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8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80화(80/524)
Episode 80
“그래서… 내가 일주일동안이나 누워있었다고?”
“네… 그러셨습니다.”
시스템의 시련에서 겪은 몇달은, 현실에서는 일주일에 불과했다.
그래도 1:1로 적용되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인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깨어날 줄 알고 있었어?”
“오늘 새벽에 도련님의 무의식이 옅어지기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내가 깨어날때 이미 생일파티 준비를 전부 해둔 비결이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카니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역시 카니아는 참 유능한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케이크는…”
“미리 특별주문 해두었던 케이크 입니다. 마음에 좀 드시나요?”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네.”
은색 고양이와 검은색 고양이가 뛰놀고 있는 케이크를 보니, 마음이 살짝 편해진다.
그때 그 꿈처럼 우리 모두가 전부 모여서 생일파티를 했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카니아와 이리나로 만족해야겠다.
“어… 도련님. 후 불어보시겠습니까?”
“뭐야, 마법 양초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카니아가 양초를 꽂고 불을 붙여 놓았다. 양초에서 은은한 기운이 느껴지는걸 보니, 불면 심신이 안정되는 향기가 피어오르는 고급 제품인것 같다.
“…..후아.”
촛불을 후 불고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기를 들이마시니 드넓은 초원에 여유롭게 누워있는 느낌이 든다.
“고마워, 얘들아.”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긋이 눈을 감던 나는, 카니아와 이리나에게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건냈다.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거야. 만약 너희들마저 없었으면 난 지금쯤 홀로 케이크를 먹고 있었을테니.”
그렇게 말한 나는, 옆에 놓여져 있던 나이프를 집어 순식간에 케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고, 고마워.”
이윽고 내가 케이크를 한 조각씩 나누어주자 카니아는 침착하게, 이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게 현실이 아니라 다행이야.’
그런 그녀들을 보니, 그녀들을 시련에서 만났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매 순간순간을 날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세상의 파괴욕구에 시달리며 피폐하게 살아가던 카니아 가 날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이라던가.
아리안느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실성한채 지내던 이리나가 날 보는 순간 눈동자가 또렷해지더니 눈물을 흘린다던가.
“도련님? 왜 그러시나요?”
“프레이, 괜찮아?”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 덕에 카니아와 이리나가 꽤나 걱정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아, 아냐. 그냥… 시련의 기억이 떠올라서.”
애써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는데, 이리나의 표정이 다시 창백해졌다.
“프, 프레이… 시련은 어땠어? 많이 힘들었어?”
“하나도 안 힘들었어. 그냥…”
“…그렇다 치기에는 그동안 하신 잠꼬대들이 가관입니다만.”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데, 옆에서 무표정을 짓고 있던 카니아가 내 말을 끊었다.
“도련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음… 그게…”
“물론 기억하시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야기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잠시 옆에 있던 이리나의 눈치를 보던 카니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도련님이 잠들어 있던 일주일간 이리나씨가 보인 다양한 행동들과 감정을 보아하니, 이야기를 안하시면 곧 이리나씨의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가리킨 이리나는, 불안하고 죄책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떨고 있었다.
“뭐, 별것도 아니였어…”
그런 이리나에게서 시련속의 그녀가 겹쳐보이는 바람에, 나는 어쩔수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냥 내가 만약 저택에서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체험하고, 나에게 죄책감을 가진 사람들을 일일히 만나고 다녔지. 그게 다야. 끽해봐야 일주일 밖에 안걸렸다고. 산전수전 다겪은 나에게는 아무것도…”
“…저번엔 몇달이나 걸릴거라면서.”
“아무튼 진짜 별거 아니였어. 봐, 멀쩡하잖아?”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이리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러면… 이젠 여기서 나가고 싶다던지, 최악이라던지, 제발 그러지 마라던지… 그런 암울한 말들을 계속 잠꼬대로 한 이유는 뭐야?”
“그건…”
“시련은… 그렇게나 고통스러운거구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리나가 울먹거리기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 보고 있던 카니아가 끼어들었다.
“이리나 씨. 거기까지 하시지요.”
“하지만…”
“이리나씨의 걱정하시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오늘은 도련님의 생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칙칙한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생했어, 프레이.”
“으응…”
왠지 모르게 카니아가 싸늘하게 날 째려보는 것 같았기에 말꼬리를 흐리며 답한 나는, 앞에 여러조각으로 잘라 두었던 케이크를 한조각 베어 물었다.
“아… 달다. 역시 단게 최고야. 세레나가 옳았…”
“도련님. 며칠뒤에 도련님의 생일파티가 열릴 예정입니다.”
“푸흡!!”
세레나에게 내밀면 눈이 돌아갈게 뻔할 정도로 달디 단 케이크를 음미하고 있는데, 카니아의 입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콜록, 콜록. 으으…”
“도련님, 괜찮으신지요.”
덕분에 먹고 있던 케이크가 목에 걸려 켁켁대고 있으니, 카니아가 옆에 있던 물잔을 건냈다.
“카니아, 방금 네가 칙칙한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하지 않았어?”
“어… 도련님은 항상 생일 파티를 좋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물을 마시고 나서야 한결 편해진 내가 묻자, 카니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몰랐구나. 난 생일파티가 끔찍히도 싫어.”
“네?”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고, 경멸하거나 이용해 먹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잔치를 그 누가 좋아할까.”
“아…..”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긴, 전회차에서 나는 항상 생일파티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방탕한 행동들을 일삼아 왔으니… 누구라도 내가 생일파티를 좋아할거라 생각할거다.
– 똑똑똑
“청소하러 왔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아, 안녕하…”
“루루?”
“…흐익.”
이윽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메이드복 차림의 루루는, 깨어있는 날 보더니 창백하게 질린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어와.”
“아, 네… 네에…”
그런 그녀에게 싸늘하게 말해 방에서 내쫒은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지시해둔건 잘 수행해뒀나보네?”
“네, 차질 없게 진행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다행이네.”
이윽고 카니아의 말을 들은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다시 누워 그녀의 이어진 브리핑을 듣기 시작했다.
“도련님의 계획대로 방학동안 저택에서 쫒겨난 사용인들은 휴가비를 명목으로 근무할때와 동일한 비용을 제공받을것이고, 오늘부로 임시 사용인에서 해고될 평민 학생들은 막대한 보상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럼, 내가 할건 이제 억울해 하는 연기밖에 없겠네.”
“네, 그렇습니다.”
카니아의 말대로, 나는 처음부터 평민 학생들에게 돈을 퍼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카니아를 시켜 뒷조사를 해본 결과, 평민 학생들의 절반은 가난에 허덕이는 바람에 제대로 된 밥도 못먹고 있다.
그리고, 그들중 1/4이 병든 동생이나 부모님을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비싼 교재를 살 돈이 없어, 돈을 조금씩 모아 교재를 사서 돌려본다.
2학기에 있을 수학여행에 참가할 비용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흔한 편이며, 매일 점심시간에는 아카데미의 급식소에서 나오는 맛대가리 없는 음식들로 억지로 배를 채운다.
그런 그들인지라, 이번 시험에서 내 명령에 따라 메이드와 시종이 되는 굴욕에도 참고 임한 것이다.
왜냐면, 아카데미의 A반은 학비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로 가득찬 선라이즈 아카데미이지만, A반 학비 면제는 1000년을 이어온 유서깊은 전통인지라 학장도 어쩔수 없이 손을 못대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유서깊은 전통이 아닌것들은 전부 학장에 의해 뜯어 고쳐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평민 학생들에게는 금전적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평민들에게 돈을 지원해주는 규칙이나 제도, 그리고 기관이 하나도 없는 것이 현재 선라이즈 제국의 암울한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을 내 저택에서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으로 평민들에게 돈을 퍼줄것이다.
“카니아, 아버지가 만들어뒀던 ‘사용인 복지 규칙’은 아직 유효하지?”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사용인의 복지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는,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강력한 규칙들을 만들어 두셨다.
그리고 그 규칙중에서 나는, 사용인들의 휴가에 대한 규칙과 사용인들의 해고에 대한 규칙을 사용할것이다.
“…카니아, 특별 시험은 어떻게 됐지?”
“이번사건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황실에서 취소했습니다. 그 덕에 A반의 인원은 그대로 현상유지 될 것입니다.”
혹시나 사건현장에 도착했던 클라나가 나를 제외한 평민들을 전부 탈락시키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일주일전의 저택 습격 사건 때문에 시험이 취소가 됐다고 한다.
하긴, 아마 그녀가 날 죽이는데 실패했을때 최소한의 견제라도 하기 위해 넣었을 ‘지휘관이 탈락자를 결정할 수 있는 규칙’도 그렇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안 약화의 우려도 지적되었을테니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좋아, 잘 됐네. 그럼 슬슬 계획해둔 일을 진행해야겠어.”
그렇게 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며 방문으로 향했다.
“평민 학생들은 아직까지 저택에 있지?”
“네, 그렇습니다. 특별시험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오늘 발표되었기에, 평민들도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알리바이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 뒀어?”
“예, 평민학생들은 도련님이 특별 시험 규정을 무시하고 해외 여행을 갔다가 오늘 복귀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잘 했어. 그럼 전부 1층에 모이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서려는데, 눈앞에 뭔가가 떠올랐다.
[두번째 보상…….]“…저리가.”
중요한 일을 하려는데 눈치없이 끼어든 시스템창을 바로 치워버린 나는, ‘두번째 보상’이라는 단어가 지나갔다는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나중에 확인해야지…’
시스템의 보상과 능력이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최근에 들어서 저 알미운 시스템만 보면 짜증이 마구 치민다.
조금 이따가 확인할 두번째 보상이 형편없다면, 앞으로는 포인트 투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시스템을 거들떠도 안볼 것이다.
“저, 저기… 이제 저 들어가도…”
“너도 따라와.”
“흐엑…!”
그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선 나는, 방 밖에서 불안에 떨고 있던 루루의 팔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세요…?”
“됐고, 따라오라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루를 질질 끌며 1층으로 내려가보니, 이미 몇몇 평민 학생들이 불려나와 적개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제국 최고의 망나니이자 여자 학생들을 성희롱했다고 여겨지고 있던 내가,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려 놓고 태연하게 해외여행이나 갔다왔다고 믿고 있을테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너희들에게 알릴 소식이 있어.”
그렇게 담담하게 그들의 눈빛을 받아들이고 있던 나는, 모든 학생들이 1층의 로비에 모이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별시험이 취소됐어. 우리반은 다음 학기에도 현상 유지될거야.”
그 말을 들은 평민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긴, 가난에 쪼들리고 있는 그들에게 A반에서 쫒겨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만큼 기쁜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이제 우리 집에서 전부 나가.”
하지만, 이어진 내 말을 들은 평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싸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뭐해? 안나가고?”
그런 그들을 되려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며 말하던 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설마 보상을 바라고 일을 했던거야?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너무 양심이 없는거 아니야?”
“하지만… 분명 여기 들어올때 계약서를…”
“뭐?”
이윽고 한 학생이 쭈뼛거리며 나서자, 나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계약서는 뭔 계약서?”
“그게… 이 저택에 온 첫날에, 저희가 계악서에 서명을 했었는데…”
“그러니까 그 계약서가 뭐냐고!!”
내가 역정을 내자, 내 앞에 나섰던 학생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그것은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카니아가 조용히 내게 시선을 보내고는 끼어들었다.
“제가 학생분들이 온 첫날에 계약서를 나누어줬습니다.”
“뭐?”
“스타라이트 저택의 소유주이자 원래 이 곳의 가주이신 아브라함 라온 스타라이트 님이 세워둔 사용인의 고용에 대한 규칙에 따라…”
“카니아,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에게 다가선 나는, 흉흉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말했다.
“지금 저택의 가주는 나야. 내 말이 곧 규칙이자 법이라고. 그런데, 아버지의 규칙이 왜 튀어나와?”
“도련님은 임시 당주……”
– 짝!!
카니아의 얼굴이 훽 돌아갔다.
“”………..””
그리고, 저택의 로비에는 정적이 흘렀다.
“기어오르지 말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난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온다.
그리고,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평민들은 전부 날 경멸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물론 자기들 딴에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것 같지만, 하도 많은 시선을 받아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뻔히 속내가 보인다.
“계약서든 뭐든 필요없어. 당장 우리 저택에서 나가.”
“하지만 도련님, 아브라함 님이 만드신 규칙은 제국법상 강제력이 있는데다가 마법적인 제약도 걸려있기에…”
“그럼 쟤네들을 계속 데리고 있자고? 곧 내 생일파티를 열건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니아에게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주변에서 날아드는 싸늘한 눈초리를 애써 무시하며 말이다.
“특별시험이 진행중이면 모를까, 시험도 끝났으니 내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거야. 그런데, 요리도 못하고 일처리도 미숙한 저런 녀석들이 저택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될 것 같아?”
“하지만 도련님의 생일파티는 이 저택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열리는…”
“너도 알잖아. 내 그림자 친구들 말이야. 걔네들이랑 하는 생일파티는 매년 내 저택에서 따로 열어왔잖아.”
그 말을 들은 평민들의 표정이 굳는다. 하긴,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 그림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내 입으로 들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물론, 평민들이 소문을 퍼트리도록 일부러 강조해서 말한 탓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도련님… 지금 저분들을 내쫒으시면…흐억…!”
“상관없으니까 전부 나가. 보상금이든 위약금이든 물어줄테니, 그거나 먹고 꺼지라고.”
카니아의 배를 발로 차 넘어트린 내가 평민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자, 평민들이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패악질에 화가 많이 난것 같다.
“카니아 씨! 괜찮으신가요!”
아니나 다를까, 이를 악물고 있던 페를로체가 갑자기 카니아에게 달려들더니 성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제가 치료해드릴…”
“괘, 괜찮습니다! 성녀님!”
“아, 아아… 그, 그렇군요!”
하지만 당황한 카니아의 표정을 보고 뒤늦게 그녀가 성력에 취약한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상기한 페를로체는, 다급히 그녀에게서 떨어지더니 이내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프레이! 이런 패악질은 그만두세요!”
“패악질?”
“네! 저희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었는데! 보수도 안받고 쫒아내다니요! 이런 부당한 대우는 용서할 수 없….”
“…그냥 가자, 페를로체.”
“네, 네에?”
평민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주려는 내 계획을 자기도 모르게 방해하기 시작한 페를로체를 어떻게 말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녀의 옆에 있던 이리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리나씨! 그치만…”
“카니아에게 계획이 있어. 그러니… 여기선 물러나자.”
“으으…”
이윽고 이어진 이리나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페를로체는, 나를 노려보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럼, 도련님은 여기 계신 모두를 ‘해고’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순간, 카니아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 저 녀석들은 전부 해고야.”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카니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네, 그런고로… 여러분은 이 시간부로 해고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있는 계약서를 참고해주세요.”
“됐으니까 빨리 내보내.”
“도련님도 확인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여기에 있는 규칙은…”
“됐다고. 고리타분한 아버지가 만든 규칙 따위 1도 관심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평민분들을 안내해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답한 카니아가 평민들과 함께 저택을 나가려는 순간,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내 옆에 있던 루루의 어깨를 잡았다.
“잠깐… 넌 남아있어.”
“히긋! 네, 네에?”
“네 계약은 계속 유지할게. 생각해보니 그림자 친구들과 놀때 널 장난감으로 삼으면 꽤나 재밌을 것 같아서.”
그 말을 들은 루루의 표정이 창백해지는 한편, 평민 학생들은 역겹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가죠.”
이윽고 카니아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평민들은 하나둘씩 나에게서 시선을 때고 천천히 저택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저, 저저 저기… 그 말은…”
“뒷북치지 말고 내 방이나 청소하고 있어.”
“흐, 흐극…”
그 모습을 보며 내 옆에서 울먹거리고 있던 루루를 윗층으로 올려보낸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젠장, 어쩌지.’
사실 루루를 오늘 잡는건 내 계획에 없었다.
나도 이제는 꽤나 신경쓸 일이 많기에, 오늘 내게 부당해고를 당한 평민들이 얻게될 막대한 보상금을 안겨준 뒤 카니아를 붙여 뒷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루루의 현재 감정: 자살충동/죄책감/자기혐오]“…하아.”
하지만 방금 독심술 스킬을 써본 결과, 도저히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신경쓸게 또 늘었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자살충동]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생겨버린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앞으로 그녀를 예의주시 해야 할 것 같다.
“후우…”
그런 생각을 하며 카니아와 슬랩스틱 연기를 하던 로비를 한번 둘러본 나는, 곧 평민들이 받게 될 막대한 보상금을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지만…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님, 계십니까?”
“뭐지?”
갑자기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리며 날 부르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윽고 대문을 연 나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지만…
“황명입니다.”
“네?”
대문 앞에 서있던, 황실의 시종이 입에서 꺼낸말을 듣고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님의 생일파티를, 황실에서 주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제 3황녀님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라는 황제님의 배려입니다.”
아무래도 내 운명에 마가 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