 내가 가도록 하지.”
그렇게 넓어진 방에 나의 기운을 가득 발산하며, 눈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오크에게 싸늘하게 일갈하며 다가간다.
“하, 항복! 항복입니다!!”
그러자, 눈앞의 녀석이 다급하게 무릎을 꿇더니 싹싹 빌기 시작했다.
하긴, 전투 간부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해있는 애송이가 전력을 낸 나의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아마, 저 녀석 또한 싸우기도 전에 이미 자신이 처하게 될 결말을 파악했으리라.
“다른 도전자는 없나?”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고 그저 바들바들 떨고 있던 오크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간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물론, 응해오는 자는 없다.
일반 간부들은 말할것도 없고, 전투 간부들 또한 이미 내가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때 머릿속에서 싸움의 승패를 그려보았을 테니 말이다.
약자에게 한없이 강하게,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게.
녀석들은 역시나 마왕군의 비열하면서도 효율적인 생존 방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프레이님.”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드미르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프레이님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시는 분은 없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죠?”
그의 말에 간부들이 무거운 침묵으로 답하자, 드미르칸은 조용히 결투장에 서있던 나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벌써 마왕군에 적응하신 것 같군요, 프레이님. 그럼, 이제는 슬슬 회의를 시작해야 하니 자리로…”
“아직 내 권리행사가 남았다만?”
“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검으로 겨누며 말을 끊고는, 폭탄발언을 던졌다.
“네게 도전하겠다, 드미르칸.”
그리고 그 발언이 끝난 직후, 회의장에 차가운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2인자가 두명이나 있는건… 조금 불편해서 말이야.”
이윽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온 그에게 담담하게 답해주니, 드미르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런, 아무래도 너무 잘 적응해버리신 것 같군요.”
그런 그를 보며 웃던 나는, 아까 뇌리에 스쳤던 생각을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이제는 시스템도, 마왕도 아닌 나 자신이 변수가 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