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0화(70/524)
Episode 70
XX년 OO월 04일
반가워요! 페를로체입니다.
오늘은 제가 스타라이트 가문의 저택에 온지 이틀째이자,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첫번째 날입니다!
참고로 이 일기장은 클라나 씨가 준 선물인데, 문법 교정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부담없이 내용을 써 내려갈 수 있어요.
아무튼 제가 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프레이의 만행이 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프레이의 악행을 절대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후손에 그의 만행을 길이길이 남기기 위해서! 이 일기를 쓰게 됐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프레이 씨가 루루씨에게 몹쓸짓을 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프레이 씨의 방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었거든요!
“핥아. 네 혀로 핥아서 깨끗이 청소해.”
“…네에.”
저는 분노하여 방문을 열고 프레이에게 따지려 했지만, 주변에 있던 평민 학생분들이 절 말렸습니다.
그래서 분한 표정을 지으며 바들바들 떨던 저는, 잠시 후 방에서 프레이가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나오자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기, 괜찮…”
“제, 제게 다가오지 마세요!!”
“루루씨…”
“오지마!! 오지 말라고!! 아무리 성녀님이라도 불행해질거라고요!!”
하지만 이번에도 루루씨는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하며 저를 밀쳐내셨습니다. 덕분에 약간 슬프지만…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반드시 프레이의 마수에서 루루씨를 구해내고, 그분과 친구가 될거라고요!
아 참, 그리고 오늘 밤에는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새벽쯔음에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서 재빨리 복도로 나왔는데, 누군가가 떡하니 복도에 서있지 뭔가요!
순간 귀신인줄 알고 깜짝 놀라 정화의 주문을 외우려던 저는, 곧 그것이 이리나 씨 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리나 씨? 거기서 뭘 하시는 건가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저는 이리나 씨에게 다가가며 대체 이 새벽에 복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려 했습니다.
“미, 미친… 지금 쟤네들… 설마…”
그런데 이리나씨는 제 말을 못들은건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리나 씨! 무슨 일인가요!”
이윽고 이리나씨가 들여다보고 있는게 카니아 씨가 묵고 있는 방의 방문임을 알아낸 저는, 다급하게 이리나씨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거라면, 같은 편인 카니아 씨를 도와드려야 하니까요!
“흐븝!”
그런데 이리나씨는 제 물음을 듣자마자 입을 틀어 막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절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인가요? 그럼 제가 어서 도와야…”
“아, 아냐! 아무일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그런 이리나씨와 분명히 무슨 일을 당한게 확실해보이는 카니아씨가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기에 주먹을 꽉 쥐고 방문으로 향하려는데, 이리나씨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절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방금 저기서…”
“…넌 아직 몰라도 되는거야. 어서 돌아가.”
왠지 모르게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기에 긴가민가 했지만, 잠시 방문을 곁눈질 하시던 이리나 씨가 필사적으로 절 막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그건 뭐였던 걸까요?
XX년 OO월 05일
쪽팔린걸 모르는 사람만큼 한심한 사람이 없죠.
루루 씨를 학대하고, 여자 학생들을 희롱하고, 식사를 갖다준 아리스 씨를 덮치기까지 한 프레이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랍니다.
“아리스 씨! 괜찮으신가요!”
“…네.”
어제 아침 만신창이가 된 채로 프레이의 방에서 빠져나온 아리스 씨는, 제 물음에 영혼이 빠자 목소리로 답하고는 1층으로 향하셨습니다.
온 몸이 음식 범벅이 되어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으며 뺨에는 손자국이 나있는걸 보면 프레이 에게 험한 꼴을 당한게 틀림없었어요.
“프레이! 이번엔 또 무슨짓을 한건가요!”
“응?”
그래서 결국 저는 평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프레이의 방 안으로 쳐들어 가서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아리스 씨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런 꼴이 된거냐고요!”
“평민 주제에 자꾸 날 가르치려 들잖아.”
이윽고 프레이가 한 말은, 정말로 역겨웠어요.
“그래서 침대에 눕혀서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려고 했는데, 반항을 하는거 있지. 그래서 옆에 있던 음식을 부어 버리니 얌전해지더라고.”
“다, 당신… 그러고도 당신이…”
너무나도 뻔뻔하게 답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사악해보여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데, 프레이가 제 앞으로 다가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사람이냐고? 사람이지. 근데 방금 내 방에서 나간 저건 사람이 아니야.”
“네?”
“방금 가지고 논 아리스나, 지금 몰래몰래 문 틈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평민들이나, 그저 내가 원할때 즐기거나 부술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하거든.”
그 말을 마친 프레이가 손뼉을 치자, 방의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루루씨가 프레에게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 애완동물이랑 놀아줘야 하니, 이만 나가 줄래?”
네, 여기까지가 프레이가 오늘 저지른 만행중에 가장 추악한 행동이었습니다.
이 뒤로도 여러가지 추악한 행동들을 했지만, 그건 이젠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굳이 적지는 않을게요.
XX년 OO월 06일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개같은 프레이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XX년 OO월 07일
마가 꼈던 걸까요? 교단에서 철저히 금지했던 욕설을 일기장에 적어버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표현이라도 하지 않으면 화를 풀 방도가 없었어요.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이지만, 그렇다고 도망칠수는 없으니… 잠시만 역겨움을 참으며 적어보도록 할게요.
시작은 어제 저녁, 왠일인지 방에서 두문분출하던 프레이가 식당에 나타나면서 시작됐어요.
“자자, 오늘은 파티야! 내가 천한 너희들에게 친히 음식을 하사할테니 감사히 먹으라고.”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손뼉을 치자, 다채로운 파티 음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저는 사악하고 추잡한 프레이에게 분명히 무슨 속셈이 있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었죠.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는 눈앞에 차려진 맛있는 파티음식을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었답니다!
분명히 나쁜 프레이가 사술을 부려서 제 식욕을 올린게 분명해요!
하지만 다른 평민분들도 슬슬 눈치를 보면서 음식을 먹고 있으셨고, 별일이 일어나지 않기에 그냥 계속 먹기로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렇게 한창 배불리 식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감겨오지 뭔가요?
식곤증이 온줄 알고 세수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다른 학생분들이 전부 머리를 식탁에 쳐 박고 있었어요.
‘…하, 함정이야!’
이윽고 상석에 앉아있던 프레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일어나자, 저는 그제야 그것이 함정임을 알 수 있었답니다.
눈앞에 흔들리는 것이 자신을 낚으려는 미끼임을 암에도,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버린 물고기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으, 으으…”
하지만 아직까진 정신이 남아있었기에 다급히 정화 주문을 쓰려던 저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식탁에 엎어지고 말았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순간에 왠지 모르게 뒤에서 흑마력이 느껴진 것 같았었는데… 기분탓이겠죠?
“으으…”
그렇게 한참동안 정신을 잃고 있다가 살짝 눈을 떠보니, 프레이가 제 앞에 있던 아리스 씨를 더듬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여학생 분들도 전부 의자에서 일으켜 세워져 있던걸 보면… 프레이는…
죄송해요. 갑자기 손이 떨려서요. 잠시만 이따가 적을게요.
네,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다 왔어요.
아무튼, 그렇게 아리스 씨의 몸을 더듬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저는… 갑자기 다시 몰려온 졸음때문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에요. 평소 같았으면 정신 저항으로 버텼을텐데, 그때는 왜 그랬던 걸까요.
제가 정신을 차릴때마다 뒤에서 누군가가 제 뒤통수를 후려치기라도 한걸까요?
아무튼 그 이후로 제가 다시 눈을 뜬곳은, 여자 학생들의 숙소였어요.
“페를로체님이 깨어났어!”
“휴… 다행이다.”
절 둘러싸고 있는 여학생분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그분들이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로 제게 질문을 던져오기 시작했어요.
“프레이 님이 그러시길, 저희가 전부 술에 취했다고 하시던데…”
“그게 정말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해요.”
“페를로체님은 정신력이 강하니, 혹시 뭔가 알고 계시지 않나요?”
“아, 그게…”
처음에 저는 진실을 숨기려 했어요. 여학생분들이 충격을 먹을거라 생각했거든요.
“부디 저희에게… 진실을 말씀해주세요. 성녀님.”
하지만 아까 프레이에게 더듬어진 아리스가 굳은 표정으로 물어오자, 저는 도저히 진실을 숨길 수가 없었답니다.
“…그럼, 알려드릴게요.”
덕분에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제 주변은 싸늘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요.
부디 저 한이 서린 싸늘한 기운이, 프레이에게 도달했으면 좋겠네요.
XX년 OO월 08일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옵니까.
.
방학이 시작된지 6일째 되는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이리나, ‘각인’에 대한 조사는 끝났어?”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내 앞에 이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질문을 던졌다.
“아… 그게, 응. 끝났어.”
그러자, 잠시 말을 더듬던 이리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하고는 여러가지 자료들을 내게 내밀었다.
“이건…?”
“고대마법의 일종이야. 옛 문헌에 나와있더라고.”
“젠장, 이런 것들은 거의가 다 고대마법들이더라. 고대인들은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녔던거야.”
그녀가 건내준 자료를 흝어보던 나는, 고대마법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낙인’은, 저주같은거라고 보면 돼. 단… 일반적인 저주나 흑마법과는 그 목적이 달라.”
“목적이 다르다니?”
“저주나 흑마법은 상대방을 시기하고 파멸시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거잖아? 그런데 낙인은… 그것과는 달라.”
그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이리나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낙인은, 그 사람을 심판하고 회개시키기 위해 찍혀있는거야.”
“심판하고 회개를?”
“그래, 그 마법은 인간이 내리는 천벌이나 다름없어.”
생각보다 일이 심각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표정을 굳히니, 이리나가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튼 ‘낙인’은 ‘저주’와는 그 구성도,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해주 방법도 아주 달라.”
“어떻게 다른데?”
“대부분의 저주는 해주법이 복잡하거나 존재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 그 이유는 저주에 걸린 사람을 최대한 고통받고 싶게 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낙인은…
잠시 말꼬리를 흐리던 이리나는 내가 들고 있던 자료를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해주법이 명확하고 쉬워. 그리고 그 해주법을 따르며 회개를 해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지.”
“그럼 다행이네. 여타 저주들보다 해주가 쉬울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내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이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 지금부터가 핵심이야. 그녀에게 걸려있던 낙인이 ‘불행의 낙인’이라고 했지?”
“응, 그런데?”
“내 생각이 맞다면… 그녀가 사람들을 밀어내는 이유는 그녀에게 찍혀있는 낙인이 ‘불행’의 낙인이기 때문일거야.”
그렇게 말한 이리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 그녀가 가장 필요로 하는게 뭐야?”
“음… 관심과 애정일껄? 그녀는 심각한 애정결핍증이니까.”
“역시, 그럴줄 알았어.”
이윽고 내 답변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불행을 가져오는 낙인이 찍힌 상태고, 그 낙인의 해주 방법은 타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는 걸꺼야.”
“아하… 그래서 특성이…”
“하지만, 문제는 낙인의 효과와 해주 방법이 충돌한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두 주먹을 맞부딪힌 이리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루루를 사랑해주던 사람은 그녀의 불행에 휩쓸려 변을 당했을거야. 카니아가 그녀의 부모님과 주변인물,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뒷조사를 해본 결과 전부 끝이 좋지 않았다고 알려줬거든.”
“그럼…”
“그래, 그녀는 자신때문에 상대방이 불행에 휩쓸리는걸 원치 않았기에 항상 타인을 밀어냈던거야.”
그제야 나는 그녀가 그 어떤 루트를 타도 자살을 하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사랑을 준 사람들의 끝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루루는, 아무리 밀어내도 끝까지 ‘공략’을 시도하며 자신을 사랑해 주는 ‘플레이어’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했던 것이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진실을 알게 된 충격과 슬픔으로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나는, 문득 머리에 떠오른 두가지 의문점을 이리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왜 그녀는 날 밀어내지 않은거야?”
“너라면 죽어도 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겠지.”
“…아.”
그 말을 들은 나는, 내가 현재 시점에는 모두의 공적임과 동시에 죽어도 싼 망나니 취급을 받고 있다는걸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 계속되는 불행으로 한계까지 몰렸을 그녀는, 네가 보내는 관심과 뒤틀린 애정을 양분으로 삼아 낙인을 해주할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나는 불행에 휩쓸려도 문제없는 악인이니까?”
“그래, 아니… 그래가 아니지. 넌 악인이 아니잖아.”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럼 그건 됐고… 다음 질문이야. 왜 낙인의 효과와 해주법이 충돌하는거야?”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서류를 뒤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분명히 낙인은 심판과 회개를 위한 마법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녀에게 걸린 ‘불행의 낙인’은, 어찌보면 저주보다도 더 악랄한데?”
“…누군가가 낙인을 악용한거야.”
“낙인을 악용을 해?”
이리나의 답변을 들은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질문을 던졌다.
“내가 ‘낙인’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찾아왔는지 알아?”
“음… 넌 불세출의 천재 마법사니까?”
딱히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적당히 아부를 떠니,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무, 물론 그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어.”
“그게 뭔데?”
“네가 말한 ‘낙인’의 증상을, 내가 전회차에서 몇번 확인한 적이 있거든.”
“뭐!?”
그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이리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처음 들었을때는 긴가민가 했는데… 조사를 해나가다 보니 내가 전회차에 확인한 증상이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빠르고 자세하게 찾아낼 수 있었던거야.”
“혹시, 어디에서 봤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어?”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으니,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나지막히 답변했다.
“마왕성에 쳐들어갔을때, 그들이 부리던 노예와 감옥에 갇혀있던 죄인들에게서 발견했었지.”
그 말이 끝나자, 잠시 나와 이리나의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아무튼, 해주를 하려면 루루에게 계속 애정과 관심을 주면 된다는거지?”
이윽고 침묵을 깬 내가 침착하게 묻자, 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안 그래도 불행한데… 더 불행해지겠네.”
루루를 살릴 수 있을 유일한 루트를 우연히 타게 된 내가 한숨을 내쉬며 한탄을 하자, 이리나는 그런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날 위로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고대 문헌에 따르면 ‘불행의 낙인’은 낙인에 걸린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에게는 효력을 끼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너는… 어…”
“…효력이 없겠네?”
그 말을 들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하… 이걸 기뻐해야 되냐… 슬퍼해야 되냐…”
“프레이…”
“됐다, 기뻐해야지. 부담없이 루루를 살릴 수 있게 됐는데.”
애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외출을 할 채비를 하며 이리나에게 전달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오늘 카니아는 카디아와 아리아가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올거야. 안전 점검도 하고, 카디아에게 치료도 받을 겸 말이지. 그리고 나도 잠시 집을 비울꺼야.”
“어디 가는데?”
“최근에 재밌는 친구들을 사귀어서 말이야. 잠시 이야기좀 나누다 오려고.”
그렇게 말하고 밖을 나서려는데, 이리나가 내 팔을 잡았다.
“프레이, 부탁이 하나 있어.”
“응?”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리나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다.
“두번째 시련이 뭔지 제발 말해줘.”
“또 그 이야기야? 두번째 시련은 정말 별거 아니라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탁이야… 프레이…”
“으음…”
평소처럼 그 질문을 웃어넘기려던 나는, 이리나가 울먹거리며 질문을 던져오기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려줄게.”
그러자 이리나는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주며 두번째 시련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난 갔다올게. 나 없을동안 집 잘 지켜줘, 이리나.”
이윽고 설명을 마친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방을 나섰다.
‘…이리나가 왜 저러지?’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표정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
“그럼, 오늘의 회의를 마치지.”
“”수고하셨습니다, 프레이 님.””
저택을 나와 밤 늦게까지 마왕군의 회의를 주관하던 나는, 회의를 종료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 수련하는 것좀 도와주세요.”
“어! 나도! 나도 수련할래!”
“…나중에.”
며칠전부터 항상 나에게 대련을 하자고 보채는 귀여운 눈매의 여자와 토끼귀를 가진 여자를 지나친 나는, 입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드미르칸에게 공간이동 마법을 부탁했다.
“저분들과 수련은 안하십니까?”
“전투간부들인데, 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은 드미르칸은, 살짝 허리를 숙이며 나에게 속삭였다.
“달을 떨어트리길 원하시는군요?”
“…가장 빛나는 달은 빼고 말이지.”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마왕군의 희망이시여.”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눈앞에는 스타라이트 공작저가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날 마왕으로 착각하는건가?”
긴가민가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는, 문득 저택 앞이 시끌벅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슨일인가 하여 조심스럽게 저택에 접근해 보니, 몇몇 학생들이 저택의 마당에서 비틀거리며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오, 안돼.”
이윽고 저택안에서 달의 마나로 이루어진 독가스가 새어나오는걸 알아차린 나는, 사색이 되어 대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원로회가 결국 사단을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