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5화(75/524)
Episode 75
“이리나… 씨?”
클라나는 패닉에 빠진 이리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런 표정으로 프레이를 부르시는건가요?”
“프레이! 프레이 어딨어! 프레이!!”
하지만 그런 클라나를 옆으로 밀친 이리나는, 미친듯이 잔해를 파해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제발제발…”
“이리나… 너 왜 그래…?”
그런 이리나의 옆에 그녀의 친구인 아리안느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 아리안느… 혹시 검은 두건을 쓴 남자 어딨는지 알아?”
그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리나는, 다급히 프레이의 명칭을 수정하며 질문을 던졌다.
“내 마지막 기억으로는 말이지…”
그러자 아리안느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난 루루를 대리고 빠져나가다가 불기둥에 깔려서 정신을 잃었지.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자 그를 봤던 마지막 순간이었어.”
이윽고 그녀가 말을 마치자, 이리나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학생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희들!! 검은 두건을 쓰고 있던 남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
이리나 답지 않은 간절하고도 애절한 목소리였지만, 학생들은 그런 그녀에게 미처 답을 해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슬픈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를로체 씨를 구하러, 무너지는 저택에 뛰어드셨었어요.”
그렇게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듯 싶었으나, 별안간 한 소녀가 앞으로 나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셨죠.”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이리나가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앉자, 소녀의 옆에 있던 학생들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용감하셨었는데…”
“맞아, 그 분이 날 업고 창문 밖으로 보내주시지 않으셨다면 난 독가스에 질식해 죽었을거야…”
“괴한의 칼에 맞을 뻔 했는데… 그 두건을 쓴 남자분이 절 감싸안고 대신 칼에 맞아주셨었어요. 덕분에 전 무사했지만… 그 분은 등에 큰 상처를…”
“잠깐, 페를로체씨가 살아있잖아? 그러니… 그 분도 지하실에 살아계시지 않을까?”
그런 학생들 중에서 한명이 희망찬 목소리로 말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맞아! 페를로체씨를 살리러가셨던 거잖아? 그런데 페를로체 씨가 살아있으니까… 그분도 살아있겠지!”
“황녀님! 아까 지하에서 다른분은 못보셨나요?”
“부디 살아있으시길…”
이윽고 학생들은 저마다 희망에 찬 말을 내뱉거나, 기도를 하거나, 클라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런 학생들을 쳐다보던 클라나의 표정은 점점더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으, 으읏.”
그렇게 창백해진 얼굴로 기대에 찬 학생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클라나는, 이내 다급히 다시 지하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슈우우…
이윽고 점점 더 커지던 구체를 다시 자신의 몸 안으로 다급히 흡수한 클라나는, 떨리는 표정으로 자신이 확인사살 했던 프레이를 살펴 보았다.
“두건…”
그의 얼굴에는, 검은색 두건이 누군가에 의해 벗겨진채 놓여져 있었다.
“당신, 당신이? 당신이 구한건가요?”
그제야 페를로체가 했던 말이 진실임을 깨달은 클라나는, 창백하게 질린 동시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요? 당신이 페를로체를… 그리고 모든 학생들을 구할 필요가 뭐가 있다고?”
그렇게 중얼거린 클라나는, 조용히 프레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당신은… 당신은 악인이잖아요. 당신이 제 심장을 찌르던 감촉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전 사실 그때까지 죽지 않았었다고요.”
이윽고 너덜너덜해진 프레이의 시체 옆에 앉은 클라나는, 멍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당신은, 제 심장을 찌르던 그때까지도 사악하게 웃으셨잖아요? 제국에 파멸을 가져올 마법진을 발동시키는게 그리도 신나는 일인 것 마냥, 정말로 사악하게… 어라?”
그렇게 한참동안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던 클라나는, 이내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녀님, 성대하게 일을 저지르셨군요?”
“…히익!”
이윽고 들려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앞으로 자빠진 클라나는, 조사팀 단장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체훼손에… 사건 현장 파괴에… 이거이거, 아무리 제 3 황녀님이라도 용서해 드릴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근엄한 목소리로 클라나를 꾸짖던 단장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더니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말을 맺었다.
“…조금의 성의표시를 해 주신다면, 눈감아 드릴수도 있답니다.”
그렇게 말하고 윙크를 한 단장은, 옆에 있던 조사단원들에게 말했다.
“조심히 싣고 나가. 저번처럼 땅에 떨어트리지 말고.”
“”네!!””
그러자 단원들은 만신창이가 되어있던 프레이를 들것에 싣고는 지하실을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곧 우편으로 메뉴얼을 보내드릴겁니다! 되도록이면 현금으로 주시고… 혹여나 여건이 안되신다면 보석도… 황녀님? 듣고 계십니까?”
그리고 클라나는, 뒤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단장을 내버려둔채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말이다.
“…저, 저기 나온다!”
“살아 계셨나봐! 다행이다!”
“하긴… 딱 봐도 엄청 강해보이시던데, 그렇게 쉽게 죽으실 리가 없지.”
걸레짝이 되어버린 프레이의 시체가 밖으로 나오자, 평민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기, 이름좀 알려주세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보답할…”
그 중에서 가장 밝은 표정을 짓고 있던, 거의 다 죽어가다가 프레이에게 구해졌던 고아원 직원의 동생이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흡!”
이내 처참한 상태가 된 프레이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뒤로 넘어졌다.
“프, 프레이? 프레이가 왜…?”
이윽고 그 소녀가 영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리자, 모여들었던 학생들 역시 하나같이 프레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프레이가 왜…?”
“분명히 아침에 어딘가로 나갔었는데? 왜 이런 꼴로…”
“잠깐만, 그런데 이 옷이랑 두건… 설마…?”
그렇게 학생들이 천천히 추리를 이어나가던 도중에, 조용히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던 아리안느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모두를 구한게… 정말 프레이 당신이었던거야?”
그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사실 그들 역시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뇌가 애써 결론을 내리기 거부하던 걸 아리안느가 그대로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날 구해준게… 프레이였다고?”
“말도안돼… 그 프레이가 왜…?”
“이해가 안가… 어제까지만 해도 날 희롱했잖아. 그런데 나 대신 칼을 맞아 줬다고?”
그렇게 모든 학생들이 패닉에 빠진채 중얼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프레이… 아니지? 프레이. 눈좀 떠봐. 프레이…”
이리나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장난 그만치고 일어나, 프레이. 어렸을때나 하던 장난을 왜 지금 치고 있는거야?”
비록 입은 웃고있지만, 눈은 죽어있는 그녀의 표정에 압도된 학생들이 하나둘씩 프레이의 옆에서 비켜나자, 이리나는 프레이의 옆에 앉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됐어, 내가 졌으니까 그만해. 그만하고 우리 물고기나 먹으러 가자. 응? 프레이?”
“이리나 씨…”
“프레이,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해.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게. 아직 너한테 사과도 못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프레이 씨는 죽었어요.”
“아니야!! 안죽었어!!!”
그런 그녀를 보다못한 한 학생이 이리나를 말리려 했지만, 이리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 학생은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프레이… 제발, 제발 눈좀 떠. 너한테 사과도 못했고… 내 죄를 다 갚지도 못했단 말이야… 제발… 제발 눈좀…”
“이, 이리나 씨.”
그 뒤로도 이리나는 계속해서 프레이를 흔들며 중얼거렸고, 그 이질적인 상황에 잠시 생각을 정지했던 클라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옆에 다가가서 질문을 던졌다.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황녀님, 하나만 물을게요.”
그러자 별안간 프레이를 흔들던걸 멈춘 이리나는, 클라나를 노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일을 계획하신건, 황녀님이 맞죠?”
“그, 그게…”
“맞냐고.”
그 말을 들은 황녀가 말을 더듬자, 이리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프레이가 말한대로, 당신이 프레이의 암살을 계획하고 있었던 거냐고요…”
“저, 저는…”
이윽고 이어진 추궁에 클라나가 대답을 못하자, 이리나는 허공에 거대한 메테오를 만들어내며 소리쳤다.
“말해!!!!!!!!!!”
“히익!”
그 압도적인 광경에 뒷걸음질을 치던 클라나가 돌에 걸려 엉덩방아를 찢자, 무리를 해가며 메테오를 유지하던 이리나가 영혼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말하시라고요. 황녀님.”
“마, 맞아요… 제가 한 짓이에요…”
결국 그런 이리나에게 압도된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하자, 이리나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네, 네에?”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클라나를 쳐다보던 이리나는, 이내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클라나에게 말을 던졌다.
“네가 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을 방금 끝장냈어.”
“유일한 희망이라뇨…?”
“프레이가… 프레이가…”
클라나에게 향해있는 메테오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바들바들 떨던 이리나는, 메테오를 바닥으로 내리꽂으며 말을 맺었다.
“…마왕을 물리칠 용사였다고.”
– 쿠과광!
그 말과 동시에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 메테오는, 클라나의 바로 옆에 굉음을 내면서 꽂힌 후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클라나가 너무나도 미웠지만 동시에 그녀의 입장도 잘 알고있던 이리나가, 마지막에 메테오의 경로를 틀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가… 용사라고?”
그렇게 너무 많은 마나를 쓰는 바람에 비틀거리던 이리나가 쓰러지자, 클라나는 멍을 때린 채 이리나가 한 말을 곱씹기 시작했다.
“꾸우…”
“…아.”
그러다가 문득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린 클라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프레이의 시체가 있던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꾸우우… 꾸우…”
“이건…”
흰 올빼미가 프레이의 가슴에 편지를 내려놓고는, 슬픈 눈빛을 한채 그의 얼굴을 날개로 툭툭 치고 있었다.
– 왜 답장을 안하시는거에요. 저 거의 다 왔어요. 제발, 제발 살아있다고 답장해주세요.
“…아.”
이윽고 편지에 써져있던 익숙한 필체를 본 클라나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생각했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
“그래서… 프레이가 몸까지 던져가며 너희들을 구했다고…?”
“네… 대체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요…”
“그분이 저희를 구하시긴 했지만, 사실 몸상태가 가장 나쁜건 프레이 씨였어요. 하지만… 그분은 그럼에도 쉴틈없이 학생들을 구했죠.”
한참동안 멍을 때리던 이솔렛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침식하고 있었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기에.
그녀는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탐문을 이어나갔다.
“프레이… 어째서, 어째서 그런 짓을 벌였던거지?”
그렇게 한참동안 탐문을 한 결과, 이솔렛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프레이가, 모두를 구했다는 것.
그것이 모든 증언들과 증거들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진실이었다.
‘넌… 역시 악인이 아니였던게냐?’
하지만 이솔렛은 프레이가 왜 그랬는지는 유추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첫번째 제자이자 아픈 손가락인건 사실이었고, 연민 또한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의 프레이는 어지간한 망나니는 명함도 못내밀정도로 명백한 악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모두를 살리고 죽은것일까?
갑자기 어렸을때의 올곧고 순수했던 정신이라도 깨어난 것일까?
대체, 어째서?
“도련님! 도련님!!!”
“오빠아아아!!!”
“…카니아?”
그렇게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애절한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련님! 괜찮으신……..”
“오빠, 대체 이게 다 무슨…….”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채 마당으로 뛰어들어온 카니아와 아리아는, 무너져내린 저택을 보고는 얼어붙고 말았다.
“…으, 으읏.”
한편 그때까지 멍하니 프레이의 곁에 무릎을 꿇고 있던 클라나는, 카니아의 등장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배신하고 프레이에게 붙었다 생각한 카니아라면,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을테니.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진실을 듣는 순간, 모든걸 돌이킬 수 없게 될테니 말이다.
“도련…….님?”
“…오빠?”
하지만, 손으로 태양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미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카니아는, 결국 그녀가 모시던 주인의 시체를 찾아냈으니 말이다.
“…도련님.”
잠시 멍하니 프레이의 시체를 보던 카니아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어,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건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한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오빠의 시체를 보던 아리아는 주변사람들에게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왜, 왜 우리 오빠만 죽은거냐고!! 왜!! 왜 하필 우리 오빠야!!!”
“아리아…”
그러자,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이솔렛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프레이는, 모두를 살리고 죽었어.”
“뭐?”
“저택에 칩입한 괴한들이 독가스를 푼 다음 불을 질렀고, 프레이는 그런 괴한들과 맞서 싸우며 학생들을 하나둘씩 밖으로 대피시켰데.”
그렇게 말한 이솔렛은, 프레이의 시체를 둘러싸고 있던 평민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들이 전부 프레이가 살린 아이들이야. 그가,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구해냈대.”
“오, 오빠가…? 오빠가 말이야?”
아리아가 떨리는 눈빛으로 묻자, 옆에 있던 한 소녀가 이솔렛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게다가 불이 나자… 그는 평민들의 숙소에 있던 저희들의 짐까지 전부 밖으로 던져 줬어요. 제가 그러지 말고 몸부터 챙기시라 했는데… 평민들에게는 이게 전재산이라며…”
“오, 오빠…”
그 말을 들은 아리아가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그런 그녀를 슬픈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솔렛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말을 맺었다.
“그렇게 모두를 구하던 그는… 홀로 저택에 남은 페를로체 씨를 구하기 위해 무너져내리는 저택에 들어가서… 결국 그녀를 구했지만…”
“아… 아아…”
“그녀를 지키기 위한 보호마법진을 복구하기 위해 지하실의 밖에서 자신의 마나를 전부 쏟아넣는 바람에… 힘을 다해서 죽었…”
“오빠아아아아아아!!!”
이솔렛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려버린 아리아는, 너덜너덜해진 프레이를 껴안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왜… 대체 왜 그런거야!!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짓을… 왜 했냐고!! 대체 왜…”
“…아가씨.”
“카니아! 너, 넌 진실을 알지? 알잖아!!”
그런 그녀의 옆에서 카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아리아는 카니아의 멱살을 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탁이야! 제발 진실을 말해줘!! 제발…!”
“………”
“이제 모든게 끝나버렸잖아!! 비밀을 가지고 있던 오빠는 죽었고! 저택은 무너졌어! 그러니…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줘!!”
아리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지만, 카니아는 묵묵부답이였다.
그녀 역시 눈앞의 프레이를 보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기에, 어느새 연모하게 되어버린 동갑내기 주인의 죽음을 믿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니아, 뭔가 알고 있는건가.”
그렇게 카니아가 침묵을 유지하자, 옆에서 가만히 서있던 이솔렛이 입을 열었다.
“만약 뭔가 알고있다면, 제발 진실을 알려다오. 부탁이다.”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던 이솔렛은, 말을 마친 뒤 카니아에게 무릎을 꿇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실을 알아야만 해.”
“맞아! 제발…! 제발 카니아… 이대로 모든걸 묻을 순 없다고!!”
그러자 아리아까지 이솔렛에게 가세해 빌기 시작했다.
“저, 저기…”
“…하?”
그런 그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카니아가 막 입을 열던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카니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카, 카니아… 그러니까…”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카니아는, 그때까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클라나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한채 자신에게 뭐라 말을 하려는 걸 발견하고는 표정을 굳히며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떠십니까? 소감은?”
“나, 나는…”
이윽고 카니아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아까의 이리나가 보였던 반응이 생각난 클라나는 잔뜩 몸을 움츠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 진실을 알고 싶…”
“저기… 다들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런 클라나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카니아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 한 학생이 앞으로 나서며 종이봉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게 뭐지?”
경계하는 표정으로 학생이 내민 종이봉투를 받은 이솔렛은, 이내 그대로 얼어 붙어버렸다.
[유언장 – 내가 마왕을 잡지 못하고 죽었을 경우에만 열 것.]“이게… 무슨…”
“어… 프레이 씨가 무너져내리는 저택에 들어가기 전에, 제게 가방의 비밀주머니에 유언서가 있다고 말해주셔서요…”
“…뭐?”
“마침 학생들의 짐이 모여있는 곳에 프레이 씨의 가방이 있어서… 뒤져 봤더니…”
멍한 표정으로 그 학생의 말을 듣던 이솔렛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 샤르륵…
그 봉투 안에는, 여러개의 편지와 하나의 문서가 들어있었다.
“이, 이건…”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꺼내던 이솔렛은, 이윽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편지 하나를 집어올렸다.
– 이솔렛 누나에게
편지를 포장하고 있던 편지봉투에, 익숙한 글씨체로 써져있던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프레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찢고 안에 있던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이솔렛은, 이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는.
“프레이…….”
서럽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 모습을 아연실색한 채 바라보던 클라나는, 이내 자신의 앞에 떨어져 있던 봉투를 발견하고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다… 무슨…”
이윽고 패닉에 빠진 채 중얼거리던 클라나는, 천천히 봉투에 손을 뻗기 시작했으나.
– 슈우우……
“…흐익!?”
이내 자신에게 검은 기운이 쇄도하자 공포에 질린 눈빛을 띄기 시작했다.
“당신이… 당신이 도련님을 죽인거야…”
“…카니아 씨?”
“당신… 당신때문에…”
그녀의 앞에는, 자신에게 보내진 편지를 읽다가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폭주하기 시작한 카니아가 있었다.
“…아니, 내 잘못도 있어. 아냐. 이건 내 잘못이야.”
“크…크헉…”
“내가 오늘 저택에 있었더라면… 치료따위는 조금 나중에 받았더라면… 내가, 내가…”
갑자기 당한 불의의 습격에 클라나는 무심코 태양의 마나를 발동해보려 했지만, 절망에 빠진 카니아가 내뿜는 흑마력은 너무나도 짙고 강했다.
대륙을 집어삼킬 정도의 잠재력을 가졌던 카니아의 흑마력이, 나쁜쪽으로 완전히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자, 잠깐! 카니아!”
“카니아 씨…!”
그렇게 카니아의 흑마력에 빠져 허우적대던 클라나는, 다급히 카니아에게 달려든 이솔렛과 페를로체 덕분에 겨우 흑마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이솔렛과 페를로체에게 제압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카니아를 멍하니 쳐다보던 클라나는, 문득 자신의 앞에 떨어져 있던 봉투에 편지가 한장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클라나에게
그 편지는, 프레이가 자신에게 남겼던 것이었다.
“콜록! 콜록!!”
아직 주변에 남아있는 흑마력 때문에 기침을 하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집어든 클라나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찢었다.
– 어렸을때의 약속을 못지켜서 죄송합니다, 황녀님.
“아, 아아…”
조심스럽게 편지의 첫번째 구절을 읽어내려가던 클라나는, 그제야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제 손으로 당신을 황제로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안돼………”
그녀가 흘린 눈물은, 야속하게도 태양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