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4화(74/524)
Episode 74
“으윽… 젠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저택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자, 프레이는 짧은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몸을 던졌다.
“안돼… 이대로 가면 1분도 못버텨.”
이미 자신이 들어온 입구는 무너져 내렸고, 그나마 멀쩡한 곳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 프레이는 눈을 지긋이 감고 별의 마나를 사방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커흑…!”
허나, 암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베어내고 아이들을 구해내느라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해 버린 그는 얼마 못가 피를 토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앞이야… 바로 앞에 있어.”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이 찾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기에, 마나가 부족했음에도 프레이는 자신이 가야할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누, 누구신가요…”
그렇게 오직 정신력만으로 끔찍한 고통을 버텨내며 프레이가 향한곳에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페를로체가 있었다.
“페를로체! 일어나! 어서 나가야 해!”
프레이는 힘없이 쓰러져 있는 페를로체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당신이라도 빠져나가세요. 전 가망이 없답니다.”
하지만 다치거나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생명이 위태롭던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성력을 불어넣느라 힘을 모두 소진해 버린 페를로체는, 그저 꺼져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올 뿐이었다.
“안돼,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절대로.”
물론 그런 페를로체를 프레이가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녀의 사망은 시스템의 게임 오버 조건중 하나였으며, 동시에 프레이가 절대 바라지 않는 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러지 마세요… 전 내버려두고 어서 이곳에서…”
“가만히 있어.”
그렇기에 프레이는, 기어이 쓰러져있던 페를로체를 들어올렸다.
사실 페를로체를 들어올리는 건 고사하고 이곳에서 걸어나갈 체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였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살려야한다는 짐념은 프레이에게 여분의 힘을 부여해 주기 충분했다.
– 쿠르릉!
“…젠장.”
하지만, 신은 용사와 성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듯 했다. 왜냐하면 프레이가 페를로체들 들어올리고 뒤로 돈 순간, 저택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하실, 지하실에 가야 해…”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프레이는 페를로체를 안아든채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토혈을 하기도 하고, 무너져내린 잔해에 맞아 깊은 상처가 생기거나, 불에 그을려 생긴 화상을 온몸에 새기기도 하며.
그는 계속 앞으로, 또 앞으로 걸어나갔다.
“됐어, 도착했어… 이제는…”
그렇게 계속해서 걷고 또 걸은 끝에, 프레이는 지하실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끼이익…
보호 마법이 걸려있는 지하실의 입구를 연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페를로체를 밀어넣고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 파지지직!
“…하.”
하지만, 곧 그는 지하실의 출입문에 걸려있던 보호마법이 깨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친 새끼.”
이윽고 바로 옆에 새까맣게 그을린 암살단 대장의 시체가 있는 걸 확인한 프레이는, 그가 보호 마법을 파괴한 동시에 마력 과부화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였지만 말이다.
“저기… 왜 안들어오시나요? 저기요…!”
“그래…”
그런 상황에서 잠시 고민을 하던 프레이는, 지하실 안에서 희미한 페를로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왕 배드엔딩을 맞이할거면… 게임 오버 패널티 때문에 아무 쓸모짝도 없어지는 나보단, 페를로체가 살아남는게 맞겠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프레이는 지하실의 문을 힘차게 닫고 파괴된 보호 마법진에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별의 마나를 흘려넣기 시작했다.
물론 마법진을 복구시키기에는 턱없이도 부족한 양이었지만.
스타라이트 가문에서 내려오는 별의 마나는,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지키려 할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 스르르…
“죄송해요…”
그렇게 기적과도 같은 힘을 발휘하여 마법진을 복구한 프레이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살아남지 못해서.”
그가 삶에서 마지막으로 생각한건, 다름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
“저기요! 왜 안 들어오세요! 저기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페를로체는 출입구에 바짝 붙어 간절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아직까지도 지하실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익…!”
그렇게 한참을 부르짖던 페를로체는, 결국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천천히 출입구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
이윽고 보호마법이 걸려있는 출입구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 털썩
“…흐앗?”
그렇게 한참동안 문과 씨름하던 그녀는 결국 문을 여는데 성공했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가 자신을 덮치는 바람에 그와 함께 바닥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콜록! 콜록!! 으으…”
덕분에 잠시 당황하던 페를로체는, 열린 문 틈으로 연기가 새어들어오자 기침을 하며 자신을 덮친 사람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다시 출입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요! 괜찮으세요!?”
그렇게 다시 젖먹던 힘을 발휘해 출입구를 닫아버린 페를로체는, 자신의 옆에 쓰러져있던 사람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주, 죽지 마세요! 저기요!”
하지만 자신의 옆에 쓰러져있던 남자가 미동도 하지 않자, 페를로체는 울먹거리며 손에 성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아이들을 살리느라 대부분의 성력을 써버린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력을 한계까지 끌어냈다.
“아직, 아직 생명력이 조금 남아있어… 그러니… 조금이라도 성력을 받는다면…”
축 늘어져있는 그에게서 생명의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기에, 즉… 살릴 가능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록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지기 직전인 생명이지만, 자신의 성력이 조금이라도 섞여 들어간다면 구조되기 전까지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품으며, 페를로체는 열심히 그에게 성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최선을 다해 성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그에게 성력이 전달되지가 않는다.
“이, 이상하다? 분명히 성력은 써 지는데?”
자신의 성력이 완전히 고갈됐다고 생각한 페를로체는 자신의 손을 확인했으나, 분명히 그녀의 손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성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왜, 왜 성력이 전달되지 않는거야? 어째서?”
그걸 확인한 페를로체는 다시 남자에게 성력을 불어넣기 시작했으나, 남자의 생명력이 다시 타오르는 일은 없었다.
“잠깐, 이런 일이 저번에도 한번 있었는데.”
그런 이상현상에 울먹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던 페를로체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고아원의 지하실에서도 그랬었어. 그때 그 현상의 대상은… 분명히…!”
그녀답지 않게 또렷하고 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페를로체는, 이내 떨리는 손을 남자가 쓰고 있던 복면에 뻗었다.
– 스륵
“…..!!!”
설마하던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복면을 벗긴 페를로체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굳었다.
“프, 프프… 프레이?”
왠지 모르게 후련한 미소를 짓고 있던 프레이의 얼굴이, 페를로체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 당신이 왜? 당신이 왜 절 구한거에요? 어째서?”
덕분에 잠시 패닉에 빠져있던 페를로체는, 다급하게 그에게 성력을 불어넣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악인인데? 나쁜 사람인데? 모두를 상처받게 하는 사람인데…? 왜… 대체 왜…”
그렇게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페를로체는, 결국 잔존해 있던 성력을 전부 소진해버리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프레이의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마신이, 마신이 깨어날꺼야.”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어버린 페를로체가 다시 깨어난건, 클라나가 그들을 발견하기 5분 전이였다.
.
“프레이… 일어나봐요… 제발…”
“…페를로체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잔해 더미에서 싸늘하게 식은 프레이를 안아들고 눈물을 흘리는 페를로체를 멍하니 바라보던 클라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크, 클라나 님… 프레이가… 프레이가… 죽었어요.”
그러자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페를로체가 울먹거리며 답변을 해왔다.
“…그렇군요.”
그 말에 짧게 답변을 한 클라나는, 자신의 옆에 서있던 이솔렛을 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
이솔렛은 뭐라 정의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며 그저 계속해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야.’
그런 그녀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린 클라나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죽었고, 예상보다 너무 빠르긴 하지만 문라이트 가문 역시 박살났어. 그러니 이제…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얼마전 클라나는, 문라이트 가문의 원로회가 와해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었다.
자신과 한 거래와 약속을 어기고 죄 없는 평민들을 해치려고 했던 그 녀석들을, 자신이 직접 나서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처리하려 했던 클라나에게는 꽤나 희소식이었다.
‘…대체 왜, 거래를 어긴거지?’
하지만, 의문점 또한 남아있다.
클라나는, 문라이트 가문에게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대신 프레이의 암살을 제안 했었다.
물론, 얼마 못가 문라이트 가문이 몰살당할 걸 알았기에 그 전까지 그들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한 거래였다.
그래서 그녀는 프레이와 귀족들을 한 팀으로 묶은 뒤, 그들에게 새겨진 표식에 의해 위치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문라이트 가문에 그 정보를 넘길 생각이었다.
만약 모든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위치정보가 공개되고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의 집에 칩입한 암살자들이 프레이와 미래에 제국의 암덩어리가 될 귀족들을 암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로는 자신에게 이번일의 배후가 될테니 제발 프레이를 죽여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던 ‘아리스’라는 평민이 지목되었을 것이다.
문라이트 가문의 끄나풀인 그녀의 정보와 알리바이, 그리고 증거를 확실히 조작해두었기에, 그녀는 현재 한 비밀 조직의 유능한 암살자가 되어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모든 일이 끝나고 조사단에게 붙잡힐 아리스는 프레이와 귀족들을 암살한 혐의를 뒤집어 쓴채 처벌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문라이트 가는 그런 그녀를 일회용 장기말로 생각했지만, 클라나는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그렇기에 체포된 아리스의 구출작전까지 계획에 집어넣은 클라나는, 그제야 안도를 하고 계획이 실행될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솔렛의 독단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졌다.
교묘하게 조작된 마법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까지 했건만, 그녀가 갑자기 양 팀의 지휘관을 바꿔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클라나는, 문라이트 가문의 당주를 맡고 있는 세레나를 통해 아리스와 연락을 취하며 암살 계획을 다시 짜고 있었다.
‘비밀 당주…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던 건지.’
그런데 어젯밤, 세레나에게 비밀당주가 갑자기 폭주를 했다는 다급한 편지가 날아들어왔다.
– 비밀당주가 폭주를 했습니다. 문라이트 가의 제 1 암살부대가 스타라이트 가문의 저택에 투입됐어요. 만약 지금 저택 근처에 계시다면 당장…
그 편지를 읽은 클라나는 사색이 되어 스타라이트 가문으로 향했지만, 그녀가 그 편지를 받은 시점은 이미 저택이 불타기 시작할 때였다.
‘다행이에요. 사망자가 프레이 밖에 없어서.’
덕분에 잠시 패닉에 빠졌던 클라나지만, 결국 페를로체까지 생존이 확실시 된 지금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물론 클라나는, 비록 비밀 당주가 폭주를 했다 하더라도 이 사건이 결국 자기 자신의 계획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지상에 있는 평민들이 다치거나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털어 평민들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더 나아가…
“프레이… 눈좀 떠봐요… 제발…”
“…음?”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클라나는, 오열을 하며 외치는 페를로체의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왜 저렇게 슬퍼하시는 걸까요?’
물론 심성이 착한 페를로체니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레이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프레이를 저렇게 애타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는 말인가?
“페를로체 씨, 일어나세요.”
“흐윽… 흑…”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클라나였지만, 이내 그녀는 페를로체의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하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아아… 하, 하지만…”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프레이잖아요. 추악하고 역겨운, 프레이라고요.”
그럼에도 페를로체가 프레이에게 손을 뻗으며 울먹거리자, 클라나는 단호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죗값을 치룬거에요. 보아하니 아주 고통스럽게 죽은것 같네요. 그래도 그가 전회차에 저지른 잘못들과 비교하면 세발의 피에요. 그러니 쓸데없는 죄책감은 가지시지 마시고…”
“그치만… 그치만요 클라나님…”
하지만 그런 클라나의 말을 끊은 페를로체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내뱉었다.
“절 구해준게… 프레이라고요.”
“…네?”
그 말을 듣고 잠시 멍을 때리던 클라나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얼마나 힘드셨기에… 헛소리까지 하시는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에요… 진짜, 진짜라고요!”
“안되겠어요. 당장 나가서 치료를 받으셔야…”
하지만 페를로체가 계속 울먹이며 소리치자, 고개를 저은 클라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게, 그게 무슨 소리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를 바라보던 이솔렛이 페를로체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가… 널 구했다고?”
“네… 불길 속에서 프레이가 나타나더니… 절 안아들고…”
이윽고 페를로체가 한 이야기는, 클라나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검은 복면을 쓰고 있던 프레이가, 쓰러져있던 당신을 안아들고 여기까지 왔다고요?”
“네… 그리고, 절 이곳에 밀어넣으신 다음 밖에서 뭔가를 했어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가리키자, 클라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페를로체 씨. 프레이가 그럴리가 없잖아요. 역시나 당신은 환각을 본거군요.”
“아, 아니에요…! 분명히… 분명히…!”
“여러분, 페를로체 씨를 데리고 나가주세요.”
그럼에도 페를로체가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클라나는 마침 들어온 조사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 안돼! 안된다고!”
그렇게 조사단들에 의해 붙잡혀 질질 끌려나가던 페를로체는, 별안간 다급하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절 여기서 꺼내지 마세요!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성녀님, 속히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신속히 움직이시죠.”
“클라나 씨! 이제야 그 신탁의 의미를 알겠어요! 저희가 하던 행동은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거였다고요!”
“…빨리 데리고 나가주세요.”
하지만 그런 페를로체의 행동을 발작이라고 생각한 클라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사단들을 재촉했다.
“안돼… 문을 열지 마… 문을 열…”
그렇게 한참을 바둥거리던 페를로체는,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버렸다.
“이솔렛 교수님도 데리고 나가 주세요.”
“…네.”
그 모습을 잠시 안타깝게 쳐다보던 클라나는, 그때까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솔렛마저 조사단들에게 내보내라 명령을 내린 뒤 조용히 프레이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아직, 안심못해.”
그러다가 갑자기 싸늘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손에 황금빛 마나를 모으며 프레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얼마 안가 부활할거잖아? 넌 마왕의 수하니까.”
전회차에서 마왕은 죽은 부하들을 몇번이나 소생시켜서 부리고 다녔다.
물론 죽은자의 소생은 마왕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에 아무에게나 쓰는 마법은 아니지만… 최근 프레이는 마왕의 최측근이나 할 법할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러니, 전회차의 기억까지 더해본다면… 마왕이 프레이를 소생시킬 가능성은 꽤 높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사술로 죽음을 위장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가 죽음을 위장하고 있다면, 이 모든게 프레이를 도운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죽음으로 위장해 모습을 감추고, 마왕군으로 들어갈 아주 좋은 기회니 말이다.
– 파지지지직…
그렇게 생각을 마친 클라나는, 찬란한 황금빛 마나가 번쩍이고 있는 손가락을 프레이에게 겨누며 말했다.
“이건, 세레나 씨의 몫이에요.”
이윽고 발사된 황금빛 광선이 프레이의 머리를 꿰뚫었지만 클라나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살을 만들어 냈다.
“이건 이리나 씨와 페를로체 씨의 몫.”
– 퍼버버벅!!
수많은 황금빛 화살이 프레이의 몸을 꿰뚫는다. 그러자, 프레이의 몸은 이전 회차에서의 이리나와 페를로체 처럼 걸레짝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건, 카니아 씨의 몫.”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나는 황금빛 단도를 만들어내 이번에는 프레이의 목을 꿰뚫었다.
“마지막으로… 제 몫.”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목을 꿰뚫은 단도를 뽑아낸 클라나는, 전 회차에서 자신의 심장을 찔러 제물로 삼았던 프레이의 심장을 꿰뚫었다.
“…하아.”
그것을 끝으로 프레이를 완전히 확인사살한 클라나는, 거친숨을 몰아내쉬며 중얼거렸다.
“역시 전… 황녀의 자격이 없네요.”
통제할 수 없는 상대와 손을 잡았으며, 그 결과 무고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혀 버렸다.
그 사실은 클라나의 죄책감을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다.
그나마 프레이를 제외한 사람들이 전부 살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한명의 사상자라도 나왔다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모든게 끝나면, 자수해야겠어요.”
게다가, 비록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해도 자칫하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스스로 짊어져야 할 것이다.
– 파지지지지직…
그런 생각을 하며 클라나는 대량의 태양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회차에서 마왕이 힘을 각성하는데 힘을 보탰던 프레이가 죽었으니, 아직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예언에 나와 있는 용사를 찾을때까지만, 그리고 황실의 부패를 척결하고 부패한 귀족들을 숙청할때까지만 버티다가, 모든게 해결된다면 세상에 진실을 털어놓을 것이다.
그때의 자신을 심판하는건, 전 세상이 되리라.
“아무리 그래도… 당신의 시체를 제사지내는 꼴은 못봐요.”
그렇게 방 안에 동그란 구체를 만들어낸 클라나는,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지하실 밖으로 나왔다.
“…어?”
그런데 지하실의 문을 닫은 순간, 그녀의 눈에 보호 마법진이 들어왔다.
“이게 뭐야…”
마법진에는, 파괴되었다가 다시 활성화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설마.”
그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아까 페를로체가 하던 말을 떠올린 클라나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황녀님! 혹시 복면을 쓴 남자도 거기 있었나요?”
“네?”
하지만 그녀는, 이내 한 소녀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분이 저희를 모두를 구해주셨거든요.”
“맞아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페를로체 씨를 구하러 무너지는 저택에 뛰어들었었는데…”
“혹시 살아 계신가요? 살아 계시다면 꼭 보답을…”
이윽고 이어진 소녀의 말과, 옆에 있던 학생들의 말에 클라나가 멍한 표정을 짓던 순간, 저 멀리서 방금 막 깨어난 이리나가 애절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프레이!! 어딨어!! 프레이!!!”
“…이리나 씨?”
“프레이… 안돼!!!”
클라나의 지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