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7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79화(79/524)
Episode 79
“…후아.”
클라나가 프레이의 묘비에 찾아오기 며칠 전, 한 소녀가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눈으로 뒤덮인 길을 걷고 있었다.
“추워.”
클라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던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온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 맞다, 이제 안나오지?”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때의 기적으로 만들어졌던 번쩍이는 빛은, 용사의 죽음과 함께 거짓말처럼 스러져버렸으니 말이다.
– 슈우우…
덕분에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던 소녀는,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그렇게 계속해서 걸음을 걷던 소녀는, 이내 한 술집에 불이 켜져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 꼬마 아가씨네?”
“…안녕하세요.”
이윽고 가게 안에서 한 여인이 나와 입을 열자, 꼬맹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지금 뭐하세요?”
주머니에 들어있던, 몇년전에 자신의 구원자가 주었던 금화들중 마지막으로 남은 금화를 만지작거리며 메뉴판을 흝어보던 소녀는 이내 여인이 카운터 뒤에서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는걸 발견했다.
“뭐긴 뭐야, 짐을 꾸리는거지.”
“당신도 이 제국을 떠날껀가요?”
착잡한 표정으로 소녀가 묻자, 여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답했다.
“그럼, 떠나야지. 마왕을 죽일 용사는 사라졌고, 마왕군은 진격해 오는데… 계속 여기에 있으면 개죽음이잖아?”
“…….그렇네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소녀는, 이내 카운터의 옆에 있던 깨진 사진을 물끄럼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게 궁금한거니?”
“아, 그게…”
“가족사진이란다.”
그 사진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여인은, 이내 슬픈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1년전에 이 사진에 있던 남편과 아들이 전쟁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앨범째로 집어던져서 이꼴이 됐지.”
“아…”
그렇게나 슬픈 이야기를 꽤나 담담하게 말하는 여인을 보며,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착하네, 남을 위해 슬퍼해주다니.”
그런 소녀가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던 여인은, 이내 짐을 들고 출구로 향하며 말했다.
“이 가게에 있는건 마음껏 꺼내 먹으렴.”
“하지만…”
“난 어차피 오늘 이 제국을 뜰거니까 괜찮단다.”
그렇게 말하며 여인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 소녀는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안 가져가세요?”
그러자, 여인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굳이 슬픈 기억을 가져가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그 말을 마친 여인은, 술집을 나선 뒤 눈이 쌓인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한참동안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조심스럽게 선반에서 빵을 꺼내 한입 베어물었다.
“푸헤…”
그 빵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으으…”
덕분에 한동안 턱을 어루만지며 가게안에서 몸을 녹이던 소녀는, 어느정도 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자 어김없이 술집의 바깥으로 나왔다.
– 터벅 터벅
그 이후로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이 걷던 소녀가 도착한곳은, 놀랍게도 프레이의 생가였다.
“분명히 말하셨잖아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프레이의 묘비를 발견한 소녀는, 어두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곧 세상이 용사를 칭송할거라고.”
세상은 용사를 칭송하지 않았다.
그저, 그 숭고한 행적을 동정하고 안타까워 하며 슬픔에 잠겼을 뿐.
“………”
그렇게 이제는 찾아오는 발길도 뜸해진 프레이의 묘비를 한참동안이나 지켜보던 소녀는, 자신의 왼손 약지에서 조용히 반지를 빼내며 속삭였다.
“…잘자요, 용사님.”
그렇게 말하며 반짝이는 반지를 용사의 묘비밑에 내려놓은 글레어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묘비를 나섰다.
어째서인지 시스템의 시련이 포착해내지 못했기에 프레이도 볼 수 없었던, 모든걸 바꿀 수 있었던 변수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하아, 드디어 끝났네.”
눈앞에 있던 클라나가 사라지자, 어둠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떠있던 숫자가 0으로 변했다.
[2번째 시련을 클리어 하셨습니다!]“…에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시스템창을 밀어내려 했는데, 이젠 밀어내지지도 않는다.
‘좆같은 시스템 새끼.’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계속해서 날 따라오는 시스템에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어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드리누웠다.
“야옹이 보고 싶다…”
정신적으로 지쳤을때마다 날 핥아주던 고양이 인형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배조차 만지지 못하게 하던 고양이 인형이지만, 꽤나 친해지고 나서는 상황이 변했다.
자다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떠보면,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핥고 있다가 야옹 소리를 낸다던가.
어쩌다가 악몽을 꾸기라도 하면 내게 냥냥펀치를 날려 잠에서 깨워 준다던가.
가끔 가다가 긴 야옹 소리를 내고는 내 옷 안으로 파고들어 똬리를 틀고는 새근새근 잠에 든다던가.
내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배를 발랑 까뒤집고 눕고는 나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던가.
그런 식으로 내 멘탈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주기에, 이제 녀석과 나는 땔래야 땔수가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왕이면 카니아랑 같이 놀고 싶었는데.’
동생에게 그런 귀여운 고양이를 선물받은 카니아니, 그녀도 고양이를 꽤나 좋아할게 분명하다.
하지만 다 큰 우리가 인형놀이를 하는건 생각해보니 조금 그런데다가, 카니아는 요즘들어 한번 잠에 빠지면 좀처럼 깨어나질 못한다.
물론, 그녀를 깨우려고 하면 질투라도 난건지 고양이 녀석이 내 발목을 깨물기에 그다지 깨울 시도를 많이 못한것도 있지만 말이다.
[첫번째 클리어 보상이 지금부터 시작됩니다.]“…그래, 그래야지.”
이 미친 시련때문에 몇달간을 이 시련속의 세상에서 보냈다.
물론 시련에서의 시간과 현실에서의 시간은 다르다는 메세지가 있기에, 저번처럼 눈을 뜨면 몇달이 지나있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몇달간 영혼상태로 이 미친 세상을 유람하는건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뭐, 그래도 몇달로 끝난게 다행인가?’
내가 죽는 분기점으로부터 아까 클라나가 있던 시간대까지는, 몇년이라는 간극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간극을 뛰어넘나들면서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풀어주고 다녔다.
그렇다.
시스템의 2번째 시련은, 바로 배드엔딩을 직접 경험하는 동시에 그 배드엔딩으로 인해 망가진 히로인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제국 이곳 저곳을… 심지어는 서대륙과 동대륙까지 방문해가며 히로인들을 찾아다녔다.
분기점이 발생했던 날 더이상 생명력 공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폭주를 하다가 세레나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폭주를 멈추었지만, 그날 이후로 슬픔에 젖어버려 폐인처럼 살던 카니아를 찾아간 일.
예전의 에고와 자존심, 그리고 총기마저 잃은채 실성해버린 이리나를 찾아갔던 일.
날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쌓이고 쌓여 타락하기 직전까지 갔던 페를로체를 찾아갔던 일.
아카데미 교사를 그만두고 술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가 선물해줬던 검과 편지를 바라보는걸로 시간을 때우던 이솔렛을 찾아갔던 일.
그 밖에도 수차례 계속된 자살시도가 전부 실패로 돌아가는 불행을 겪던 루루나 반쯤 미쳐 지내던 아리스, 그리고 이리나를 간호하며 죄책감에 빠져살던 아리안느를 찾아간 일까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리아와의 만남과 영혼 상태의 세레나와의 만남은… 아무리 시련이라고 해도…
“…정신차려.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야.”
결국 이건 시스템이 내게 보여주는 시련일 뿐이다.
자칫하면 일어날 수도 있었던 한가지 가능성을 보여줄뿐, 이 시련이 끝나면 나는 여전히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 슈우우…
“…음?”
나를 감싸던 어둠이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장면이 휙휙 바뀌기 시작했다.
“…응?”
그런 이상현상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에 거대한 인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왕군이잖아…….”
전회차에서 봤던,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마왕군이 진격을 하고 있다.
“으아아아아!!!”
– 퍼버버버벙!!!
그렇게 계속 진격에 진격을 거듭하고 있던 마왕군의 맨 앞에서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마저 지면 더는 희망이 없소! 저 빌어먹을 년을 막아야…”
– 콰드득…!
“대, 대장님!!”
온몸에서 기를 뿜어내며 마왕군에게 권격을 날려대던 동대륙의 무인이, 한순간에 반토막이 나버렸다.
“……..흐아암.”
마왕군을 저지하기 위해 전대륙에서 모인 결사대의 대장을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처리해버린 마왕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끈한 싸움을 원했도다. 허나, 결사대라는 놈들의 수장이 저렇게나 허약해 빠진걸 보니… 아무래도 글러먹은 것 같군.”
그렇게 말하며 마왕이 마치 지휘를 하듯이 손가락을 휘두르자,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피와 내장이 날아다니다 서로 섞여서 뭉치고, 뼈와 살이 사방에서 터져나가며 만들어내는 잔혹한 장면에, 마왕군 마저 할말을 잃고 침묵을 유지한다.
“…….설마, 그것이 필살기인지요?”
“필살기라니? 나는 그저 손가락을 빠르게 놀렸을 뿐이다.”
드미르칸의 질문에 태연한 표정으로 답한 마왕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필살기를 쓴다면, 뒤에 있는 마왕군도 전멸할게다. 그럼에도 내가 필살기를 쓰길 원하느냐?”
“아니요.”
그 말에 식겁한 드미르칸이 재빨리 답하자, 마왕은 그 모습이 여간 우스웠던지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농담이도다.”
“그, 그렇죠. 아무리 마왕님이라도 그건…”
“네놈이 전력으로 공간 마법을 써서 도망친다면 전멸은 아니겠지.”
그 말을 마친 마왕이 팔이 아팠는지 손가락을 크게 휘젓자, 끔찍한 비명소리가 일순간 멈추었다.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드미르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마왕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화끈한 싸움을 원했도다. 이런 미적지근한 싸움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하품을 한 마왕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레이 그 녀석이었다면, 꽤나 재밌는 싸움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도다. 내가 봤을때, 녀석의 강함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로… 말입니까?”
“아마, 나를 제외한다면 전 대륙 최강이었겠지.”
그렇게 말한 마왕은, 짜증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잉… 싸우는데 제약이 걸려있지만 않았어도.”
‘…지금, 저 새끼가 뭐라는 거지?’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던 나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봤었다고?’
녀석은 방금 내 강함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을 제외한다면 전대륙 최강자였을 거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대충 말하는것도 아니고, 확신에 차 정확히 말하는걸 보면… 그리고 ‘내가 봤을때’ 라는 말을 한걸 보면, 저 녀석은 날 만난적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그게… 말이되나?’
내가 알기로는 마왕은 ‘제물 마법진’을 쓴 의식이 성공해 봉인이 풀리지 않는 한 ‘마왕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기에, ‘메인 퀘스트’를 통해 마왕에게 이점이 가는 일이나 ‘제물 마법진’의 발동을 막아 마왕이 마왕성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며, 동시에 용사의 무구를 깨워 마왕성으로 쳐들어가는것이 ‘위악자 루트’의 공략법이다.
그런데, 어떻게 마왕이 나를 봤다는걸까?
내 얼굴정도는 마왕군의 끄나풀로 있었을때 2인자가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었겠으나, 내 강함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마… 제물 마법진을 성공시켜서 밖으로 나온건가?’
잠시 마왕이 이미 밖으로 나왔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면, 이미 전 대륙이 불타고 있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메인히로인 전부가 만전의 상태에서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마왕인데, 굳이 밖으로 나와서 숨어있을 리가 없다.
‘…그러고보니, 내가 죽은 순간 마왕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했지.’
하지만,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해 볼때… 그녀는 지금 밖에 나와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왕성에 있을 그녀가 내 죽음을 알아차리고 바로 선전포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젠장… 벌써부터 골머리가 아프네.’
마왕이 세상을 끝장내는 장면이 왜 보상인가 했더니, 이래서 보상이었나 보다.
마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꽤 많이 알게 해줬으니 말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번 시련에서 얻은것도 꽤 많아.’
영혼상태로 존재하고 있을때, 왠지 모르게 3인칭 시점으로 세상이 보일때가 있었다.
카니아에서 이리나로, 또 아리아에서 이솔렛으로.
꽤나 난잡하지만 규칙성있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던 시점은, 세레나가 등장하고 나서는 한참동안 그녀에게 고정됐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놀라운 점은… 그렇게 시점이 변할때마다 속마음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였다.
물론, 누가봐도 중요해보이는 대사나 속마음은 뭉개져서 잘 느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뭉개진 대사 속에서도 완전히 유추해낼수 있는 대사가 하나 있었다.
– …신이, …신이 깨어날꺼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 페를로체가 한말은 [마신이 깨어날꺼야.] 였겠지?’
시스템 녀석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게 꽤나 싫었던 것 같지만, 페를로체가 일기장에 남겨둔 ‘반쪽이 마신’이라는 암호 덕분에 시련에서 정보를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얄미운 시스템에게 한방을 먹여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속이 상당히 시원하다.
[두번째 시련 종료.]“…참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스템이 삐지기라도 한듯 짧게 메세지를 띄워주었다.
시스템이 졸렬했던게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이건 좀 선을 넘은게 아닌가 싶다.
비록 ‘첫번째’ 보상이긴 하지만 저런 짧은 대화가 끝이라니.
정말이지, 선조님의 말씀대로 개좆망겜…
– 파지지지지직!
“…뭐, 뭐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왕의 품에서 무엇인가가 빛나기 시작했다.
“마왕님? 그게 뭡니까?”
“이건… 옛날에 샀던 스크롤이다만.”
“…네?”
그러자 드미르칸이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마왕은 흥미로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걸, 왜 지금까지 가지고 계셨습니까?”
“내가 해석해내지 못한 스크롤은 그게 처음이라, 흥미가 동해서 그랬도다.”
“마왕님이, 고작 그런 낡은 스크롤을 해석하지 못하셨다고요?”
그 말에 드미르칸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 한편, 마왕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 이게 드디어 작동을 하는구나. 지난 몇년간 아무리 용을 써봐도 작동이 안됐었는데.”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나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시련이 종료가 안되는거지?’
분명히 시스템은 두번째 시련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왜 시련이 종료가 안되는 걸까?
[심각한 오류 발생! 시스템 업데이트중……]“…엥?”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빨간색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 파지지지직!
“…어라?”
그리고 그제야 나는, 마왕의 모습이 어쩐 이유에선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왜 이걸 눈치를 못챘었지?’
생각해보니 전회차에서 드디어 마왕을 만났을때도, 그리고 그녀에게 달려들어 동귀어진을 할때도 나는 마왕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인식 저해 마법이라도 걸려있던 걸까?
그렇다면, 지금은 왜 갑자기 그런 사실을 알게된 걸까?
– 파지이이이잉!!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반짝이는 섬광이 스크롤에서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스크롤을 내려다보던 마왕의, 루비색 눈동자를.
[시스템 오류 수정 완료! 시련을 종료합니다.]하지만 그 다음 순간, 빨간 시스템창이 내 눈앞에 떠오르더니 모든게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건, 검게 물든 태양이였다.
.
“으음…”
천천히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스타라이트 저택의 내 방에 누워있는 것 같다.
“읏차…”
유독가스도, 불도 없는 깨끗한 내 방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나는, 이내 인기척을 느끼고는 표정을 굳힌채 옆을 쳐다봤다.
– 펑! 퍼벙!!
“…흐이익!”
그리고 그 순간, 폭죽이 터졌다.
덕분에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고 있으니, 누군가가 내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너희들 지금 뭐해?”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고양이 장식이 있는 케이크를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내 앞에 생일 모자를 쓴채 폭죽을 들고 있던 카니아와 이리나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그러니까 오늘이…”
“오늘은 도련님의 생일입니다.”
“뭐라고?”
그러자 이리나가 내 눈치를 보며 더듬더듬 말하는 한편, 카니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드려요, 도련님.”
두번째 시련이 끝난 날은, 스타라이트 저택 피습 사건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