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8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83화(83/524)
Episode 83
“이봐. 로즈윈은 어딨지?”
한참동안 로즈윈을 기다리던 프레이는, 그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자 인상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안내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로즈윈님은 지금 정보를 정리하러 비밀 창고에 가셨습니다.”
“그렇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프레이가 의자에 기대자, 살짝 찔리는 표정을 짓고 있던 안내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어… 혹시 이곳 말고 대기실에서 기다리시고 계시겠습니까?”
“아니야, 괜찮아. 대기실은 여기보다 더 멀잖아. 그녀를 고생시킬수는 없지.”
“아… 네.”
그런 안내원에게 프레이가 헤실헤실 웃으며 답하자, 살짝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다급히 바깥으로 나갔다.
“…로즈윈님! 여기서 대체 뭐하고 계시는거에요? 어서 가셔야죠!”
이윽고 안내원은, 대기실에서 오랜지 주스를 마시며 빈둥거리던 로즈윈에게 빼액 소리를 질렀다.
“왜, 프레이가 화라도 내던?”
“아뇨, 그건 아니고…”
“그럼 뭐라는데?”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이 천천히 아까 있었던 대화를 로즈윈에게 이야기해주자, 오렌지 주스를 쪽쪽 빨아먹던 그녀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쪼다새끼.”
“로즈윈님!”
“흐아암… 좀 봐줘라. 저 새끼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수명이 십년은 깎이는거 같단 말이야.”
“…저 얼굴을 보는데 수명이 깎인다고요?”
제국에서 누구라도 싫어하는 망나니지만 그 얼굴만큼은 함부로 까내리는 사람이 없는 프레이다.
그런 프레이의 얼굴을 볼때마다 수명이 깎이는 것 같다니, 참 복에 겨운 소리라 생각한 직원은 이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큼큼, 아무리 그래도 VIP 잖아요. 돈 낸만큼 대접은 해줘야죠.”
“에휴… 짜증나.”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은, 오랜지 주스를 전부 비운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아, 귀찮아. 그냥 걔가 여기로 오라고 해.”
“…로즈윈 님!”
하지만 한발자국도 못 내딛고 로즈윈이 다시 소파에 주저앉자,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직원이 다시 빼액 소리를 질렀다.
“괜찮다니까. 저 새끼, 나한테 푹 빠져 있거든. 그러니 내가 그랬다고 하면 찍소리도 못 할거야.”
“어휴…”
하지만 로즈윈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답하자 직원은 잠시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프레이가 있는 방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 로즈윈! 왔어?”
“죄송합니다 프레이님. 로즈윈님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네요.”
“그래? 그럼 대기실로 가야지. 하긴, 여긴 너무 어두워서 그녀에게 너무 안 어울리긴 했지.”
평소 들려오는 프레이의 소문에 따르면 벌써 책상이 엎어져야 옳았겠지만, 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어… 그럼 제가 직접 안내해드릴…”
“아니야, 괜찮아. 대기실은 나도 어디있는지 아니까. 알아서 찾아갈게.”
그런 프레이가 살짝 불쌍했던 안내원이 그를 안내해주려 했지만, 프레이는 손사래를 치더니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아, 프레이씨! 죄송해요, 제가 VIP 고객님을 너무 홀대한걸까요?”
“아냐아냐, 아무 문제 없어. 아무리 VIP라도 이정도는 해야지 좋은 정보를 얻지.”
이윽고 어느새 다소곳한 자세를 하고 있던 로즈윈이 어두운 표정으로 묻자, 프레이는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감사해요. 역시, 프레이 님은 저희길드 최고의 손님이에요.”
그러자 눈웃음을 치며 그렇게 답한 로즈윈은, 이내 대기실의 책상에 흐트러져있던 자료들을 한데 모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길드가 가지고 있는 ‘노예시장’에 대한 정보를 전부 가져왔어요. 그러니…”
“부탁이 하나 있는데, 로즈윈.”
프레이의 말에 로즈윈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프레이는 바보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혹시, 네가 직접 읽어주면 안될까?”
“…제가요?”
“응, 네 아름다운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어서.”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은, 순간적으로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로즈윈은 수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봐왔고, 그 덕분에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도가 튼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프레이의 사심이 섞인 부탁은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였다.
“……….”
“로, 로즈윈?”
그 덕분에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그녀는 프레이에 대한 혐오감과 역겨움, 구토감을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고 말았다.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두통이 좀 있어서…”
하지만 프레이가 여전히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로즈윈은 즉시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변명을 시작했다.
“아, 아무튼 이것들을 제가 직접 읽어달라는 거군요? 역시 프레이님은 생각이 깊으세요. 직접 눈으로 보고 익히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듣는것도 정보 수집에는…”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런건데, 뭐.”
“…그럼, 읽기 시작할게요!”
두번째로 표정관리에 실패할뻔 한 로즈윈은,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겨우 표정관리를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이번 노예시장은 뒷골목의 숨겨진 마법적 공간에서 열린다는 소식이에요.”
“마법적 공간이라면… 설마?”
“네, 1년에 한번만 그 입구가 열린다는 이면세계 말이에요. 아무래도, 노예상들이 이번에는 준비를 아주 단단히 한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자, 로즈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나요? 혹시 노예시장에 참여라도 하시게요? 아니면, 다른 정보라도 있으신건지?”
“아니, 아니야. 계속해서 말해줘.”
“아… 네.”
프레이가 맹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 중얼거린 로즈윈은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아무튼, 곧 열릴 노예시장의 규모는 백년만에 역대 최대의 규모라네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혹시, 언제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어?”
프레이가 혹시나 싶어 묻자, 로즈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 정보는 아직 저희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추가 정보 조사비용을 내주셨으니, 만약 그 정보를 손에 넣으면 프레이님에게 첫번째로 알려드릴게요.”
“오, 고마워.”
‘첫번째로 알려주겠다’라는 말에는, 프레이가 돈을 주고 부탁한 조사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도 팔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이가 그저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로즈윈은 속으로 그를 비웃으며 옆에 있는 자료를 집어들었다.
“저희가 조사한 결과로는 이미 황실과 조사단, 그리고 태양신 교단을 노예상들이 매수했어요.”
“그 말은…”
“네, 제국에서 노예 매매는 금지지만… 이번에 열리는 노예 시장은 사실상 합법이라는 뜻이죠.”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군침을 다시기 시작하자, 로즈윈은 조용히 책상 아래로 내리고 있던 손을 사용해 무릎에 올려둔 종이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가 노예 시장 경매에 참가할 가능성 다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
“로즈윈, 다른 정보는 없어?”
“아, 네! 지금 말해드릴게요.”
잠시 말을 멈추고 메모를 하던 로즈윈은 프레이가 재촉을 해오자 싱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노예 시장에는 다양한 인종들과 종족들이 들어온데요.”
“다양한 인종들과 종족들?”
“네, 서대륙, 동대륙은 물론이고… 이종족 까지 거래가 된다고 하네요. 역시, 백년만에 열린 역대급 노예시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로즈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경매에 방해꾼이 섞여들어올 가능성은 없나?”
“거의 없을거에요. 물론, 피래미들은 항상 꼬이겠지만요.”
그렇게 말한 로즈윈은, 들고 있던 파일을 접으며 말했다.
“자,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에요. 혹시 너무 적어서 실망했으려나요?”
“아니, 아니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정말로 도움이 됐어.”
그런 그녀에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친 프레이는, 이내 헛기침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게 하나 남았잖아? 로즈윈.”
“중요한거요?”
“그러니까, 그 편지…으븝.”
프레이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1급 비밀 정보를 이야기하려 하자, 로즈윈은 다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 저… 그러니까. 간식좀 준비해 오실래요?”
“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로즈윈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을 쳐다보던 안내원에게 그렇게 말하자, 안내원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군말 없이 방을 나섰다.
애초에 안내원에게는 의아함 보다는 프레이의 입술을 만진 로즈윈에 대한 부러움이 더 앞섰기 때문이었다.
“…프레이, 그럼 안돼요. 제 정체는 비밀이잖아요.”
그렇게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안내원이 방에서 나가자, 로즈윈이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해왔다.
“아, 맞다. 그랬지.”
“후우…”
프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말하자, 잠시 목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준 로즈윈은 겨우겨우 감정 조절을 해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튼 간에… 곧 벌어질 당신의 생일에서 황녀님이 취하는 스탠스에 따라 모든게 달라질 거에요.”
“그렇군.”
“그래요, 그런데 그 자리에는 어차피 당신이 참가할거잖아요? 그러니 저와 똑같은 정보를 얻게 될거라 판단해서 굳이 말을 안한거랍니다.”
“그럼, 황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 같은데?”
프레이가 눈을 빛내며 묻자, 살짝 한숨을 내쉰 로즈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음… 글쎄요. 당신과 저, 그리고 세레나 씨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렇군.”
아까부터 계속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그렇군’ 이라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프레이를 보던 로즈윈은 순간적으로 울화통이 터질 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꾹꾹 감정을 눌러담았다.
“그래서, 어떤 입장을 취하실건가요? 프레이 씨?”
“음… 너희는 어떤 입장을 취할건데?”
“어머, 저희 가문의 모토를 잘 아시면서.”
잠시동안의 마인드 컨트롤로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로즈윈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희는, 무조건 중립이랍니다.”
“…아, 그랬지.”
‘물론, 그러다가 더 이익이 되는 곳으로 붙을거지만요.’
다시 한번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프레이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한 로즈윈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응?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안될까? 과자도 먹고… 근황 이야기도 나누고…”
“죄송해요. 저도 프레이 씨랑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선약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선약이 있었구나. 선약은 어쩔 수 없지. 혹시 내가 방해를 한걸까?”
“네에… 아니, 그럴리가요. 하나도 방해 안됐어요.”
그렇게 말하며 파일을 품에 넣은 로즈윈은, 눈웃음을 치며 프레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오늘 만나뵈어서 정말 기뻤어요. 다음에도 또… 아얏!”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옷깃에 손을 데려던 로즈윈은, 갑자기 손가락에 따끔함을 느끼고는 재빨리 손을 땠다.
“로, 로즈윈? 괜찮아?”
“…저, 정전기인가보네요. 하하.”
“다치진 않았지?”
그렇게 말하며 로즈윈은 다시 프레이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지만, 그가 자신의 손을 덥썩 잡자 그녀는 이내 얼어붙고 말았다.
“많이 다쳤어? 어디보자, 혹시 피라도…”
“아뇨, 전 괜찮아요.”
“치료비라도 좀 줄까? 감히 널 다치게 해서 마음이 심란한데…”
“정말 괜찮다니까요. 자꾸 이러시면 저 화내요?”
계속되는 프레이의 추근덕거림에 로즈윈이 표정을 굳히며 말하자, 멍한 표정을 짓던 프레이는 이내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내 생일 날 봐. 로즈윈.”
“네에, 기대하고 있을게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로즈윈을 잠시 바라보던 프레이는, 방을 나서기 전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카니아, 대체 옷깃에 뭘 붙여둔거야?”
.
“…하, 진짜 개같네.”
문을 열고 복도로 걸어나가는 프레이를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다가, 별안간 표정을 굳힌 로즈윈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달그락
이윽고 프레이의 옷깃에 붙이려던 초소형 감시 마도구를 책상에 올려둔 로즈윈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소파에 누웠다.
“로즈윈님… 배웅은 안 해주세요?”
“너나 해. 드디어 저 새끼를 안보게 됐는데 배웅은 무슨, 아니… 조만간 또 봐야 하는구나?”
“…또 본다고요?”
그 말에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편, 로즈윈은 생각만 해도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 진짜 싫다, 싫어.”
그 길로 화장실로 향한 로즈윈은, 아까 프레이에게 잡혔던 손을 빡빡 닦기 시작했다.
“정전기 때문에 카메라도 못 붙이고… 그 찌질이 새끼한테 손까지 붙잡히고… 하아.”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의 손을 닦아내던 로즈윈은,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 밖에 있던 안내원에게 말했다.
“빨리 대기실에 환기 마법 스크롤이랑 청소 마법 스크롤좀 써놔.”
“로즈윈님… 결벽증좀 고치세요. 이번달 마법스크롤 비용이…”
“잔말말고 쓰라고.”
“…네에.”
로즈윈이 싸늘하게 말하자 한숨을 내쉰 안내원은, 품에서 마법스크롤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용사는 언제 나타나는거야. 빨리 나타나서 저분좀 데려갔으면…”
대기실에 들어가 마법스크롤을 작동시키며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 있는 로즈윈에게 질문을 던졌다.
“로즈윈님. 만일 용사가 더러우면 어쩌실거에요?”
“그럼 결벽증을 고쳐야겠지? 나는 용사님을 보필하기 위한 숙명을 가지고 있으니.”
“…에휴.”
로즈윈의 답변에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기실에서 나서던 안내원은, 이내 윗층의 카운터에서 벨이 올리자 다급히 윗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네에! 지금 가요!”
그렇게 말하며 벨이 울린지 몇분만에 카운터에 도착한 안내원은, 벨을 누른 손님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손님?”
“…..로즈윈을 보고 싶은데.”
하지만 로브를 뒤집어 쓴 손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안내원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지금 로즈윈님은 휴식시간이라…”
“…그녀에게 아침이 찾아왔다고 전해줘.”
“아, 아침이요?”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지만, 손님은 그 말 이후로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어, 일단 알겠어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런 손님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낀 안내원은, 그렇게 말하고 슬금슬금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로즈윈님! 손님이 찾아왔어요!”
“다른 정보원을 보내. 난 지금 좀 쉬고 싶어.”
“로즈윈님을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겼는데?”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로브를 쓰고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이, 손사래를 치며 옆에 있는 오랜지 주스에 손을 뻗던 순간.
“…아, 그러고 보니 그 분이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어요.”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네… 그러니까… 아침이 찾아왔다고 전해달라던가?”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이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그랬단 말이지…?”
“네, 그런데 뭐랄까… 조금 위압감이 느껴진달까? 아무튼 어떻게 할까요? 역시 그냥 쫒아내는 편이…”
“안으로 들여와.”
안내원에게 그렇게 말한 로즈윈은, 옆에 있던 VIP 방으로 들어서며 말을 덧붙였다.
“여기로 안내하고, 넌 당분간 윗층으로 올라가 있고.”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로즈윈이 이렇게나 특별대우를 해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 덕에 상당히 긴장한 안내원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는 걸 본 로즈윈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래서…”
잠시 후 안내원이 로브를 뒤집어 쓴 손님을 VIP 방으로 데려온 후 다급히 사라지자, 로즈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손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태양이 무슨일로 노을을 찾아오셨을까요?”
그 말이 끝난 순간, 눈앞에 있던 손님이 로브를 벗어던졌다.
“그, 그러니까… 그때 보냈던 편지에 대한 거 말인데… 네가 자세히 의논 할거면 여기로 오라고 해서…”
이윽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건, 놀랍게도 제국의 제 3황녀인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였다.
“그 편지를 보고는 꽤 놀랐었죠. 저희는 정보 길드지 심부름 센터가 아니거든요.”
그런 클라나에게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농담을 던진 로즈윈은, 그럼에도 클라나의 표정이 펴지지가 않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그 편지는 정말 당신이 보내신게 맞으신가요? 누군가가 편지의 내용을 바꿔치기 하거나 조작한게 아니고요?”
“응…”
“그럼, 당신은 정말 이번 생일파티에서 제가 프레이를 유혹하길 바라시는 건가요?”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움찔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래… 그래야 프레이가 내게 건 청혼이 무력화 될테니까. 황제 앞에서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분명히…”
“그런데 왜 그리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시는 걸까요?”
“그, 그게… 그러니까…”
로즈윈에게 정곡을 찔린 클라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모, 모르겠어. 요즘 프레이만 생각하면 볼이 빨개지거나… 울컥하는 감정이 들지를 않나. 어쩔때는 손이 막 떨리는게…”
“…풉.”
그 말에 그녀답지 않게 로즈윈이 웃음을 터트려버리자, 클라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도, 돈은 줄테니까 이 현상에 대한 조사도 부탁해. 프레이가 나에게 뭔가 한것 같아.”
“아,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
다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뭔가를 적어내려가던 로즈윈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클라나에게 말했다.
“네, 그럼… 계약대로 프레이를 유혹해서 제걸로 만들게요. 그럼 됐죠?”
“아, 아냐. 잠깐… 잠깐만…”
“음? 계약을 취소하실건가요?”
로즈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혼란에 빠진 눈빛을 짓던 클라나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계약은 그대로 이행해줘. 프레이를 유혹해서 네걸로… 으으…”
그 말을 하다 다시 손이 떨리기 시작하자, 클라나는 계속되는 이상 현상에 지쳐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런, 자기 감정도 모르는구나?’
한편, 로즈윈은 그런 클라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겠지.’
애초에 그녀는 황가를 그리 달갑지 않아 했으며, 보수도 짭잘한데다 자기 감정도 모르는 클라나에게서 프레이를 뺏어오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판단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클라나에게 계약서를 내민 로즈윈은,
“좋아요, 그럼 프레이와는 적당히 어울려주면서 돈을 뜯어내다가, 그가 진심으로 나오면…”
이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마쳤다.
“…차버리는 걸로 할게요.”
그런 로즈윈의 손에서는, 아까 프레이의 옷깃을 만지며 생긴 까만 점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