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8화(78/524)
Episode 78
“클라나.”
“꿈에서라도 당신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당신은 단 한번도 제 꿈에 나오시지 않으셨죠. 그래서 끝까지 용서받지도, 사과를 하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클라나, 진정해요.”
영혼이 빠진 표정을 짓고있던 클라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프레이가 그녀의 말을 끊자,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클라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고 프레이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아… 어차피 이건 시련이고, 끝나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갈텐데…”
도도하면서도 위엄있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나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때문에 망가진지 오래인 그녀를 보며 프레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중얼거렸지만.
“네, 네에? 뭐라고 하셨나요?”
어째서인지 방금 그의 발언은 클라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이상현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클라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 손은 대체 왜 그러는 건가요?”
“아, 아아…”
그러자, 클라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 당신… 당신의 시체를 해집을 때가… 당신의 심장을 찌를때가… 세레나 씨가 제 품에서 축 늘어지던 그때의 그 감촉이… 없어지질 않아요…”
“…그렇군요.”
“히, 히익! 자, 잘못…잘못했어요.”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는데, 클라나가 기겁을 하면서 팔로 자신을 감쌌다.
“아, 아아… 죄송, 죄송합니다…”
이윽고 그녀는 다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해왔고, 더 이상 그러한 악순환을 반복하기 싫었던 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
“히극!?”
따스한 온기가 손에 느껴지자 클라나는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고, 프레이는 그런 클라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록 당신을 만지진 못하지만… 별의 마나는 어느정도 사용할 수 있기에, 이렇게나마 온기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 당신…”
“그래서, 이제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황녀님?”
“당신은… 진짜 프레이였군요…”
아리아에게서나 느끼던 별의 마나가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클라나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프레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어, 어떻게 다시 나타난건가요…? 부활을 하신건가요…? 고대마법인가요…? 아니면 정말 유령…”
“…그건 말씀드릴수가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어도 당신에게 전해지지가 않는지라.”
그런 클라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 프레이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허나 확실한건, 저는 진짜 프레이고…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당신 앞에 이렇게 나타났다는 거겠죠.”
“아…”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다른 분들이 그랬어요… 당신이 짧은시간 동안 환상이나 꿈으로 나타났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렇게 설명했지만… 너같이 죄책감에 찌든 사람을 속이면 오히려 악영향이 갈것 같아서 말이지.”
“아아…”
그 말을 들은 클라나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결국, 결국 당신은 얼마못가 사라지신다는거죠?”
“……….”
그녀가 물었지만, 프레이는 그저 빤히 클라나를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프레이… 저는… 저는…”
하지만 클라나는 자신이 물은 질문의 해답을 알수 있었다.
“죄송…으읏.”
그렇기에 클라나는 오랫동안 꿈에서나 그리던, 자신이 그렇게도 원해왔던 일을 하려했으나.
“으으으…”
차마 입이 벌어지지 않자 꼴사나운 신음소리만을 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진짜 프레이에게 사과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에도.
그리고 그런 그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에도.
자신에게 사과를 할 자격이 있을까. 세상을, 모든걸 망쳐놓고서 용서를 바랄 자격은 있을까 하는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이 그녀의 발목을 너무나 강력하게 잡아버린 것이다.
“죄…죄송…!”
하지만 여기서 사과를 못한다면, 지옥에 갈 그녀는 천국에 있을 프레이에게 다시는 사과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클라나는 안간힘을 다해 프레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려 했지만…
“…당신 탓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에 전해지고 있던 온기보다 더 따듯한 프레이의 말이 그녀를 감쌌다.
“당신이 숲에서 길을 잃고 쓰러져 있던 절 발견하고 펑펑 울때 한 말이며, 유언장의 마지막 부분에도 써둔 말이죠.”
“아아…아…”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그 말을 잊어버리신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는, 별의 마나의 출력세기를 높여 다시 움찔거리기 시작하던 클라나의 손을 잠재웠다.
“아니에요… 프레이…”
그런 프레이의 배려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제탓이고… 제 잘못이에요… 제가 당신을 죽였고… 세레나 씨도 저 때문에 죽었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마왕군에게 패했고, 제 리더십이 부족해서…”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들으세요. 황녀님.”
클라나가 다시 패닉 상태에 빠지려 하자, 프레이는 그녀의 말을 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회차에서 당신을 죽인것도 저고, 세상을 망친것도 저며, 이번회차에서 당신을 속인것도 저였어요.”
“………”
“세상이 불합리한거지, 당신이 나빴던게 아니랍니다. 그러니…”
“…당신이 죽고, 많은 일이 있었어요.”
클라나가 프레이의 말을 끊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프레이는 하던 말을 멈추고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조용히 경청을 하는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왕의 비웃음과 선전포고가, 확성마법을 통해 제국 전역에 방송되었어요. 그 바람에, 며칠 안가 모든 제국민들이 진실을 알게 됐죠.”
그녀의 말대로, 모든 제국민들은 한동안 큰 충격에 빠졌었다.
자신들이 그리도 미워하고 증오했던 프레이가, 사실은 세상을 지킬 유일한 용사였던데다가 세상을 위해 자기 희생을 계속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레이를 그저 미련하고 아둔한 멍청이로 매도하며 깔깔깔 웃어대던 마왕은, 제국에게 한달간의 준비기간을 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하지만, 선라이즈 제국은 그러한 굴욕적인 처사도 그저 감지덕지 여겼다.
전회차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세명이나 남아있었기에.
제국을 망치던걸로도 모자라 마왕에게 속아넘어간 황제와 황후,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마왕의 힘이 완전히 깨어난 순간 전부 죽었기에.
그리고 전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세명이나 남아있었기에, 충분히 대비를 하면 승산이 있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처음에는 몇번 승리를 거뒀어요… 저와 카니아, 그리고 이리나는 전회차를 경험했었으니까요. 당연히 마왕군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정보쯤은 알고있었죠.”
“그랬군요.”
“하지만… 태양이 꺼지면서 모든게 바뀌기 시작했어요.”
언제나 찬란하게 빛날줄 알았던 태양이 힘없이 꺼지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밤 그들을 위로해줄거라 생각했던 달빛과 별빛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절망했다.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달은 그렇다 치고, 별빚만큼은 그들을 비추어 줄거라 생각했기에.
하지만 별의 용사가 다시 살아날 수 없듯이 별빛 역시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고, 그렇게 제국은 어둠에 잠겼다.
“태양이 사라지자 혹독한 추위가 전대륙을 덮쳤어요. 그러자 무기는 얼어붙었고,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죠.”
“….음.”
“그리고 제 태양의 마나가 사라진 날, 저는 깨달았어요. 제국은, 여기까지라는걸.”
클라나의 태양의 마나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것을 패망의 징조로 여겼다.
덕분에 황실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었으며, 그것은 군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왕은 마왕군을 이끌고 수도까지 들이닥쳤고, 전 제국을 지키는걸 포기했어요. 제국민들은, 지금 항구에서 다음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죠.”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돌린 클라나는,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프레이.”
“그러니까, 죄송해할 필요는…”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해요.”
죄송해할 필요가 없다 말하려던 프레이는, 사무치는 슬픔과 진심이 담긴 클라나의 목소리를 듣자 하던 말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왕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며칠간이나 제국에 울려퍼질때, 태양이 힘없이 꺼져버리던 그때, 그리고… 마왕군이 수도로 들이닥쳤을때, 당신에게 꼭 하고 싶던 말이 있어요.”
“뭔데?”
“알지 못해 죄송해요. 당신의 그 희생과 순수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드디어 꿈에만 그려오던, 죽어서도 못할줄 알았던 사과를 프레이에게 건내는데 성공한 클라나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낮이 찾아오면… 저는 몇 안남은 황실기사단과 함께 마왕군을 저지하러 갈거랍니다.”
“…마왕군을?”
“네, 아직 제국민들이 항구에 남아있거든요. 몇시간이라도, 아니 몇분이라도 더 버틸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마땅하죠.”
“하아…”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나세요.”
“네?”
“갈곳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아예 로브를 집어 던진 프레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딜 가시려고요…?”
“그냥 따라와요.”
“구, 군대와 합류해야 해요. 너무 멀리가면…”
“금방 도착하니까 따라오기나 해요.”
당황한 표정을 짓던 클라나는, 프레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바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래요. 당신이 원하신다면요… 뭐든지 할게요.”
그렇게 말하는 클라나의 손은,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 손떨림,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그, 그날부터… 모든 진실을 알게된 그날부터…”
그런 그녀의 손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클라나가 다시 발작을 일으키려고 하자 다급히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 아읏…”
이윽고 아까보다 세기가 더 높아진 별의 마나가 그녀의 손에 스며들었고, 그러자 클라나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떨림을 멈추었다.
“…손잡아 드릴게요.”
그런 클라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프레이는, 살며시 클라나의 손을 잡았다.
물론 영혼상태라 프레이의 손은 클라나에게 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시련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별의 마나를 프레이가 자신의 손에 둘렀기에, 클라나는 프레이와 손을 마주잡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와 손을 잡고 있으니까, 아까같은 행동은 하지 마시길.”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클라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계세요.”
“…?”
가게에서 나가기 전, 클라나는 자신을 들여보내준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비록 그는 2층에서 자고 있겠지만, 곧 있으면 자신처럼 목숨을 잃을게 분명해보였지만.
그럼에도 클라나는 꾸벅 인사를 하며 주머니에 있던 금화를 올려놓았다.
“…가죠.”
그리고 물끄럼히 가게를 둘러보던 클라나는, 카운터의 뒤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 있던건, 깨진 가족사진이었다.
.
– 슈우우…!
“으윽…”
살갖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이 클라나를 덮친다.
“괜찮으신가요?”
“네, 네에…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나는 애써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긴다.
– 샤르르…
“…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손을 움직여 별의 마법으로 클라나를 감싼다. 그러자, 따듯한 온기가 클라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어때요? 좀 괜찮아졌나요?”
약간 의아한 눈빛으로 클라나가 프레이를 바라보자,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묻는다.
“아…”
자신을 걱정하는 프레이의 그 질문 한마디가, 애써 잠재웠던 클라나의 죄책감을 다시 깨우기 시작했다.
“당신은… 추위도, 따뜻함도 못느끼잖아요. 그런데…”
그 말에 피식 웃은 프레이는, 부드럽게 클라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추위도, 따뜻함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다시 한번 별의 마법을 걸자, 그녀의 몸 주변에 따스한 별의 섬광들이 멤돌기 시작했다.
“왜, 왜 그러시는거에요…?”
“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몸도, 마음도 따스함을 느낀 클라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질문을 던졌다.
“왜 저에게 잘해주시는 건가요…”
비록 모르는 일이었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쏟아지던 차갑고 원망어린 시선에 클라나는 이미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그런 시선을 보낼 자격이 있는 프레이가 자신에게 주는 따스함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시덥잖은 소리 말고 어서 따라오기나 해요. 거의 다 왔어요.”
그런 클라나에게 피식 웃어보인 프레이는, 클라나를 이끌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
그제야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깨달은 클라나는, 떨리는 눈빛을 한채 입을 열었다.
“여긴… 여기는…”
“그래요, 제가 별맞이 꽃을 찾다가 길을 잃었던 숲이죠.”
그런 클라나에게 부드럽게 말한 프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숲속으로 나아갔다.
“아시나요? 이곳은 천년전의 용사님이 그때의 황녀와 문라이트 가문의 영애와 맹약을 나눈 곳이래요.”
“매, 맹약…”
“그래요, 세 가문을 천년간 묶어온 오래된 약속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손에서 작은 구체를 만들어 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 숲에서는 1년에 한번 희귀한 꽃들이 피어나죠.”
잠시후 그의 손에 반짝이는 별빛의 구체가 솟아나자, 프레이는 그것을 앞으로 날려보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게 뭔진 당신도 알겠죠.”
“다, 달맞이 꽃… 별맞이 꽃… 그리고…”
“…해맞이 꽃.”
앞으로 날아간 별빛의 구체가 비추고 있는 곳에는, 두터운 눈을 뚫고 피어난 해맞이 꽃이 있었다.
“저, 저게 어떻게…”
“선물이에요. 제게 별맞이 꽃을, 그리고 세레나에게 달맞이 꽃을 준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
“아아…”
가게에서 나오고 걷기 시작한지 몇분만에 숲에 도착했다는 점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어째서 해를 봐야만 피어난다는 해맞이 꽃이 두터운 눈을 뚫고 피어난건지도 상관 없었다.
클라나는, 그저 눈 앞에 외롭게 피어난 해맞이 꽃을 조용히 눈에 담으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세 가문이 맺은 맹약의 영향으로 생겨나는 꽃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하죠.”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꽃이 있는 곳으로 클라나를 이끌기 시작한 프레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꽃을 노렸지만, 어째서인지 그 누구도 그 힘을 가지지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멈추어서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해맞이 꽃으로 뻗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죠. 그 꽃들은, 미래를 위해 선조들이 저희에게 남겨준 안배니까요.”
“으앗…!”
이윽고 그녀의 손이 해맞이꽃에 닿자, 찬란한 빛이 그녀에게 감돌기 시작했다.
클라나가 그토록 원하던, 그리고 그리워했던 태양빛이었다.
– 파지지지직…!
“흐극, 흑… 흐으…”
설마하는 표정으로 손에 힘을 준 클라나는, 자신의 손에서 태양의 마나가 넘실거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터트렸다.
“하루정도밖에 지속이 되지 않겠지만, 그 정도면 마왕군과 싸울때 도움이 되겠죠.”
“가, 감사… 감사합…흐극…”
클라나는, 더 이상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지난 몇년간 마음에 묻어왔던 슬픔이, 괴로움이, 죄책감이, 그리고 절망이, 한데 섞여서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감사해요오오… 정말, 정말로 감사… 감사합니다아……”
더 이상 그녀는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않았다.
그저 그동안 묵혀왔던 감정을 터트리고 또 터트리며, 눈앞에 있는 프레이에게 진심을 말할 뿐이었다.
“당신이 필요해요… 프레이… 저는, 저는… 당신이 너무나도 필요해요…”
“황녀님.”
“당신이 사라지고야 알았어요… 제국에 필요한건 제가 아니라 당신이였음을, 그리고 세레나 씨였다는 걸요…”
지금까지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울음을 터트리며, 클라나는 애절하게 말했다.
“당신을… 당신을 다시 살려낼 방법은 정말로 없을까요…? 제발요… 제 목숨을 바칠게요… 필요 하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게요… 평생 지옥에서 고통받을테니, 제발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이는 그저 가만히 클라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프레이.”
그렇게 한참을 울던 클라나는, 별안간 울음을 그치고는 입을 열었다.
“제게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선물을 주셔서.”
그녀는, 깨닫고 만 것이다.
“당신이 선물해준 힘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게요.”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그러니……..”
– 스르르…
클라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가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제 첫번째 신하님.”
그 말이 끝난 순간, 프레이는 별빛의 조각이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아?”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던 그가 남긴 별의 조각에 무심코 손을 뻗던 클라나는,
“여긴…..?”
이내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프, 프레이…! 프레이는 어딨죠?”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던 창문에서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클라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신지요? 황녀님?”
“프레이가…! 프레이가아…!”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채 잠옷차림으로 일어난 클라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있던 시종에게 무언가를 말하려했지만…
“…어라?”
“황녀님?”
“으음… 그게…”
이내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악몽이라도 꾸셨는지요?”
“아… 그런것 같네요.”
이윽고 시종이 걱정스럽게 묻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던 클라나는 문득 속으로 중얼거렸다.
‘…..프레이에 대한 악몽이라도 꾸었던걸까?’
따스한 아침 햇살이 그런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