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6화(66/524)
Episode 66
“세레나?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따라오세요.”
워낙 놀랐던지라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물었지만, 세레나는 그저 내 팔을 잡은채 앞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왜 창가로 가?”
“어렸을땐 항상 창문으로 빠져나갔잖아요?”
이윽고 창문에 도착한 세레나는, 창틀에 앉은 뒤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제 손을 잡으세요.”
“아니, 이게 무슨…”
“어서.”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재촉을 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방에 조금이라도 들이마시면 일주일은 끙끙 앓을 만한 독성을 내뿜고 있는 달의 마나가 차오르고 있었기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슈욱!
세레나의 손을 잡은 순간, 그녀가 내 손을 잡은 채로 창문 뒤로 넘어갔다.
덕분에 깜짝 놀랐지만, 곧 이것이 어렸을때 세레나가 자주 하던 장난임을 떠올린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재밌었나요?”
“아니.”
이윽고 아마 세레나가 미리 잔디에 깔아뒀을 부드러운 달의 마나에 떨어진 나는, 날 깔아뭉개고 있는 세레나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한후 그녀를 밀쳐냈다.
“난 지금 너랑 어울릴 생각이 없어. 그러니…”
“저랑 안 어울려 주시면, 당신을 지휘관에서 탈락시킬거에요.”
하지만 그녀가 뾰루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말하자,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근 그녀의 태도와는 너무 다른데?’
세레나가 나에게 품고있는 사랑을 없애기 위해서, 나는 틈이 날때마다 그녀의 앞에서 카니아와 애정 행각을 해왔었다.
그렇기에 최근 세레나와는 무척이나 서먹서먹한 관계였는데… 지금 그녀의 태도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뭐, 탈락시키던가. 난 탈락해도 잃을거 없어.”
물론 그런 그녀에게 휘둘릴수는 없었기에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세레나는 그저 은은한 미소를 띈채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목 뒤를 만져보세요.”
그렇게 한참을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세레나는,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앗 따거!”
그녀의 말에 무심코 목 뒤를 만졌더니, 손가락이 무엇인가에 찔려 피가 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중독됐어요.”
“뭐라고?”
“오늘 아침이 되기 전까지 제가 주는 해독제를 마시시지 않으면… 당신은 죽은 목숨이라는 거에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환하게 웃자, 그제야 나는 아까 그녀가 내 목뒤에 해 둔 짓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뭘하면 되는데.”
물론 그녀에게는 ‘절대복종마법’ 이 걸려있기에 나는 그저 해독제를 달라고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녀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나는 우선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로 결정했다.
“오늘밤, 저랑 같이 데이트를 해줘요.”
“뭐?”
하지만 이어진 세레나의 말을 들은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냥 해독제를 주고 사라지라 명령을 내릴지 말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그녀의 말대로 정말 긴 밤이 될것 같다.
.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시겠어요?”
“여긴…”
당황해하는 날 검은색 마차에 태운 세레나가 첫번째로 향한곳은, 그녀의 단골 디저트 카페였다.
“옛날에 저와 매일매일 여기서 케이크를 드시다가 충치에 걸리셨었잖아요?”
물론 그 일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덕분에 한동안 단건 쳐다도 안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울먹거리며 사과하는 세레나 덕분에 얼마 못가 다시 출입을 하게 됐었고… 덕분에 다시 충치가 생겨서 부모님한테 왕창 혼났었다.
“설마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계신건 아니죠?”
그러한 기억이 떠올라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니, 세레나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들어가지.”
물론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것은 아니고 그저 그때의 이빨의 통증이 생생하게 떠올랐었을 뿐이지만, 나는 일부러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손님!”
꽤나 오랜만에 찾아온 가게였지만, 대부분이 내 기억과 똑같았다.
쓸데없이 러브러브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식들과 색상들, 아담하고 작은 가구들, 항상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종업원들, 그리고… 24시간으로 상시 운영이 된다는 점까지.
“어… 동물은 안돼요!”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세레나의 어깨에 달라붙어있던 올빼미를 본 직원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었다.
사실, 세레나는 이 가게의 단골이자 큰손인지라 그녀의 애완 올빼미의 출입정도는 옛날부터 알게 모르게 넘어가주곤 했지만… 아무래도 저 녀석은 신입인가 보다.
“이건 인형이랍니다.”
“인형이요?”
“네, 만져보세요.”
그 말을 들은 직원이 올빼미의 얼굴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지만, 녀석은 눈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부동자세로 세레나의 어깨에 버팅기고 있었다.
“앗, 정말 인형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올빼미를 쿡쿡 찔러대던 직원은 이내 고개를 숙이며 세레나에게 사과를 하였고,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섰다.
“칭찬해주세요.”
“갑자기?”
이내 세레가가 눈을 반짝거리며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하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더니, 그녀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옛날에는 제가 머리를 쓰면 항상 칭찬해주셨었잖아요? 그러니, 칭찬해주세요.”
“대체 왜 이러는거야?”
그런 그녀의 의중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에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물으니, 세레나가 약간 슬픈 미소를 띤채 답했다.
“…이제라도 모든걸 바로잡고 싶어서?”
“그건 또 뭔…”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미리 준비되어있던 방 안으로 들어섰고,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나는 영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와, 이 방은 변한게 없네요.”
방 안에 들어서니 꽤나 익숙한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봐요, 저희가 어렸을 때 했던 낙서도 남아있어요.”
잠시 추억에 잠겨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세레나가 방의 구석에 적혀져있던 낙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 프레이 ♡ 세레나
“…그래.”
어렸을때 내가 직접 적었던 낙서를 잠시 쳐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고는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말해. 네 속셈이 뭔지.”
그러자 자신의 어깨에 올라타있던 올빼미의 머리를 쓰다듬던 세레나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걱정하면 안되는 이유가 뭔가요?”
“…..!”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걱정마세요, 지금은 밤이에요.”
“…뭐?”
그런 나를 귀엽다는듯이 쳐다보던 세레나는, 내게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전 밤에는 당신을 걱정할거고, 낮에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을거에요. 이해 하셨나요?”
“…아.”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낮에는 지워진 기억을, 밤에는 지워지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거야?”
“그런 셈이죠.”
“대체 왜?”
그러자 세레나는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했다.
“낮에 하는 행동은 태양신에게 감시를 당하거든요. 그래서, 태양신을 엿먹이려면 밤에 일을 꾸밀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낮의 저와 밤의 저를 분리한 거에요.”
“…뭐라고!?”
“당신도 알지 않았나요? 시스템과 태양신의…”
갑자기 중요한 정보들을 마구 쏟아내던 세레나의 말에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는데 세레나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창밖을 보며 속삭였다.
“아까 제가 잠시 따돌렸던 달빛들이 다시 밝아졌네요.”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에 별의 마나를 사방에 펼쳐보니 수상한 기운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문라이트 가문의 암살단이군.’
세레나가 굳이 달빛들이라고 한 점과 웬만한 위협에는 눈도 깜짝이지 않는 그녀가 내 입을 다급히 틀어 막은 점을 보면, 아마 이 기운들의 정체는 문라이트 가에서 보낸 암살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레나가 나에게 찾아온 이유도 이해가 간다.
그녀는, 아마 날 구하기 위해 왔거나 원로회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날 죽이는 시늉을 하러 왔으리라.
“그래서, 케이크는 몇개 시킬건데?”
“5개? 아니… 7개 정도는 시켜야겠네요.”
“당도는 어느정도로?”
“아주 달게요.”
그런 생각을 하며 태연하게 세레나에게 암살자들의 인원과 실력을 물어본 나는, 옆에 있는 주문서와 펜을 집어들며 말했다.
“말로 주문할거야? 아님 주문서를 사용할거야?”
“주문서를 사용하죠.”
이윽고 세레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주문서에 글자를 쓰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필담은 허용범위야?]그렇게 쓴 뒤에 종이를 넘기니, 세레나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긴요, 당신에게 보내는 화해의 선물이죠.”
[지금까지는 허용범위였는데, 방금 제게 창문을 열라는 지령이 내려와서요. 아무래도 안될것 같네요.]말을 마친 그녀가 조심스럽게 건내준 종이를 본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화해는 무슨 화해?”
[그럼, 어쩌지?]그와 동시에 주문서에 글을 써 내미니, 세레나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게 나오실 건가요?”
[괜찮아요. 다 방법이 있으니. 당신은 제가 지킬거랍니다.]이윽고 그녀가 내민 주문지에 써져있던 내용을 읽은 나는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지켜지는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
.
“주문하신 케이크 나왔습니다!”
“…이걸 시킨게 맞나요?”
“네! 맞습니다만?”
눈앞에 거대 케이크가 나타났다.
그냥 거대케이크도 아니고, 초 거대 케이크가 말이다.
– 펄럭
잠시 멍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부채를 펼쳤다.
[첫번째 질문: 당신은 선행을 들키면 수명이 깎이나요?]무심코 그 부채를 들여다본 나는, 그 안에 적혀있던 내용을 보고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니, 그냥… 케이크가 너무 커서.”
왜 이리 거대한 케이크를 시켰나 했더니, 사각지대를 만들기 위한 세레나의 노림수였나보다.
하여간, 머리 쓰는 거 하나는 정말 알아줘야 한다.
‘…말해도 괜찮으려나?’
아무튼, 그녀의 질문에 답변하려던 나는 잠시 멈칫하고는 세레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까 세레나가 한 말에 의하면, 그녀는 낮과 밤에 가지고 있는 기억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밤에도 ‘절대복종마법’을 유지하고 있을까?
“…세레나, 활짝 웃어봐.”
“헤헤.”
그런 생각을 하며 명령을 내렸더니, 세레나가 그 즉시 방실방실 웃기 시작했다.
평소 웃던 우아하거나 은은한 미소가 아닌 진심으로 내는 웃음이었기에 절대복종마법이 유효하다는걸 눈치챈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에게 내린 명령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세레나는 내 말을 ‘확신’하지 못할테니… 패널티가 생길일이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 펄럭!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지만, 방실방실 웃으며 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던 세레나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부채를 넘겼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면… 당신은 정말로 저보다 그 집사가 좋은건가요?”
[두번째 질문: 당신의 수명은 몇년정도 남았나요?]그 행동을 보고 그녀가 내 표정만으로 질문의 답변을 알아냈다는 걸 알아차리고 혀를 내두르던 나는, 조심스럽게 손으로 ‘2’를 만들어내며 말했다.
“카니아 뿐만 아니라, 너보다 좋은 여자는 널리고 널렸어.”
“…으득.”
내 손모양을 물끄럼히 쳐다보던 세레나는, 조용히 이를 갈며 내 손을 잡았다.
“…프레이.”
이윽고 세레나는 상당히 슬픈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슬픈 표정에는 이내 바깥에 있는 감시자들을 속이기 위해 분노가 섞이게 되었고, 잠시 뒤에는 내가 내린 명령 때문에 의심마저 섞이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묵묵히 쳐다보던 나는 당장에라도 확신을 내리지 말라는 명령을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건 힘들게 이 모든걸 준비한 그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꾹 참았다.
[세번째 질문: 현재 당신의 아군은 누구인가요?]“예를 들어서 말해보세요. 저보다 더 잘난 사람이 누구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중에서도 그다지 없을 텐데요.”
그렇게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세레나가 다시한번 부채를 펼치고 질문을 던졌다.
“내가 요즘 데리고 다니는 카니아랑 이리나 선에서 넌 정리돼. 그러니, 이제 그만 현실을 좀 깨닫지 그래?”
그런 그녀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답변을 해주니, 세레나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그렇게 잘해주시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요? 대체 언제부터 그녀들에게 빠진거죠?”
“카니아는 3달쯤 전부터, 이리나는 최근에. 그리고, 빠진게 아니라 그냥 가지고 노는거야.”
“기가 막히네요.”
그렇게 대충 그녀와 정보를 공유한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다시 내 명령의 영향을 받아 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한 세레나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맛있겠다.’
그러자, 눈앞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어렸을때의 세레나 때문에 단걸 좋아하는 취향으로 조교가 되어버린 나는,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에 손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으나…
[위험]세레나가 다급히 펼친 부채의 마지막 부분에 적혀있던 글귀를 읽고는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쳇.’
감히 맛있는 케이크에 독을 집어넣은 빌어먹을 암살자들을 저주하며 창밖을 힐끔거리던 나는, 부채가 펄럭이는 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네번째 질문: 저나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품으면 안되는 어떠한 감정이 있는게 맞죠?]“제가 그리도 싫나요? 프레이?”
이윽고 눈앞에 들어온 질문에 대답하려는데, 세레나가 다급하게 부채를 다시한번 펼쳤다.
“똑바로 대답하세요. 제가 그리도 싫냐고요.”
그 모습을 본 나는, 살짝 두려움에 떠는 세레나에게 상당한 귀여움을 느끼며 답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지금 가지고 놀고있는 장난감들이 질리면 다시 주우러 올테니.”
그 말을 들은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 말을 마치고 잠시 한숨을 내쉬던 세레나는, 어김없이 명령의 영향으로 의심하는 눈빛을 띤채 부채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질문: 당신이 회생할 방법이 있나요?]“정말 절 버리지 않으실건가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하려던 나는, 순간 머리속을 스친 생각때문에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다.
계속되는 예언서의 오류, 빗나가는 기억, 알 수 없는 시스템, 그리고, 최근의 시련에서 나온 부자연스러운 ‘조기 종료’까지…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여겨왔거나 당연하다고 여겨온것들이 하나둘씩 빗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게 끝나면 태양신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는건 사실일까?
아니, 애초에 태양신은 믿을 만한 존재일까?
내 무의식에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남자가 갈랐던 태양, 페를로체와 함께 교단의 지하에 잡입했을 때 봤던 ‘갈라진 태양’이라는 문구, 페를로체가 말했던 ‘마신’.
그리고, 아까전에 세레나가 한 말에 따르면… 그녀는 태양신의 감시를 피해서 모종의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태양신은…
“프, 프레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세레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 저를 버리시지 않을 거죠…? 그쵸…?”
“어? 어어… 안 버려. 안 버릴거야.”
아무튼 예언서에 따르면 소생방법이 있는건 사실이었기에, 나는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히고 그녀에게 소생을 할 수 있다 암시를 주기 시작했지만…
“다, 당신… 설마… 정말로 방법이 없…”
“아, 아니라니까? 방법이 있다고.”
이미 요동치던 내 마음을 읽어버린 세레나는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해버린 것 같다.
“세레나, 진정해. 난 널 안버릴거고, 방법도 확실히 존재해.”
뒤늦게 세레나의 두 손을 부여잡고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더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좋아, 이따가 방법을 말해줄게. 그러니 일단은 진정하고…”
“오른쪽 창문으로 한명, 왼쪽 문으로 2명, 천장에서 2명, 바닥에서 1명,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1명.”
“뭐?”
그런 그녀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아무말이나 막 던지던 그때, 얼굴이 한껏 창백해졌던 세레나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비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온몸에서 달의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젠장.”
이윽고, 우리가 있는 방으로 쇄도하는 6명의 기척을 느낀 나는 별의 마나를 온몸에 보내며 근육을 긴장시키며 생각에 잠겼다.
‘좆같은 노인네들 같으니라고.’
아무래도, 조만간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회에 이런 깜짝 선물을 해준 보답을 좀 해줘야 할 것 같다.
.
한편 그 시각, 서대륙에 있는 한 약소국의 궁전.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한대로입니다, 공주님. 제 1, 2왕자님과 공주님들이 탄 배가 실종됐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냔 말이다!!”
내년에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입학할 생각으로 들떠있던 왕국의 공주는, 시종이 들고온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제 공주님이 저희 왕국의 유일한 왕위 계승권자이자 희망이라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공주는, 패닉에 빠진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메인 퀘스트인 ‘노예시장 해방’ 미션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