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6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69화(69/524)
Episode 69
“도련님, 아침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벌써 요리를 다 한거야?”
“네, 새로운 동료의 실력이 월등한지라 빠르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 안뜰에 앉아 루루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아침식사 준비의 완료를 알려왔다.
“알겠어, 그럼 내껀 방으로…”
“도련님 그거 아십니까?”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저택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카니아가 내 팔을 잡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도련님의 상태는 반 송장 상태입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사령술을 쓸 수도 있겠더군요.”
“농담도 잘하네.”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상태를 회복하시려면 아침 식사를 든든히 드셔야 해요. 그러니…”
계속해서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카니아를 보고 있으니 문득 웃음이 난다.
사람들은 잔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은 소리라고 하는데, 난 그게 잘 이해가 안된다. 잔소리는 결국 상대방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거니 참 행운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잔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물론, 잔소리를 들을 만한 짓을 하는건 칠칠치 못한 행동이지만 그래도 좋은건 좋은거다.
“도련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아, 그래. 다 들었어.”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 카니아의 잔소리를 놓쳐버렸다. 덕분에 잠시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전 말을 잠시 멈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날 빤히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기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저택의 안으로 향하며 말했다.
“미안, 잠시 생각할게 좀 있어서. 아무튼 식사는 싹싹 긁어 먹을테니 내 방으로 보내줘.”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지 않으시고요?”
“내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애들이 눈치가 보일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조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요리들을 날라야 하니 학생 한명을 올려보내겠습니다.”
“아 참, 카니아. 오늘 밤이 무슨 날인지 알지?”
“…오늘 밤이요?”
카니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길래,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일깨워주었다.
“오늘은 생명력 주입을 해야지. 한동안 못받았으니까, 오늘만큼은 꼭 해야 해.”
“꼭 오늘이어야 합니까? 지금 도련님은…”
“괜찮아, 나는 며칠 푹 쉬면 나아지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 말을 남긴 나는, 카니아가 뭐라 반박을 하기 전에 재빨리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흑, 흐윽…”
“…응?”
그렇게 계단을 다 올라온 뒤 내 방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결하고 신성한 스타라이트 가문의 저택에 귀신이 돌아다닐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건 옛날에 들었던 환청인 걸까?
“…또 왜 우는거야?”
아니었다. 내 방으로 다가갈수록 울음소리가 커지는걸 보니, 루루가 또다시 울음을 터트린 것 같다.
“청소를 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대체 왜…”
살짝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방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방 안에 펼쳐져 있는 상황을 보고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죄송해요.”
그녀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아귀에는 아까 그녀가 깨트린 꽃병의 조각들이 들려 있었다.
“어떻게든 다시 이어붙어보려 했는데… 잘 안되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하.”
이윽고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반쯤 원상복구 된 꽃병을 발견한 나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향했다.
“자, 잘못!”
– 쨍그랑!!
이윽고 그녀의 바로 옆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애써 붙여놓은 꽃병을 집어들고 벽에 거세게 집어 던져 버렸다.
“식사를 가져왔…”
그리고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리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얼어붙어버렸다.
“그걸 다시 붙인다고 일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 골빈년 같으니라고.”
물론 나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채 눈 앞에 있는 루루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급 장식품은 한번 훼손되면 그 가치가 심하게 훼손되어 버려. 아무리 복구 마법으로 완벽하게 복구시킨다 해도 마찬가지지.”
“아, 아아…”
“왜? 그냥 다시 붙이면 모든게 끝날줄 알았던거야? 하여간, 이래서 천한 것들은…”
“프레이님,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눈앞의 루루가 다시 죽은 눈이 될때까지 매도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리스가 눈을 질끈 감으며 내 말을 끊었다.
“…거기 놓고 꺼져.”
“프레이님,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아니, 하지마. 꺼져.”
이윽고 아리스는 눈에서 불길을 일으키며 뭔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싸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그녀는, 조용히 식사를 내려놓고 방 밖으로 나섰다.
“죽여주세요.”
“뭐?”
그리고 그 순간, 죽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루루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전 150골드를 갚을 능력이 없어요. 앞으로 살아갈 능력도 없고요. 그러니 그냥…”
“…몸으로 갚으면 되잖아?”
“네?”
이윽고 그녀가 모든걸 체념한 눈빛으로 말하기에, 나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몸으로 때우라고, 150골드.”
내가 말을 마친 순간, 루루의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겨움, 안도감, 불안감, 행복함, 공포심, 편안함.
서로 상반되는 감정들이 섞이고 섞여 만들어진 괴상한 표정을 짓던 루루는, 이내 나지막히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가… 제가 필요하신 건가요? 절 원하시는 건가요? 그런거라면 전…”
“애완동물이 하나 필요해서 말이야.”
“애완… 동물이요?”
하지만 이내 내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내 말을 되묻기 시작했다.
“응, 요즘 내가 애완동물을 하나 키우려고 했는데 말이야… 강아지나 고양이는 너무 흔하고, 그렇다고 맹수를 키우자니 위험하고, 하여간 전부 성에 차지 않았거든.”
그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거지, 사람을 키워보면 어떨까 하고. 어때? 네가 생각해도 꽤나 좋은 생각 아니야?”
“아… 그게…”
“아무튼, 애완동물이 될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됐네. 넌 이제부터 내 소유야.”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루루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히 애정결핍증인데 다른 사람을 밀어낸다고 했었지? 그럼…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 루루를 쳐다보며 조용히 결과를 예측하고 있는데,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개가 사람 말을하네?”
“멍멍.”
그렇게 강아지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드린 그녀를 보던 나는, 잠시 침음을 삼키며 생각에 잠겼다.
‘…왜 나는 안밀어내지?’
분명히 아까의 표정을 보면, 그녀는 날 역겨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난 밀어내지 않는걸까?
단순히 내 권력에 굴복했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 아까 페를로체가 한참 잔소리를 한 뒤에 덧붙여 말한 바에 의하면, 그녀는 귀족들의 접근도 격렬하게 저항했었다고 한다.
그냥 저항하는것도 아니고 아예 자해까지 해가며 격렬이 저항했기에, 귀족들도 학을 땠다고 하던데… 왜 나에겐 그런 행동을 보이질 않는 걸까?
“멍, 멍.”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루루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 다리에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행복감도, 절망감도 아닌 영혼이 텅 빈 표정이라 섬칫함을 느끼던 나는, 이내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읏.”
그러자 루루는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대체 뭘까?’
이윽고 루루의 표정에 스친 안도감과 역겨움을 읽어낸 나는, 그녀의 정신상태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느끼며 머리에서 손을 땠다.
“자, 먹어.”
“멍.”
“이제 사람말로 해. 강아지 소리는 질린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이윽고 그녀에게 내 아침밥을 내민 나는, 그녀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사람이 애완동물한테 사료를 주는 이유는 너도 잘 알잖아? 그냥 키우는 동물이니까, 밥을 주는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물론 사실이 아니다.
대체 밥을 먹긴 하는건지 삐쩍 마른데다 영양실조 까지 와 있는 그녀의 몸상태를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었기에, 나도 모르게 내 아침밥을 건내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내가 내민 아침밥을 물끄럼히 쳐다보던 루루가, 고개를 쳐박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옳지. 잘한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으니 이번에는 비참함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참, 그렇다고 방치를 할 수도 없고.’
나도 상당히 불쌍한 루루에게 이런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언서에 따르면, 루루에게 ‘애정’ 그리고 ‘관심’이 주어지지 않을 시 1학년 2학기에 그녀는 반드시 자살하게 된다.
물론 애정과 관심을 줘서 2학기를 넘겨도, 2학년 1학기를 넘긴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잘했어.”
나에게 감사인사를 해오는 그녀를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아무래도 또 각혈이 나오려나 보다. 3개월 동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깼을때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간헐적인 각혈 증상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으으…”
다급히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꺼내 기침을 한 나는, 빨갛게 물든 손수건이 서서히 하얗게 변하는 걸 보며 방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프레이 님… 그거 피에요?”
그런데, 그 모습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던 루루가 다급하게 질문을 던져왔다.
“꼴에 애완동물이라고, 날 걱정해 주는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주제넘는 참견하지 말고, 저 꽃병 잔해나 치워놔.”
그런 그녀의 질문을 일축한 나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목욕물 좀 덥혀두고. 넌 내 전속 메이드겸 애완동물이니까, 앞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네.”
루루의 소심한 목소리를 들은 나는, 한숨을 쉬며 방을 나선 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따가 카니아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최대한 빨리 그녀에게 걸려있는 저주인가 뭔가를 없애야 할 것 같다.
.
한편 그 시각.
“방금 그거… 피였지?”
프레이의 방에 홀로 남겨진 루루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내 저주가… 또다시…”
이윽고 죄책감에 서린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루루는, 이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표정을 바꾸었다.
‘아냐, 아니지… 프레이는 악인이잖아? 그렇게 되어도 싼 악인 그 자체라고.’
그렇게 머리카락을 쥐어뜯던걸 멈추고 애써 미소를 짓던 루루는, 이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빌어먹을 저주를 풀려면 어쩔 수 없어. 프레이는 악인이니까, 내 불행에 연관되어도 싸. 그러니, 아무 문제 없어.’
그렇게 한동안 방을 서성이다 문득 발에서 통증이 느껴지자 눈살을 찌푸리며 아래를 내려다 본 그녀는, 자신의 발에 박혀 있는 꽃병 조각을 발견하고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이 빌어먹을 불행의 연속도 곧 끝나겠지?”
.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밤이 찾아왔다.
“…낙인이요?”
“응, 낙인.”
약속한 대로 생명력을 주입하기 위해 카니아의 방에 찾아간 나는, 그녀에게 ‘낙인’에 대해 아는게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낙인’이 저주와 비슷한 개념이라면, 흑마법사인 카니아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다.
“글쎄요… 그런 저주는 없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카니아는 그런 내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걸 보면, 아무래도 ‘낙인’은 흑마법과 관련된건 아닌가 보다.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냐, 흑마법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큰 도움이지. 늘 날 도와줘서 고마워, 카니아.”
그렇게 말하자 잠시 멍하니 날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럼, 벗겠습니다.”
“어? 아… 알겠어.”
그런 그녀에게 얼떨결에 대답한 나는, 그녀가 옷을 벗기 시작하자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도련님,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혹시 부끄러우십니까?”
“아니, 허락도 없이 보는건 예의가 아닌지라.”
“…제국 최고의 난봉꾼이 그런말을 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이윽고 그녀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은 나는, 잠시 창밖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쯤 세레나는 기억을 되찾고 열심히 뭔가를 진행하고 있겠지?’
그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으나, 세계를 구할 목적을 가진 용사로서 그녀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이제부터 마왕군을 데굴데굴 굴려야 겠다.
“도련님. 그런데…”
“아, 벌써 준비가 다…”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다가 카니아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나는, 막 옷을 다 벗어던진 그녀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 뒤로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카니아는, 이내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서 눕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도련님.”
“응.”
잠시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새하얀 등을 보인채 누워있는 카니아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손을 때주세요. 도련님은 옛날과 달리 생명력이 세번이나 까였기에…”
“…알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
걱정이 섞인 카니아의 목소리에 답한 나는, 이내 심장이 있는 쪽의 등에 손을 대고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읏!”
그러자, 갑자기 카니아가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카니아?”
“아, 아파요…”
“아프다고?”
이윽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나는, 이내 내 손에 별의 마나가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저번의 동굴에서 별의 마나를 흡수하는 바람에 생명력 주입시 별의 마나를 통제하는게 살짝 힘들어 진 것 같네.”
원래 나는 생명력을 나누어 줄때 별의 마나까지 같이 넘겨준다. 물론 카니아에게 그것은 독이기에 의도적으로 제어를 해 왔지만, 아무래도 저번의 내 기연으로 별의 마나가 넘치게 되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럼, 어쩔수 없군요. 생명력 전달은…”
“아냐, 최대한 천천히… 걸러서 주면 될거야.”
물론 평생 별의 마나를 다뤄온 나는 바로 해결방법을 찾아낸 뒤 생명력 주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몸이 뜨거워요.”
“그래도, 아프진 않지?”
“…네.”
그러자 카니아는 뜨거움을 호소했지만,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진 않았기에 속히 생명력 주입을 속행하기로 했다.
“…으으.”
그렇게 한참을 생명력을 주입하고 있으니, 온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 하고 있는 마나 컨트롤이 상당히 섬세하고도 복잡한 작업인지라 사용되는 에너지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더, 덥습니다… 도련님.”
그렇기에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와이셔츠만 입은채로 주입을 이어가고 있는데, 카니아의 몸에서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 있는 별의 마나를 최대한 걸러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잔존해 있는 기운이 있기에 생긴 이상현상 같다.
“조금만 참아… 이제 곧 끝날..”
덕분에 꽤나 그렇고 그런 상황이 펼쳐졌지만, 적당량 주입까지 조금밖에 안 남았기에 주입을 속행하기로 결정한 나는 손에 더욱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조, 조금만 더… 조금만…”
“도련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아니, 손만이 아니라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지금 내 생명력이 얼마나 많이 깎였는지 새삼 실감한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녀의 등에서 손을 때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손이 너무나도 무겁다.
“아아… 아…”
그렇게 손을 그녀의 등에서 치우지도 못한채 계속해서 생명력 주입을 이어가던 나는, 결국 흐릿해지는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절대 무리를 하지 말아야겠다.
.
의식을 잃은 프레이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진다.
– 철퍽!
이윽고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던 카니아의 등에 프레이가 엎어지자, 똑같이 흥건하게 젖어있던 그의 와이셔츠와 카니아의 등이 만나 철퍽 소리를 내었다.
“꺅!?”
그 차갑고도 묘한 감촉 때문에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른 카니아는, 자신의 촉감이 프레이가 자신의 등에 착 달라붙어 있다는 것을 전해오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쾅쾅!
“카니아! 무슨 일이야!!”
“….핫!”
그렇게 잠시 어쩔줄을 몰라하던 카니아는, 그녀의 비명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이리나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사색이 된채 얼어붙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그래? 그렇구나. 난 또 습격이라도 당한 줄 알았지.”
이윽고 다급하게 이리나에게 외친 카니아는, 그녀가 다행이라는 듯한 목소리로 답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난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소리질러?”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리나의 말에 답한 카니아는, 그때까지 자신의 등에 엎어져있던 프레이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으…”
“그러게, 제가 이상현상이 일어나면 즉시 손을 떼라고 했잖… 으앗.”
그럼에도 프레이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에게서 벗어나려 몸을 돌리던 카니아는, 의식을 잃은 프레이가 자신의 품에 파고들자 얼떨결에 그를 안고 말았다.
“음냐…”
“자세요?”
이윽고 그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는걸 깨달은 카니아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으음…”
“…….”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놔주지 않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러시면 안되는데…”
프레이가 카니아에게서 떨어진 건, 그 뒤로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였다.
.
“으음…”
눈을 떠보니 익숙한 촉감이 느껴진다.
“고양이 인형도 오랜만이네.”
검은색 고양이 인형이 내 옷 안에 들어와 똬리를 트고 있었다.
“골골골…”
녀석의 턱을 조심스럽게 만져주며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던 나는, 문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런, 카니아가 꽤 곤란했겠는걸.”
카니아에게 생명력을 주는 시점에서 기억이 끊켜져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침대에 누워있으며 카니아는 간이침대에 누워있다.
옷까지 갈아입혀져 있는 걸 보니, 카니아가 수고를 해준것 같다.
“카니아한테 더 잘해줘야 하는데…”
항상 날 도와주는 그녀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느새 내 옷을 잡고 기어올라와 고개를 내민 고양이 인형이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야, 간지러!”
덕분에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 인형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무엇인가가 날아들었다.
“꾸우우!”
“야옹!!”
이윽고 내 바로 앞까지 날아온 무언가가 난데없이 고양이 인형의 머리를 쪼아대기 시작했고, 그제야 나는 그것이 세레나가 보낸 흰 올빼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야옹! 야옹!!”
“꾸우우우우!!”
세레나의 올빼미가 발톱으로 인형을 낚아챈 뒤 본격적으로 머리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양이 인형도 발톱을 세우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고, 그런 둘을 말리려던 나는 문득 내 앞에 편지가 떨어져 있자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건…?”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어 그 내용을 확인한 나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얘네들 좀 봐라?”
아무래도 우리집에 숨어든 쥐새끼의 정체를 알아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