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화(7/524)
Episode 7
“이번 시간은 실습이다. 전부 날 따라서 바깥으로 나오도록.”
쉬는시간이 끝나고 다시 수업이 시작되자, 이솔렛은 우리에게 그렇게만 말한 뒤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쳇, 바이워크 가만 아니었어도…”
“귀찮게… 차라리 아까처럼 수업이나 하지…”
그러자 평민 학생들은 묵묵히 나갈 채비를 하는 한편, 대다수의 귀족 학생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이솔렛을 까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뭐라 못하고, 뒤에서나 수군거리다니… 역겹네.’
누군 앞에서 대놓고 말하고 싶어도 못 말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저 녀석들은 저런 게 일상이다.
그렇다고 저 녀석들이 실력이라도 좋은가?
그건 절대 아니다.
아카데미 최상위 학급인 A반의 귀족학생 대부분은 빽으로 들어온 거다. 즉, 이솔렛이 검기를 한 번이라도 날린다면 대다수는 나가떨어질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평민 학생들은 자기 실력으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귀족들은 그들을 천하다고 무시하지만 동시에 시기하기도 한다.
“저기, 프레이 님. 혹시 생각이 바뀌신다면…”
아무튼 그런 귀족들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데, 성녀가 뽈뽈거리며 나에게 걸어오더니 다시한번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안 산다고, 이 망할 년아.”
물론 난 마왕을 물리치기 전까진 죽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날 담궈버리려는 성녀에게 싸늘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
그러자, 성녀는 충격받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후다닥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하긴, 그 착한 심성 때문에 욕이란 걸 들어먹은 경험이 거의 없으니 그럴만하다.
‘…그나저나, 계속 저럴 작정인가? 그건 좀 곤란한데.’
성녀는 비록 ‘태양신의 가호’라는 사기 버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계략 면에서 너무 떨어지므로 실제적인 위험도가 낮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그녀에게 죽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도 성녀가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때는 상당히 곤란해지게 된다.
왜냐하면 하루에 한번 나에게 죽을 만한 위협을 경고해주는 ‘위악자의 직감’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성녀가 매일매일 저렇게 접근해서 ‘위악자의 직감’을 강제로 발동시킨다면, 진짜 위기상황이 찾아올 때를 알지 못하게 된다.
즉, 성녀는 의도치도 않게 내 보유 스킬중 가장 유용한 스킬 하나를 무력화시키며 날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거다.
아무래도, 조만간 대책을 강구해봐야 할 것 같다.
“…으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음소리가 들려오기에 옆을 쳐다봤더니, 이리나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그 주위를 귀족 영애들 몇 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머, 왜 그러고 계신가요? 발이라도 접질리셨는지?”
“뭐야? 유망주라고 하더니, 별거 아니잖아?”
“하, 평민 주제에 A반은 어떻게 기어들어 온 건지 모르겠네… 돈이라도 꽂았어?”
그녀의 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걸 보면, 아마 귀족들과 시비가 붙었다가 마법에 당한 것 같다.
본 실력의 그녀였다면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는 귀족들을 정리했겠지만, ‘마나 탈진’ 상태인 그녀는 기초 마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에 저런 허접들에게도 대항하지 못할 것이다.
“………”
배를 부여잡고 끅끅대던 이리나는,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던 날 발견하고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내가 평범한 영웅극에 나오는 주인공이었다면 주위에 있는 귀족들을 멋지게 쫓아낸 후, 쓰러져 있는 이리나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을것이다.
그럼, 이리나는 같은 귀족이면서도 평민인 자신을 구해준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아마 예언서에 적혀있던 ‘하렘’ 멤버나 ‘어장’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슬픈 점은, 난 ‘평범한’ 영웅극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위악’을 저질러야 하니 말이다.
“…그래 가지고 학생회에 들어 올 수나 있겠어?”
“…….뭐?”
“분수를 알아야지, 천한 것아.”
내가 그녀를 모욕하자, 주변에 있던 영애들은 비웃음을 띠며 다음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수가지나 되는 마법들이 그녀에게 꽂히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 그만두세요!!”
“…아리안느!”
이리나의 친구인 아리안느가 양손에 보호막을 전개하며 끼어들었다.
“이리나! 괜찮아?”
“너, 너어…”
“저기, 애꿎은 사람 그만 괴롭히시고… 갈 길들 가시죠?”
“……….”
보호마법이 특기인 그녀의 강력한 방어막에 가로막힌 귀족영애들은, 몇 번 마법으로 방어막을 건드려보다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하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천한 것에게 어울리는 천한 친구로군.”
나는 그러한 장면을 지켜보다가 그들에게 한마디를 던지고 어느새 관심을 나에게 돌린 영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에 잠겼다.
‘…아리안느라. 이리나의 케어에 꽤 도움을 줄 만한 친구지.’
아리안느는, 이리나의 소꿉친구다.
여렸을때부터 보호마법에 대한 적성을 가지고 태어난 그녀는, 공격마법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리나와 환상의 콤비였다.
미래에 마왕군이 쳐들어 올때, 둘의 합동 전투로 무려 군단 하나가 전멸한 적이 있으니 말 다했다.
“아리안느… 고마워…”
“아냐, 뭘! 친구잖아? 그런데 이리나, 대체 뭘 하다가 마나 탈진이 온 거야? 혹시 누구한테 저주라도 걸었어?”
“……….”
한편, 이리나는 아리안느의 날카로운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리안느.”
“…응?”
“…널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해내고야 말 거야. 반드시.”
“…..?”
지금 이리나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는 아리안느는 마왕의 공격으로부터 이리나를 지키고 대신 죽었었다. 그러니, 이리나에게는 그것이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아마, 저 말은… 다시는 그녀를 눈앞에서 죽게 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다짐일 거다.
[위악 포인트 60pt획득! (의지 불어넣기)]난, 이리나가 나를 죽일 의지를 충만히 하자 좋다고 포인트를 준 시스템 창을 잠시 한숨을 내쉬며 쳐다보다가 이내 꺄르륵 거리는 영애들과 함께 반을 나섰다.
.
“오늘의 야외 실습은, 전투 훈련이다.”
이솔렛 교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운동장에 집합한 A반을 보며 입을 열었다.
“훈련의 내용은, 나와 대결하는 것이다.”
이윽고 엄청난 발언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운동장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조용!! 조용히!!!”
우레와 같은 고함을 내질러 아이들을 단번에 조용히 시킨 그녀는, 잔뜩 긴장한 아이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실력과 잠재력을 알아내기 위해서니, 전력을 다해 나에게 덤비도록.”
말을 마친 이솔렛은, 대련용 검을 뽑아들고는 아이들을 한 명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의 귀족 학살극이 시작됐다.
“전 살살 좀 부탁 드립…꽥!”
“…형편없군. 다음.”
“꺄악!!”
“지금 네가 쓴 건 파이어볼이 아니라 폭죽이다. 가족 생일잔치에나 쓰면 적합하겠어. 다음.”
“것 참, 뭘 그리 오버들을…윽…!”
“너보단 차라리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불량배들이 더 칼질을 잘할 거다. 다음.”
그렇게, 그녀는 빽으로 온 귀족들의 체면은 전혀 생각해주지 않고 전부 처참하게 박살 내버렸다.
“허억… 허억…”
“…뒷심이 부족하나 초반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 점을 유의하여 더욱 정진하도록. 다음.”
“…큭.”
“마법의 완성도는 높으나 영창속도가 느리군. 실전에서 영창의 속도는 생사와 직결되니 그 부분을 신경 쓰는 게 좋을 거다. 다음.”
“흐아압!!”
“…전반적으로 훌륭하군. 다음.”
하지만, 대부분의 평민들은 귀족과는 다르게 그녀에게 칭찬을 받거나 고칠 점을 지적받는 등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 교수, 재수 없네?”
“몰랐냐? 저 교수는 평민만 우대한다니까? 자기도 귀족인 주제에 말이야.”
“냅둬, 저러면 자기는 착한 사람인 줄 아나 보지.”
당연히 그런 그녀의 평판이 귀족들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병신들, 지들 역량이 떨어지는 거면서.’
물론, 이솔렛 교수는 철저히 실력만을 보고 평가를 하는 중이다. 실제로 실력이 좋은 귀족 학생 몇 명은 칭찬을 받기도 했다.
멍청한 귀족 녀석들이 그걸 알 리가 없지만 말이다.
“…도련님.”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카니아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요즘 몸이 편찮으십니까?”
“…그게 뭔 소리야?”
뭔 소리를 하나 했는데 영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졌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더니, 카니아가 조용히 내 눈빛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닙니다. 그냥, 왠지 모르게 그렇게 보여서 말이죠.”
“…난 멀쩡하니까, 신경 꺼.”
“…네.”
이야기를 마치고 카니아는 고개를 돌려 대련을 지켜보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뭔가를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왜 저러는 거지?’
그런 그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교수가 카니아를 지적하자 나는 의문을 잠시 접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흑마법이 튀어나오면 안 될 텐데.’
그녀의 마나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 자칫하다간 흑마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것에 대비하여 내가 아침에 생명력을 잔뜩 불어넣어 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불안하다.
– 툭.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옷에 부착해두었던 여러 개의 브로치 중 하나를 살짝 건드리고는 카니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건드린 브로치는 긴급 상황에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에게 생명력을 전달할 수 있는 아티펙트로, 신체 접촉으로 생명력을 전달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생명력 소모가 심하기에 평소에는 절대 쓰지 않는 도구다.
허나, 내가 신체접촉을 못 하는 상황에서 카니아가 흑마력을 들킬 위기가 찾아올때는, 가끔 쓰고는 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몰라도, 이솔렛 교수 정도면 아주 조금의 흑마력에도 바로 반응할 테니… 어쩔 수 없지.’
“…흐읍!”
“…호오.”
내가 생명력을 나누어주기 시작하자 카니아는 평소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마법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공방전의 지속시간은 이내 신기록을 돌파했다.
그렇게, 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던 그때 카니아가 마법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음? 왜지? 너에겐 더 싸울 여력이 있을 텐데?”
“선천적으로 마나가 불안정하기에, 이 이상 싸우면 마나가 폭주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쩐지, 공격을 할 때 필요 이상으로 신중했던 이유가 그거였군.”
이솔렛 교수는 검을 거두며 평을 내렸다.
“…마나 불안정 현상만 고친다면, 넌 뛰어난 마법사가 될 거다. 앞으로는 내가 널 돕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카니아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내 옆으로 돌아오자, 이솔렛은 이번엔 이리나를 불렀다.
“…읏, 으읏.”
“……?”
이솔렛을 마주보고 선 이리나는 이를 악물고 바들 거리더니, 고작 마력 화살 한 개를 소환해냈다.
“…뭐하자는 거지?”
“죄, 죄송… 합니다… 다시…”
그 뒤로 이리나는 눈이 충혈될 정도로 집중을 했으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겨우 2개의 마력 화살을 더 만들어내는 것에 그쳤다.
“…으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력을 쏟아붓던 이리나는, 결국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뭐라 할 말이 없군. 누가 저 아이를 보건실에 데려다 주거라. 다음.”
이솔렛이 싸늘하게 말하자 아리안느가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이리나에게 달려가더니, 그녀를 업고 보건실이 아닌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리나가 자신이 마나 탈진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게 되면 그 원인을 조사받을 테고, 그렇게 되면 주문 역추적으로 인해 죽음의 저주를, 그것도 나에게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질 테니 그녀는 그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스템의 아이템 상점이 열리면, 그녀를 도울 도구가 있을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저, 저기… 전 기권하겠습니다아…”
“…..하?”
다음 타자로 나온 성녀 페를로체는, 이솔렛의 앞에 서자마자 기권을 선언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아, 아아 아니… 이 힘은 교수님께 쓰려고 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지금 페를로체는 교단의 허락을 받고 성스러운 날에 한 번만 기도로 얻어야 하는 태양신의 가호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라, 이솔렛과 대련을 한다면 금방 그 사실을 들키게 될 것이다.
물론 적당적당히 이솔렛과 대련을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괜히 전대 성녀가 마왕의 옆구리를 뜯었다는 전설이 있는 게 아니다.
태양신의 가호는 비록 다수를 상대로는 맥을 못추게 된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1:1 상황에선 맞설 방법이 별로 없을 정도로 무서운 가호다. 즉, 아무리 이솔렛이라 해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다음이 마지막이겠군.”
싸늘하게 페를로체를 노려보다가 꺼지라는 손짓을 한 이솔렛은 마지막으로 남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보창.”
[이름: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능력: 힘 8.5 / 마력 5 / 지능 7 / 정신력 7] [특이사항: 오른쪽 팔 부상]낮게 중얼거려 정보창을 띄운 나는 이솔렛의 정보를 잠시 살펴보다가, 이내 대련용 칼을 뽑아들고는 입을 열었다.
“…평민들이랑 하는 우정 놀이는 재밌어? 누나?”
“……….”
“왜 말이 없어? 사람이 질문을 하면…”
“…타락했군, 프레이.”
그렇다. 나는 사실 그녀와 아는 사이다.
스타라이트 가문과 바이워크 가문은 1000년전의 용사 일행에서부터 내려져 온 유대로 깊게 얽혀 있다. 그 덕분에, 나와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친한 누나와 동생 사이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검술 훈련도 같이 하고, 소꿉놀이도 하며 놀았었던 그녀는 이제 내 편이 아니다.
지금의 난, 모두의 공적이니 말이다.
“…타락? 웃기는 소리를 하네. 누나가 멍청한 거겠지.”
“……..”
“황실 부 기사단장 직을 걷어차고 기껏 아카데미에 와서 하는 게 어렸을 때 부터 나랑 하던 소꿉놀이라니, 참 웃기지도…”
“…덤벼라.”
“원한다면.”
그녀가 내 말을 끊고 싸늘하게 말한 순간, 나는 칼을 그녀에게 겨눈 채 돌진하기 시작했다.
– 챙!!!
그리고, 섬광이 일었다.
“…..!”
“왜? 당황했어?”
내 일격을 겨우 막아낸 그녀는 한참을 뒤로 밀려난 채 오른팔을 떨기 시작했고, 나는 그 틈을 놓칠세라 맹렬한 검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뭐야? 프레이 공자님이 저렇게 검술을 잘했나?”
“뭐, 스타라이트 가문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
“…근데, 소문으로는 프레이 님은 검술에 일가견이 없다던데?”
예상치도 못한 내 선전에 학생들이 놀라서 수군거리기 시작한 한편,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페를로체는 내 가슴팍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브로치를 싸늘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 챙강!!
그렇게 맹렬하게 이어지던 공방전은, 내가 그녀의 검을 쳐내 바닥에 꽂히게 하며 끝이 났고 아이들 전원이 그 결과에 경악하던 순간…
“…사술입니다!”
페를로체가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며 내 브로치를 가리키고는 소리쳤다.
“…저 브로치에, 사이한 기운이 깃돌고 있습니다!”
그 말을 하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페를로체는, 내 브로치에 성력을 불어넣었고 그 순간 브로치에서 사악한 오오라가 새어나오더니 이내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끼에에에에에에엑!!!
그렇게 한참 동안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지르던 브로치는 결국 계속된 성력의 주입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 버렸고,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솔렛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다하다 사술에 빠지다니, 넌 스타라이트 가문의 수치야.”
“그러는 누나도 바이워크 가문의 수치잖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규칙 위반 아티펙트 사용으로 벌점 20점.”
“…왜? 할 말이 없으니까 교권으로 찍어 누르려고?”
“…그리고 개인 면담이다. 지금 당장 날 따라오도록.”
나는 그 말을 남기고 본관으로 향하기 시작한 이솔렛의 뒤를 따라가다 내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위악 포인트 100pt 획득! (합당한 투자)]“…저거 비싼 거였는데.”
저 브로치를 주문제작 하느라 자산의 1/3을 썼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뭐, 원하던 결과는 나왔으니 상관없지만…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었는데 정말이지 아까워 죽겠다.
‘…아버지한테 돈 좀 달라고 편지나 써야겠다.’
위악질을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에 한탄하며, 나는 조용히 이솔렛의 뒤를 따라갔다.
.
그렇게 프레이가 투덜거리며 이솔렛의 뒤를 따라가는 한편,
“사술이라…”
‘사술’이라는 단어를 들은 카니아는, 숙소의 침대에 있던 피범벅이 된 손자국을 떠올리고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대체 방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한번 알아봐야겠어.”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손아귀 안에서는, 검은 기운이 뭉쳐져 무엇인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