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8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84화(84/524)
Episode 84
“도련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어두운 지하를 빠져나와 정보길드의 밖으로 나오니, 카니아가 마차안에 다소곳이 앉아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응. 할건 다 했어.”
“그렇군요.”
마차에 올라서며 짧게 대답하니,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쳐다보던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카니아, 내 옷깃에 뭘 붙혀 둔거야?”
그 말을 듣자 카니아가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카니아?”
그녀가 시선을 돌린곳으로 얼굴을 내밀며 눈살을 한층더 찌푸리니, 그녀가 내 얼굴을 물끄럼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 뭘 한건지.”
“도련님께 함부로 손을 대는 사람을 막는 간단한 마법을 걸었을 뿐입니다.”
“그렇다 치기에는, 마법이 발동될때 흑마력이 느껴지던데?”
“기분 탓일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카니아의 얼굴을 잡고 돌린 후 뾰루퉁한 뾰정을 지으니, 카니아가 피식 미소를 짓는다.
“다 도련님을 위한거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는다?”
약간 미심쩍었지만 카니아의 높은 선함 수치를 믿기로 한 나는, 마차를 출발시키며 말했다.
“그럼… 일주일간 밀린 보고를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우선은 문라이트 가문과 도련님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워낙 비밀스러운 이야기였기에 흑마력까지 써서 마차안에 방음 마법을 건 카니아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로회는 무너졌고 비밀당주는 도피했습니다.”
“젠장, 비밀당주를 잡거나 죽이진 못했나보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으로 세레나씨가 가문의 꼭두각시에서 진짜 당주로 일어섰으니,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쉰 나는,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건 확실히 좋은 일이다만… 세레나에게 걸려있는 ‘종속의 저주’가 문제야.”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덩달아 표정을 어둡게 바꾸며 말했다.
“종속의 저주를 풀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요?”
“글쎄. ‘게임’을 뜯어봤기에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던 선조님이 찾아내지 못한 2개중 하나가 종속의 저주 해주거든.”
“다른 하나는 뭔가요?”
“아, 그건 나의…..”
무심코 카니아에게 답하려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굳게 닫았다.
“도련님? 왜 말을 하다 마시나요?”
“아무것도 아냐. 다른 하나는 예언서에도 나와있지 않거든.”
그렇게 답한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예언서에 있던 내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정확히 756번째의 실패때부터, 나는 수명과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지. 그게 아니면 도무지 깰 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몇개월을 소비해도 그 실마리 조차 찾지 못했어.
그 뒤로도 한참동안 이어진 선조님의 푸념은, 이렇게 끝나있다.
–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게임을 뜯어봤는데, 글쎄 ‘종속의 저주’처럼 수명과 생명력을 늘리는 코드는 구현되어 있는데 그 코드를 실행시킬 수단이 없는거 있지? 진짜 개좆망겜…
선조님의 세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의미는 대강 파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금 내게는 수명과 생명력을 늘릴 방법이 없다는거다.
뭐,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예언서에 틀린 부분도 많이 발견되고 있으니 어쩌면 희망이 있을수도…
“도련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카니아의 걱정어린 표정을 보고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긴, 방법도 없는 것에 막연한 희망을 품기보다는 현재 닥친 일에 집중하는게 좋을 것 같다.
“다음 보고 입니다. 스크롤 상점의 추적에 대한 건인데 말입니다…”
“못 잡았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고개를 숙이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괜찮아. 질책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애초에 그 사람은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만약, 2번째 시련의 마지막 장면에 마왕이 가지고 있던 스크롤을 판 사람이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이 맞다면… 애초에 우리는 가망 없는 조사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체도 모르는데다가 마왕을 속여먹기 까지 하는 양반을 카니아 혼자서 쫒게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 탐색을 취소할까요?”
“아니, 탐색 인원을 더 늘려. 살짝 위험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더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그렇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승리와 성공은 게으른 자에게는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보고로군요.”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전에 교단에서 도련님의 고아원 봉사활동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응? 그건 왜… 아.”
그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마왕군의 2인자인 드미르칸에게 교황을 압박하라고 명령을 내렸던걸 깨달았다.
“그건 내가 벌인 일이야. 솔직히 봉사활동을 하는게 보람차고 재밌긴 했는데… 그러면 위악을 들킬 가능성이 너무 높아져서 말이지.”
“잘하신 선택입니다. 어차피 지금 고아원에는 직원들이 꽉 들어찬 상태니, 도련님이 봉사를 안하신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겁니다.”
그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나는, 잠시 카니아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나중에 자선 재단 하나 만들자.”
“…자선 재단 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인상을 팍 찌푸리기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 그게… 원래는 고아원 선에서 멈추려 했는데, 봉사활동을 갈때마다 아이들이 웃는 얼굴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고…”
“그렇습니까?”
“응, 그러니 여건만 된다면 자선 재단을…”
“…돈은 있으신지요?”
카니아의 질문에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아직 아버지가 벌어둔 비밀 자금은 한참 많이 남아있고, 행여나 부족하면 마왕군의 금고에서 뜯어오면 될거야.”
“…마왕군은 뭐라 안한답니까?”
“그게, 요즘 녀석들이 자꾸 내게 돈을 바치려고 하더라고. 더러운 돈일게 분명해서 약간 꺼려지긴 하는데, 그래도 좋은 일에 쓰면 어떨까 싶어서…”
“후우…”
내 말을 듣던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련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재단은 고아원과는 달리 시간과 인력이 몇배는 더 들어갑니다.”
“나도 알아, 너무 급하게 하다간 큰코 다칠수 있는거. 그러니 재단의 설립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해보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그렇게 답변한 카니아가 수첩에 메모를 시작하기에,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힘들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카니아. 재단의 설립정도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으니 넌 고아원에 집중해도…”
“자기를 위해서 돈을 쓰는게 아니라 자선 재단을 만드는게 힐링이 되신다는 바보 도련님에게 그런걸 맡겼다간 큰일이 날게 뻔합니다. 그러니, 제가 맡죠.”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카니아. 뒷처리와 행정 처리는 내가 힘을 최대한 써볼게.”
“고마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라고 있는 집사이자 심복이지 않습니까.”
꾸벅 인사를 하며 그렇게 말하던 카니아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요?”
“…아, 그거?”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쭈뼛대다가 이내 애써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별거아니야, 그러니…”
“제게 알려주세요, 도련님. 도련님을 보필하려면 모든걸 알아야 합니다.”
“…자선 재단을 세우면, 앞으로의 메인 시나리오가 상당히 편해져서 말이지.”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는 일 아니었습니까?”
“그냥… 안 그래도 하는 일이 많은 네게 부담을 주기 싫었어.”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니, 카니아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늘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
그리고, 잠시 마차안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보니, 아까 이리나가 루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데.”
그런 침묵속에서 네가 넌지시 말을 꺼내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니아가 슬며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카니아, 혹시 날 데리고 루루의 무의식으로 침투할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가능은 합니다만,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은 방법이군요.”
“왜?”
“무의식은 상당히 위험한 공간입니다. 도련님같은 예외사항이 아니면, 갖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요.”
그렇게 말한 카니아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평범한 일반인의 무의식에 들어갔을때도 절대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헌데 루루 씨같은 불안정한 사람의 무의식에 침투한다면, 안전을 보장할수가 없다는 겁니다.”
“음…”
카니아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위험해진다는거지?”
“…저는 괜찮습니다. 더한 사람의 무의식에도 많이 침투해봤으니까요.”
“좋아, 그럼 무의식으로 침투해봐야겠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카니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 말을 들으시긴 한건가요?”
“응, 넌 안전하다면서.”
“하아…”
그렇게 말하고 무슨 문제냐는 표정으로 카니아를 바라보니,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몸좀 아끼십시오, 도련님.”
그 말에 말대꾸를 하려던 나는, 마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창문 밖을 내려다봤다.
“벌써 집에 도착했네. 그럼, 루루에게 가보자.”
“…..네.”
그렇게 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니아와 함께 마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아직도 자고 있네.”
정보 길드를 다녀오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음에도, 루루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사실, 자고 있는게 아니라 기절해 있다고 보는게 더 맞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너무 세게 뒷목을 쳤던 걸까? 다음부터는 힘조절을 해서 때려야겠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래, 준비됐어.”
“다시 말하지만… 절대 무의식에 있는 물건이나 존재를 함부로 만지시지 마시고, 무의식의 관리자가 나타나면…”
분명히 준비가 다 됐다고 했지만, 카니아는 벌써 다섯번째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꽤나 걱정이 됐나 보다.
“카니아, 이제 그만하고 출발하자. 이러다 루루가 깨겠어.”
“…알겠습니다.”
결국 그녀의 말을 도중에 끊고 재촉을 하고 나서야 카니아는 무의식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슈우우…
카니아가 소환해낸 검은 기운이 나와 그녀, 그리고 루루를 덮친다.
“명심하세요. 반드시 관리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카니아의 말을 듣는걸 마지막으로, 나는 기절해 있는 루루의 무의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세상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하군요.”
루루의 무의식에 들어오자, 내 눈앞에 들어온 것은 여러가지 흉기들이었다.
“왜 무의식의 공간이 자해나 자살에 쓸 법한 것들로 가득 차있는거야?”
“아마 현재 루루씨의 가장 강렬한 욕구가 표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살충동 말이지?”
내 말에 카니아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수많은 인간군상의 무의식에 들어가본 그녀에게도, 루루의 공간은 꽤나 위협적으로 다가왔나보다.
“이거, 꽤 위험하군요.”
아니나다를까, 한참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카니아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곳보다 훨씬더 기괴스럽고 공포스러운 곳은 많습니다. 하지만, 사방에 있는 흉기들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긴급 탈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 저기 누가 있는데?”
“네?”
그러던 와중에 누가봐도 루루처럼 생긴 아이가 쭈그려 앉아있길래 그녀를 가리키며 말하니, 카니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원래 무의식의 관리자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합니다. 그래서 꼭꼭 숨어있는 편인데…”
“혹시, 루루가 애정 결핍이라 그런걸까?”
“그 추론이 가장 합리적이겠지요.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쭈구려 앉아있는 루루를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그녀는, 상상 이상으로 ‘애정’을 갈구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루루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정말 관리자를 제압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실 겁니까?”
“응, 네가 관리자를 제압하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대신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잖아. 그러니 일단 대화를 시도해 보지 뭐.”
“조심하세요, 도련님.”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검은 쇠사슬들을 소환해 루루에게 겨누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한결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향했다.
“저기, 루루?”
이윽고 쭈그려 앉아있던 루루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좀 할까?”
무의식의 관리자인 루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현실의 루루가 기억하지 못하므로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는데, 어째서인지 루루가 묵묵부답이다.
“루루, 그러지 말고 나랑 이야기를…”
결국 그녀의 앞에 덩달하 쭈그려 앉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고개를 올린 순간,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하…”
“루, 루루.”
“하하하하하하.”
고개를 든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팔에는 수십개의 칼자국이 나있고 목에는 빨간 줄이 생겨져 있었으며, 얼굴에는 흉터와 멍이 가득하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다.
손톱은 잘근잘근 씹어져 있으며 몸에는 상처와 멍이 들어있고, 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이런 상황이 꽤 많이 되어본 내가 자부하건데, 만일 그녀가 무의식의 관리자가 아니였으면 고통때문에 쇼크사를 했을 것이다.
“프레이… 프레이 인가요? 안녕하세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퀭한 눈빛으로 내게 인사를 걸어왔다.
“아, 안녕…”
“죄송해요.”
그런 루루의 인사를 받아주려는데, 그녀가 영혼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당신을 이용할거에요. 당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제게 걸린 저주를 풀거에요. 설사 그게, 절 애완동물로 취급하는 비틀린 애정이라 할지라도요.”
“그렇군.”
“당신은 이제 불행해질거에요. 왜냐면, 제게 사랑을 주거나 관심을 주는 사람은 전부 제 저주에 휘말려들었으니까요.”
물론 나는 루루보다 더 불행한지라 그녀의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녀가 한층 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요? 불행해지신다니 겁나나요? 두려운가요?”
“아니, 안 두려운데…”
“당신은 악인이잖아요. 죽어 마땅한 쓰레기에요. 그러니, 당신을 이용하는건 아무 문제도 없어요. 오히려 제가 당신을 이용하는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요.”
“저기, 루루? 내말 들려?”
“아무튼, 저는 죄가 없어요. 죄가 없… 으으…”
내가 손을 눈 앞에서 흔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할말만 하던 루루는, 갑자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죄가 없다고…? 아니야, 나는 죄가 있어.”
“죄가 있다니?”
“내, 내 불행에 학생들 전체가 말려들었어… 이번 습격사건은 내 불행때문이었다고… 내 불행때문에 모두가 죽을뻔 했어…”
그 말이 끝난 순간, 루루의 몸에 깊은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잘못이야… 나 때문이라고… 난 없어져야 해. 난 쓰레기야. 나 때문에 죄없는 아이들이…”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줄테니 잠시만 내 이야기를…”
“전부 내 탓이라고!!!”
어떻게든 그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질 않는다.
“루루, 제발 내 이야기를… 흐극!”
– 콰드득… 콰드드득…
“전부… 전부 내 잘못이야… 헤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다시한번 그녀에게 말을 건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난 죽어야 해… 그래, 내가 죽지 않으면 세상이 위험해…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 촤르르르르!!!
덕분에 공중에 메달려 바둥바둥거리고 있는데, 카니아가 소환해두었던 쇠사슬이 루루를 덮치기 시작했다.
“…푸하!”
그 덕에 루루는 쇠사슬에 묶여 공중에 고정되어버렸고, 나는 알수 없는 힘에서 해방되어 바닥에 엎어졌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 서걱! 서거걱!
“아파, 아파아파… 아파….”
창백한 얼굴로 내게 달려온 카니아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공중에 묶여 있는 루루가 보이지 않는 칼들에 베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 우우웅…
“…맙소사.”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무의식의 공간에 있던 모든 흉기들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일제히 나와 카니아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살 바에… 그냥 죽을래.’
“도련님, 마음을 단단히 먹으세요.”
이윽고 루루의 입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때까지 상황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긴급탈출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 슈슈슉!!
그리고 카니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에 있는 흉기들이 일제히 우리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 파지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카니아가 몸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었고, 주변이 한없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으으으윽…”
“조금만 참으세요, 도련님.”
밀려오는 끔찍한 고통에 이를 갈고 있으니, 카니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여온다.
– 파지직! 파지지직!
그런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나는, 의식이 꺼지기 직전에 공중에 묶여있던 루루가 있는 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죽어야… 하는데…”
루루가 소환해 우리와 자기자신에게 내리꽂던 흉기는, 그녀의 몸 바로 앞에 멈추어져 있었다.
“흐아아… 하아…”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저택의 바닥에 엎어져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그다지.”
보통이라면 카니아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괜찮다고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괜찮다고 말할수가 없었다.
마치, 온몸이 분리되는 듯한 끔찍한 통증을 느끼면서 억지로 빠져나온 느낌이다.
“카니아, 너는 괜찮아?”
“저는 괜찮습니다.”
덕분에 잠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뒤늦게 카니아에게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사실 비상탈출은 저 하나가 빠져나가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 도련님이 같이 빠져나가시면 무리가 오는게 당연합니다.”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침대에 죽은듯이 누워있던 루루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건가요?”
한참동안 루루를 어떻게 할건지 생각하고 있으니, 카니아가 슬며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무의식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금 루루의 정신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그건 너도 알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에게 걸려있는 ‘불행의 낙인’ 때문이야. 이것도 잘 알지?”
“네, 그런데 계속 그런것들을 물으시는 이유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카니아를 쳐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럼, 해결 방법은 하나잖아.”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오나, 그러면 도련님에게 패널티가…”
“잘 조절해서 하면 되지.”
그런 카니아에게 담담하게 답한 나는, 그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
“으으…”
침대에 죽은듯이 누워있던 루루가, 힘겹게 눈을 떴다.
“죽고싶어…”
눈을 뜰때마다 늘 하는 말을 중얼거린 루루는, 이내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일어났어?”
“…꺅!?”
하지만, 자신의 옆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어어, 안돼. 그러다 또 다칠라.”
“네?”
하지만 내가 평소처럼 윽박지르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오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팔은 좀 괜찮아? 다쳐있어서 내가 직접 치료해봤는데.”
“어어…”
그 말을 듣고 자신을 팔을 내려다본 루루는, 고급스러운 붕대가 자신의 팔에 감겨있는걸 발견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왜, 왜 제게 잘해주세요…?”
“응?”
그 말을 들은 나는,
“왜 잘해주긴…”
뭘 그런걸 묻냐는 표정으로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내 애완동물이 다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잖아.”
그녀를 살릴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