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1화(71/524)
Episode 71
“이솔렛 교수님, 대체 이게 무슨 속셈이신가요?”
프레이의 저택에 사단이 났을 무렵, 클라나는 어두운 방에서 조용히 이솔렛을 노려보며 질문을 던졌다.
“…전 시험을 참관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그런 클라나에게, 이솔렛은 담담한 표정으로 답하고는 다시 부동자세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왜 저희 팀만 감시를 하시는 걸까요?”
“시험중에 어느 팀을 중점으로 관찰할지는 전적으로 교수의 재량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재량을 부린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학생으로서의 질문입니까? 아니면 제 3황녀의 신분으로써 내리는 명령입니까?”
계속해서 빡빡하게 굴던 이솔렛에게 상당히 지쳐있던 클라나는,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둘 다라고 해두죠.”
그러자 그런 클라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이솔렛은,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황녀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의심이라뇨?”
“이번 특별 시험에 당신의 ‘어떠한 의도’가 들어갔다는 의심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일절 대꾸를 하지 않고 책상에 있던 홍차를 들어올리자 그 모습을 보던 이솔렛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이번 기말 시험에 부정부패가 많았다고는 하나, 황실의 이번 결정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황녀님도 그 점은 잘 알고 계시겠죠?”
“…네.”
“그런 이례적이고도 특이한 명령의 발의자가 궁금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꽤 재밌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렇게 말하며 이솔렛이 가리킨건, 창밖의 하늘에 떠있던 달이었다.
“배후에 문라이트 가문이 있다는 건가요?”
“황녀님, 달이 왜 빛나는지 아십니까?”
클라나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이솔렛은 피식 웃으며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달은, 태양이 보내주는 빛을 반사하기에 빛나죠.”
그 질문에 클라나가 대답을 하지 않자 스스로 답을 내린 이솔렛은, 클라나의 맞은편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문라이트 가문이 황가로부터 빛을 받지 않은지는 꽤 됐습니다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하시고 싶으신 말이 뭐죠?”
그런 이솔렛의 말을 끊은 클라나가 조용히 그녀를 노려보며 묻자,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이솔렛은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에게 무슨 짓을 하시려는 겁니까.”
“하.”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황실의 결정을 뒷조사 한 것도, 독단적으로 지휘관을 바꿔버린 것도, 시험 참관을 빙자하며 절 감시하고 계시던 것도, 전부 그것 때문이었나요?”
“…’그것’이라뇨?”
이솔렛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리자, 클라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끔찍하고, 사악하고, 잔인하고, 추악한… 제국의 암덩어리와도 같은 프레이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일을 벌이신 거냐고요.”
“글쎄요…”
그런 클라나에게 이솔렛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일단 그도 제 학생인지라.”
“어이가 없네요.”
그런 이솔렛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클라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가 밉지도 않나요?”
“죽여버리고 싶습니다만.”
“그런데 왜!”
하지만 다시한번 이솔렛이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클라나는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며 소리를 쳤다.
“왜 방해를 하시는 거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네?”
하지만 이어진 이솔렛의 답변을 들은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그런 클라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이솔렛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제가 황실기사단 대신 선라이즈 아카데미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황실의 부패에 질리셔서 아니신가요.”
그 나지막한 목소리를 용케도 들은 클라나가 답하자, 이솔렛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첫번째 제자였던 은색머리 꼬맹이를 가르쳤을때가,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하고 즐거웠던 경험이었거든요.”
“……..”
“그래서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가르침의 즐거움을 가르쳐줬던 녀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다시 갱생 시킬수 있을지. 애초에 제가 그럴 자격은 있을지.”
그렇게 말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던 이솔렛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서있던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저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당신의 방법은 틀렸다는 겁니다.”
그 말을 마친 이솔렛은 팔짱을 끼고 다시 그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후우…”
그런 이솔렛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던 클라나는, 갑자기 창문으로 올빼미가 날아들자 기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꾸우우!”
“지, 지금 오면 어떡해요! 제가 분명히…”
“꾸우!! 꾸우우!!”
“아야, 아야야!”
이윽고 당황해서 올빼미를 다시 보내려던 클라나는 올빼미가 자신의 이마를 콕콕 쪼으며 편지를 내밀자 어쩔수 없이 편지를 받아들고 이솔렛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편지를 뜯은 클라나는,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다급히 방의 출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 가십니까?”
“비켜요! 시간이 없어요!!”
이윽고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이솔렛을 옆으로 밀친 클라나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완벽한줄로만 알았던 그녀의 계획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
– 슈아아아…
“콜록! 콜록!!”
대문을 열자, 유독한 달의 마나의 기운이 밀려나왔다. 덕분에 안으로 돌입하려던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콜록이기 시작했다.
“젠장…”
이정도 유독성이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왠만한 사람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릴 것이다. 이미 마당에 나와있는 녀석들도 기절해버린걸 보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흐읍…!”
크게 심호흡을 하여 별의 마나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최대한 별의 마나를 두르고 또 둘러서 최대한 오랜 시간을 안에서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들 뿐이다.
“푸하… 하아…”
그렇게 한참동안 별의 마나를 몸에 두르던 나는, 더는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발을 한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 파지직, 파직!
그러자 저택을 가득 매우고 있던 달의 마나가 내 몸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읍!”
하지만 내가 몸에 쌓아두었던 별의 마나를 사방으로 발산하자, 나에게 파고들려던 달의 마나들이 천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런, 여기저기 쓰러져있네.”
그러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평민들이 사방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파지이이잉!
“크헉!!”
물론, 저택을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찾고 있던 암살자들도 말이다.
‘…다행이야, 학생들은 안 건드렸네.’
품에서 검을 꺼내서 날 발견한 암살자들을 일도양단해버린 나는, 그들이 조사하고 있던 평민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안전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타겟이 보이질 않습니다! 어쩌죠?”
“분명히 있다. 오늘 우린 제국에서 가장 어두운 별을 따게 될 것이다.”
이윽고 별의 마나를 귀에 집중하여 윗층에서 들리는 대화를 엿들은 나는,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젠장, 계획이 세어나갔군.”
지난 6일간 나는 내 집에 숨어든 스파이의 정체를 찾아냈었다.
스파이의 정체는, 사사건건 나에게 삐딱하게 굴던 평민대표 아리스였다.
그리고 세레나가 입수해 나에게 준 편지에 따르면 아리스 외에도 몇명의 학생들이 스파이로 섞여있었기에, 나는 묘책을 하나 냈었다.
그건 바로 저녁식사에 강력한 수면제를 타서 모두를 잠에 빠지게 한 뒤, 학생들과 그들의 방을 불시에 검문하는 것이였다.
물론 정신력이 높은 페를로체는 수면제로는 부족했기에, 카니아가 뒤에서 계속해서 흑마법으로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물론 페를로체가 가진 힘이 흑마력과 극상성인 성력이었기에 살짝 힘에 부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음날 페를로체가 아무 반응이 없던 걸 보면 역시나 카니아는 일처리를 아주 잘 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숨어들어있던 스파이겸 암살자들을 전부 찾아낸 나는, 카니아와 이리나와 함께 그들을 무력화 시킬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스파이를 전부 찾아낸 다음날 이렇게 기습공격이 가해진 것이다. 정말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저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가보도록 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계단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탓!
이윽고 암살자 한명이 1층으로 착지한 후,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천천히 저택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커흡? 윽…”
그런 녀석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다 재빨리 목을 꺾어버린 나는, 축 늘어진 녀석의 암살복을 벗기기 시작했다.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1층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 낭비만 했군.”
이윽고 녀석의 옷을 훔쳐 입고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간 내가 별의 마나로 녀석의 목소리를 따라하자,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아, 먹혀들었어.’
그리고 나는 속으로 녀석을 비웃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 저택은 달의 마나로 만들어진 연기로 가득차 있기에, 아무리 숙련된 암살자들이라고 해도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체구를 가지고 있던 암살자의 옷을 훔쳐 입은 날 분간하지 못할 법 하다.
“잠깐, 멈춰라. 어디선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암살자들 사이에 잡입했나 싶었는데, 대장이 손을 들어 이동을 제지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별의 마나 때문인가.’
사방이 달의 마나로 잔뜩 뒤덮였기에 별의 마나를 써도 티가 안날 줄 얼았는데, 암살자의 우두머리 녀석이 꽤나 유능한 녀석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별의 마나 없이 정신력으로만으로 버틸 수밖에.
“…대기해라. 뭔가가 이상하다.”
그렇게 별의 마나의 운용을 멈춘 내가 눈치를 보고 있으니, 우두머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변에 있던 암살자들을 하나둘씩 뜯어보기 시작 했다.
“으윽…”
한편, 가만히 서있던 나는 달의 마나의 기운을 이를 악물고 버텨내기 시작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검을 꺼내 암살자들을 도륙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평민 학생들이 인질로 잡히면 큰일이다.
그리고, 녀석들의 정확한 배후를 알아내야 하므로… 고통스럽지만 잠시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할 것 같다.
“천천히 움직여라. 방심은 금물이야. 설령 상대가 무능한 프레이라고 할 지라도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한참동안 고통을 참아내고 있으니, 우두머리가 산개 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부동자세에서 벗어난 나는,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암살자의 눈치를 보며 식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그곳에서 상당히 많은 숫자의 움직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 끼이익…
식당에 도착한 내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문을 열자, 아까보다는 비교적 맑은 공기가 날 반겼다.
“후우…”
덕분에 잠시 주저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숨소리들이 들려왔다.
평소같았으면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작은 숨소리들이었지만, 별의 마나로 청력을 높인 나에게는 똑똑히 들려오고 있었다.
“…호오.”
조심스럽게 숨소리들이 들리고 있는 곳으로 식탁 밑을 들여다보니, 여학생들이 그 밑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다함께 마나를 뿜어내며 달의 마나를 막고 있었던것 같다.
이곳뿐만 아니라, 저택 곳곳에서 이러한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면 역시 A반 학생들답게 상당수가 저항에 성공한 것 같다.
“”……흐읍!””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식탁 밑에 쭈구려 앉아있던 학생들은, 암살자의 옷을 입고 있던 날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 되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쉬잇…!”
나는 행여나 다른 암살자들에게 들킬세라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식탁 밑에서 나오라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누, 누구세요…?”
잠시 그런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던 여학생들은, 내가 간절한 표정으로 손짓발짓을 하기 시작하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기 너, 뭔가 발견한거냐?”
하지만 바로 그때, 식당의 반대쪽 입구를 열고 들어온 암살자 한명이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네! 제가 뭘 찾아냈는지 보십쇼!”
“기절해있는 애새끼들이라도 찾았어? 그러면…”
“비밀통로입니다! 비밀통로!”
“…비밀통로라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걸어오던 그는, 내가 다급히 지어낸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네! 대발견입니다! 어서 대장에게 보고를 해야 되요!”
“흐음…”
내가 호들갑을 떨자 잠시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남자는, 이내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넌 그걸 조사하고 있어라. 보고는 내가 직접…”
– 파지잉!
“할…”
그렇게 다시 입구로 향하던 남자의 뒤통수에 은빛 레이져를 명중시킨 나는, 그 광경을 사색이 된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여학생들에게 속삭였다.
“여기서 나가죠, 따라오세요.”
우선은, 움직일수 있는 학생들부터 구출해야 할 것 같다.
.
– 작전에 변경사항이 있다. 다시 한번 알린다. 작전에 변경사항이 있다.
“…뭐지?”
혼자 돌아다니던 암살자는 죽이고, 달의 마나에 저항하고 있던 학생들은 저택 밖으로 몰래 빼내던 나는, 빼앗은 암살자의 옷에 붙어있던 무전 마도구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 우리측 인원이 몇명 사라졌다. 그리고, 저택 내에서 우리 외의 움직임도 포착됐지. 그걸 종합해 보건데, 무력화되지 않은 학생들이 저항을 하는 중인것 같다.
“…이런, 서둘러야겠는데.”
그러다가 흘러나온 무전의 내용을 들은 나는, 바들바들 떨던 여학생 한명을 창문 밖으로 내보낸 뒤 걸음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방금 본부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다. 워낙 다급한 연락이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원로회가 습격을 받은 것 같다.
“하, 쌤통이구만.”
이윽고 지난 며칠간 열심히 마왕군들에게 지시하고 계획한 원로회 습격 작전의 서막이 올랐음을 알게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따라서 이번 작전을 철회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서브 플랜을…크헉!
그렇게 미소를 지은채 다음 학생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향하던 나는, 무전이 갑자기 끊어지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학생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했나?’
의외로 학생들도 꽤나 분전을 하고 있었기에 혹시나 학생들에게 당한건 아닐까 추측을 하고 있는데,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쪽이에요! 빨리빨리!”
“콜록! 콜록!!”
무슨일인가 하고 위를 쳐다보니, 이리나와 아리안느가 암살자를 제압한 후 학생들을 이끌고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 너! 저기 도망치는 꼬맹이들을 잡아!”
그녀들의 분전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다른 곳으로 향하려 했으나, 하필이면 그때 내 옆에서 달려오던 암살자가 나에게 소리를 치는 바람에 이리나와 아리안느에게 모습이 보여지고 말았다.
“이리나, 준비해! 적이…!”
– 써걱!
“…어라?”
아리안느와 이리나와는 절대 싸우기 싫었던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검을 뽑아들어 옆에 있던 암살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너… 누구야?”
그러자 보호마법으로 달의 마나를 막고 있던 아리안느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알거 없어.”
그런 그녀에게 별의 마나를 사용한 목소리 변조로 짧게 답한 나는, 축 늘어진 암살자의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어 힘차게 던졌다.
“크학!”
그러자 당황한 아리안느는 자신의 앞에 방어막을 펼쳤으나, 단도는 그대로 아리안느를 지나가 뒤에서 살금살금 접근하던 암살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허나, 너희의 적은 아니지.”
그렇게 말한 나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이리나와 아리안느를 스쳐 지나갔다.
“…따라가보자, 이리나.”
“어? 그치만 아이들을 구하는게 우선 아닐까?”
“아, 그렇지.”
그러자 높아진 마나 민감도 때문에 내가 내뿜는 별의 마나를 눈치챈 이리나가 아리안느를 재빨리 다른곳으로 데려갔고, 그제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부상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없어. 대부분의 평민들이 탈출했고. 이제 2층에 남아 있는 평민들 일부만 구출하면 되겠네.’
그렇게 판단을 마친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2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내 분명 봤어! 우리의 옷을 입은채 동료들을 학살하는… 크헉!”
이윽고 2층에 올라선 나는, 다급하게 주변의 동료들에게 나에 대해 경고하던 암살자 한명을 처리하고는 생명 반응이 감지된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저기요.”
“흐익…! 잘못 했어요! 다시는 누구한테도 사랑 안받을게요! 용서해주세요!”
“하아…”
이내 방의 구석에서 패닉상태에 빠진 루루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나는, 그녀를 업고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 당신! 당신 누구야!”
그런데, 어느새 나타난 아리안느가 날 가로막아섰다.
“뒤에!!”
“….읏!”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목소리를 듣고 나타난 암살자를 경고해준 나는, 그녀가 방어막을 전개할 것이 살짝 늦을거라 예상하고는 재빨리 그녀를 덮쳐 넘어트렸다.
– 파지잉!
그런 뒤에 어쩔수 없이 별의 마나를 운용해 암살자를 저격한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안느에게 루루를 내밀었다.
“…데리고 여길 나가.”
“하, 하지만 아직 남은 사람이… 그리고 너, 피가…”
“옆방에 있는 두명은 내가 데리고 나가도록 하지. 그러니, 어서 나가라고.”
“…누군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계속된 내 재촉에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안느는 이내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루루를 받아들고 집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당신은 저희의 은인이에요.”
그런 그녀의 말을 잠시 음미하던 나는, 쓰라린 통증을 느끼며 옆에 있던 방으로 향했다.
“이런.”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그러자 그 방 안에 있던 평민 여학생 한명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제 목숨으로는 안될까요? 부탁이에요.”
한숨을 내쉬며 그런 그녀를 기절시키고 데리고 나가려는데, 옆에 있던 아리스가 다급히 내 앞에 끼어들었다.
“절 죽여주세요. 전 죽어도 싼 사람이니까요.”
“하아…”
“죽이는게 싫으시다면, 절 안으셔도 되요. 그러니 제발 이 아이만은 보내주세요.”
그 말을 마친 아리스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부탁드립니다.”
그런 아리스를 잠시 쳐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전 당신들을 구하러 온겁니다.”
“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빠져나가죠.”
그렇게 말한 나는 아리스와 여학생의 팔을 붙잡고 재빨리 밖으로 나섰다.
“콜록! 콜록!!”
“…숨을 참으세요. 입구에 거의 다 와갑니다.”
그렇게 별의 마나로 독가스를 쫒애내며 입구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단도가 날아왔다.
“꺅!?”
“앞으로 쭉 달려. 뒤 돌아보지 말고.”
이윽고 단도를 던진 녀석이 암살단의 대장임을 알아챈 나는, 그녀들을 앞으로 힘껏 밀고 복도를 가로막았다.
“네놈…인가? 임무를 망친 녀석이?”
“…이건 누구의 독단이지.”
이윽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녀석에게 질문을 던지니, 녀석은 차갑게 내 말에 답했다.
“난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이다.”
“…쯧.”
이윽고 달의 마나가 더욱더 강해지던 걸 느끼던 나는, 쓰라린 통증을 느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늘만큼은 마왕군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빌면서 말이다.
.
“하아… 흐아아…”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대어 본다.
“쿨럭! 쿨럭!!”
너무 많은 힘을 썼다.
하필이면 녀석과 싸우는 도중에 남아있던 암살자들이 전부 덤벼드는 바람에 힘을 너무 많이 쓰고 말았다.
“에휴… 지긋지긋한 암살자 녀석들.”
한숨을 내쉬며 몸을 살펴보니, 온몸이 피투성이다.
“…프레이!! 프레이!!”
“이리나.”
더 이상 피를 보기 싫어 잠시 눈을 감고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데, 옆에 같이 쓰러져있던 이리나가 나를 껴안고는 흔들기 시작했다.
“죽지마! 프레이!! 내가,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안죽어, 바보야.”
아까 내가 말해준 시련의 정체를 듣고 호들갑을 떠는 이리나를 살짝 밀어낸 나는, 그래도 위험한 순간에 눈에 불을켜고 나에게 달려와준 그녀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이… 내가 부축해줄게. 어서…”
“…잠깐 기다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모든 아이들을 구출한 줄 알았는데 생명 반응이 느껴진다.
“지하창고에 누가 있나본데.”
“지하 창고에?”
그렇게 말한 내가 비틀거리며 지하창고로 향하자, 이리나가 죄책감이 서린 표정을 지으며 날 부축하기 시작했다.
“프레이, 내가 너에게 생명력을 주는 방법은 없어?”
“그런건 없어. 용사의 힘이 아니면 그런건 꿈도 못꾸거든.”
“그럼… 내 장기라도…”
“이리나, 대체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곧 상관없어지는거 알잖아.”
날 과도하게 걱정하는 이리나에게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해줬는데 그녀가 고개를 힘없이 떨군다.
“좋아… 어느 똑똑한 녀석들이 여기 숨어있었을까.”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 의외의 인물이 창고에 쓰러져 있었다.
“…페를로체?”
페를로체가 지하실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
살짝 당황하여 그녀에게 달려가보니, 다행히 잠시 기절한 것 뿐이었다.
“여기도 아이들이 꽤 많네. 전부 페를로체가 숨긴건가?”
“그런것 같네…”
이윽고 그녀의 곁에 있던 상당한 수의 아이들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페를로체의 옆에 떨어져있던 일기장을 주워들었다.
“…하, 페를로체 답네.”
잠시 일기장의 내용을 흝어보던 나는, 정말이지 그녀다운 내용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바닥에 일기장을 내려놓으려 했으나…
–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어?”
이내 일기장의 마지막 장에 수많은 단어들이 적혀있는 걸 보고는 꺼림직한 표정을 지으며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 각 날짜별 첫 글자
“…뭐야? 이건.”
이윽고 그 페이지의 끄트머리에 쓰여져 있던 내용을 읽은 나는, 조심스럽게 각 날짜별의 첫문장을 확인하고는…
“반가워요 페를로체 입니다, 쪽팔린걸 모르는 사람만큼,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잠깐.
이내 경악을 하고 말았다.
“마가 꼈던 걸까요…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아무래도 페를로체와 조금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