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8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87화(87/524)
Episode 87
“꾸우우!”
“하아악!”
세레나의 흰 올빼미가, 내 다리를 붙잡고 오들오들 떨던 고양이 인형쪽으로 빠르게 하강한다.
물론 고양이 인형도 지지 않고 발톱을 세우고 냥냥펀치를 날려댔지만, 진짜 고양이가 아니라 인형인지라 올빼미에겐 그저 간지러운 정도일 뿐이었다.
“야오오오옹…”
그렇게 의미 없는 저항이 허사로 돌아가버린 고양이 인형은, 올빼미의 발톱에 붙들려 공중을 날아다니며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음… 머리가 자꾸 뻗치네.”
녀석들의 피튀기는 싸움을 뒤로한채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세레나에게 줄 선물이 없으려나?”
그동안 날 위해 헌신해준 세레나다. 그런 그녀에게 선물 하나 주지 않는건 좀 그렇지 않은가.
“고양아, 세레나에게 뭘 주면 좋아할까?”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 고민을 하던 나는, 올빼미에게 붙잡혀 날아다니던 고양이 인형을 구해준 뒤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러면 되겠…으븝.”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 미소를 지므며 말하던 나는, 고양이 인형의 앞발에 입을 틀어막혔다.
“야옹.”
이윽고 녀석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훽 돌리더니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음?”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갑자기 녀석이 사라졌다. 분명히 손아귀에서 뛰어내리는 건 봤는데, 어디로 사라진걸까?
“미안, 다음에 놀아줄게.”
워낙 어둡고 구석진 곳, 이를테면 내 옷 안같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 인형이었기에, 나는 녀석이 삐져서 어딘가로 숨어들었겠거니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꾸우!”
“…그래, 가자.”
그러자 올빼미가 내 어깨로 날아와 앉더니 얼굴에 자신의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뭐든지 쪼고 보는 녀석이 갑자기 애교를 부리니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아무튼 쪼여지는 것 보단 나으니 상관없다.
“프레이? 어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섰는데, 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이리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어디 다녀올 일이 조금 있어서 말이야.”
“…읏.”
그 말을 들은 이리나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한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내가 지금과 비슷하게 말하고 마왕군에게 갔을때 벌어진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내일 아침 정도에 돌아올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이리나가, 문득 내 어깨에 앉아있는 올빼미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저, 저 올빼미는…”
“꾸!”
사납게 이리나를 노려봄으로서 그녀의 접근을 막은 올빼미는, 내 얼굴을 살살 쪼아대며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럼, 잘 부탁해. 특히 루루가 엄한짓 못하게 잘 감시해주고.”
“…응.”
그렇게 말한 나는, 왠지 모르게 어두워진 이리나를 뒤로하고 저택의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흑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뒤에서 이리나가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갈 길이 급하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
“…헤헤.”
문라이트 가문의 저택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세레나는 한 편지를 들고 실실 웃고 있었다.
– 무사함. 안전하게 벗어났음.
그것은, 프레이가 일주일 전에 그녀에게 보낸 편지였다.
– 사랑해.
“저두요…”
몇번이고 보고 또 본 그 단어를 다시 한번 눈에 담으며 헤실거리던 세레나는, 저택 너머의 마당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왔다…!”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는, 마차에서 내리는 프레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헤.”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으로 들어오는 프레이를 지켜보던 세레나는, 자그마한 장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파지직…
“좋아, 한번 해보자.”
어릴때부터, 그녀는 프레이에게 자주 장난을 쳤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그녀가 좋아하던 장난은, 바로 독침으로 프레이를 찌르는 척을 하는 것이였다.
물론 프레이에게 상처를 낼 생각은 없었기에, 세레나는 아예 상대를 살짝 따갑게 만드는 마법을 고안해냈었다.
그 덕분에 어렸을때의 프레이는, 항상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에게 해독제를 달라하곤 했었다.
물론 그가 변하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런 장난을 칠 순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그의 귀여운 모습을 한번 더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지난번엔 돌발상황이 있었던데다가 시간이 없기에 금방 해독제를 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 똑똑똑
“들어오세요.”
그런 생각을 하던 세레나는,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재빨리 문의 바로 옆에 바짝 달라붙고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 끼이익…
“…어? 세레나?”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당황한 프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문을 열었는데도 세레나가 보이지 않자 무척이나 당황했으리라.
“뭐지…?”
그렇게 한참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이는 이내 조심스럽게 방으로 한발자국을 내밀었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세레나는 전광석화의 속도로 프레이의 목에 손을 뻗었으나.
“세레나, 이게 뭐하는 짓일까?”
그와 동시에 입꼬리를 올린 프레이는 간단하게 세레나의 손을 붙잡아 버렸다.
“…글쎄요?”
그 덕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던 세레나는, 이내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지.”
“아야.”
그러자 짓궂은 미소를 짓던 프레이는, 세레나가 뻗은 손가락을 붙잡고 그녀의 목에 갖다 대었다.
“자, 이제 중독됐으니까 해독제를 마셔야지?”
그러자, 세레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해독제를 꺼냈다.
“처음으로 장난에 실패했네요… 정말 충격…앗!”
“…좋았어.”
이윽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중얼거리던 세레나는, 프레이에게 해독제를 눈 깜짝할 사이에 뺏기고 말았다.
“아여.(마셔)”
그녀에게서 뺏어든 해독제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어버린 프레이는, 저번에 세레나가 그랬듯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살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러자 그를 따라 눈웃음을 치던 세레나는, 이내 프레이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푸하.”
그렇게 한참동안 입맞춤을 나누던 둘이 떨어진건, 몇분이나 지난 후였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야…”
“뭔가요?”
“이 해독제는 원래 맹맛이야?”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프레이는, 이내 의문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보통 해독제는 약초같은게 들어가서 쓰지 않아?”
그 말에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쩔수 없죠 뭐, 그냥 물인데.”
“…뭐?”
프레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세레나는 큭큭 대며 말을 이었다.
“그거, 그냥 물이라고요. 아무 효능도 없는.”
“그럼 설마, 그때도 지금도 난 너에게 놀아난거야?”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세레나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제 손을 잡아챈 건 칭찬해 드릴게요. 덕분에 두근거렸어요.”
이윽고 프레이에게 손을 뻗던 세레나는, 이내 뻗던 손을 멈추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세레나, 왜 그래?”
“칠칠치 못하게 이런걸 묻히고 다니시면 어떡해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달의 마나를 일으킨 세레나는, 프레이의 옷깃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치이익…
그러자, 프레이의 옷깃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건방진 고양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가 입고 있는 옷의 단추를 풀어헤치던 세레나는, 말을 하다 말고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세레나? 이번엔 또 왜 그러는데?”
그런 세레나의 행동에 프레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불청객이 있네요.”
“콜록! 콜록!”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달의 마나를 프레이의 겉옷에 달린 주머니에 실어 보내자, 주머니 안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야옹.”
이윽고 주머니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건, 아까 프레이의 방에서 사라졌던 고양이 인형이었다.
“뭐야… 얘가 왜 여기있지?”
당황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이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주머니에서 느껴지는건 없었는데…?”
“그거 아나요, 프레이?”
그런 그의 말을 놓치지 않고 들어낸 세레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익숙해지는 것 만큼 무서운 건 없답니다.”
“응?”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말을 마친 세레나는, 프레이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검은색 고양이 인형을 손으로 집어들었다.
“그나저나… 이 인형 참 예쁘네요?”
“이, 이익… 이야오옥…”
“어머, 귀여운 소리도 내요.”
이윽고 고양이의 배를 꾹꾹 누르던 세레나는, 프레이에게 눈웃음을 치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저 이거 가지면 안될까요?”
“미안… 그건 내게 있어서 조금 소중한 인형이라.”
“…그렇군요, 아쉽네요.”
프레이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세레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양이 인형의 눈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대신,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어.”
“네?”
식겁한 표정으로 시선을 열심히 옆으로 돌리는 고양이 인형의 눈동자를 쫒던 세레나는, 프레이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 어때?”
“이건…”
프레이가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인채 내민 것은,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별모양 결정이었다.
“내 별의 마나를 뭉치고, 또 뭉쳐서 만든거야. 얼마전에 각성한 별의 마법을 사용해서 말이지.”
“아…….”
“너, 너무 성의가 없었나? 미안, 그치만 갑자기 받은 연락인지라 선물을 준비할 시간이…”
세레나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자, 프레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을 시작했지만.
“…최고의 선물이네요.”
어느새 얼굴이 확 달아 오른 세레나는, 재빨리 반짝이는 별모양 결정을 받아 들며 말했다.
“야오옹…”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거야?”
그 이후로 한참동안 얼굴을 붉힌채 침묵을 유지하던 프레이와 세레나는, 고양이 인형의 애처로운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몇시간 전이 당신 생일이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건 왜?”
“생일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불렀어요.”
세레나의 말을 들은 프레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치만, 곧 황실에서 주최하는 내 생일 파티가 열리잖아? 그때 주면…”
“그때는 못 주는 거라서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집어들고 있던 고양이 인형을 높은 선반위에 올려두고는 프레이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대체 뭘 주려는건데…?”
얼떨결에 그런 그녀에게 끌려가던 프레이는, 이내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발견하고는 얼어붙었다.
“…으앗!”
그런 프레이와 함께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침대에 엎어진 세레나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요.”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옆에 있던 이불을 잡고 펼쳐, 프레이와 자신을 덮었다.
“…야옹.”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인형에 의하면, 그들은 오랫동안 이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
“프레이, 당신의 심장소리가 느껴져요.”
“…나도.”
세레나가 이불 속에서 날 깔아 뭉개고 있다.
덕분에 세레나의 숨소리, 그리고 심장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며, 그녀의 굴곡진 체형이 그대로 내 몸과 부딪혀 그 형태를 알려오고 있다.
“그럼, 시작할게요…”
“으, 으응…”
그 상태에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던 세레나가 수줍게 말하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지만.
“…당신에게 필요할 진짜 생일 선물을 줄 준비를요.”
“뭐?”
그런 내 손을 붙잡은 그녀가 갑자기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어 말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많이 갑갑하시죠? 하지만, 이 정도로 철저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서요.”
“대체 뭘…”
“…물론, 어느 앙큼한 고양이를 놀릴 생각도 있었지만요.”
날 깔아뭉갠채 계속해서 특유의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세레나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그녀의 옆구리를 살살 찌르며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뭘 말하려는 건데?”
“히, 히윽!”
옛날부터 유일한 약점이었던 옆구리를 찔리자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버린 세레나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속삭였다.
“제, 제가 당신에 대한 사실을 간파하게 된 이유와…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에 대한 거에요.”
그 말을 듣고 긴장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어진 세레나의 말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당신, ‘예언서’를 가지고 있죠?”
“그걸 네가 어떻게…으븝.”
이윽고 언성을 높인 내 입을 틀어막은 세레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도 가지고 있어요.”
“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묻자, 세레나는 다시 한번 분명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이번 회차의 저도 가지고 있다고요, 그 예언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