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9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95화(95/524)
Episode 95
– 끼이익…
“마, 마탑주님! 죄송합니다!”
마탑의 유서깊은 낡은 문이 열리고 마탑주가 나오자, 열심히 마법을 쏘아대던 마법사가 다급히 고개를 조아린다.
“전부 멈추거라.”
그런 마법사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마탑주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줄지어 마법을 쏘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영창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본다.
“허어…”
하지만 마탑주는 그런 마법사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혀를 찰 뿐이었다.
“다시는 내 얼굴도 보지 않겠다고 한 년이, 여긴 왜 온게냐?”
이윽고 마탑주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천천히 마탑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게 있어서.”
“썩을년, 스승한테 당신이라니. 싸가지가 없는건 여전하구나.”
“이젠 스승이 아니니, 당신이라고 부르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
이윽고 로브를 쓴 사람과 마탑주 사이에서 험악한 말이 오고가자, 뒤에 있던 마법사들은 전부 헛숨을 들이키며 얼어붙고 말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하늘과도 같은 존재인 마탑주에게 저정도로 심한 발언을 한다는건,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옛 정을 생각해서 이야기라도 나누어보려 했는데… 그렇게 싹바가지 없이 굴거면 나도 생각없다.”
한편, 마탑주는 눈앞의 여자에게 노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기다란 지팡이를 들어올렸지만.
“계속해서 행패를 부린다면, 날 상대하게 될…”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마법을 드디어 완성시켰어.”
“…뭐라고!?”
하지만 정체불명의 여성이 태연하게 마법진이 적힌 종이를 꺼내 흔들자, 이내 눈을 휘둥그래 뜨며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리더냐?”
“당신이 그렇게나 원하던… 어딜.”
이윽고 로브를 덮어쓴 사람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 마탑주는 기습적으로 마법을 부려 공책을 뺐어오려 했으나, 예상이라도 했는지 정체불명의 여자가 간단히 마법을 막자 초조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 이야기좀 나누겠느냐?”
“생각이 없다며?”
“이놈아, 그건 네가 그 말을 하기 전이고. 정말 네가 그 마법을 완성시킨게 맞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런 마탑주를 조용히 쳐다보던 의문의 여자는, 이내 조용히 마탑주에게 향하며 말했다.
“당신이랑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죄다 물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렇게 답한 마탑주가 손을 휘두르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법사들이 우르르 비켜섰다.
“따라오거라.”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마탑주가 마탑의 문 안으로 들어서자, 의문의 여성 또한 조용히 그 안으로 들어섰다.
“…이게 다 뭐야?”
그렇게 한참을 계단을 오르던 의문의 여성이 마탑의 로비에 잔뜩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며 묻자, 마탑주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새로운 제자를 위한 물건들이다.”
“…새로운 제자라고!?”
그 말에 상당히 동요한 여인이 걸음까지 멈춰가며 묻자, 마탑주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왜, 나는 새로운 제자를 들이면 안되느냐?”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당신은 전회차에서…”
“헛소리 하지 말고 따라오너라, 한시가 급하다.”
의문의 여성이 얼빠진 목소리를 내자, 답답한 표정을 짓던 마탑주는 그녀의 팔을 잡고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것들은 다 어디에 쓰는 건데?”
“깨 부시는데 쓴다.”
“뭐?”
마탑주에게 질질 끌려가다가 다시 질문을 던진 여인은, 그녀의 답변을 듣고는 다시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기 있는 것들은… 죄다 미스릴, 오리할콘, 아만타디움, 금강석 같은 부수긴 커녕 흠집을 내는것도 힘든 것들이잖아?”
“내 제자는 손가락을 튕겨서 산산조각낸다.”
“…지금 농담하는거지?”
그 말에 마탑주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나도 몇개월 전이었으면 농담이라 생각했을거다. 하지만, 그 아이가 지금까지 부수지 못한 물체는 단 한개도 없었어.”
“걔, 지금 있어?”
의문의 여인이 묻자, 마탑주는 성을 내며 말했다.
“고아원에 놀러갔으니 신경꺼! 어딜 눈독을 들이고 있어.”
그렇게 말한 마탑주는, 이내 고풍스러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 이제 그 답답한 로브는 벗고… 슬슬 내게 그 마법을 보여주지 그러냐?”
“…그래.”
그러자 그때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로브를 벗어던진 이리나는, 품에서 천천히 마법식을 적은 노트를 꺼내 건냈다.
“호오… 이건… 아예 마법 체계를 새로 만든게냐?”
“…응.”
“게다가 아직은 증명 중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마법식도 들어가 있구나? 그걸 보아하니 마치…”
황홀한 표정으로 마법식을 바라보던 마탑주는, 이내 멍한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미래에서 튀어나온 마법 같아.”
그 말을 듣고 뜨끔한 표정을 짓던 이리나는, 이내 재빨리 표정을 고치고는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날 끔찍히도 싫어할 네년이 이 마법진을 내게 가져온 이유가 뭐더냐?”
“그게 작동할 가능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어서.”
“내게?”
그러다 마탑주의 질문을 받은 이리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 마법식을 이해할 수 있는건 당신 뿐이니까.”
“푸하! 그렇게 노망난 늙은이라고 놀려대더니… 결국 너도 어느정도는 날 인정하고 있었나보지?”
“조용히 해.”
“하긴,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이래봐도 제국에서 몇백년만에 나온 대마법사 아니냐?”
하지만 그런 이리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마탑주는, 신난 표정으로 자랑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제국에서 마왕 토벌을 사신까지 보내가며 의뢰한 사람 또한 나밖에 없지. 쯧쯔, 넌 이런 대단한 사람의 제자 자리를 제발로 차버린 미련한 년…”
“…그만둬.”
“뭬야?”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대던 마탑주를 보던 이리나는, 마탑주의 입에서 마왕 토벌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그러다 죽어.”
“하! 못본 사이에 더 싸가지가 없어졌구나? 감히 내게 그런 말을…”
“당신은 마왕은커녕 2인자도 못이기니까…”
마탑주가 마왕을 조사하던 중 마왕군의 2인자인 드미르칸과 교전을 벌이다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하지 말라고.”
사실 2인자 또한 그 전투 끝에 치명상을 입고 도주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지만, 그래도 아직 옛 정이 남아있던 이리나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뭔가 알고 있는 게냐?”
“…됐고, 마법진의 성공률이나 말해줘. 몇번이고 검토해봤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검사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이리나의 말에서 진심을 느끼고 심각하게 물어온 마탑주의 질문을 무시한 이리나는, 마탑주에게 마법진의 검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 이리나의 태도에 툴툴거리면서도 마법진을 살펴보던 마탑주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쯧, 틀려먹었네. 이건 못 써먹어.”
“어째서?”
“이놈아, 마법진의 운용 요소가 흑마법이잖아.”
“당신이 언제부터 윤리적인걸 따졌지?”
“그건 옛날 이야기고, 지금은 따진단 말이다. 그리고, 설사 윤리적인 걸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불가능해.”
한숨을 내쉬며 마법진을 책상에 내려놓은 마탑주는,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지만.
“흑마력은 다른 마나들처럼 한곳에 모을 수도 없고, 저장도 못하잖아. 그말은, 오직 한 사람의 힘으로 이걸 작동시켜야 된다는 건데… 여기에 나와있는 만큼의 흑마력을 가진 흑마법사는 이 세상에…흐억!”
“이 정도면?”
어느새 자신의 몸에 있던 흑마력 전부를 방안에 가득 풀어둔 이리나가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마법을 발동시키고, 몇십초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거다.”
“그래? 내 계산이랑 같네. 답변 고마워.”
그렇게 말한 이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탑주는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고 질문을 던졌다.
“기다리거라. 그 흑마력은 어디서 났고, 굳이 날 찾아오면서까지 하면서 확인을 한 이유는…”
“당신에게 답할 의무는 없어. 그럼 이만…”
“옛정을 생각해서 이거 하나만 말해다오.”
옛정이라는 소리에 이리나가 조용히 고개를 돌리자, 마탑주는 진지한 눈빛을 띠며 질문을 던졌다.
“네 몸에 들어찬 흑마력이 사라지면 몸에 무리가 올게 뻔한데… 대체 왜 그 의미도 없는 마법을 쓰려는거냐?”
“의미가 없다니?”
이리나가 묻자, 마탑주는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네가 짜둔 대로 마법을 써봤자, 겨우 몇십초밖에 영혼을 못바꿔! 몇시간이나 몇년도 아니고, 겨우 몇십초동안 사람 영혼을 바꿔서 뭘 할 수 있다는…”
“충분해.”
“뭐?
그런 마탑주를 보며, 이리나는 각오한 눈빛을 띤채 답했다.
“만일 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몇십초 동안 몸을 바꾸는걸로 충분하다고.”
“그러니까! 대체 뭘…!”
결국 참다참다 화가 폭발해버려 소리를 지르려는 마탑주를 보며, 이리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시스템을 엿먹이는 데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마탑주를 뒤로하고 다시 로브를 뒤집어쓴 이리나는, 조용히 마탑주의 방을 빠져나갔다.
“하……”
그렇게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한참동안이나 멍을 때리던 마탑주는, 이내 책상에 있던 와인을 따르며 중얼거렸다.
“…두 년이 쌍으로 미쳤네.”
.
“말해보세요, 당신이 알고 있는 예언서의 마지막 부분은 뭐였죠?”
“으음…”
눈을 반짝거리며 질문을 던지는 세레나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면, 용사는 마왕과 함께 덧없이 스러지리라.”
“네, 제가 가지고 있는 예언서에도 그 부분이 적혀있었어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맞장구를 친 세레나는, 이내 표정을 밝게 피며 말했다.
“하지만… 제 예언서에는 그 밑에 한 문장이 더 적혀져 있었어요.”
“그게 정말이야?”
그 말을 듣고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그런데 알 수 없는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렇구나.”
그 말에 들뜬 감정이 살짝 가라앉은 내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세레나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잘라서 가져왔어요.”
“…엄청난 행동력이네.”
세레나의 대담함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녀가 내민 종이를 받아든 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종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음… 이상하네? 읽히긴 읽히는데, 일부분 밖에 보이지가 않아.”
“그건 아직 복구가 다 안되어서 그런 걸꺼에요. 그 부분의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니, 곧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거랍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히는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음… ‘하나의 우연’ ‘다섯개의 깨달음’ 그리고, ‘반달과 초승달 사이를 지나가는 부메랑’. 이게 뭘 의미하는거지?”
“…뭔진 뭘라도,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그 말에 환한 미소를 지은 세레나는, 내게 종이조각을 다시 돌려받으며 말했다.
“복구는 금방 끝날거에요. 그러니, 복구가 완료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응, 늘 고마워 세레나.”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자, 세레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서, 비밀 당주는 언제 잡아주실건가요?”
“아, 그게…”
“빨리 하고 싶어요, 당신이랑.”
그 말을 들은 내가 생일 파티 따위는 관두고 비밀 당주나 찾으러 나설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으니, 세레나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물론 지금도, 키스는 할 수 있는데.”
“오.”
그렇게 말하며 팔을 벌리는 그녀에게 얼굴을 붉히며 다가간 나는, 세레나의 무릎에 앉고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츄릅.”
그러자 세레나의 혀가 내 입술을 핥더니, 천천히 내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푸하…”
그렇게 한참을 혀를 섞던 나는, 잠시 그녀에게서 떨어지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술 안마셨다며?”
“…딱 한잔 마셨어요. 리얼한 연기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세레나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붉어져 있었다.
“지금, 어딜 만지는거야?”
“죄송해요. 술에 취해서 잘 모르겠어요.”
“한잔밖에 안 마셨다며?”
그 기세를 몰아 내 옷 안에 손을 넣던 세레나는, 내 질문을 듣고는 이내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저 술 약한거 아시잖아요.”
“………..”
그 말을 가만히 듣던 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레나, 혹시 만지는건 허용범위야?”
“물어보기 전부터 이미 만지고 계셨잖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쓰러트렸다.
“하으으…”
여러모로 고생하는 그녀에게, 마사지를 좀 해줘야 할 것 같다.
.
“프레이님! 세레나 님은 어떠신가요!?”
살짝 얼굴을 붉힌채 방을 나서자, 황실 시녀가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정신을 차렸어. 조금만 쉬다가 나온데.”
“휴우…”
그러자 시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레나가 연기를 꽤나 리얼하게 한 것 같다.
“프레이님, 전해 드릴게 하나 있는데…”
“응?”
이번에야 말로 생일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눈을 좀 붙이려 걸음을 옮기던 나는, 시녀가 다급히 날 불러세우자 잠시 자리에 멈춰섰다.
“클라나 님이 프레이 씨를 찾는 것 같아요.”
“클라나가?”
그리고 이어진 시녀의 말에, 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걔가 날 왜?”
“잘 모르겠어요. 아까 저쪽 베란다에서 프레이 님의 이름을 중얼거리시던데…”
“흐음…”
그 말을 들은 나는, 시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
“…클라나?”
그러자, 정말로 그곳에는 클라나가 있었다.
“거기서 뭐해?”
베란다에 주저앉고는, 고개를 푹 숙인채 말이다.
“프레이…?”
그런 그녀를 아리송한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클라나가 고개를 들자 움찔하고 말았다.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라나? 이게 어떻게 된…”
“제가 졌어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는데, 클라나가 내게 천천히 말을 건네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술수에, 제가 패배했다고요…”
“아니, 잠깐. 대체 무슨…”
“당신에게 굴복할게요. 굴복할테니까…”
애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클라나는, 만신창이가 된 손을 벌벌 떨며 말을 마쳤다.
“…제발 제 손좀 잡아주세요.”
“하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시련에서 겪었던 일들의 기억이, 서서히 클라나에게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미치겠네.”
벌써부터 각혈을 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