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8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88화(88/524)
Episode 88
“그걸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 세레나의 충격발언을 들은 나는, 그녀가 틀어막고 있던 내 입에서 손을 채우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그러자, 그녀는 옛날부터 입에 달고살던 입버릇으로 내게 답을 해온다.
“한번, 알아맞추어…히극!!”
그런 뒤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세레나의 옆구리를 푹 찌르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또다시 신음 소리를 낸다.
“…조용히 해야 한다며?”
“이런 소리는 크게 내도 되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질문을 던지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답이 돌아온다.
“힌트는,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에요.”
덕분에 살짝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세레나가 그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준거야?”
그녀가 준 힌트를 받은 내가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세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물론, 직접 준건 아니지만요.”
“그러면?”
“그걸 이해하시려면,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때는 제가 처음 기억을 되찾았을 때였어요.”
“네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라면…”
“네,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말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회귀한 첫날에 발생한 패널티가 생각나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때의 경험은, 산전수전 다 겪은 내 인생에서도 손꼽힐만끔 끔찍한 기억이니 말이다.
“기억이 돌아오자마자 저는 생각했죠. 제가 당신에 대해 미처 알아내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세레나의 얼굴은, 살짝 어두어져 있었다.
“그래서, 저는 해외로 떠나기 전에 당신의 저택에 심어둔 끄나풀에게 연락을 했었어요.”
“잠깐, 끄나풀이 있었다고?”
내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세레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홍차를 잘 타는데다가, 전회차에 끝까지 스타라이트 저택을 지켰던 아이인데… 모르셨으려나요?”
“…아.”
그 말을 듣자, 몇달전 저택에 찾아갔다가 동생의 환청을 들었던 날에 내가 시비를 걸었던 한 메이드가 생각이 난다.
“어쩐지 유능하더라니.”
“너무 상심하시지는 마세요. 전회차에 당신이 하도 나쁜짓을 많이 벌였기에, 미리 그 짓들을 파악해서 뒷수습을 해주기 위에 붙였던거니까요.”
그 말에 내가 머쓱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녀에게 통신 수정구로 연락한 저는, 혹시 스타라이트 가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는가 물었죠.”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가주인 아브라함님이 업무중에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전해져왔죠.”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난로에 수많은 종이 뭉치들이 버려져 있었다고 했지요.”
그제야 나는 그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회귀를 한 순간, 아버지는 시스템에 의해 기억이 바뀌어지셨었다.
그때 아버지는, 시스템에게 받은 몇분의 유예시간 동안 날 울컥하게 만든 편지를 썼었다.
아마 아버지가 그때 기절한 이유는 기억 변경의 여파일 것이고, 벽난로에 태운건 그때 그 편지에서 없애겠다고 언급했던 차명계좌를 알리는 암호들 이였으리라.
“그때 그 벽난로에서 타고 있던 종이들을 빼돌린 그녀는, 제게 그것들을 보냈죠.”
“그럼… 내 차명계좌를 알리는 암호를 풀었던거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그건 여행중에 심심풀이로 5분만에 풀어버렸다고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태우다 만 종이 뭉치들에는 예언서 또한 있었답니다.”
“…뭐?”
“군데 군데가 타들어간데다가, 천년 전의 용사가 남겼던 문자로 써져있어서 해독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거기에 뭔가가 있다고 판단한 저는 서대륙의 유적을 찾아다니며 단어 위주로 천천히 그 예언서를 해독해나갔어요.”
“그게… 가능해?”
“못할건 아니던데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 세레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이내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바꾼 그녀가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용사, 시스템, 패널티, 위악, 숙명… 이러한 단어들을 보던 저는 당신의 정체를 확신하기 직전까지 갔고, 그 뒤로는 당신이 아는 바와 같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혼란에 빠진채로 중얼거렸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예언서는 뭐지? 내 예언서에도 마법이 걸려 있는데? 그리고… 아버지는 어째서 그걸 가지고 있었고, 왜 그걸 난로에…”
“뭐, 복구 작업이 끝나면 알게 되겠죠.”
“복구 작업?”
“네, 예언서가 불에 타면서 일부 내용이 소실된데다가 봉인 마법들이 뒤얽혀 버렸거든요. 그래서 매일 밤 제가 천천히 복구 시키고 있어요.”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한 세레나는,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물론, 밤에만 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도 이미 짐작하시고 계시겠죠?”
“…..응.”
“역시 당신은 똑똑해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은 세레나는, 이내 눈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럼… 예언서는 복구가 끝나는 대로 당신에게 전해드리는걸로 할게요.”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한참동이나 내 얼굴을 물끄럼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흐익!”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그런 세레나의 옆구리를 푹 찔렀더니, 그녀가 얼빠진 신음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다.
“으헉.”
팔로 침대를 딛고 날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가 내게 안겨오는 바람에 내가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자, 세레나가 갑자기 짓궂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잠시 그대로 있어봐요.”
“지금 무슨…읍!”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내 입을 다시 틀어막은 세레나는, 갑자기 몸을 들썩들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으…”
“야오옹…”
이윽고 그녀는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살짝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븝?”
“잠시만 협력해 주세요…”
그 소리를 듣자 신이난 표정을 짓던 세레나는, 천천히 내가 입고 있던 겉옷의 단추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 휙!
그렇게 단추를 전부 풀어헤친 세레나가 내 겉옷을 벗기고 이불 밖으로 던져버리자, 구슬프게 들려오던 울음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 우당탕탕!
그렇게 잠시 적막이 흐르던 방에,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
“야옹! 야오오옹… 야오옹!!”
그리고 잠시 뒤, 고양이 인형이 우리가 덮고 있는 이불에 올라타더니 애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벅벅 긁어대기 시작했다.
“꾸우우!”
“캬악!”
그렇게 한참동안 이불을 긁어대던 고양이 인형은, 세레나가 휘파람을 불자 날아온 올빼미에 의해 제압되어 어디론가 끌려갔다.
“…쟤가 왜 저러는걸까?”
“저 고양이, 흑마법으로 만들어졌죠?”
“어, 어떻게 알았어?”
그런 상황들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내가 묻자, 세레나가 미소를 띠며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아주 잘 아는 마법이거든요.”
“그래?”
“네, 저렇게 물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흑마법에 걸린 아이들은 질투심이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저 고양이 인형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랍니다.”
“아아…”
한껏 똑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세레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그럼 저 고양이 인형이 너무 불쌍한데?”
“…불쌍하긴요, 지금까지 해가 떠있을 때 당해온 일을 밤에 그대로 갚아 줄 뿐인데.”
“응?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세레나가 작게 뭐라 중얼거리기에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물었더니, 그녀가 갑자기 내 품에 안기며 언성을 높여 말했다.
“하아… 너무 좋아요, 프레이.”
“애옹…”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다시 몸을 들썩거리기 시작하자, 저 멀리서 다시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프레이.”
“응?”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들썩이던 세레나는, 이내 몽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이러지 말고, 진짜로 하는건 어때요?”
그렇게 말하는 세레나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꿀꺽.”
그런 그녀를 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니, 눈웃음을 치던 세레나가 내 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그럼, 알려주세요.”
“뭐?”
뚱딴지 같은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세레나가 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아무리 저라도, 한번도 안 해본건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이내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알려주세요.”
그런 세레나가, 오늘따라 더욱 예뻐보인다.
밤인데다가, 이불속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달빛의 눈동자와 연보라색 머리칼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 스윽…
“어머.”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세레나에게 손을 뻗는데,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잡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였다.
“…농담이였는데.”
그 말을 들은 내가 허무한 표정을 짓자, 세레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하지만, 종속의 저주 때문에 어쩔수가 없네요.”
“종속의 저주?”
그녀의 말에 내가 심각하게 되묻자, 세레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종속의 저주는 사람을 감정이 없는 암살병기로 만들려 고안된 거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사랑’이란걸 일체 나눌 수 없어요.”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냐고요? 그건… 지금 제 종속의 저주가 모종의 이유라 약해진 상태라 그래요.”
그렇게 답한 세레나의 눈빛이, 순간이지만 흔들렸다.
아무래도 2번째 시련에서 느꼈던 세레나의 속마음은, 진짜였나보다.
“아무튼, 그래서 사랑은 할 수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행위는 하지 못한답니다.”
“…아.”
세레나가 떠올려 냈다는 그 ‘기억’에 대해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나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 하나 약속해 드릴게요.”
그런 내 표정을 읽은건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던 세레나는.
“비밀당주를 죽이거나, 종속의 저주를 해제하는데 성공하는 순간…”
내 귀에 간질간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해드릴게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을 때리던 나는, 이내 조용히 답했다.
“내일부터 마왕군을 총동원할게.”
내 말에 키득키득 웃던 세레나는, 이내 날 꼭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이대로 자요.”
“…응.”
왠지 모르게 오늘 밤에는 올빼미 꿈을 꿀 것 같다.
.
“으으…”
한편 그 시각, 황궁.
“뭐라고… 써야 하지?”
자신의 방에서 클라나는, 손에 깃펜을 쥔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 프레이, 저번에 보냈던 편지에 왜 답장을 하지 않으신거죠?
“…아냐, 이러면 노예시장 건에 대해서만 답장을 할 수도 있어.”
한참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첫문장을 쓴 클라나는, 이내 편지를 태양의 마나로 태워버리고는 새로운 편지지를 꺼냈다.
– 프레이, 제게 무슨 짓을 한건지 말하세요.
“잠깐, 이러면 내 무지를 드러내는 거잖아. 안돼.”
이윽고 고심끝에 새로운 첫문단을 쓴 클라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태워버렸다.
– 프레이, 당신이 한 짓은 전부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자수하세요.
“…이렇게 썼다가 역으로 추궁을 받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한참동안 첫문단을 쓰고 그걸 태워버리는걸 반복하던 클라나는, 어느새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편지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게 뭐야…”
그런 이상 현상에 아리송한 눈빛으로 편지를 내려다본 클라나는, 자신이 직접 써내려간 내용을 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소, 손은 또 왜 떨리는건데…”
이윽고 자신의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자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상현상에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리던 클라나는.
– 똑똑똑!
“히극!”
갑자기 자신의 방문이 두드려지자 다급히 편지를 불태우려 태양의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또… 또 이래…”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손에서는 희미한 빛만이 새어나올 뿐이었다.
지난번에 악몽을 꾼 이후 손이 떨릴때마다 일어나는, 최근 클라나를 불안에 떨게 만든 증상이었다.
“클라나님, 청소를 하러왔습니다.”
“그, 그래요… 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테니 잘 부탁드려요.”
결국 태양의 마나 대신 방에 있던 촛불로 편지를 태워버린 클라나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메이드에게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떨리는 손을 감춘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오.”
이윽고 클라나가 방에서 나가자, 잠시 눈치를 보던 메이드는 재빨리 클라나의 시선이 머물러있던 휴지통으로 다가갔다.
– 샤아아…
“이거…”
잠시후 쓰레기통에서 새까맣게 타있던 편지를 발견한 메이드는, 놀랍게도 복구마법을 써서 편지를 복구해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1황녀님께 보고드려야겠지.”
그런 그녀가 들고 있는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 당신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아요, 프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