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2화(72/524)
Episode 72
“페를로체! 일어나봐!”
“…….”
“페를로체!”
한참동안 페를로체를 흔들어 봤지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한참동안 진땀을 빼던 나는, 문득 그녀의 옆에 쓰러져있던 아이들이 내는 거친 숨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음… 일단 아이들부터 옮겨야 하나?”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옮길테니까!”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이리나가 다급히 날 벽쪽에 앉히고는 기절해있는 아이들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페를로체, 대답해 줘. 대체 이게 뭘 뜻하는 거야.”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다시 페를로체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명량한 페를로체의 목소리가 아닌 규칙적인 숨소리일 뿐이었다.
“이상하다… 겉보기에는 그냥 잠든것처럼 보이는데…”
혹시 생명력이 부족한건가 싶어 용사의 힘으로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페를로체는 대체 왜 이렇게 곤히 잠들어 있는걸까?
‘그나저나, 역시 페를로체에게는 뭔가가 있어. 그건 확실해.’
정확한 의학지식이 없기에 더 이상의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나는, 생각의 흐름을 그녀가 남긴 메세지로 돌렸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빼곡하게 써져있는 ‘기억해’라는 단어를 보면, 그녀가 ‘반쪽이 마신’이라는 메세지를 의도적으로 남겼다는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페를로체는 대체 어떻게 그런 메세지를 남길 수 있었던 걸까?
‘이상하다, 과거면 몰라도 지금의 그녀는… 바보가 맞는데?’
잠시동안 그녀의 모든 행동이 연기라는 추측을 해봤지만, 그렇기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측면이 많았기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오랜시간동안 연기를 해온 내가 남의 연기를 못 알아볼리가 없어. 그러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거야.’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문득 지금 상황과 비슷했던 상황이 내 뇌리를 스쳤다.
‘그러고보니… 고아원에서도 페를로체가 마신에 대해 언급한적이 있었는데.’
이쯤되면 확실해진 것 같다.
페를로체는, ‘마신’에 대해서 확실히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많은 정보가 없기에 이 정도밖에는 유추해낼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세계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읏차.”
그렇게 잠시동안 페를로체가 남긴 일기장을 뒤적거리던 나는, 더 이상 건질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이? 넌 앉아있으라니까?”
그러자 벌써 아이들을 몇명이나 밖으로 데려다 놓고 지하창고로 다시 들어오던 이리나가 날 말리기 시작했다.
“너도 많이 다쳤잖아, 이리나.”
나는 그런 그녀에게 짧게 답하고는, 페를로체 안아든 채 지하창고를 나섰다.
“…으윽.”
별의 마나를 뿜어내며 천천히 저택의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발치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안 죽었었나.”
설마 아직 못 구한 학생이 있나 싶어 아래를 내려다 봤는데, 암살단의 우두머리가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넌… 대체 누구냐…”
그런 그를 물끄럼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녀석이 힘겨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다.
“누구의 독단인지 말해라.”
“끄르륵…!”
그런 녀석의 손가락을 짓밟으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니, 녀석이 피가 끓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살했네.”
그러다가 녀석은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고,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그걸 보아하니, 입에 숨기고 다니던 독단이라도 씹은 것 같다.
“미련한 놈들.”
현재 문라이트 가문에서 부리는 암살자들은 정의감, 사명감이 아니라 오직 ‘명령’만을 숭배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그렇기에, 녀석들은 임무에 돌입할때면 그 누구보다도 잔인해진다.
‘아까의 서브 플랜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실행됐다면, 큰일날뻔 했어.’
천년동안 암살을 해온 문라이트가의 정체를 아는 자들은 후작가의 명문가 몇몇, 세 공작가, 그리고 황실로 제한되어 있다.
물론 정보통제를 확실히 해온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암살을 목격한 ‘목격자’를 단 한명도 남기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무시무시하면서도 비정한 문라이트 가문이지만, 의외로 최근까지는 꽤나 올바른 집단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들은 오직 부정부패하거나 제국에 위협이 될 자들만을 죽이고, 불필요한 살육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실력을 길러왔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진 ‘목격자 말살’의 규칙은 오랜세월동안 빛을 발한적이 없다.
목격자가 나오기전에 압도적인 실력으로 타겟만을 제거했으며, 설사 들키더라도 재량을 발휘해 속이거나 정보전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실이 영락하며 모든게 변했다.
문라이트 가를 대신해서 정보의 은폐와 뒷수습을 해주던 황실의 지원이 끊켜버렸기에, 그들의 재량만으로 정보전을 하는데 한계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외로운 길을 걸어가던 문라이트 가문이었으나, 현재의 ‘비밀당주’가 가문의 권력을 잡고 ‘목격자 말살 규칙’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며 결국 그들은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문라이트 가문이 가지고 있던 이상과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은 전부 숙청되었으며, 정의와 사명감으로 일하던 암살자들 역시 전부 제거되었다.
결국 그리하여 현재의 문라이트 가문은 ‘비밀 당주’의 개인 사병정도로 영락해버렸고, 암살자들은 전부 간부가 될 욕심과 피에 굶주리거나 그저 ‘명령’에 충성하는 정신병자들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미친 집단이 곧 ‘비밀 당주’의 사리사욕과 권력욕을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나마 지금의 시점에서는 구실이라도 갖춘 ‘원로회’가 있기에 부정부패한 사람들… 이를테면 나같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결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몇년 뒤에는 그 원로회마저 장악한 비밀당주가, 자신의 권력을 잡기 위해 가문의 암살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지.’
세레나가 직접 선정한, 그녀의 측근들과 암살자들…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일부의 양심적인 사람들은 현재 그녀와 함께 피신해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 오늘 마왕군에게 내린 작전이 성공한다면…
“저, 저기 나온다!”
“페를로체 씨!!”
문라이트 가문에 대한 생각을 하며 대문을 나서니, 아이들이 다급히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크.”
행여라도 정체를 들킬세라 재빨리 페를로체를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다급히 연기 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기… 저 사람은 누구야?”
“저 검은색 복장, 우리를 습격했던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이잖아?”
그러다가 문득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별의 마나를 귀에 집중해 대화를 들어보니, 꽤나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아냐, 저 사람은 우릴 구해준 사람이야. 아까 저 사람이 식탁에 숨어있던 우릴 구해줬어.”
“맞아… 우리도 괴한 두명에게 쫒기고 있었는데, 저 사람이 괴한들을 가로막고는 우릴 출구로 보내줬어.”
“피투성이네… 아까는 안 저랬는데. 괜찮으려나?”
잠시 자리에 멈춰서서 그들의 대화를 훔쳐듣던 나는, 다행히 내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헉…허억…”
“…이리나, 괜찮아?”
“아, 아직 괜찮아… 이 정도는…”
이윽고 아이들을 두명이나 부축하고 걸어가던 이리나를 발견한 나는, 피식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너 운동부족 아니야?”
“아, 아냐… 이정도는… 하나도 안 힘들…”
“…당신, 밖으로 나오세요. 여긴 제가 맡을게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답변을 하고있는 이리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긴 위험해, 그러니 넌 밖에서…”
“저는 보호마법을 쓸 수 있어서 아무 문제도 없어요. 쟤보다 힘도 쎄고요.”
깜짝 놀라 뒤로 돌아선 나는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아리안느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심각하게 다치신 것 같던데, 치료를 받으셔야죠. 어서 나가세요.”
“필요없어. 이 정도 상처는…”
아리안느의 말대로 상처가 심각하긴 하지만, 아이들을 한명씩 들고 나르는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니…
– 지잉!
“치료를 받으세요. 그러다가 죽어요.”
보호막으로 내 앞을 가로막은 아리안느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에,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저택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기, 누구세요?”
“다친데는 괜찮으세요?”
저택을 나와서 마당에 주저앉아 있으니, 학생들이 하나둘씩 내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희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나에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감사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는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그들에게 감사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 결국, 그들을 이번 사건에 휘말리게 한건 내가 아닌가.
“쿨럭! 쿨럭!!”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몇몇 학생들이 뒤에서 소리를 쳤으나,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흐아…”
그렇게 한참을 걷고 걸은 끝에 세레나와 같이 누워서 하늘을 구경했던 놀이터에 도착한 나는, 그네에 앉아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히 두번째 시련이 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별과 달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프레이.”
“깜짝이야!”
덕분에 식겁한채 그네에서 일어난 나는, 뒤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있던 이리나를 발견하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긴 또 왜왔어.”
“그게… 그러니까…”
그런 나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이리나는, 이내 조심스럽게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황녀와 교수님이 도착했어.”
“그래?”
“응, 황녀는 사색이 된채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고… 교수님은 굳은 표정으로 저택을 바라보고 있어.”
“그럼, 곧 황실경비대도 오겠네.”
그렇게 말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지금 움직이면 위험해.”
“…아.”
그러자 이리나가 다급히 그네를 잡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해왔다.
왜 그렇게 걱정을 하나 싶었는데, 그네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걸 보니 확실히 무리를 하면 안될것 같긴 하다.
“…프레이, 두번째 시련은 언제 올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음… 이번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고 난 뒤겠지.”
“그렇…구나.”
그런 그녀에게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답해주니, 이리나의 눈빛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 이번 시련은 정말 별게 아니니…”
“…그게 어떻게 별게 아니야.”
옛날부터 계속 시련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하던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해주었는데, 이리나가 내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였다.
“네가 절대 겪고 싶지 않았던 상황을… 고스란히 겪게 되는거잖아? 그래도 그게 별게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이리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냥, 분기점을 보여줄 뿐이야.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 아무 문제 없어.”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해주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프레이, 부탁이 하나있어.”
“뭔데?”
“나도 네 시련을 함께하게 해줘.”
그렇게 말하며 이리나는 내 손을 꽉 부여잡았다.
“애초에 네가 시련을 받게 된건 내 잘못이잖아.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이리나. 네 잘못은 없어.”
“…프레이.”
이윽고 이리나는 힙겹게 입을 열었지만, 내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자 결국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거참, 왜 이러는지…”
아무리 몸에 흑마력이 있는 상태라고 해도, 이리나는 마나탈진이기에 마법을 부리는데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늘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폭주해버린 암살부대가 저택을 습격한다는 미친 짓거리를 저질러서지, 그녀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일에 너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오늘 아침 그녀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서일까?
아니면 그저 심성이 너무 착해서일까?
잘은 몰라도, 우선은 그녀를 달래줘야 할 것 같다.
“이리나, 넌 정말로…”
“프레이, 고백할게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러내리고 있는데,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트리던 이리나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고백?”
“…그래, 너에게 반드시 해야되는 고백.”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올린 이리나는, 눈물과 죄책감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너에게 말하는게 너무 두려웠어. 그래서… 지금까지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래?”
“응. 내 고백을 들으면, 아마 너는 날 끔찍하게 증오하게 될거야.”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대체 이리나가 나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런 말을 하나 어리둥절해하며 이리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 이리나? 네가 나에게 뭘 했든지 간에, 그건 정당한 행동이었을거야. 그때의 나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을테니. 그러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하지만… 하지만 프레이…”
그러나 그런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이리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힙겹게 말을 꺼냈다.
“…네게 12시의 저주를 건 사람이, 바로 나인걸?”
그렇게 말을 마친 이리나는, 슬쩍 나에게서 떨어지더니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내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기 시작했다.
“푸핫!”
“프, 프레이?”
그런 그녀가 상당히 귀여웠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러자, 내 눈치를 살피던 이리나가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건 이미 알고 있었어. 설마 내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윽고 이어진 내 말을 들은 이리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채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어 왔다.
“신입생 환영회때 나한테 썼었잖아. 그거.”
“아, 아아…”
그런 그녀에게 농담삼아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더니, 이리나가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 나는… 그게…”
“그래서, 고백할건 그게 다야?”
“…어?”
이윽고 그녀가 더듬더듬 뭐라 말을 꺼내려하기에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끊으니,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내가 허구한날 당하는게 살해시도인데 뭐. 겨우 저주 하나 건거 가지고.”
“그치만! 그 저주는…!”
“물론 치사율이 백퍼센트인 저주이긴 하지. 하지만 난 그 저주를 성공적으로 막았고,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아얏!”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두드리던 나는, 실수로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너… 역시 그 저주에 대해서 알고 있었…”
“큼큼, 아무튼… 나는 멀쩡히 살아있고 너는 그 반동으로 마나탈진이 왔잖아? 그러니 서로 비긴걸로 하지 뭐.”
“프레이, 하지만…..”
“됐어, 그 이야기는 그만 해. 더 이상 나에게 쓸데없는 죄책감도 가지지 말고. 난 또 뭔가 했네.”
계속해서 이리나를 달래던 나는, 하늘 저 멀리서 익숙한 생명체가 날아오는 걸 발견하고는 단호하게 대화를 끝내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꾸우우!”
그러자 내 손에 자연스럽게 착지한 흰 올빼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 옆에 있던 이리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아, 아야! 아야얏!”
“어디보자… 이번엔 무슨 편지가 왔나…”
이윽고 이리나를 사냥하기 시작한 흰 올빼미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녀석이 내 앞에 내려놓은 편지로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 살아있다고 답장해주세요. 제발요.
“…많이 걱정했나보네.”
세레나답지 않게 잔뜩 휘갈겨 써져있는데다가 봉투에도 넣어지지 않은채 편지지 상태 그대로 온걸 보면, 그녀가 날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야, 펜좀 줘.”
“꾸우우! 꾸우!!”
“애좀 그만 괴롭히고 펜좀 주라니까.”
잠시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쳐다보던 나는, 계속해서 이리나를 쪼아대던 올빼미를 붙잡고 녀석의 다리에 붙어있던 펜을 떼어냈다.
– 무사함. 안전하게 벗어났음.
이윽고 세레나가 보낸 편지지의 뒷면에 그렇게 답장을 적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짧게 내용을 덧붙였다.
– 사랑해.
그렇게 적고 잠시 미소를 짓던 나는, 어느새 내 머리에 앉아 편지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올빼미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꾸우우!”
그러자 내용을 알아보기라도 한건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날개로 토닥이던 녀석은, 이내 편지지를 물더니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 사건이 종결되는 트리거가 방금 내가 쓴 편지였나보다.
“프레이? 왜 그래?”
“…두번째 시련이 찾아온것 같네.”
“…..!”
내 말을 들은 이리나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계속 말해온 거지만… 어차피 현실이 아니야. 이미 우리가 막는데 성공한, 만약의 가능성을 잠시 체험하는 것에 불과해.”
“프레이! 나도 너와…!”
그런 내 말을 듣기는 한건지 이리나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내게 손을 뻗었지만…
“…시작됐네.”
이내 그녀는 손을 다시 거두고는 입을 빵긋거리다가 다물었다.
– 슈우우우우…
그리고, 그 시점부터 모든것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로 날라갔던 올빼미가 뒤를 돈채 다시 날아오고, 내 머리에 앉았다가 이리나를 공격한다.
이윽고 계속 입을 방긋거리던 이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로 걸어나간다.
그리고, 어느새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 멀리 보이는 저택으로 뒷걸음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하며, 기침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고, 땅에 떨어져있던 피가 다시 내 몸에 눌러붙는 진기한 경험도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저택의 마당에 돌아와 있었다.
“점점 더 빨라지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모든것이 휙휙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다가 다시 허리를 피던 학생들이 잠시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지하창고에 들어와있지를 않나.
쓰러져있던 페를로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까 죽였던 암살단의 대장이 날 가로막질 않나.
그렇게 계속해서 과거로, 또 과거로 가던 나는, 어느새 계속 되감아지던 장면이 멈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따라서 이번 작전을 철회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서브 플랜을 개시한다.
“하, 여기가 분기점이었나.”
이윽고 아까는 분명히 도중에 끊켰던 무전이 끊어지지 않고 흘러나오자, 나는 표정을 굳히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지금부터 우리는, 저택에 화재를 일으킨다.
그러다가 무전기에서 다시 한번 무전이 들려오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역시 전부 죽이길 잘했어.’
이 세계의 배드 엔딩을 관람할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